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그손은 기대하고 있지 않은 질서가 나오면 무질서하다고 말하고 그 유감스러운 마음을 객관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폐해(弊害)이지만 들뢰즈가 말하는  무아론(’나‘에 집착하는 존재론을 깨는 것“)과 함께ㅡ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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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여러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승의 의지가 배우는 사람의 의지와 관계 맺고, 배우는 사람의 지능이 책의 지능과 관계 맺는 것이 진정한 지적 해방의 출발점이라는 랑시에르가 말한 스승, 레비나스의 우파니샤드적 스승, 들뢰즈가 말한 사유의 강제성(사유하도록 이끌리는 것), 그리고 그것을 완성시키는 '나와 함께 하자'고 말하는 유일한 교사인 스승..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하시오‘라고 말하는 사람으로부터는 무엇도 배울 수 없으며 우리에게 유일한 교사는 ’나와 함께 하시오‘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했지요. ’피아노 레슨‘이란 소설을 생각하게 됩니다. 리스트의 계보를 잇는 러시아 피아니스트인 엘리오노라 시반에게서 음악과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호주 출신의 피아니스트 애나 골즈워디가 쓴 이 책에서 애나는 혼수(昏睡) 상태의 시반 선생님이 평소 연주하곤 했던 쇼팽의 녹턴 op 27 - 2를 연주하며 자신의 연주가 기도라고 생각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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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못 만나는 건 고아나 다름없지요. 스승이 완성한 데서 출발점을 삼을 수 있으니 스승이야말로 행운 중 행운입니다.”란 말씀으로 스승의 가치를 설명해주신 페친 K님. (레비나스의 제자를 자칭한 우치다 타츠루에 따르면) 레비나스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는 제자가 스승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는 것에는 책을 매개로 한 만남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직접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스승 곁에 앉는다는 의미를 가진 우파니샤드적 만남을 연상하게 하는 레비나스적 스승 - 제자 관계가 생각하게 하는 것은 스승 - 제자 관계에서는 고아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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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8-1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우샤니파드 ㅡ 시집 생각이 덜컥 나는군요!^^

벤투의스케치북 2016-08-14 11:51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김혜순 님의 시집인가요?

[그장소] 2016-08-14 11:52   좋아요 0 | URL
음, 아마도!^^

벤투의스케치북 2016-08-14 11:56   좋아요 1 | URL
네... 그 분이 쓴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좋은 시론, 문장론이지요... 이번 기회에 그 분의 다른 시집들을 읽어야겠습니다. 정독이요...

[그장소] 2016-08-14 11:58   좋아요 0 | URL
아..늘 정독이시잖아요!^^

벤투의스케치북 2016-08-14 12:01   좋아요 1 | URL
네... 그렇긴한데 워낙 집중해서 읽어야 할 시를 쓰시기에 그렇습니다..

[그장소] 2016-08-1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 그렇지만 잘 해내실 거라 믿어요!^^

벤투의스케치북 2016-08-14 13:18   좋아요 1 | URL
네.. 격려, 용기 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한강 작가의 ‘흰’을 읽었다. 형용사인 한 음절의 단어를 제목으로 설정한 것이 새롭게 느껴졌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 김인희 님의 페북 글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흰’은 엔트로피의 최소점을 의미한다.(정확하게 말하면 김인희 님이 엔트로피의 최소점을 염두에 두고 ‘흰’이란 말을 사용한 것이라 해야 옳다.) 김인희 님에 따르면 ‘흰’이란 말은 기형도 시인의 ‘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란 시의 마지막 행의 마지막 시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날, 나의 플래시 속으로 갑자기, 흰”이 그것이다. 엔트로피의 최소점이란 말을 접하고 나는 가능한 최선의 세계를 떠올린다. 이바르 에클랑의 동명의 책이 나온데 힘입어서이다.


가능한 최선의 세계는 라이프니츠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가능한 최선의 세계‘는 가능한 최선의 세계란 개념을 수학으로 풀어낸 책이다.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에서 들뢰즈는 라이프니츠의 낙관론을 이상한 것으로 본다. 그래도 신과 대화하는 학문인 수학으로 가능한 최선의 세계를 풀어낸 책이니 기대를... 그래야 하리라. “...글을 쓴다는 것/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기대 없이,/ 하도록 돼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란 서동욱 시인의 ’스피노자‘란 시의 핵심부를 실천하듯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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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지식탐험 링크 - 흩어진 지식을 모아 사고의 폭을 넓히다
<EBS 융합형 지식탐험 링크> 제작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EBS 지식 탐험 링크는 지식을 활용해 통찰 넘치는 혜안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이 기획을 따르면 당연히 많은 지식을 얻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지식을 잘 활용하는 것이 장려된다. 음식, , 영웅, 속도, 기억 등 13 가지 주제어들을 택한 뒤 각각의 개념들을 다섯 가지 시각으로 연결(링크)하고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내는 방식을 시연해 보이는 ‘‘EBS 지식 탐험 링크Intro(흥미로운 이야기거리), Link(지식의 확장), Map(지식의 도식화), Outro(새로운 결론), Must question(여러 질문들에 대한 독자의 생각 정리) 등의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이 방식은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내는 방식을 보여줄 뿐 아니라 책을 집필하는 데 유용한 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파트인 편을 보자. 무한대의 책이 보관되어 있는 상상의 바벨도서관이 작은 제목으로 정해졌고, 천국을 도서관과 같은 곳이라 상상한 보르헤스의 말이 인용되었고, 분서, 책이 타고 사람도 탄다는 작은 제목 아래에 책을 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태울 것이다.란 하이네의 말이 인용되었다.


Link 1에서는 금서(禁書), Link 2에서는 왕들의 금서, 조선왕조실록, Link 3에서는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Link 4에서는 삶의 진실을 파고드는 문학의 힘, Link 5에서는 사람이 책이 되는 휴먼 라이브러리가 소개되었다. 이어 Map으로 다섯 가지의 링크를 그림으로 간결하게 정리했다. Outro에서는 진화를 뜻하는 evolution이 책을 펼치는 일을 가리켰다는 사실을 제시한 바탕 위에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진화할 수도 퇴화할 수도 있다는 말을 더한다.


Must question에서는 우리는 왜 도서관에 갈까요?, 좋은 책, 나쁜 책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금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은 어떻게 지식의 혁명과 사상의 전파를 이끌었을까요?, 종이책은 정말 사라질까요?등의 질문이 제시되었다. 첫 번째 질문(우리는 왜 도서관에 갈까요?)에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도서관은 인류가 쌓은 지식이 망라된 곳이라는 답을 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발간된 모든 책이 보관될 수는 없다.


두 번째 질문(좋은 책, 나쁜 책의 기준은 무엇일까요?)에는 이런 답을 할 수 있다. 기존의 지식을 새로 쓰게 하는, 그리하여 더 참된 지식을 받아들이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참된 인식은 자기부정의 연속(인간의 얼굴209 페이지)이라는 말을 참고할 만하다. 세 번째 질문(금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은 다소 생각이 필요하다. 금서라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식을 확장하고 인식을 새롭게 하고, 틀에 박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상식을 깨트리는 책이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네 번째 질문(책은 어떻게 지식의 혁명과 사상의 전파를 이끌었을까요?)은 인쇄술과 관련된 지식을 필요로 한다. 충분히 답하려면 상당한 분량의 논술이 필요하다. 짧게 인쇄술 발달로 책의 대량 발간 및 유통이 가능해졌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다섯 번째 질문(종이책은 정말 사라질까요?)에 대해서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종이책의 질감을 느끼려는 사람들의 존재, 휴대하기 좋은 편리성에 대한 선호, 책을 쌓아 두었을 때의 시각적 효과 등을 무시할 수 없다. 밑줄을 치고 메모하고 접을 수도 있는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책이 선보이는 구성 방식을 따라 각각 주제를 하나씩 선정해 Intro, Link, Map, Outro, Must Question 등을 설정해 보자. 어떤 주제를 선택하면 좋을까? 사랑이라면 어떨까? 사랑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처음에 배치하고 Link1. 사랑의 소중함, 2, 세기적 사랑들, 3, 철학자들의 사랑론, 4, 정신분석에서 보는 사랑, 5, 사랑의 의의 등을 설정한 뒤 Map을 거쳐 Outro에서 퇴색한 사랑의 현실을 고발한다.


Must Question에서 1, 사랑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2, 사랑은 왜 설레는가? 3, 사랑은 왜 아픈가? 4, 동성애는 왜 문제시되는가? 5, 인공지능(AI) 시대에 사랑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등을 설정한다. 사이토 다카시식으로 말하면 Must Question은 발문(跋文: 독해를 요구하는 구체적 질문)에 해당한다. 다카시는 글 잘 쓰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에서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전체를 구성하고 틀을 짜는 대신 무조건 글을 쓴다는 말을 했다.


구성을 먼저 짜고 글을 쓰는 것은 중요하다. 아울러 덧붙일 것은 전체적 구성을 미리 생각하며 글을 쓴다고 해서 모든 참고 자료를 미리 읽고서 글을 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때 그때 필요한 부분을 찾아 참고하면 될 것이란 말이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필요한 책도 달라질 것이다. 대세는 융합(融合)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공부 자체보다 지식들을 연계해 하나의 틀을 짜는 것이 더 중요하다. EBS 지식 탐험 링크는 틈나는 대로 정독할 책이다. 독해를 요구하는 구체적 질문들을 생각해두는 독서생활을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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