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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69873373
영화 <마틸다>에서 책을 좋아하던 마틸다가 즐겨 읽던 <<모비딕>>을 오래 전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해 왔지만 선뜻 시도해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 두께에 질려서 그랬나봅니다. 인문학 모임 이번 달 지정도서로 정하고 한 달 내내 붙들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지만 두께 때문에 들고 다니기가 어려워 집에서 짬 날 때마다 읽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엄청난 매력을 가진 책이었습니다.
방대한 책을 읽었던 허먼 멜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책은 세계적 3대 비극에 들 정도로 명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멜빌 살아생전에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고 하니 거장의 가치를 알아주는 건 당대에선 쉽지 않은 일인가봅니다. 100주년 만에 가치를 재평가 받아 세상에 다시 알려진 이 소설은 미국의 대표적 소설로도 거론될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책의 화자인 이슈마엘은 자신의 본명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떠돌이처럼 포경선을 타게 됩니다. 원래 상선만 탔던 그가 고래잡이 배를 탈 결심을 한 이유는 나오지 않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위한 것인지, 돈을 벌기 위함인지 포경선을 탈 결심을 하고, 작살잡이 퀴퀘그를 만나고, 에이헤브 선장이 이끄는 피쿼드호에 탑승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출항 전 준비 과정부터 배 위에서의 생활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다 설명하면서 신뢰도를 높여 갑니다. 중반이 지난 이후부터 고래를 잡기 시작하는데 여유롭던 배 위의 삶이 갑자기 박진감 넘치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고래를 잡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고 어렵습니다. 세 명의 항해사를 태운 피쿼드 호는 고래를 잡을 때마다 해체 작업도 함께 진행합니다. 비싸게 팔리던 고래기름을 얻기 위해 가죽을 벗겨 내고 지방층을 끓여 기름을 얻어내어 밀봉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래의 머리에서 얻어지는 고급 기름 경뇌유를 얻어내고, 청소 작업이 끝나 새 옷으로 갈아입어도, 또다시 고래가 물 뿜어내는 것을 보는 순간 모든 일은 처음부터 다시 진행되는 고단한 포경선에서의 생활이었지만 큰 불만 없이 즐겁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에 탄 이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있었으니 대형 흰고래 모비딕에 대한 에이헤브 선장의 집착입니다. 한 배 가득 고래 기름을 얻고 돌아갈 일만 남은 이들에게 모비딕을 찾아내 추적하는 일은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장을 물에 빠뜨리지 않는 한 피해갈 수 없는 일임을 알았기에 이들은 추적에 힘쓸 수밖에 없습니다.
끝을 예상하고 있었으면서도 궁금해 폭풍독서를 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책 표지와 내지도 마음에 쏙 들어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주석이 마구 달린 해박한 허먼 멜빌의 자취가 느껴지는 이 책을 다른 분들도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세상에 대한 풍자, 백인 사회의 문제점들을 들추는 문장들이 당대에 환영받지 못한 이유일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라도 빛을 보게 된 게 다행스럽습니다. 마틸다가 즐겨 읽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 고귀하지만 왠지 모르게 우울한 배! 고귀한 것들은 모두 그런 기미를 띠고 있는 법이다. (110쪽)
- `피쿼드`호의 일등항해사는 스타벅이었다. 낸터컷 토박이에 대대로 퀘이커교도 집안이었다. 큰 키에 성실한 사람이었고, 얼어붙을 듯이 추운 지방의 해안에서 태어났지만, 근육이 두 번이나 구운 비스킷처럼 단단해서 열대지방에서도 견딜 수 있는 체력으로 보였다. … 깨끗하고 팽팽한 피부는 놀랄 만큼 건강한 상태였다. 그 피부에 빈틈없이 감싸인 몸은 내면의 건강과 힘으로 방부 처리되어, 마치 이집트의 미라가 되살아난 것 같았다. (159쪽)
- 당신이 한쪽에 로크의 머리를 들면 그쪽으로 기울어지지만, 반대쪽에 칸트의 머리를 들면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게 평형을 유지해도 당신은 심한 곤경에 빠지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배의 균형을 잡는다. 오, 어리석은 자여! 그 머리들을 모두 바다에 집어던져라. 그러면 똑바로 가볍게 물 위에 뜰 수 있을 것이다. (4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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