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원자 -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인간을 과학적으로 다루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학을 설명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행동의 패턴을 이해해야 하며 사회 물리학을 다른 자연적 현상과 다름 없이 받아들일 때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은 이성적이지 않으며 오류는 본능이며 석기 시대의 미신적인 마음이 진화화면서 고스란히 유전자에 남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 주장에 대한 근거들을 얼마나 잘 설명하고 있을지 약간의 의문을 품은 채 책의 개요를 살펴보았다.  


 
 "사회 전체의 결과는 특정한 사람들의 욕망이나 의도, 습관이나 태도에서 비롯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옳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우리의 직관이 어딘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8p
 
 - 즉, 한 미치광이의 학살의 결과도 그 개인만의 광기 때문이 아닐 수도 있기에 개인을 분석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사건의 핵심을 짚어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셸링의 연구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언급한다.

 "인간 세계에 대한 통찰을 얻으려면, 구성원 개인의 심리를 살펴봐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고, 더 단순한 접근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원자나 분자처럼 단순한 법칙을 따른다고 생각하고, 그 법칙에서 나오는 결과가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핵심은 겉보기에 복잡한 사회 현상이 실은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사람들은 물리 법칙에 버금가는 법칙들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들이 어떻게 이러한 법칙들에 휘둘리는지 살펴보면 복잡한 사회 속에서 단순한 패턴이 드러난다. 이 책은 이러한 생각에 대한 탐구이고, 인간을 다루는 과학의 심대한 변화에 대한 책이다." -8p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일이 물리학에서 원자들이 모여서 우리가 아는 모든 물질들을 만드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는 연구자의 시선은 내게 어떤 도전 의식을 주었다. 아무래도 인간을 과학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왠지 낯설어 보이고 물질화하는 것 같아 반항 심리를 약간 불러 일으켰는데, 문득 개미들을 보다가 그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는 시각이 어쩌면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일 듯 싶었다. 그동안 인간 중심 사상의 편견이 나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이 나오지 않는 방법을 아무리 파헤치는 것 보단 여러 각도로 살펴보는 것이 좀 더 답에 접근하는 방식에 가까워질 터였다.

 어쨌든 인간을 물리학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좀 더 조심성이 필요하고 예민한 의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의식을 가지기로 생각하고 책을 읽었다. 본문에도 나오다시피, 인간은 오류를 반복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이런 조심스런 비판 정신으로 무장한다고 해도 오류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천동설을 당연한 듯 받아들인 역사를 보면 비판 없는 정신이 한 때에는 진실이 되고 마는 잘못된 현실에 좀더 사리분별을 위한 의심을 품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부, 권력과 정치, 계급 사이의 증오, 인종 분리에 대한 책이다. 또한 변덕, 유행, 소란, 공동체 속에서 일어나는 호의와 신뢰의 갑작스러운 붕괴, 금융 시장의 등락에 대한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종잡을 수 없이 일어나서 인생을 바꿔 놓는 사건들, 그러한 사건들의 원인에 대해 우리가 왜 그렇게 무지한지에 대한 책이다." -36p 


 개개인의 인격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인간 행동의 자연적 패턴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어떤 인간이든 같은 상황 속에서 같은 행동을 한다고 보아야 하는 도그마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 마하트마 간디가 패턴의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원자라면, 그래야 하는 자연적 패턴의 운명에 의해 누군가를 살해할 수도 있고, 테레사 수녀가 누군가를 학대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모든 인간은 같지 않으며 같은 상황 속에 빠진다 해서 정해진 선택을 하는 건 아니라는 예외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예외가 있긴 있지만 흔하지 않은 것이므로 보편화되는 패턴의 법칙이 성립되는 데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본문의 주장이기도 하다.

 '범인은 바로 뇌다'라는 책에서는 인간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를 뇌의 손상에 의한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일반인들의 착각하는 뇌와 착시현상을 진실로 바라보는 눈에 대한 여러 실험 결과들을 비롯해서 테러리스트, 연쇄 살인범, 사이코패스들의 범죄와 뇌손상, 호르몬의 영향등을 연관 시켜보는 시각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므로 범죄자들이 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뇌손상에 의한 것이니 잘못이 없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으나, 죄는 죄이고 다만, 치료가 병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추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인간이 저지르는 오류에 대한 다양한 예들이 언급되어 있다. [사회적 원자]와 [범인은 바로 뇌다]는 의견을 끌어내는 방식이 많이 닮아 있으며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않는 주장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기했다는 면이 참신하면서도 의식전환적 관점을 보여준다. 게다가 내용면에서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여 점점 세상에 흉악하고 잔인한 범죄가 잦아지는 것은 인간의 뇌가 폭력적으로 진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리적 현상에 의해 정해진 패턴으로 움직이는 인간이 결론적으로 다다르는 길에는 결국 그동안의 삶이 '사회적 원자'인 일부일 뿐 전체의 만들어진 지도 위를 힘겹게 걸어온 허무하고 헛된 수고가 아닌가. 그러니까 사회적 원자의 관점은 간혹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생명체들이 그들의 일부가 모여 숭고스러운 자연을 완성시키는 것처럼 인간이 욕심과 이기를 버리고  다른 생명체들처럼 자연과 어울려 조화로운 삶을 산다면, 세상의 모습은 좀 더 나아질 것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낭비하고 있는 인간들을 줄이기 위한 생명 메커니즘의 진화가 혹여 폭력적인 유전자로 변해 다시 인간을 공격하는 게 아닐까.


   
 '나비효과'는 작은 양의 차이가 나중에 큰 차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카오스이론'은 확장된 이론으로써, 겉으로 보기에는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으로 보이면서도 나름대로 질서와 규칙성을 지니고 있는 현상들을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이것은 작은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낳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보이면서도 안정적이지 않고, 안정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안정적인 여러 현상을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자연의 본질은 사실 불규칙적이고 무질서하다고 한다. 만델브로트는 단순함 속의 복잡함을 이미 알고 있었고 프랙탈의 창시자이자 카오스 이론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우선 불규칙성은 구름은 동그랗지 않고, 산은 원뿔모양이 아니며, 해안선은 원형이 아니고, 나무껍질은 부드럽지 않고, 번개는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규칙성은 바로 자체 유사성, 자기 순환라고 했다.

 해안선, 눈꽃 모양, 성에, 서리, 혈관이나 뇌주름 모습이며, 인체 게놈도 세포 안에서 프랙탈 패턴으로 뭉쳐 있다. 자연 현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현상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금융시장의  불규칙한 가격 변동 또한 [사회적 원자] 본문 속에서 나오기도 했듯이 그러하며 인간행동의 예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을 보고 프랙털 패턴을 적용하여 인간을 설명한 것이 [사회적 원자]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래 그림부터 본문 실린 사진 참조]

  



 
 134p에는 사회적 눈사태의 '원자' 물리학에 대한 인간 행동의 예로 파리의 소요 사태가 언급된다. 맨 처음에 소요를 일으키는 사람은 완전히 자기 뜻으로 그렇게 한다. 하지만 그 후 100명의 사람이 더 난동을 부리게 되었을 때 101번째 사람의 판단을 완전히 다르다. 이는 "차에 불을 지르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 소년들의 말이 증명해준다.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면 난동에 뛰어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많은 범죄들이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난동을 시작하지 않지만, 사회학자 그라노베터는 일정한 조건에서는 보통 사람들도 난동에 가담한다고 가정했다. 말하자면 아주 심하게 자극하면 난동에 가담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난동에 가담하는 '문턱값'이 다른데, 어떤 사람은 10명이 난동을 부리고 있으면 난동에 뛰어든다. 또 어떤 사람은 60-70명이 난동을 부리고 있어야 가담한다. 개인의 개성, 처벌 위협 등에 따라 문턱값이 달라지는 데 상황에 따라 난동에 가담하거나 가담하지 않을 수 있고 극소수는 홀로도 난동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득과 비용의 균형이 개인적인 선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문턱이 존재한다는 것은 개인 사이의 영향이 행동을 촉발시키는 힘을 반영하고, 이것 때문에 집단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진다. -134p

 "그라노베터의 사고 방식은 사람들이 주고받는 영향의 결과가 진정으로 복잡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이러한 영향으로 일어나는 사회 변화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기가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연구자들은 최근에 그라노베터의 생각을 더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놀랍게도 우발적인 전환이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사회 속에 숨어 있는 사회 물리학의 놀라운 예인 것이다." -138p
 
 오늘 내가 한 행동의 티끌만한 일부가 다른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사소한 일 갖가지에 신경쓰일 것 같다. 무심코 불씨가 남아 있는 쓰레기를 버리고는 모르고 지나갔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 작은 불씨에서 시작한 불이 모든 것을 사그라들게 만들어 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127p에는 스워스모어 대학의 실험이 나와 있다. 직선이 그어진 카드 두개를 준비하여 두 카드중 같은 길이를 답하는 간단한 문제였는데, 처음에는 바르게 대답하던 사람들이 가짜 지원자들이 틀리게 말을 하자 자신도 틀리게 말하는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저자는 사람은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기와 다르게 말하는 것을 보고 자기 자신의 인지를 의심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순응하려는 경향이 이렇게 강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선량하고 지적인 젊은이들이 상황에 따라서는 흑백도 뒤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문제이다. 우리가 얻은 결과는 현재의 교육 방법이다. 우리 행동의 지침이 되고 있는 가치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28p

 이는 또다른 인식으로 확장시킨다.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사회적 인습과 문화에 따른 선택의 결과가 아니었는지. 지금 나라에서 지키고 있는 법과 질서, 규칙은 다수나, 또는 권력자의 결정에 따른 결과가 아니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만일 다수의 의견이나 권력자의 움직임에 의해 이 모든 규율이 결정된다면, 그들의 가치관에 따라 규율은 변하게 된다. 그들의 가치관이 흑이라고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은 홀로 동떨어지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대로 따라할 것이라는 말이다. 

 학자들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판단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계획과 문제 해결에 관련되는 전두엽에서 많은 활동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공간 지각에 관련된 두정엽중간고랑에서 뇌 활동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는, 지원자가 바르게 알아봐도 의식적으로 궁리한 다음에 집단을 추종하는 게 아니라, 물체의 인지 자체를 다르게 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진정으로 그들이 보는 것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사회적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 129p

 집단에서 벗어나면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은 생물학적 뿌리로 보면,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진화에 근거한다. 

 2002년 10월에 워싱턴 DC 일대에서 무차별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10월 3일에 살인자는 15시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서 풀을 베는 정원사, 기름을 채우던 택시 운전사, 공원 벤치에서 책을 읽던 여자를 죽였다. 범죄 현장에 흰색 밴이 서 있었다는 말이 돌았고, 경찰은 차량 검문을 할 때 흰색 밴이나 트럭을 찾았다. 신문과 텔레비전도 흰색 밴 이야기를 자꾸 보도했고, 금방 모든 사람들이 살인자가 흰색 밴을 탄다고 알게 되었다. 한편 경찰은 다른 단서를 따라가다가, 우연히 범인을 잡게 되었는데, 범인의 차는 흰색이 아니라 파란색 카프리스였다. 이 차는 총격 현장 근처에서 경찰에 여러 번 검문을 당했지만 한 번도 잡히지 않았다.

 또 한 예는, 경영 서적 저술가인 마이클 트레이시와 프레드 위어시는 1995년에 [마켓 리더의 전략]이라는 책을 출판한 뒤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을 집계하는 서점들을 돌며 자신들의 책을 5만부나 사들였다. 신문 서평은 미지근했지만 책은 의도대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자 판매고는 꾸준히 유지되어서 그 자리에 계속 머물렀다.

 이런 예들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어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사회적 본능에 이끌려 맹목적으로 모방하거나,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더 잘 알겠거니 하면서 전략적으로 모방한다. - 132p
 

 인간은 비이성적이며 오류의 본능을 지니고 있다고 했으나, 위대한 사상가와 케플러, 뉴턴 같은 과학자들의 통찰과 방법을 배워야 할 때라고 한 말은 어쩐지 모순이 아닌가 생각된다. 뉴턴 또한 늘 옳은 성과를 낸것만은 아니었고 위대한 사상가들 중에도 그들의 오류를 비판한 사람들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대한 사상가이고 과학자라고 해도 그들은 인간이기에 오류를 저지르는 숙명을 지니고 태어나지 않았나. 인간이 아무리 객관적인 시각으로 개미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인간들을 관찰한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오류를 지닌 인간이니 한계가 있다. 인간보다 더 지능적인 존재라면 인간의 행동들을 분석하여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처음부터 이 책은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도하는 것에서 변화가 오는 것처럼 이런 시도가 많이 헤매긴 하더라도 좀 더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리하여 충격적인 사건을 예방하고 막을 수만 있다면, 사회물리학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