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문학 여행 -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다 아트인문학 여행
김태진.백승휴 지음 / 오아시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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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76678620


  작년 겨울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비록 단체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짧은 기간에 유명한 장소들을 다니며 유럽의 역사와 예술품들을 살피는 여정이 몹시 즐거웠습니다그 이후 내가 밟았던 곳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귀가 솔깃해 지고관련된 책을 읽으면 절로 흥미가 생겼습니다.

 

  이 책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누빈 천재 화가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아름답게 보존된 유럽의 거리와 건물들을 보면서 그 자체로도 훌륭한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에서 미술의 역사를 더듬어 본 저자의 여정은 설렘으로 가득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이후의 생소하기도 한 여러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 경향을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자못 흥미롭습니다게다가 멋진 사진작가의 사진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주도했던 메디치가의 생성과 몰락교황청과 정치 지도자간의 묘한 상생과 대립 관계그리고 화가들 간의 내연의 알력 다툼까지 생생하게 그려 줍니다박물관에서 본 미술작품들이 떠올리기도 하고여행 가이드에게 들었던 설명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기도 했습니다.

 

  평생을 사는 동안 유럽은 꼭 한 번 가 봐야 할 곳이 아닌가 합니다오랜 세월 동안 옛것을 보존해 온 이탈리아 사람들의 노력을 본받아야겠습니다전쟁 통에 사라지거나 다른 나라로 건너간 우리의 소중한 유산들도 돌려받았으면 좋겠습니다최선의 것(아레테)을 추구했던 당시 르네상스 사람들처럼 우리도 예술을 사랑하고아름다운 것들을 보존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 피렌체는 그야말로 아는 만큼 보고 가는 도시다. 한 집 건너 유적이라 할 만큼 의미 있는 건물이 많다. (28쪽)

- 창조는 타협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일이니 익숙한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브루넬레스키와 그의 일당들은 창조성의 가장 첫 단계가 다름 아닌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기 생각대로 해보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만나야 한다. 주위의 몰이해와 선입견도 장벽이 된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선구자들을 보면 세상의 모든 핑계가 갑자기 초라해진다. 이들의 강력한 무기는 수학적 사고력이다. 이를 통해 원근법이 창조되었고 전혀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선보이면서 철옹성과 같던 국제 고딕의 시대를 허물어버렸다. (65-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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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 -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아우름 4
주철환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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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73145468


  요즘 좋은 연수 받느라 기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지난번에는 혜문 스님의 우리 문화재에 대해 좋은 강의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주철환PD님의 인생 사는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어릴 때 모여라 꿈동산이라는 프로그램의 노래를 많이도 부른 기억이 나는데 이 노래와 퀴즈 아카데미 등 몇 개의 히트곡을 지으신 분이셨습니다한동안 나를 TV에 붙들어 두었던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비롯한 수많은 프로그램을 만든 분을 실제로 뵙게 되다니 정말 흥분되었습니다.


  강의가 시작되고 한참 동안 노래를 부르셨습니다악보도 잘 못 그리신다는 분이 노래를 어떻게 그렇게 잘 만드시는지 궁금했습니다잔잔한 노래들을 들으며 강의에 폭 빠졌습니다이분은 싸우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누가 자신에게 따지기라도 하면 니 말이 맞다하고 넘어간답니다만약 그건 아니라고 변명을 한다면 싸움이 날지도 모릅니다.누군가는 비겁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세상을 사는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그리곤 그분은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했다고 합니다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 있어서 말이죠그래서인지 너무 젊어 보였습니다나이 60이 되셨다는데 40대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새로운 생각을 늘 하는 분이라 그런가봅니다.


  이분이 말씀하시는 것들마다 공감이 가서 마지막에 책을 쓰셨다는 걸 듣고 바로 옆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검색을 해 세 권의 책을 빌려 왔습니다그 중 하나가 이 책입니다가장 최근에 나오기도 한 이 책에는 강의 시간 내내 즐겁게 들었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부드럽고 친절한 언어로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 받은 분이나앞으로 더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얇고내용도 쉬워서 금세 읽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책에 담긴 철학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내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될 좋은 내용입니다.


  이분이 원래 국어교사 출신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가장 인상적인 말이 <노예 12년>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학생들을 생각했다는 것입니다아이들이 학교를 노예 생활 하는 곳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하려면 교사들이 정말 분발해야겠습니다더 이상 지루한 수업을 하지 말고즐겁고 신 나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아이들에게 차가운 교사가 아닌 따스하고 다정한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 여러분, 차갑다는 말 듣지 마세요. 죽었다는 뜻이에요. 딱딱하다는 말 듣지 마세요. 죽음에 가깝다는 말입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좋습니다. (36쪽)

- 세상을 사는 데는 어느 정도 넉살이 필요합니다. 직장은 동물원입니다. 호랑이, 사자, 양 등 다양한 사람이 존재합니다. 좋은 사람은 만날 수도 있지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어렵게 만든 인연이 더욱 오래갈 수도 있습니다. 당신께 미션을 드리겠습니다. 그 상사를 당신 편으로 만들어 보세요. 인간이기 때문에 언젠가 감동을 느낄 날이 옵니다. (99쪽)

- 세상 사람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마세요. 다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외로워서 엉뚱한 곳에 분풀이를 하는 것입니다. 그가 분풀이하는 데 내가 헌신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마음이 편해집니다. 당하는 것이 그리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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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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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69873373

 

  영화 <마틸다>에서 책을 좋아하던 마틸다가 즐겨 읽던 <<모비딕>>을 오래 전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해 왔지만 선뜻 시도해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 두께에 질려서 그랬나봅니다. 인문학 모임 이번 달 지정도서로 정하고 한 달 내내 붙들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지만 두께 때문에 들고 다니기가 어려워 집에서 짬 날 때마다 읽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엄청난 매력을 가진 책이었습니다.

 

  방대한 책을 읽었던 허먼 멜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책은 세계적 3대 비극에 들 정도로 명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멜빌 살아생전에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고 하니 거장의 가치를 알아주는 건 당대에선 쉽지 않은 일인가봅니다. 100주년 만에 가치를 재평가 받아 세상에 다시 알려진 이 소설은 미국의 대표적 소설로도 거론될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책의 화자인 이슈마엘은 자신의 본명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떠돌이처럼 포경선을 타게 됩니다. 원래 상선만 탔던 그가 고래잡이 배를 탈 결심을 한 이유는 나오지 않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위한 것인지, 돈을 벌기 위함인지 포경선을 탈 결심을 하고, 작살잡이 퀴퀘그를 만나고, 에이헤브 선장이 이끄는 피쿼드호에 탑승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출항 전 준비 과정부터 배 위에서의 생활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다 설명하면서 신뢰도를 높여 갑니다. 중반이 지난 이후부터 고래를 잡기 시작하는데 여유롭던 배 위의 삶이 갑자기 박진감 넘치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고래를 잡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고 어렵습니다. 세 명의 항해사를 태운 피쿼드 호는 고래를 잡을 때마다 해체 작업도 함께 진행합니다. 비싸게 팔리던 고래기름을 얻기 위해 가죽을 벗겨 내고 지방층을 끓여 기름을 얻어내어 밀봉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래의 머리에서 얻어지는 고급 기름 경뇌유를 얻어내고, 청소 작업이 끝나 새 옷으로 갈아입어도, 또다시 고래가 물 뿜어내는 것을 보는 순간 모든 일은 처음부터 다시 진행되는 고단한 포경선에서의 생활이었지만 큰 불만 없이 즐겁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에 탄 이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있었으니 대형 흰고래 모비딕에 대한 에이헤브 선장의 집착입니다. 한 배 가득 고래 기름을 얻고 돌아갈 일만 남은 이들에게 모비딕을 찾아내 추적하는 일은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장을 물에 빠뜨리지 않는 한 피해갈 수 없는 일임을 알았기에 이들은 추적에 힘쓸 수밖에 없습니다.

 

  끝을 예상하고 있었으면서도 궁금해 폭풍독서를 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책 표지와 내지도 마음에 쏙 들어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주석이 마구 달린 해박한 허먼 멜빌의 자취가 느껴지는 이 책을 다른 분들도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세상에 대한 풍자, 백인 사회의 문제점들을 들추는 문장들이 당대에 환영받지 못한 이유일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라도 빛을 보게 된 게 다행스럽습니다. 마틸다가 즐겨 읽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 고귀하지만 왠지 모르게 우울한 배! 고귀한 것들은 모두 그런 기미를 띠고 있는 법이다. (110쪽)



- `피쿼드`호의 일등항해사는 스타벅이었다. 낸터컷 토박이에 대대로 퀘이커교도 집안이었다. 큰 키에 성실한 사람이었고, 얼어붙을 듯이 추운 지방의 해안에서 태어났지만, 근육이 두 번이나 구운 비스킷처럼 단단해서 열대지방에서도 견딜 수 있는 체력으로 보였다. … 깨끗하고 팽팽한 피부는 놀랄 만큼 건강한 상태였다. 그 피부에 빈틈없이 감싸인 몸은 내면의 건강과 힘으로 방부 처리되어, 마치 이집트의 미라가 되살아난 것 같았다. (159쪽)



- 당신이 한쪽에 로크의 머리를 들면 그쪽으로 기울어지지만, 반대쪽에 칸트의 머리를 들면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게 평형을 유지해도 당신은 심한 곤경에 빠지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배의 균형을 잡는다. 오, 어리석은 자여! 그 머리들을 모두 바다에 집어던져라. 그러면 똑바로 가볍게 물 위에 뜰 수 있을 것이다. (4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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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days 세븐데이즈 해독 수프 다이어트
왕혜문 지음 / 비타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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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69255732



  주변에 다이어트를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긴 하지만 작정하고 다이어트를 해 본 적은 없어 그동안 다이어트 책을 읽은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에 비타북스에서 이 책을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는데 그동안 만들고 싶었는데 엄두를 내지 못했던 수프 레시피가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생기를 주고, 독소를 빼는 건강 수프라니 더 마음이 갔습니다.

 

  7일 동안 건강하게 3kg을 뺄 수 있다면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에게 희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주변에 다이어트 약을 드시고 뺐다가 다시 찌는 분들도 봤기 때문에 사후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7일 이후의 생활 습관도 나와 있어서 이대로만 한다면 정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미료를 적게 써서 재료 본연의 맛을 알아내는 것도 이 다이어트의 목적 중 한 가지입니다. 외부 음식에 길들여져 각종 조미료나 짜고 매운 음식들에 입맛을 잃어버린 요즘 사람들에게 어쩌면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염분과 지방을 줄이고 저녁 과식을 줄이기만 해도 체중을 감량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침 식사 양을 줄이는 대신 허전함을 줄이기 위해 아마씨를 씹어 먹고, 차가운 성분이라 몸의 순환을 방해하는 채소를 그냥 먹기보다 수프로 데워서 먹습니다. 무조건 굶으면 피부가 노화되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소고기나 닭고기까지 들어간 7일간의 건강 다이어트를 한다면 독소를 배출해 피부가 생기 있어지는 건 물론이고 체중 감량과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일석 삼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절실함이 있다면 문제없지만 사실 이대로 일주일 동안 먹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굳이 다이어트를 위한 목적이 아니어도, 몸에 좋은 음식과 다이어트에 좋은 조리 방법, 노폐물을 빼는 수프 레시피를 접하는 건 즐거움입니다. 소개된 레시피 중 우선 레몬쥬스를 만들어 즐겨 마시고 싶습니다. 토마토 수프도 곧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가장 소중한 분께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저자가 한의사인 데다가 운동으로 단단히 다져진 몸매도 유지하고, 이렇게 책까지 내다니 정말 대단한 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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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정호승 시집 창비시선 36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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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66628836


  ‘연탄이라는 시로 유명한 정호승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일본 가는 크루즈 안에서 그가 낭송해 주는 자신의 시들을 들으며 감동의 시간을 보냈습니다그 이후로 팬이 되었습니다일본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부산역에서 처음 들어간 화장실에 붙어 있던 그의 시를 보는 순간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의 새로운 시집이 나온 것을 알게 되었고도서관 서가 사이에 끼어 있는 그 시집을 보는 순간 바로 데리고 왔습니다시인의 시 스타일이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부모님을 떠나보낸 시인은 인생에 대해 깊이 있는 사색을 했음이 분명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시들을 읽으며 시인과 함께 인생을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여행에 종종 비유되기도 하는 인생길의 시작에는 설렘이 가득합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수많은 난관을 만날수록 만만치 않은 여정에 고단함을 느끼기도 합니다그제야 먼저 그 길을 걸어 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먼저 걸어간 그들의 존재가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여행의 막바지를 보내고 여행길에서 벗어나 다시는 함께 걸을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여행객

은 추억도 많지만 아쉬움도 큽니다. 시인의 삶의 깊이가 더해갈수록자신이 뱉어낸 수많은 거짓들에 대한 후회도 커집니다. 

 

  이 책에는 유독 상상력을 발휘한 시들이 많록습니다과거의 아름답던 시들은 보다 과감한 표현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하지만 그의 처절한 시어조차 멋지게 느껴집니다


  이미 여행을 끝낸 사람들처럼 우리도 언젠가 여행을 마칠 때가 옵니다.햇살 가득하던 시절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 서서히 끝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그럴수록 우리는 무언가를 남기고자 합니다느지막이 글을 쓰는 이유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하지만 너무 섣불리 뱉어버린 말들은 후회로 박히기도 합니다한 마디 한 마디에 더 신중해야겠습니다나의 여정의 끝에 다가갈 때 좋은 여행이었다고 회상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변산에서 쓴 편지 (66-67쪽)

변산에서는 낙조대에 가지 않으려고 해도 가게 된다
낙조대에서는 해가지지 않으려고 해도 지게 된다
아들아
서울에서 지는 해도 보지 못한 채 떠돌지 말고
빌딩 사이로 뜨는 해도 보지 못한 채 잠들지 말고
변산 앞바다에 와서 먼저 지는 해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라
해가 왜 지는지
해 지는 갯벌이 되어 세발낙지처럼 편안히 발을 뻗고 누워보라
소라껍데기 속에 웅크린 주꾸미처럼 웅크려
고요히 해 지는 소리를 들어보라
골목 끝까지 너를 따라다니던 희망의 흰 그림자가 비로소
웃음을 되찾고 자꾸 웃을 것이다
너도 덩달아 하얀 웃음의 알을 주꾸미알처럼 자꾸 낳을 것이다
지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지 않고 어떻게 해가 뜨고
지지 않고 어떻게 너를 이길 수 있겠느냐

아무리 바빠도 아들아
오늘은 변산 앞바다에 떠오른 일몰의 연꽃처럼 왔다 가라
직소폭포 물소리에 한쪽 귀라도 씻고 돌아가라
가다가 격포 채석강 붉은 절벽에 매달려
만권의 책을 꼭 읽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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