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벅의 인생 수업 - 여자를 위한 아름다운 고전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2
펄 벅 지음, 이재은 옮김 / 책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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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21972794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서 오랫동안 유교의 영향으로 여자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집안일 잘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가져왔었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여성 노동력이 필요해지자 사회로의 진출을 장려하기 시작하면서 여성 본연의 임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도 늘어나고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세워 나가는 여성들이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인습에 얽매여 다른 여자들은 다 해도 내 아내는 안 된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벌써 수십 년 전에 펄 벅이 여성들의 삶에 대해 통찰하고 글을 써 지금까지도 적용된다는 것이 놀랍다.

 

   지금이야 여성들의 삶에 관한 책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그녀가 살았던 당시만 해도 흔치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선교사의 딸로 태어나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그녀는 서구사회와 중국의 차이를 확연히 느끼고 비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특히 중국 여성들의 강인함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였다. 남성을 중시하는 유교사회에서 되는대로 자란 여성들이 오히려 곱게 자란 남성들보다 지혜롭다고 느꼈다. 여성들의 힘이 의외로 큰 중국에서는 여자들이 가정에서도 큰 목소리를 낼 때가 있다. 여성들이 사장인 은행에 대한 평판이 좋았던 중국에 비해 여성이 오히려 여성 의사를 거부하는 일까지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펄 벅은 여성들의 힘이 커져 간다고 여성들이 남성화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성으로서의 부드러움과 친절함이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으며 남성과 여성이 서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번에 강의를 듣다가 그녀의 인생에 매력을 느끼고 책을 여러 권 구입했다.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서구에 잘 알렸던 그녀에게 새삼 감사하기도 하고, 작품 세계가 궁금하기도 했다.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 중국에서 결혼은 의무적으로 행해졌고, 결혼을 의무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조상 숭배를 장려했다. 죽음으로 인해 소멸될 것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운명을 상기시키면서 자녀를 그의 분신으로 생각하도록 한 것이었다. 비록 육체는 죽어 없어지더라도 자녀들이 대를 이어 계속 살아간다면 자신이 완전히 죽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 남성은 결혼을 해야 했고, 자녀는 많을수록 좋다고 여기게 되었다.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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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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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20033009

 

  <화려한 휴가>, <26> 두 영화를 통해 접한 게 대부분이다. 그에 대해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일까? 무서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였을까? 이 책을 읽는 데도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꼭 읽어야 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인 건 확실하니까.

 

  여러 화자의 시점으로 그려지는 소설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숙연하고 무거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숨죽이며 읽었다.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기에 가벼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작가의 눈으로 다시 태어난 당시의 악몽. 알려진 것보다 더 끔찍했을 실상을 이 책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역사 속에서 드러나지 않을 것은 없다지만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지는 것이 또한 역사이기도 하기에 진실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지 궁금하다.

 

  실제로 당했던 사람들에게는 평생을 두고 잊히지 않을 마음 속 문신으로 남아 얼마나 괴롭혔을지 상상만으로도 아파 온다. 이런 내용을 책으로 쓸 생각을 한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부수대에서 뿜어져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102-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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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대화 -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에서 찾은 설득의 기술
다카하시 겐타로 지음, 양혜윤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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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17190994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변론술이 존재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데까지 논의되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오래 전에 이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으며 그것이 오늘날에까지 적용된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변론술은 청중이 가진 지식의 범위 내에서 청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도록 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본인의 진심이나 덕성과는 무관하게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듣는 말도 등장했는데 토포스라는 설득을 위한 여러 가지 패턴이 있으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여러 가지 설득술이 그 패턴에 들어맞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아도 우리는 무의식 중에 그런 패턴들을 이용해 사람들과 대화하고 설득한다. 물론 패턴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더 잘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변론과 설득은 단지 정치인들의 것만은 아닌 듯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 때를 맞닥뜨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말이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건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의 성품과 상관없이 변론만으로 청중을 사로잡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히틀러의 경우를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겉으로만 덕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내면이 덕스러우면 변론을 통해 더욱 빛날 것이다. 우리는 TV 토론 장면들에서 싸움이나 인신공격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기도 한다. 토론의 궁극적인 목적은 싸움을 해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결론을 내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 변론술이란 ‘청중의 상식을 전제로 전문지식을 사용하지 않고서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이다. (25쪽)



- 토포스란 설득을 위한 필승의 이야기패턴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할 것 같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토포스란 근거와 결론의 연장선상으로, 확실한 설득력을 갖게 하기 위하여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해낸 ‘설득을 위한 설득 모델’이라 할 수 있다. (61쪽)



- 선례를 무기로 한 방식은 현재에도 자주 쓰이는데,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미 예전부터 써왔던 토포스이다.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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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 인테리어 2 - 김반장네 공간 스타일링 노하우 전셋집 인테리어 시리즈 2
김동현 지음 / 미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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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며 놀랐습니다. 책을 쓰신 분은 만들고 싶은 것을 뚝딱뚝딱 모두 만듭니다. 책장도, 책상도, 심지어 고난이도 수납장도 만들고, 가벽도 세웁니다. 저자에 대한 정보가 없어 잘 알진 못하지만 숙련된 목수 같았습니다. 화장실 불어 터진 장식장 옆에 새 장식장을 달기도 하고, 방문이나 가구를 페인트칠해서 분위기를 싹 바꾸기도 합니다. 전셋집이긴 하지만 자기 집처럼 애지중지 가꾸다 보면 집에 애착이 더 갈 것 같습니다. 붙박이장처럼 보이는 가구들은 이사 갈 때 그대로 떼어서 가지고 갈 수 있으니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집에 이런 목수가 하나 있으면 온가족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따라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은데 어렵게 생각했던 가벽이 나무판자에 페인트칠을 해서 선반 렉을 이용해 양쪽을 벽에 고정시켜 완성되는 것을 보고 신기했습니다. 현관에 중문이 없는 경우 신발이 바로 보여 보기에 좋지 않은데 벽을 하나 세우기만 해도 공간이 분리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냉장고 옆도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인데 가벽을 세우고 선반을 붙이니 깔끔합니다. 벽지가 지저분하면 페인트칠을 하고, 홈이 파인 곳은 메꿉니다. 부분조명을 이용해 방마다 분위기를 멋지게 형성하기도 합니다. 책에 과정이 자세히 나온 걸 보니 마음만 있다면 페인트칠이나 가구 리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배우지 않고 따라 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리하고 가구 톤을 통일하면 집이 깔끔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목재를 이용해 하나뿐인 가구들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조금만 생각하면 보다 쾌적한 생활공간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목공을 배우시는 분들은 더 관심 있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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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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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15825718

 

  그렇게 책을 읽고도 이 사람을 몰라?” 남편이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확정 뉴스를 보고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보고 한 말이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뉴스를 보자마자 작가의 책 두 권을 바로 주문했다. 다음날 나처럼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고 좋은 일인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지 판단하긴 섣부르지만 적어도 나처럼 작가와 문학상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아진 건 좋은 일이다. 이후 세계를 향해 발돋움할 우리 작가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책의 내용은 제목만으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단순한 채식주의자라기보다 정신병을 앓는 사람의 이야기였으니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주변 인물 세 명의 관점에서 일인칭으로 바라보는 한 채식주의자. 각각 단편이기도 하고, 연결되기도 해 연작소설이라고 하나보다. 너무나 평범했던 영혜는 평범한 결혼생활을 꿈꾸던 남자와 결혼해 평온하게 지냈다. 어느 날 부터인가 꿈을 꾸는 그녀는 일그러진 얼굴, 고깃덩어리, 그리고 폭력의 본성이 드러나는 끔찍한 꿈들 이후 육식을 거부하게 된다. 그녀를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영혜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 삶을 간섭하려 들수록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의 마지막이 어떨지 거침없이 읽어 나가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평범함과 독특함, 예술과 외설, 정상과 비정상을 경계 짓는 것이 무엇인지 책을 읽으며 계속 생각했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작가기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일까? 우리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과 억제, 어느 하나에 꽂혀 뇌관을 건드린 폭탄처럼 터져 나오는 열정, 절망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비겁한 억척스러움. 이 소설은 인간의 본질 중에서도 어두운 면을 부각시킨 것 같다.

 

 

- 그녀는 계속해서 살아갔다. 등뒤에 끈질긴 추문을 매단 채 가게를 꾸려나갔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그 가을 다섯 살이던 지우는 이제 여섯 살이 되었고, 환경이 좋고 입원비가 합리적인 이 병원으로 옮길 때쯤 영혜의 상태는 매우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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