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실시간 검색어를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큰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보인다. 특히 연쇄 살인이라거나 잔인한 사건일수록 사람들의 이목은 집중된다. 사람들은 또,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인다. 살인사건과 연예인의 사생활의 이야기가 이슈화되면 사람들은 급관심을 보이면서 각양각색의 반응들을 보인다. 이런 시기가 지나가고 잠잠해질 때 가장 시끄러웠던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변화가 별로 없지만 사건 당사자들은 한동안 자신들에게로 미친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다. 그런데 살인 사건의 경우엔 범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슈화 됐을 때 자칫 범죄나 범죄자에 대해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람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인지 범죄자를 옹호하는 이도 생기는데 내 생각에 범죄 또한 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도둑질과 살인을 하는 도둑질은 다르고 그냥 살인과 토막 살인은 또 다른 것이다. 내 가족이나 혹여 얼굴만 본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잔인한 최악질 범죄의 희생자라면 눈이 뒤집힐 정도로 분노가 인다. 그런데 범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피해자의 인권은 누가 보호해주나.. 피해자는 범죄자에게 무참히 밟힌 현재와 미래 그리고 절망을 평생 안고 가야 한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범죄자에게 복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피해자가 자신을 짓밟은 가해자에게 복수하고 또 인권을 보호받으면 되겠지. 그러나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영원히 복수는 계속되고 악질적인 범죄는 도를 지나쳐 상상하기만큼 고어적인 범죄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법은 억울한 사람들에게 정의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 법은 정의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정신이상자는 왜 형량을 일반인처럼 치르지 않아도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병이라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건가? 그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중에 정신이상자가 아닌 사람은 말이 되나 싶다. 제 정신이면 그렇게 잔혹한 짓으로 사람을 죽이기는 상식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운한 삶을 살아왔던 범죄자의 과거로 역추적해 들어가면서 그의 불행을 이해하고 동정심을 사려는 것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럼 그런 삶을 살면 다 그 남자처럼 괴물이 되어야 하는가.. 만일 부정부패를 일삼고 이익을 일삼는 공권력에 도전하는 범죄자라면 이해할 수 있고 공감도 간다. 여태까지 내가 비난한 괴물은 바로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잔인한 방법으로 신체의 일부분을 도려내며 엽기적인 행각을 하는 그런 범죄자 유형이다.

 하지만 한가지 항상 마음에 걸리는 건 그런 정신 나간 범죄자라도 자신의 가족이 있을 경우 그 가족 또한 피해자일 경우도 있다. 가족은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미친 범죄자가 자신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통 받고 영원히 트라우마와 노이로제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범죄자의 신상이 낱낱이 파헤쳐져 그 가족까지 피해를 보는 것은 안된다. 그것 때문에 범죄자의 신상을 보호해야 하나.라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모방범]은 그저 살인범을 찾고 피해자들을 나열하는 소설이 아니다. 그 안에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과 한 개인 개인의 인생사들이 얽히고 섥혀 뱉어내는 여러 결과들을 통해 독자의 도덕성을 시험한다.

 "막연한 사회적인 분위기에 호응해 이런 유의 범죄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고 다케가미는 생각했다. 오해를 각오하고 말하자면,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형태로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11p

 이 말은 쉽게 호응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서도 함께 드는 생각은 그런 점도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런 유'의 범죄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 뭔가 대박을 찾는 사람, 인생이 지루해서 그런 사건이라도 터지길 원하는 사람, 혹은 등등등.. 그들은 내 일이 아니면 상관없다는 의식이 밑변에 깔려 있다. 그런 일은 자신에게 벌어질 일 없다고 느낀다. 남의 일이라면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피해자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보단 범죄자이다. 남의 일이라면 사람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섬뜩한 사건과 범죄자에게 호기심을 기울인다.

 "살해 당한 다음 토막으로 잘려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피살되어 공원의 미끄럼틀 위에 방치되고, 백골로 변해 남의 집 문 앞에 버려진 그런 살인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지탱하고 있는 광고는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젊은 여성의 영상뿐이었다. 어쩌면 그런 영상들이 어떤 유의 위험한 상상력을 가진 인간의 마음에 강한 자극을 주는 게 아닐까. 중략.. 광고 속에 난무하는 젊은 여성들의 화려한 모습이 그 상품의 선전이 아닌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냥 장난감이라고.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고, 붙잡아도, 죽여도, 땅에 묻어도,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는 장난감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349p

 349p는 섬찟하리만큼 인간을 상품화하는 오늘날의 모습과 삭막함을 잘 드러내주는 내용이다. 광고는 그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친다. 굶어서 살을 뺀다는 의식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은 중국에서도 미국의 문화가 영향을 끼치면 몇몇은 TV속 광고 모델을 보고 그 몸매를 따라하기 위해 살을 빼다가 결국 거식증에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잔인하고 포악하고 난폭하고 흉학하고 잔혹하고. 이런 점이 강하게 발달된 인간보다 더 무서운 괴물이 또 있을까..

 [모방범]은 긴 시간 동안 여러모로 나를 안달하게 했다. 인간의 심리에 대한 파악과 통찰력에 대한 묘사는 일상 내에 틈틈히 떠오르게 하여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결국은 사건이 아닌 인간에 초점을 맞춘 이 책 속에서 나는 무엇을 발견했는가.

 어쩌면 모든 것을 이기는 슈퍼맨이고 배트맨이고는 개인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개인의 마음 속에 슈퍼맨이 있고 배트맨이 있다면 그 모든 악의를 극복하고 정.의. 가 부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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