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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1 - 나로 5907841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18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3월
(알림)
모든 인공 지능 로봇과 컴퓨터에게는
반드시 로봇의 3원칙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로봇의 3원칙은 아래와 같다.
하나,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다.
둘, 첫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셋, 첫째와 둘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 로봇에 관한 지구 연방법 제1조 1항
인간은 열등하다. 피부는 부드럽고 근육은 연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교활하다.. 책의 본문에 나온 말이다. 왠지 씁쓸한 진실인 듯 보인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버금가는 한국의 SF판타지라는 타이틀을 걸고 당당하게 불모지의 한국의 장르소설에 도전한 [로봇의 별].
해리포터 보다 재미있다고? 처음 이런 소개글을 보고 글쎄.. 과연 그럴까. 의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해리포터 소설을 읽으면서 성장했고 미야자키의 작품들을 사랑한다. 미야자키 작품에는 자국의 전통에서 벗어난 세계관 사상이 스며있다. 그가 손댄 하나하나의 작품에 들어있는 주제와 소재의 관심사가 내가 원래 좋아했던 관심사였기도 한 터라 그의 작품이 내 속에 스며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로봇의 별]이 이들 소설에 비교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심 이 작품이 민족주의적인 세계가 아니라 개방적 세계관으로 주제를 살려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했다.
책을 마지막으로 덮는 순간. 느낌을 표현하자면, 음. 나쁘지 않다. 작가의 상상력이 재미있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의 장르소설에서도 제법 풀도 나고 예쁜 꽃들이 많이 피어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의 별]이 어린이소설이긴 하지만 어른에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어른이 읽어도 전혀 유치하지 않을 만큼 책속의 사건들이 어른인간의 비양심적인 면을 비판하고 있다. 오히려 아이들이 읽기에 조금 이해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질문명을 비판하고 인간들의 너무나도 교활한 이기심을 비판하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를 스토리 말이다. 아이들은 정말 그렇게 물을 것이다. '도대체 어른들은 왜 저렇게 싸우는 거예요?' '도대체 어른들은 왜 저러는 거예요?' '도대체 어른들은 왜?' 그렇지 않은가. 실제가 그런데 이야기속에서도 아이들이 이해하는 게 쉽나 어디.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인간이 아닌 나로, 아라, 네다. 세 로봇이다. 물론 소수의 인간은 좋은 사람들이라 착한 편에 속해 세 로봇을 돕는다. 나머지 인간들은? 이기적이고 무지하며 불쌍하고 사뭇 병적이고 또, 이기적이다. 이런 인간들이 자신이 신이라 착각하며 인간과 비슷하게 만든 창조물 로봇. 로봇의 3원칙에 따라 그들은 인간들에게 복종해야 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에 관한 법에서 작가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던 듯.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살아도 좋으냐?' -65p
백곰 할아버지의 이 한마디에 로봇 나로는 자아에 대한 탐색을 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로봇의 세계를 변하게 하는데 첫번째 계기이다. 이 부분은 윌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 로봇'을 떠올리게 한다. 그 영화에서 자아를 깨달은 한 로봇은 하나의 물음을 던진다. 'Who am I?' 이 순간 나로는 자신이 가야 할 길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그런 나로에게는 멋진 인간 엄마가 옆에 존재한다.
"나로야, 무서운 건 당연해. 엄마도 무서워. 그렇지만 우리는 용감해. 왜인지 알아? 우리의 선택이 용감한 거니까. 두려움을 모르는 게 용기가 아니야. 그건 어리석은 것일 뿐이야. 진짜 용기는 옳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거야. 어려워도, 힘들얻, 두려워도 옳은 길을 갈 수 있는 게 진짜 용기야. 나로야, 우린 용감해. 그러니까 가! 어서 가!" - 112p
엄마가 불어주는 용기에 힘입어 나로는 로봇의 별로 향하게 된다. 거기서부터 사건은 벌어지고 1권은 나로의 이야기, 2권은 아라의 이야기, 3권은 네다의 이야기. 그러나 세권 모두에는 이 세 로봇의 이야기가 모두 연결된다. 이런 구성 자체가 흥미로웠다.
누군가의 희생, 그 희생으로 말미암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 이들을 막아서는 방해물들. 이 모든 것들이 흥미진진했고 마치 꿈을 위해 한발짝 용기 있는 걸음을 걷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그들 각자의 꿈(독자들 각자의 꿈)에 용기를 얻어 동참하게끔 만든다.
솔직히 그림에 대해 평가하면 너무 한국적으로 그린 것 같아 세계적 다양함이 조금 베여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조금더 모자란 점을 보완하면 [로봇의 별]이 만화로 나와도 괜찮을 것 같다.
현실 세계의 여러가지 부분이 비슷하게 묘사되어 있는 [로봇의 별]. '은발의 아기토'의 장면들과 비슷한 부분들도 떠오르게 한다. 아직 미야자키작품들 보다 해리포터 보다 더 낫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이 작품 나름대로의 탄탄한 구성과 재밌는 스토리는 나름대로의 매력으로 은은히 빛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