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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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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 사건이 일어나리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평화로운 마을 스리 파인스. 그곳에서 두 명의 여자가 죽었다. 한 명은 병에 의해 죽고, 또 한명은 산책길에서 화살에 맞아 죽었다. 화가 제인 닐의 죽음은 그녀와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특히 제인 닐과 더욱 더 가까웠던 클라라는 시름에 빠져버린다.

 제인 닐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가마슈 경감의 수사가 시작되고, 그동안 스리 파인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조용하게 묻혀 있던 과거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가마슈 경감의 멤버 중에 니콜이라는 신참은 독선적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손톱만치도 없는 철부지나 마찬가지다. 그녀의 정곡을 찔렀다 꼭 빗나가는 활약은 힌트가 되긴 하나 스스로 힘을 발휘하진 못한다. 하지만 가마슈는 여기에서 핵심을 발견하고 사건의 지도를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작가 후기에서 이 '니콜'이라는 인물이 바로 작가가 방송 일을 할 때의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점이 흥미로웠다.

 제인 닐의 죽음은 마을 사람 전부를 용의선상에 두고 가능성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제외시켜 가면서 주요 인물들을 축소시켜 나간다. 그녀의 죽음 전에 있었던 사건. 가면을 쓴 세 아이들이 게이커플에게 거름을 던지자 제인 닐의 아이들의 정체를 알고 이름을 조목조목 불러 놀래킨다.

 이 중에 제인 닐의 조카 욜랑드의 아들이 포함되어 있다. 욜랑드는 어릴 때는 제인 닐과 잘 지냈으나 성장하면서 여러 영향을 받은 탓인지 인간미가 없고 박한 물질주의자로 변화되었다. 그녀는 제인 닐의 예술적 세계를 경멸했으며, 그녀의 재산 말고는 아무 것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범인을 찾는 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클라라는 제인 닐의 죽음으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지만 남편 피터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녀는 범인을 찾기 위해 그녀만의 방법으로 가마슈의 수사에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자극적이거나 충동적이지 않으며 겉으로는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에서도 항상 희노애락은 존재하기 며련이라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스릴러나 공포 추리소설보다는 일반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일반적인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피터의 친한 친구이자 클라라의 친구이기도 했던 겉은 순진하고 착해 보이던 이외의 인물이 범인이며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이 범인이라는 사실은 고전 추리소설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줄거리의 하나이기도 하다. 역시 이 소설의 전체적인 요소 또한 전통적인 고전 추리소설의 추억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일반인인 클라라 또한 수사 방향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가마슈가 수사를 하는 데 많은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적극적인 수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요즘 발견되는 수사관들의 성의없고 미흡한 조사들이 갑갑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아마도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적극적인 수사관들이 있기에 더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 같다.

 또 하나, 이 책을 통해 간간이 번역되지 않고 나오는 프랑스어는 언어적 상식을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  제인 닐이 거실 벽면 전체에 그린 그림을 시각화해서 볼 수 있다면 정말 볼거리가 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좀더 자극적이고 진땀이 흐를만큼의 스릴러를 원한다면, 이 책은 크게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흡인력과 가독력은 뛰어났다. 일단 읽고 나면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지 궁금해 계속해서 책을 들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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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원자 -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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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인간을 과학적으로 다루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학을 설명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행동의 패턴을 이해해야 하며 사회 물리학을 다른 자연적 현상과 다름 없이 받아들일 때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은 이성적이지 않으며 오류는 본능이며 석기 시대의 미신적인 마음이 진화화면서 고스란히 유전자에 남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 주장에 대한 근거들을 얼마나 잘 설명하고 있을지 약간의 의문을 품은 채 책의 개요를 살펴보았다.  


 
 "사회 전체의 결과는 특정한 사람들의 욕망이나 의도, 습관이나 태도에서 비롯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옳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우리의 직관이 어딘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8p
 
 - 즉, 한 미치광이의 학살의 결과도 그 개인만의 광기 때문이 아닐 수도 있기에 개인을 분석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사건의 핵심을 짚어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셸링의 연구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언급한다.

 "인간 세계에 대한 통찰을 얻으려면, 구성원 개인의 심리를 살펴봐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고, 더 단순한 접근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원자나 분자처럼 단순한 법칙을 따른다고 생각하고, 그 법칙에서 나오는 결과가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핵심은 겉보기에 복잡한 사회 현상이 실은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사람들은 물리 법칙에 버금가는 법칙들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들이 어떻게 이러한 법칙들에 휘둘리는지 살펴보면 복잡한 사회 속에서 단순한 패턴이 드러난다. 이 책은 이러한 생각에 대한 탐구이고, 인간을 다루는 과학의 심대한 변화에 대한 책이다." -8p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일이 물리학에서 원자들이 모여서 우리가 아는 모든 물질들을 만드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는 연구자의 시선은 내게 어떤 도전 의식을 주었다. 아무래도 인간을 과학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왠지 낯설어 보이고 물질화하는 것 같아 반항 심리를 약간 불러 일으켰는데, 문득 개미들을 보다가 그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는 시각이 어쩌면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일 듯 싶었다. 그동안 인간 중심 사상의 편견이 나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이 나오지 않는 방법을 아무리 파헤치는 것 보단 여러 각도로 살펴보는 것이 좀 더 답에 접근하는 방식에 가까워질 터였다.

 어쨌든 인간을 물리학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좀 더 조심성이 필요하고 예민한 의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의식을 가지기로 생각하고 책을 읽었다. 본문에도 나오다시피, 인간은 오류를 반복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이런 조심스런 비판 정신으로 무장한다고 해도 오류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천동설을 당연한 듯 받아들인 역사를 보면 비판 없는 정신이 한 때에는 진실이 되고 마는 잘못된 현실에 좀더 사리분별을 위한 의심을 품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부, 권력과 정치, 계급 사이의 증오, 인종 분리에 대한 책이다. 또한 변덕, 유행, 소란, 공동체 속에서 일어나는 호의와 신뢰의 갑작스러운 붕괴, 금융 시장의 등락에 대한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종잡을 수 없이 일어나서 인생을 바꿔 놓는 사건들, 그러한 사건들의 원인에 대해 우리가 왜 그렇게 무지한지에 대한 책이다." -36p 


 개개인의 인격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인간 행동의 자연적 패턴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어떤 인간이든 같은 상황 속에서 같은 행동을 한다고 보아야 하는 도그마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 마하트마 간디가 패턴의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원자라면, 그래야 하는 자연적 패턴의 운명에 의해 누군가를 살해할 수도 있고, 테레사 수녀가 누군가를 학대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모든 인간은 같지 않으며 같은 상황 속에 빠진다 해서 정해진 선택을 하는 건 아니라는 예외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예외가 있긴 있지만 흔하지 않은 것이므로 보편화되는 패턴의 법칙이 성립되는 데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본문의 주장이기도 하다.

 '범인은 바로 뇌다'라는 책에서는 인간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를 뇌의 손상에 의한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일반인들의 착각하는 뇌와 착시현상을 진실로 바라보는 눈에 대한 여러 실험 결과들을 비롯해서 테러리스트, 연쇄 살인범, 사이코패스들의 범죄와 뇌손상, 호르몬의 영향등을 연관 시켜보는 시각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므로 범죄자들이 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뇌손상에 의한 것이니 잘못이 없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으나, 죄는 죄이고 다만, 치료가 병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추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인간이 저지르는 오류에 대한 다양한 예들이 언급되어 있다. [사회적 원자]와 [범인은 바로 뇌다]는 의견을 끌어내는 방식이 많이 닮아 있으며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않는 주장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기했다는 면이 참신하면서도 의식전환적 관점을 보여준다. 게다가 내용면에서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여 점점 세상에 흉악하고 잔인한 범죄가 잦아지는 것은 인간의 뇌가 폭력적으로 진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리적 현상에 의해 정해진 패턴으로 움직이는 인간이 결론적으로 다다르는 길에는 결국 그동안의 삶이 '사회적 원자'인 일부일 뿐 전체의 만들어진 지도 위를 힘겹게 걸어온 허무하고 헛된 수고가 아닌가. 그러니까 사회적 원자의 관점은 간혹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생명체들이 그들의 일부가 모여 숭고스러운 자연을 완성시키는 것처럼 인간이 욕심과 이기를 버리고  다른 생명체들처럼 자연과 어울려 조화로운 삶을 산다면, 세상의 모습은 좀 더 나아질 것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낭비하고 있는 인간들을 줄이기 위한 생명 메커니즘의 진화가 혹여 폭력적인 유전자로 변해 다시 인간을 공격하는 게 아닐까.


   
 '나비효과'는 작은 양의 차이가 나중에 큰 차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카오스이론'은 확장된 이론으로써, 겉으로 보기에는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으로 보이면서도 나름대로 질서와 규칙성을 지니고 있는 현상들을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이것은 작은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낳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보이면서도 안정적이지 않고, 안정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안정적인 여러 현상을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자연의 본질은 사실 불규칙적이고 무질서하다고 한다. 만델브로트는 단순함 속의 복잡함을 이미 알고 있었고 프랙탈의 창시자이자 카오스 이론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우선 불규칙성은 구름은 동그랗지 않고, 산은 원뿔모양이 아니며, 해안선은 원형이 아니고, 나무껍질은 부드럽지 않고, 번개는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규칙성은 바로 자체 유사성, 자기 순환라고 했다.

 해안선, 눈꽃 모양, 성에, 서리, 혈관이나 뇌주름 모습이며, 인체 게놈도 세포 안에서 프랙탈 패턴으로 뭉쳐 있다. 자연 현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현상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금융시장의  불규칙한 가격 변동 또한 [사회적 원자] 본문 속에서 나오기도 했듯이 그러하며 인간행동의 예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을 보고 프랙털 패턴을 적용하여 인간을 설명한 것이 [사회적 원자]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래 그림부터 본문 실린 사진 참조]

  



 
 134p에는 사회적 눈사태의 '원자' 물리학에 대한 인간 행동의 예로 파리의 소요 사태가 언급된다. 맨 처음에 소요를 일으키는 사람은 완전히 자기 뜻으로 그렇게 한다. 하지만 그 후 100명의 사람이 더 난동을 부리게 되었을 때 101번째 사람의 판단을 완전히 다르다. 이는 "차에 불을 지르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 소년들의 말이 증명해준다.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면 난동에 뛰어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많은 범죄들이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난동을 시작하지 않지만, 사회학자 그라노베터는 일정한 조건에서는 보통 사람들도 난동에 가담한다고 가정했다. 말하자면 아주 심하게 자극하면 난동에 가담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난동에 가담하는 '문턱값'이 다른데, 어떤 사람은 10명이 난동을 부리고 있으면 난동에 뛰어든다. 또 어떤 사람은 60-70명이 난동을 부리고 있어야 가담한다. 개인의 개성, 처벌 위협 등에 따라 문턱값이 달라지는 데 상황에 따라 난동에 가담하거나 가담하지 않을 수 있고 극소수는 홀로도 난동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득과 비용의 균형이 개인적인 선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문턱이 존재한다는 것은 개인 사이의 영향이 행동을 촉발시키는 힘을 반영하고, 이것 때문에 집단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진다. -134p

 "그라노베터의 사고 방식은 사람들이 주고받는 영향의 결과가 진정으로 복잡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이러한 영향으로 일어나는 사회 변화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기가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연구자들은 최근에 그라노베터의 생각을 더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놀랍게도 우발적인 전환이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사회 속에 숨어 있는 사회 물리학의 놀라운 예인 것이다." -138p
 
 오늘 내가 한 행동의 티끌만한 일부가 다른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사소한 일 갖가지에 신경쓰일 것 같다. 무심코 불씨가 남아 있는 쓰레기를 버리고는 모르고 지나갔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 작은 불씨에서 시작한 불이 모든 것을 사그라들게 만들어 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127p에는 스워스모어 대학의 실험이 나와 있다. 직선이 그어진 카드 두개를 준비하여 두 카드중 같은 길이를 답하는 간단한 문제였는데, 처음에는 바르게 대답하던 사람들이 가짜 지원자들이 틀리게 말을 하자 자신도 틀리게 말하는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저자는 사람은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기와 다르게 말하는 것을 보고 자기 자신의 인지를 의심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순응하려는 경향이 이렇게 강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선량하고 지적인 젊은이들이 상황에 따라서는 흑백도 뒤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문제이다. 우리가 얻은 결과는 현재의 교육 방법이다. 우리 행동의 지침이 되고 있는 가치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28p

 이는 또다른 인식으로 확장시킨다.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사회적 인습과 문화에 따른 선택의 결과가 아니었는지. 지금 나라에서 지키고 있는 법과 질서, 규칙은 다수나, 또는 권력자의 결정에 따른 결과가 아니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만일 다수의 의견이나 권력자의 움직임에 의해 이 모든 규율이 결정된다면, 그들의 가치관에 따라 규율은 변하게 된다. 그들의 가치관이 흑이라고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은 홀로 동떨어지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대로 따라할 것이라는 말이다. 

 학자들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판단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계획과 문제 해결에 관련되는 전두엽에서 많은 활동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공간 지각에 관련된 두정엽중간고랑에서 뇌 활동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는, 지원자가 바르게 알아봐도 의식적으로 궁리한 다음에 집단을 추종하는 게 아니라, 물체의 인지 자체를 다르게 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진정으로 그들이 보는 것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사회적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 129p

 집단에서 벗어나면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은 생물학적 뿌리로 보면,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진화에 근거한다. 

 2002년 10월에 워싱턴 DC 일대에서 무차별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10월 3일에 살인자는 15시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서 풀을 베는 정원사, 기름을 채우던 택시 운전사, 공원 벤치에서 책을 읽던 여자를 죽였다. 범죄 현장에 흰색 밴이 서 있었다는 말이 돌았고, 경찰은 차량 검문을 할 때 흰색 밴이나 트럭을 찾았다. 신문과 텔레비전도 흰색 밴 이야기를 자꾸 보도했고, 금방 모든 사람들이 살인자가 흰색 밴을 탄다고 알게 되었다. 한편 경찰은 다른 단서를 따라가다가, 우연히 범인을 잡게 되었는데, 범인의 차는 흰색이 아니라 파란색 카프리스였다. 이 차는 총격 현장 근처에서 경찰에 여러 번 검문을 당했지만 한 번도 잡히지 않았다.

 또 한 예는, 경영 서적 저술가인 마이클 트레이시와 프레드 위어시는 1995년에 [마켓 리더의 전략]이라는 책을 출판한 뒤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을 집계하는 서점들을 돌며 자신들의 책을 5만부나 사들였다. 신문 서평은 미지근했지만 책은 의도대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자 판매고는 꾸준히 유지되어서 그 자리에 계속 머물렀다.

 이런 예들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어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사회적 본능에 이끌려 맹목적으로 모방하거나,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더 잘 알겠거니 하면서 전략적으로 모방한다. - 132p
 

 인간은 비이성적이며 오류의 본능을 지니고 있다고 했으나, 위대한 사상가와 케플러, 뉴턴 같은 과학자들의 통찰과 방법을 배워야 할 때라고 한 말은 어쩐지 모순이 아닌가 생각된다. 뉴턴 또한 늘 옳은 성과를 낸것만은 아니었고 위대한 사상가들 중에도 그들의 오류를 비판한 사람들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대한 사상가이고 과학자라고 해도 그들은 인간이기에 오류를 저지르는 숙명을 지니고 태어나지 않았나. 인간이 아무리 객관적인 시각으로 개미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인간들을 관찰한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오류를 지닌 인간이니 한계가 있다. 인간보다 더 지능적인 존재라면 인간의 행동들을 분석하여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처음부터 이 책은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도하는 것에서 변화가 오는 것처럼 이런 시도가 많이 헤매긴 하더라도 좀 더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리하여 충격적인 사건을 예방하고 막을 수만 있다면, 사회물리학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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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미술관 1
랄프 이자우 지음, 안상임 옮김 / 비룡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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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임지 기사 참고]
 영국 의학 과학원이 동물에게 인간의 특질을 부여하는 실험이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지 몇일만에 인간과 동물의 생식세포나 유전자가 혼합된‘이종 배아’가 영국에서 150개 이상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영국 의학과학원이 경고한 내용은 인간의 정자와 난자를 동물과 섞어 교배하는 등의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완전히 허무는 실험이다. 의학과학원 측은 이같은 실험이 현재 법적으로 제재 장치가 없으며 규제없이 연구가 발전될 경우 영화 ‘혹성탈출’ 이 현실화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것으로 보고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5일 “지난 2008년 영국에서 인간 수정 배아법이 제정된 이래 인간과 동물간 이종 배아가 총 155개 만들어져 뉴캐슬 대학 등 3곳에 보관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 “현재는 연구 자금이 부족해 실험이 중단된 상태이나 과학자들은 향후 이같은 실험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과학자들이 인간의 줄기세포 등을 동물에 이식하는 것은 인간의 희귀병 치료 목적 때문이다.

 

 8월 17일 개봉예정인 영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에서도 주인공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아버지를 치료하고자 침팬지를 이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짓의 미술관]에는 게놈 지도가 완성되면서 인간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윤리적 경계를 허무는 과학적 허용으로 인해 생긴 문제점을 전면에 드러낸다. 소설의 전반에는 미술관의 작품이 도둑 맞으면서 전개가 이루어지지만 서서히 밝혀지는 사실들은 이전에도 종종 문제점이 제기되었고 금방 수그러들었던 경각심에 불을 지핀다.

 

 [에어리언]이라는 영화에서도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태어난 여러 기형아들의 표본들이 등장했고, [X파일]에서도 종종 이런 줄거리가 등장했다.

 

 [거짓의 미술관]은 이 주제와 동반하여 예술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주류 사상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반박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인문적인 요소까지 곁들어져 있다. 과학과 종교의 경계와 그 중심 사상에 대해 여태까지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오류를 소설적 재미로 재구성하여 생각의 장을 넓혀준다.

 

 소설적 인물 다윈과 알렉스는 이름 자체부터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들의 캐릭터는 실제보다 더 생생함을 준다. 위기 상황에서조차 자신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매무새를 단장하는 알렉스의 모습에서 인간미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비록 과학의 무분별한 허용에 의해 탄생되긴 했지만 알렉스는 엄연히 인간의 한 형태였고 존중 받아야 마땅할 존엄성을 지닌 생명이었다.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그녀는 과학자에 의해 상처를 받는 운명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언제나 맞써 대응하는 모습으로 강한 내면의 힘을 보여준다.

 

 그녀의 배아에서 유전자를 받은 진성 복제 인간들은 각자 상처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많았고 그 중 한 명이 테오였다. 테오의 복수는 유명하고 비싼 미술품을 훔치고 파괴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고 그 이유는 '경솔한 수면자'의 주인공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 때문이다. 묻히는 듯 하면서도 은근히 드러나는 그는 미술관의 경영자이자 과거 불순한 의도를 지닌 실험의 주도자이기도 했다. 잘못된 가치관과 호기심이 불러오는 윤리가 빠진 과학은 과학이 아니라 범죄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연결되는 유명인들의 많은 명언들 또한 소설의 매력을 한껏 빛내준다.

 

 "동시대인에게 공개적으로 이견을 나타내는 것,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큼 어렵고도 강한 지조가 필요한 일은 없다." - 쿠르트 투홀스키(독일의 정치 풍자 작가)

 

 랄프 이자우가 [거짓의 미술관]속에서 나타낸 반박에 대한 논란 거리들은 충분히 제 기능을 발휘한 듯 싶다. 나 또한 시각이 바뀌는 자신을 발견했다. 게다가 한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접근하는 태도 또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색다른 모험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랄프 이자우의 작품에 신뢰감을 지니게 된다. 그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조만간에 그의 작품들을 모두 설렵해보지 않을까.

 

 판타곤.  갖가지 장르가 들어있는 그의 소설을 보며 창작하는 동안의 노고에 놀랄 따름이다.

 

 

                 <경솔한 수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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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력 - 경계로부터의 자유
김익철 지음, 강성남 그림 / 세림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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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맺돼지 '바우'가 농장에 갇혀 살면서 자신의 본능을 깨닫고는 그에 맞는 삶을 살기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하게 되는 짧은 이야기이다. 사육 돼지인 우두머리 '먹통대장'에게 힘적으로나 마음적으로 무시당하며 살다가 어느 날, 크고 검은 큰그림자가 등장하면서 바우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큰그림자의 충고로 자유를 누리기 위해 먼저 역량을 키우기 시작하는 바우는 자신의 유일한 친구 '큰발'에게도 함께 가자고 종용한다. 하지만 큰발은 두려움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때가 되자 바우는 울타리를 넘어 탈출하게 되고 드디어 야생의 자유를 맘껏 누리는데...,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야생이란, 손수 먹을 것을 구해 먹어야 하고 온갖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야생은 배움을 주는 곳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바우는 농장 돼지들 중 우두머리였던 '먹통대장'까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트럭에 실려가는 것을 보게 된다. 반갑게도 그 중 큰발은 드디어 탈출하여 바우와 상봉하게 되고.  

 

 이 책은 동물들의 우화를 통해 우리 인간에게도 인생에 얼마나 적극적인지에 대해 묻고 있다.  

 

 "세상은 길을 만드는 자들의 것이다. 네가 포기하고 쓰러지더라도 너의 가슴속에는 항상 붉고 뜨거운 야생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거라." -39p 

  열정만 있다면, 몽상가밖에 되지 못할 것이고 역량만 있다면, 딱 그만큼밖에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야생은 무자비하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기도 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배움의 유무가 갈리며 앞으로의 생도 달라지는 것이다. 야생이 바로 인간 사회에서는 삶이다.  관계이자 일터이고 살아가는 터전이자 의식주가 있는 곳. 그 곳에서 우리는 얼마나 축약된 틀 안에서 안정스런 삶을 위해 정해진 것만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하지만 자유를 찾아 야생과 부딪혔다 하더라도 많은 시련과 맞닥드리면서 회의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길은 정해진다.  
  

  두께도 얇아 몇분이면 이 책을 읽기에 부담이 없다. 자기계발서 답게 셀프 코칭까지 이루어져 있다. 근데 '큰발'은 왠지 예전에 모 드라마에서 나왔던 캐릭터였던 왕초의 '맨발'을 떠오르게 하고 캐릭터 명칭들이 왠지 조폭의 세컨드 네임처럼 들리는 건 나만 그런가.  

 저자 또한 포스가 남다른 느낌이.. ^^;  

 

  조금 아쉬운 듯한 본문의 완성도와 마지막 장의 코칭 페이지들의 내용이 좀 더 충실했다면, 더 완성도가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무튼 이런 책들은 한번쯤 내용을 되새기며 나를 되새기고 평가하고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해보는 데 도움이 된다. 언젠가는 실전에서 드문드문 책들의 내용들이 상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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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문학 오디세이 - 유럽문학을 읽다!! 고전에서 현대작품까지
김정자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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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설편이 뛰어난 책이다. 아쉬운 면은 편집과 구성을 너무 고루하게 엮어냈다는 것이다.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고급스러운 양장으로 되어 풍족감을 더해주고 그저 책만으로도 만족감을 주기도 하지만 내용면에서도 후회가 없는 책이었다. 그런 식으로 조금 더 정성스레 만들어졌다면 [유럽문학 오디세이] 또한 더 많이 읽히지 않을까.
 

 종이 재질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누렇게 되는 재질이라 오래 보관해두고 읽을 책으로써의 매력이 부족하다. 참조목록을 하나의 소설에 대한 해설이 끝나고 바로 수록되어 있다는 점은 편하다. 그러나 자칫 이런 식의 구성은 마치 교과서나 참고서를 읽는 것처럼 지루해지지 않을까. 눈요기가 있는 사진이나 그림을 함께 곁들였다면 훨씬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흥미를 돋구었을 듯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은 '현자 나탄'이야기였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반지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나탄은 본문에서 현재의 많은 종교 분쟁을 빗대어 반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직 이 책 자체를 읽어보진 못했는데, 꼭 읽어보고픈 책이다. 읽어본 책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읽게 될 책들이 더 늘어날 듯 싶다. 

 

 김옥동의 [소설의 제국]을 예전에 재밌게 읽은 바 있는데, [유럽문학 오디세이]와 함께 읽으면 문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신화는 유럽문학의 근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라 이 책에선 제일 먼저 서두를 장식하기도 한다. 북유럽 신화는 알지 못했던 게 많아 새로웠고 그럼에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작품 뿐만 아니라 작가에 대해서도 충실한 지식이 많이 언급되어 흥미로운 점이 많았고 작품별 특성에 따라 정리되어져 있는 점이 깔끔하게 보기 좋았다.

 

 사회적 배경, 개인적 배경과 긴밀히 연결된 해석과 줄거리, 보편적 의미와 개인적, 객관적 시각이 고루 갖추어져 잘 쓰여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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