한산시
한산 지음, 신흥식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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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았던 2개의 시를 찾다가

몇번을 되풀이하며 책장을 넘겨봤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들던 생각이, 지금과 달랐던 그 옛 시절에

모든 걸 외우는 게 최고였던 이유가

어쩌면 이런 상황들 때문에라도 당연했을지 모르겠다는.

매번 책을 쌓아놓고 어찌 찾아가며 읽었을까,

그저 기억을 정확히 해 머리속에 쌓는게 정답이었을 것 같다.

그러다, 결국 찾아보니 마음에 들어온 2편의 시들은

거의 책의 앞쪽에 있었음에도 그리 한참이 걸렸다.

찾는 걸 반복하다보니 나름 다른 얻음도 있었다.

처음 그냥 읽었던 이 책의 전체적 구성도 좀더 알게 되었고

읽을 당시엔 지나쳤던 좋았던 구절들도

새롭게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돼 재발견 겸 감상도 됐다.

헛일을 할까봐 경제적인 움직임만을 하려 노력 안해도

헛일 같기만 한 일 속에도 얻음도 있음을 다시금 느껴본다.

아래는 좋았던 시 중 첫번째 것이다.

원문 아래 해석은 책을 인용한다

天生百尺樹 剪作長條木

可惜棟梁材 拋之在幽谷

年多心尚勁 日久皮漸禿

識者取將來 ​猶堪柱馬屋


자르고 다듬어 큰 재목을 만들고자 함이네.

아깝다. 동량의 재목이여! 깊은 골짜기에 버려져 있네

나이 많아도 심지는 오히려 굳센데

해가 묵으니 피부가 점점 벗겨지네.

알아보는자가 장차 재목을 가져가면

오히려 마굿간 기둥감이라도 되련만.


읽으면서도 마음이 아련했다.

백척이 되도록 자란 나무가 

기둥이 되지 못하고 골짜기에 찾는이 없이 

버려진 듯 있다는 묘사로 시작했다.

나이든다는 건 사람이나 나무나 같게 비유했는지,

해가 갈수록 껍질이 벗겨지는 나무의 모습은

사람의 늙음과 같이 느껴지더라.

그러다 그나마 평하는 이가 내놓은 답은

마굿간 만드는데 기둥이라도 된다면

이리 부질없이 쇠해지고 버려지는 것보단

그래도 나은게 아니겠냐며 한탄인지 동정인지

구분하긴 어려운 아쉬움으로 끝을 맺는다.


2번째 시 또한 원문과 해석은 원문을 인용한다.

啼哭緣何事 淚如珠子顆

應當有別離 復是遭喪禍

所爲在貧窮 未能了因果

塚間瞻死屍 六道不干我


무엇 때문에 울부짖는가? 눈물이 마치 염주알 같네.

응당 이별을 했거나 

다시 상이라도 당했단 말인가?

까닭이 빈궁에 있다고 하나

인과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네.

무덤사이로 죽은 시체를 보게.

육도도 나를 간섭하지 못하리라.


지나가는 이가 우는 이를 보며 평하는 듯 하다.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우는게 보이는데

왜 우는지 2가지 정도로 추측한다.

이별을 한건가 아님 누가 죽기라도 한 건가.

물으니 그 서러움의 이유가 

가난과 궁함에 있다고 말하는 듯 한데,

물은 이는 죽은 사람이 묻혀있는 

무덤들을 보라 이른다.

그리고 깨달으라 꾸짖든 말하는것만 같다.

육도 즉,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을

아무도 빗겨갈 수 없는 단계임을 넌 왜 모르고 우느냐고.


책에 실린 모든 싯구가 다 와닿았던 건 아니다.

이 이외의 시들 중에도 좋은 건 또 많았지만

반대로 너무 단조로워 

이 책에 실릴만큼 대단한 시라 

평가받는 이유를 인정할 수 없던 시들도 꽤 됐다.

비유하자면, 그 옛날 

유명한 몇몇 작가들의 시들을

모아놓은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주제나 맥락에 상관없이 그저

수집가가 수집하여 모아놓았기에

그 진위여부는 불분명하다 여겨진다.

그럼에도, 위에 대표적으로 좋아 

인용해보았던 몇개의 시처럼 

인생의 많은 부분들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게 해주는 시들 또한 많았다.

하나의 책으로 묶여져 있지만

각각의 시들은 한권의 책처럼

다른 뜻, 다른 주제로 만들어진 셈이니

시를 한권의 책을 읽은 듯 간추리듯 하는 건 불가능할거 같다.

그럼에도, 책 전체적으로 많이 느껴지던 부분은

부질없음이였고 보통 인생들의 어리석음 같은 것들이었다.

인생무상도 너무 단순한 느낌같다.

허무하고 아쉽지만 깊이는 있다.

찾아보니 같은 싯구라도 다른 해석으로 올려져있는 것들도 많았다.

이 책의 해석이 정답일 순 없다는 말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이 고마운 건,

해석이 아닌 이런 시들이 이렇게 존재했었구나를

나처럼 몰랐던 사람들에게 소개해 준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한시의 맛을 오래만에 느껴보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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