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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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느냐, 믿지 않느냐.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점점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상상력사전]은 베르나르의 책들을 평소에 읽은 독자라면, 친숙한 내용들이 종종 눈에 뛸 것이다. 내가 베르나르의 책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책들은 개인의 관점으로 바라보되 가능성 있는 객관의 시선을 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가능성 있는 '이야기' 속에는 설득성이 있다. 설득력이 없는 내용이었다면 허무맹랑할 뿐 아니라 시시하게 마무리되버렸을 것이다.

 베르나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처럼 설득력을 갖춘 논리로 무장하여 그에 합당한 논거들을 들면서 충분한 구성 체계를 갖춘 '스토리'를 쓰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내가 베르나르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는 항상 '?'을 달고 사는 작가라서이다. '?'에서부터 시작해서 추측을 해보고 모든 정보를 모아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것은 상상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결코 가능하지 못한 일이다. 모든 것은 호기심이 원동력이라면 상상력은 필수 요소이다. 이렇게 갖추어진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향연이 바로 심미안이 아닐까. 철학과 사색, 박스 지식 같은 베일에 포장되어 있는 막간의 정보들은 좀 더 넓은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그동안 생각해보던 의문점과 궁금증을 이 책에서 발견하면, 베르나르의 생각과 비교해보며 스스로 성찰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베르나르는 이 책에서 그저 전설, 인물, 지칭되는 대상, 물건만 거론하지 않는다. 상상할만한 많은 단어들을 추려서 그 단어들이 원래적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재정립하여 의미 있는 내용을 이끌어냈다. 그의 글에서 보이는 판단력은 통찰력 있는 분석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내용들이다.

 베르나르의 책을 읽다보면,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단어와 늘 부르던 단어의 이중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게다가 그런 생각을 베르나르의 [상상력사전]처럼 정리해야만 할 것 같은 충동이 인다.

 베르나르가 개미라는 책을 경험에 비추어 매우 상세하고 학문적으로도 놀랄만한 과학적 논지들을 다루었듯이 그가 개미에 대해 가지는 애정은 남다르다. 그래서 그의 여러 책에서 대체로 '개미'가 한번 이상은 등장하는 듯하다. 개미를 관찰한 후 낸 결론을 읽다보면 개미가 인간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등 세상에 이로울 바 없는 인간보다는 사회성으로 결집되어 있는 모두가 잘 사는 개미왕국이 멋지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은 지구상에 만일 인간 외의 다른 생물이 전혀 없다면? 에 대한 상상이다. 이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베르나르의 결론이다. 자연과 환경과 동물에 관해 많이 관찰하고 깨달은 사람은 그 주제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베길 수 없다. 그러니까 베르나르는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 외의 타종의 동물들의 존재에 대해 외경심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베르나르의 글에서는 다른 존재와 대상에 대한 동등한 시각과 존중심이 베여 있고 흔히 보통 사람들이 보이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베르나르의 글이 좋다.

 [상상력 사전]은 한번 읽고 말 책이 아니라 손에 늘 쥐고 읽었던 것을 되새기고 다시 한번 보며 시각을 다양하게 넓히면서 관찰과 사색, 성찰과 철학의 세계를 사유하며 보다 나은 가치를 향해 폭을 넓힐 수 있는 지식의 장을 만들어준다. 인간이어서 좋은 점은 바로 이런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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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시대 - 캐롤라인 왕비의 1460일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2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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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시대는 이해하기 쉬운 소설은 아니다. 상황과 언어에 담은 상징과 풍자성을 담은 역사성이 다소 유럽틱하기 때문이다. 요약한다면야 미숙한 왕과 어린 왕비, 왕의 주치의, 그리고 순수와 관능, 계몽사상에 관한 이야기다. 어리숙한 어리고 왜소한 왕은 내부 권력층의 손아귀에서 휘둘리고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 없어 늘 불안하다. 모서리 위에서 한발로 온 몸을 지탱하는 것처럼 위태로운 것이 바로 왕의 모습이다.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왕비는 왕의 측근이자 전적으로 의지하는 주치의와 불륜을 행하지만 왕실의 모든 사람이 알만큼 공공연하다.

 주치의 슈트루엔제. 그는 왕실 내부에서 왕을 마음대로 움직이려는 권력층이 돈으로 살 수 없는 종류의 사람이며 나름 이루고 싶어하는 세상이 있는 대체로 포부가 큰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막상 눈앞에서 현실과 맞딱드리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다른 이와 다름이 없는 인간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면 청소년의 나이대인 왕과 왕비. 그들은 청소년기의 질풍노도 시기처럼 불안정하고 갈등으로 가득찬 격동의 세대다. 옛날 그 옛날, 그 자리에서는 지금과 같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지금과는 완전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왕실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불륜, 정치적 음모는 각자 반대되는 사람끼리 대립되면서 묘하게 극하게 대비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는 왕이 연극의 무대위로 올려지면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연극에서 대사를 읊으며 왕은 그것이 어쩌면 자신의 진짜 삶일지도 모른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실제의 삶에선 또 연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의 강박관념적인 중얼거림들. 정신착란적인 광기는 그런 정체성의 문제를 극명히 나타낸다.

 그런 왕의 모습을 안타까워했으면서 가정 교사 레버딘은 도와줄수가 없었고 슈트루엔제는 그런 왕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지니고 있었다. 왕의 모습은 유난히 본문에서 혼란스러운 정체성과 볼품없고 왜소하기 짝이 없게 표현되는 데 이는 반복적 표현을 통해 왕의 모습을 한층 불쌍하게 느끼게 한다. 그에 반해 권력에 대한 야망은 없지만 계몽주의 사상을 덴마크 전역에 전파하고자 했던 슈트루엔제는 그의 제도의 문제점이 아니라 그 시절의 여러 종류의 인간들의 문제점 때문에 난국을 겪고 불운한 운명을 마감하게 되는 비극적 인물로 그려진다. 게다가 이런 슈트루엔제와 열렬히 사랑의 불꽃을 타올린 왕비는 관능적이고 더 큰 무언가를 지닌 사람이지만 비극적 상황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략 결혼이 아니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왕과 왕비의 만남은 슈트루엔제가 왕비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필연성으로 이어진다.

 슈트루엔제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또다른 가면의 시대가 열린다. 무대 위에서 상영되는 연극은 허구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연극도 진실성을 담고 있다. [가면의 시대]는 연극과 현실의 모습을 대비하고 '페르소나'처럼 위치에 따른 역할이 가진 천가지 얼굴들을 보여준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현재 속에서 그들은 살아 숨쉬고 계속해서 명맥을 이어간다. 한 번 성공할 것 같은 찬란한 미래는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방해자와 무지한 자들은 가면을 바꾸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계속해서 연극을 진행시킨다.

 프랑스의 사상가 조르주 바타이유는 "에로스는 죽음에 이르는 삶의 희열"이라고 했다. 프로이트는 본능과 결부될 때는 리비도가 되고, 자기 보존의 본능과 결부될 때는 자아 리비도로 나타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에로스를 생명의 극한이라고 한다면 그 반대의 극한은 죽음의 본능이라고 한다. [가면의 시대]는 정치적 풍자와 개인적 결함, 사회적 갈등, 형이상학적 충돌을 절묘하게 현대판 비극으로 한 권의 소설로 만들어냈다. 심리적 요소를 가득 담은 이 책 속에서 독자는 많은 복선위에 깔린 하나하나의 의미를 찾으면서 인간의 절대적 도덕의 아이러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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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레시피 Super Recipe 2011.5
슈퍼레시피 편집부 엮음 / 레시피팩토리(잡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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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라고 하면 왠지 부담스러워서 따라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됐었는데, [수퍼레시피]에는 반찬, 간식, 점심, 저녁에 편하게 따라해서 해먹을 수 있는 음식 레시피들이 있다. 가장 큰 이점은 재료들을 손질하는 방법이 나와 있고 정확한 조미료량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쓰고 난 기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버리는 방법 팁도 가르쳐준다. 

 

  친구들, 부모님, 손님, 가족 등 상황별에 따른 식단도 마음에 들었다. 식단 레시피들이 전부 책에 나와 있으니 보고 고대로 따라서 대접하거나 식사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던 상황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다. 보기 좋고 먹기도 괜찮다면 칭찬도 덤으로 들을 수 있다.

 

 

 

 

  

  레시피 뿐만 아니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지역 특산물도 나와 있기 때문에 좋은 정보가 된다.

 

  시켜 먹는 피자는 먹고 나면 속도 부글거리고 아토피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렇게 집에서 만들어 수제피자로 먹으면 더 좋은 간식이 될 것 같다. 입맛대로 첨가하거나 빼서 먹을 수 이점이 있어 정말 좋은듯. 레시피를 보면 피자 만들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음을 느꼈는데, 곧 시도해보려 한다.

 

  굴소스가 유부초밥을 만드는데 맛을 더 업시켜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 밖에도 굴소스가 여러 음식을 맛내는 데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아직 안 써봤지만 곧 궁금증을 해결할 생각이다. 

 

 

 

 가장 따라하기 쉬울 것 같은 음식들

 

 

 

 타바스코 소스를 토마토주스에 넣어서 먹으면 독특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궁금하다. 가장 쉽게 따라해볼 수 있는 거니 한번 해보시길. 

 

 

 

 케잌이나 빵, 쿠키를 집에서 만들어서 먹으면 더 맛도 있고 가격면에서도 많이 절약된다. 다만 오븐이 필요하다는 것. 정말 따라해보고 싶은 것들이었는데 집에 오븐이 없어 지금 당장은 포기했다. 나중에 꼭 해볼 생각.

 

  델큐브참치는 우리 동네에 없어서 살 수 없는 제품이라 아쉬웠다. 간단히 이렇게 주먹밥을 해먹으면 정말 좋은 메뉴가 될 것 같다. 담에 큰 마트에 가면 꼭 사와서 해먹어보고 싶은 메뉴다.

 

  가장 구하기 쉽고 가장 간단한게 마늘쫑 요리~!!

 

  간단히 깔끔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 레시피들이 만족감을 더해준다. 다만 월간 잡지처럼 나오는 거라 얇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손바닥 두 배만큼의 크기라 아담해서 펼쳐 보기 부담 없어 좋고 넘겨보기 번거롭다면 한장씩 뜯어서 봐도 따라할 때 수월하게 보고 따라할 수 있다.  

  음식과 관련된 다른 팁들도 얻을 수 있어 생활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을 표현한다면, '보기 좋고 따라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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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목공소 - 상상력과 창의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김진송 지음 / 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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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인물이라 그런지 사진과 글이 함께 있는 책을 읽으면 더 재밌는 느낌이 든다. 목공예술. 낯선 느낌이었는데 책을 펼치면서 아.. 목공이 글과 닮은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 역시나 저자 또한 글과 목공을 비교한다.

 

 아쉬운 점은 눈 앞에서 보는 보다 넓은 차원의 시각보다 평면적 시각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만 된다면 저자가 만든 작품들을 구경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과 벌레와 꽃에 대한 저자의 철학은 호기심이 일게 하는데, 공감과 참신함의 연속이었다. 특히 바퀴벌레에 대한 혐오가 그간 축적되어온 편견의 일종이라는 부분은 글쎄..  나 같은 경우는 내 안의 본능이 바퀴벌레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부정하기 힘들다.

 

 좀벌레, 집게벌레, 쥐며느리까지는 참을 수 있다. 해로운 벌레에 대한 거부감은 인간에게는 주관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바퀴벌레만큼은 생김새를 보자마자 온 몸에 돋는 소름을 참을 수가 없다. 바퀴벌레 빼곤 모든 벌레는 괜찮을만큼 바퀴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으로써 아마도 이건 그동안 자라면서 쌓인 편견이 아닌 나만큼은 본능적 공포가 아닌가 생각된다.

 

 벌레론에 대해서 평소 생각을 자주 했던 바라 나의 의견과 비교해볼 수 있었고 카프카의 [변신]에서 나오는 벌레까지 형이상학적 정신을 넓혀간데에 대해서 흥미로운 시선을 던진다.

 

 어떻게 보면 벌레든, 꽃이든, 새든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어떤 근본적 시스템이 움직이는 힘을 만드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신비롭다. 그리고 경이롭다. 자연과 관련된 것들은 경이롭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 두렵다. 그럼에도 호기심을 포기할 수 없다. 호기심은 생명체가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원인인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내가 몸을 담고 있는 문명의 세상은 나의 정체성을 흔드는 혼란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세계이며, 나와 다른 수많은 타자들로 이루어진 또다른 세상인 자연은 나의 정체성을 더 분명히 각인시키는 세계이다."-100p

 

 

 

[페트롤리우무스의 전설]의 이야기는 인상 깊다. "천지가 창조될 무렵,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느님과 암흑의 신 페트롤리우무스 간에 한판 싸움이 일어났다. 물론 신의 승리. 죽은 암흑의 신은 석 달 열흘 검은 피를 쏟았다. 중략. 악마와 싸우느라 지친 하느님은 흙을 한 줌 퍼 자신과 비슷한 형상을 만들고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인간을 만들어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신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벌거벗은 인간의 처참하고 고독한 생존 투쟁이 시작되었으니 그게 인간의 역사가 되었다."-110p [암흑의 신 페트롤리우무스의 전설] 중

 

 

 

  

책을 보면서 조는 모습과 책속에 풍덩 빠졌던 사람의 모습을 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이미지만으로 공감할만한 느낌이 온다.

  

종종 시계나 기계안을 분해해서 톱니와 납땜의 매커니즘을 구경하곤 한다. 이런식으로 움직이는 기계와 물건들을 보면 재밌기도 하고 뭔가를 만들고 싶은 충동이 인다.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흐릿하게 찍은 사진.

 

"어미 새를 만드는 동안 새의 본능과 육체의 기계적 움직임 그리고 감성과 이성이 작동하는 끔찍한 기계적 재현의 과정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기계적이란 말 자체가 주는 살벌함과 몰인정한 느낌은 감정이 배제된 물질적이고 물리적인 작용이 주는 단호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무자비함과 규칙적인 동작 그리고 죽음이 거세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터미네이터를 보는 듯하다. 중략. 새를 만드는 동안 내가 그랬듯이, 자연이 재현되는 순간 그리고 자연에 핍진하기 위해 수많은 기계적 조작과 생물학적 변형을 가하는 동안 인간의 심성은 점점 자연과 멀어진다."-202p

 

 

그러고보면 대상을 물체화로 모방하는 순간, 생명체에 대한 연민과 감정은 사라지고 어떤 구성을 가지고 있는지 해체하고 분해한다. 목적이 모방하는 것이므로 원래 대상보다 만들어진 것에 더 의미를 두곤 한다. 왠지 복제배양하는 것 같은 과학적 이슈가 떠오른다. 생명성의 위엄이 사라지는 순간 외경심이 낮아진다. 생명체는 목적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상목공소]는 여러 이슈를 떠오르게 할만큼 광범위한 철학적 사유를 모험한다. 이미지화된 물체와 보다 많은 상상력이 깃드는 세계를 통해.

 

작품을 만들게 된 영감과 그 과정을 말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를 통해 여러 사유적 정신을 탐험한다.

자신이 예쁜 줄도 모르는 금자라 남생이 잎벌레, 꽃잎을 벌리면 외계인을 만날 수 있다는 금낭화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꽃인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데 사진이 곁들여졌으면 좋았을 테지만, 이것만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는 여운까지 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평소보다 사물을 보고 관찰하려는 의지가 높아지는 듯하다. 친숙함에서 낯섬을 발견하게 되는 게 이 책을 읽은 후의 깨달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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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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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시간 검색어를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큰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보인다. 특히 연쇄 살인이라거나 잔인한 사건일수록 사람들의 이목은 집중된다. 사람들은 또,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인다. 살인사건과 연예인의 사생활의 이야기가 이슈화되면 사람들은 급관심을 보이면서 각양각색의 반응들을 보인다. 이런 시기가 지나가고 잠잠해질 때 가장 시끄러웠던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변화가 별로 없지만 사건 당사자들은 한동안 자신들에게로 미친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다. 그런데 살인 사건의 경우엔 범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슈화 됐을 때 자칫 범죄나 범죄자에 대해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람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인지 범죄자를 옹호하는 이도 생기는데 내 생각에 범죄 또한 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도둑질과 살인을 하는 도둑질은 다르고 그냥 살인과 토막 살인은 또 다른 것이다. 내 가족이나 혹여 얼굴만 본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잔인한 최악질 범죄의 희생자라면 눈이 뒤집힐 정도로 분노가 인다. 그런데 범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피해자의 인권은 누가 보호해주나.. 피해자는 범죄자에게 무참히 밟힌 현재와 미래 그리고 절망을 평생 안고 가야 한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범죄자에게 복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피해자가 자신을 짓밟은 가해자에게 복수하고 또 인권을 보호받으면 되겠지. 그러나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영원히 복수는 계속되고 악질적인 범죄는 도를 지나쳐 상상하기만큼 고어적인 범죄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법은 억울한 사람들에게 정의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 법은 정의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정신이상자는 왜 형량을 일반인처럼 치르지 않아도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병이라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건가? 그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중에 정신이상자가 아닌 사람은 말이 되나 싶다. 제 정신이면 그렇게 잔혹한 짓으로 사람을 죽이기는 상식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운한 삶을 살아왔던 범죄자의 과거로 역추적해 들어가면서 그의 불행을 이해하고 동정심을 사려는 것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럼 그런 삶을 살면 다 그 남자처럼 괴물이 되어야 하는가.. 만일 부정부패를 일삼고 이익을 일삼는 공권력에 도전하는 범죄자라면 이해할 수 있고 공감도 간다. 여태까지 내가 비난한 괴물은 바로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잔인한 방법으로 신체의 일부분을 도려내며 엽기적인 행각을 하는 그런 범죄자 유형이다.

 하지만 한가지 항상 마음에 걸리는 건 그런 정신 나간 범죄자라도 자신의 가족이 있을 경우 그 가족 또한 피해자일 경우도 있다. 가족은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미친 범죄자가 자신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통 받고 영원히 트라우마와 노이로제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범죄자의 신상이 낱낱이 파헤쳐져 그 가족까지 피해를 보는 것은 안된다. 그것 때문에 범죄자의 신상을 보호해야 하나.라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모방범]은 그저 살인범을 찾고 피해자들을 나열하는 소설이 아니다. 그 안에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과 한 개인 개인의 인생사들이 얽히고 섥혀 뱉어내는 여러 결과들을 통해 독자의 도덕성을 시험한다.

 "막연한 사회적인 분위기에 호응해 이런 유의 범죄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고 다케가미는 생각했다. 오해를 각오하고 말하자면,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형태로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11p

 이 말은 쉽게 호응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서도 함께 드는 생각은 그런 점도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런 유'의 범죄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 뭔가 대박을 찾는 사람, 인생이 지루해서 그런 사건이라도 터지길 원하는 사람, 혹은 등등등.. 그들은 내 일이 아니면 상관없다는 의식이 밑변에 깔려 있다. 그런 일은 자신에게 벌어질 일 없다고 느낀다. 남의 일이라면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피해자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보단 범죄자이다. 남의 일이라면 사람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섬뜩한 사건과 범죄자에게 호기심을 기울인다.

 "살해 당한 다음 토막으로 잘려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피살되어 공원의 미끄럼틀 위에 방치되고, 백골로 변해 남의 집 문 앞에 버려진 그런 살인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지탱하고 있는 광고는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젊은 여성의 영상뿐이었다. 어쩌면 그런 영상들이 어떤 유의 위험한 상상력을 가진 인간의 마음에 강한 자극을 주는 게 아닐까. 중략.. 광고 속에 난무하는 젊은 여성들의 화려한 모습이 그 상품의 선전이 아닌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냥 장난감이라고.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고, 붙잡아도, 죽여도, 땅에 묻어도,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는 장난감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349p

 349p는 섬찟하리만큼 인간을 상품화하는 오늘날의 모습과 삭막함을 잘 드러내주는 내용이다. 광고는 그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친다. 굶어서 살을 뺀다는 의식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은 중국에서도 미국의 문화가 영향을 끼치면 몇몇은 TV속 광고 모델을 보고 그 몸매를 따라하기 위해 살을 빼다가 결국 거식증에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잔인하고 포악하고 난폭하고 흉학하고 잔혹하고. 이런 점이 강하게 발달된 인간보다 더 무서운 괴물이 또 있을까..

 [모방범]은 긴 시간 동안 여러모로 나를 안달하게 했다. 인간의 심리에 대한 파악과 통찰력에 대한 묘사는 일상 내에 틈틈히 떠오르게 하여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결국은 사건이 아닌 인간에 초점을 맞춘 이 책 속에서 나는 무엇을 발견했는가.

 어쩌면 모든 것을 이기는 슈퍼맨이고 배트맨이고는 개인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개인의 마음 속에 슈퍼맨이 있고 배트맨이 있다면 그 모든 악의를 극복하고 정.의. 가 부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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