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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믿느냐, 믿지 않느냐.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점점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상상력사전]은 베르나르의 책들을 평소에 읽은 독자라면, 친숙한 내용들이 종종 눈에 뛸 것이다. 내가 베르나르의 책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책들은 개인의 관점으로 바라보되 가능성 있는 객관의 시선을 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가능성 있는 '이야기' 속에는 설득성이 있다. 설득력이 없는 내용이었다면 허무맹랑할 뿐 아니라 시시하게 마무리되버렸을 것이다.
베르나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처럼 설득력을 갖춘 논리로 무장하여 그에 합당한 논거들을 들면서 충분한 구성 체계를 갖춘 '스토리'를 쓰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내가 베르나르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는 항상 '?'을 달고 사는 작가라서이다. '?'에서부터 시작해서 추측을 해보고 모든 정보를 모아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것은 상상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결코 가능하지 못한 일이다. 모든 것은 호기심이 원동력이라면 상상력은 필수 요소이다. 이렇게 갖추어진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향연이 바로 심미안이 아닐까. 철학과 사색, 박스 지식 같은 베일에 포장되어 있는 막간의 정보들은 좀 더 넓은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그동안 생각해보던 의문점과 궁금증을 이 책에서 발견하면, 베르나르의 생각과 비교해보며 스스로 성찰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베르나르는 이 책에서 그저 전설, 인물, 지칭되는 대상, 물건만 거론하지 않는다. 상상할만한 많은 단어들을 추려서 그 단어들이 원래적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재정립하여 의미 있는 내용을 이끌어냈다. 그의 글에서 보이는 판단력은 통찰력 있는 분석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내용들이다.
베르나르의 책을 읽다보면,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단어와 늘 부르던 단어의 이중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게다가 그런 생각을 베르나르의 [상상력사전]처럼 정리해야만 할 것 같은 충동이 인다.
베르나르가 개미라는 책을 경험에 비추어 매우 상세하고 학문적으로도 놀랄만한 과학적 논지들을 다루었듯이 그가 개미에 대해 가지는 애정은 남다르다. 그래서 그의 여러 책에서 대체로 '개미'가 한번 이상은 등장하는 듯하다. 개미를 관찰한 후 낸 결론을 읽다보면 개미가 인간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등 세상에 이로울 바 없는 인간보다는 사회성으로 결집되어 있는 모두가 잘 사는 개미왕국이 멋지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은 지구상에 만일 인간 외의 다른 생물이 전혀 없다면? 에 대한 상상이다. 이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베르나르의 결론이다. 자연과 환경과 동물에 관해 많이 관찰하고 깨달은 사람은 그 주제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베길 수 없다. 그러니까 베르나르는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 외의 타종의 동물들의 존재에 대해 외경심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베르나르의 글에서는 다른 존재와 대상에 대한 동등한 시각과 존중심이 베여 있고 흔히 보통 사람들이 보이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베르나르의 글이 좋다.
[상상력 사전]은 한번 읽고 말 책이 아니라 손에 늘 쥐고 읽었던 것을 되새기고 다시 한번 보며 시각을 다양하게 넓히면서 관찰과 사색, 성찰과 철학의 세계를 사유하며 보다 나은 가치를 향해 폭을 넓힐 수 있는 지식의 장을 만들어준다. 인간이어서 좋은 점은 바로 이런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