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려고 하지 마라 -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유혹적인 글쓰기
메러디스 매런 엮음, 김희숙.윤승희 옮김 / 생각의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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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20명의 작가들을 인터뷰한 이야기, 들어보고 싶지 않은가? 상을 받거나 유명인사가 된 이들은 자신의 집필 방법을 흔쾌히 알려준다. 수많은 작품을 남기기 위해 언제나 책을 쓰는 이들의 공통점은 글을 쓰지 않고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이들에게 분출구이자 힐링의 수단인 셈이다. 글을 쓰는 것보다 쓰지 않기가 더 어려운 이들이 쓴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상도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가 익히 아는 작가들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집필 아이디어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을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 책을 주문했다. 이 책이 오면 가장 가까운 곳에 꽂아 두고 글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들추어 읽고 싶다. 왜냐하면 책 읽는 내내 글 쓰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기 때문이다.

 

  특정 시간에 글을 쓰거나, 글쓰기 전까지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거나, 직업처럼 매일 분량을 정해 두고 쓰기도 하는 이들 작가의 독특한 자기만의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공통되는 부분은 쓰는 동안 엄청 몰입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정도로 작품에 빠져든다. 그들은 어느새 작가가 아닌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글을 쓰게 된다. 그러니 독자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앤 패쳇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읽고 싶은데 아직 세상에 없는 이야기. 바로 그걸 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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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력 - 행복한 자장(磁場)을 만드는 힘
마쓰다 미쓰히로 지음, 우지형 옮김 / 나무한그루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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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 좋아하시나요? 저는 그렇게 즐기지 않(았)습니다. 대대로 흰 옷을 즐겨 입은 우리 민족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청소나 목욕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에 비해 일본은 오래 전부터 목욕을 자주 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간혹 보게 되는 일본 영화에는 걸레로 마루를 닦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갔을 때 일본 사람들끼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저렇게 안 씻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일본이 깔끔한 건지 우리나라가 그에 못 미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걸레를 손에 쥐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늘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청소나 집안일보다는 앉아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저도 남편에게 핀잔을 듣습니다. 사실 쾌적한 환경에 있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걸레를 들고 청소하는 것을 좀 더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기는 어려우니까요. 늘 적당한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귀차니즘에서 벗어나 1%만이라도 바뀌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내가 있는 곳이 바로 나'라는 말이 충격적이었거든요.

 

  학교에서 늘 아이들과 씨름하고, 교실 청소를 하고, 업무에 시달리다 집에 오면 쉬고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하지만 내가 있는 장소가 어디든 깨끗하게 하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생각이 마구 듭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좋은 일을 끌어당기는 자장'이나 '구운 소금을 뿌린 후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것'과 같은 일은 미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는 동안 마음이 정돈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마음이 깨끗하고, 주변이 잘 정리되어 있으면 건강도 찾아올 것 같습니다.

 

  조금 바뀐 나로 인해 주변이 조금씩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청소,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차피 해야 할 청소라면 기쁜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은 참 효과가 큽니다. 저자의 말처럼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청소를 해야겠습니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내가 가진 것을 베풀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청소와 감사. 왠지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서로 통해 있다는 저자의 말을 믿어야겠습니다. 이 두 가지는 살면서 실천하면 좋은 덕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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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치 트라이얼 메이즈 러너 시리즈
제임스 대시너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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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지난 어느 미래. 지구는 태양의 플레어로부터 영향 받아 멸망의 위기에 처하고, 신종 전염병인 플레어병으로 사람들은 점점 미쳐 갑니다. 나라들이 연합하여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사악’이라는 단체를 조직하고, 청소년들을 데려다 중요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기억이 삭제된 상태에서 예상치 못하는 위험에 노출되는 이 아이들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인간성을 잃어갈 정도로 무자비한 고통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악’이라는 단체의 의도가 아무리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한 거라고 하지만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미로 속에 들어왔던 공터인 50여명의 아이들은 1편에서 20여명만 살아남습니다. 2편에서는 쉬고 있던 숙소가 갑자기 변하면서 이 아이들은 또 새로운 고난을 겪게 됩니다. 끔찍한 사건을 통해 11명이 된 아이들은 플레어 병에 감염이 된 채 엄청난 온도의 사막을 통과해 피난처로 가야만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나갑니다. 토머스는 신체적 고통보다 더 힘든 친구의 배신을 경험하기도 하며 점점 더 강인해져 가는데 끊임없이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사건들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벗어나게 됩니다.

 

  뜨거운 사막의 열기, 좀비 같은 광인들의 등장, 친구들의 배신, 새로운 여자 아이들의 그룹, 무시무시한 번개, 거인 괴물들……. 상상을 초월하는 고난을 아이들과 함께 겪으며 ‘과연 이 아이들이 살아서 피난처에 도착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을 졸이며 순식간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모든 이를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사악’을 욕 하면서 계속 읽게 되는 이유는 극도의 고난을 겪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너무 멋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를 봐서인지 주인공의 얼굴이 떠올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하고,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며, 감시자들이 지켜보다 계속되는 시련을 주고, 유망주에게 치료의 지원도 아끼지 않는 걸 보면서 <<헝거게임>>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부럽습니다. 2편과 함께 사 둔 3편 <<데스 큐어>>도 곧 읽게 될 것 같습니다. 3편에서는 ‘사악’의 의도가 속속들이 밝혀질지 궁금합니다. 우리의 멋진 주인공들(민호, 토머스, 테리사, 뉴트…)이 끝까지 살아남길 바라며 재미있게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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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의 비밀 - 칼과 거울에 깃든 246만 명의 영혼, 그 비밀을 밝혀라! 역사 탐정 클럽 H 1
김대호 지음, 정은규 그림 / 아카넷주니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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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일본이 계속 눈에 들어옵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사람들 나가라고 시위 했다는 일본 극우파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일본에 살고 있는 교포들에 대한 한없는 안쓰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마음 깊이 다가왔습니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들이 읽기 좋게 만들어진 이 책에는 역사 관련 기사를 쓰는 역사 탐정 클럽 H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도서관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역사 동아리 H의 아이들은 사서와 역사 선생님인 아버지, 그리고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오빠 등 좋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야스쿠니신사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고자 합니다. 그건 어느 날 '수요일의 천사'라는 의미를 지닌 아이디의 어떤 사람으로부터 야스쿠니신사의 한국인들이 어떻게 평화를 얻을 수 있는지 묻는 한 통의 이메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날수록 일본의 만행과 그것을 감추기에 급급한 속셈을 알게 됩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들은 야스쿠니신사에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 합니다. 그곳에서 일본의 전범들과 함께 합사되어 신으로 모셔진 우리 조상들을 만납니다. 자의든 타의든 일본군으로 참전했던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외면당하기도 했다고 하니 일본에 이용만 당하고, 일본으로부터의 보상은 커녕 우리나라 사람들에게까지 배척당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역사탐정 동아리 아이들은 수요일의 천사라는 것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위안부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하는 수요집회의 일원임을 밝혀 내고 직접 집회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교사라고 하면서 22년 동안 그들이 쓸쓸히 지켜 온 수요집회에 대해 이제야 알게 되다니요. 간혹 TV나 신문을 통해 관련 기사를 접한 것 같긴 한데 매주 그렇게 모임을 갖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이번 방학 중에 아이들과 함께 가 볼 수 있었을텐데요. 기회가 된다면 꼭 참가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연세가 너무 많아지신 이분들이 노환으로 참가가 어려워지시기 전에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충분한 보상을 꼭 받아냈으면 좋겠습니다.

-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가 전쟁터에서 사망한 한국인들을 그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야스쿠니에 합사했다는 거야. (27쪽)

- 야스쿠니는 이웃 나라들을 침략하기로 결정한 사람들, 그러니까 전쟁 범죄자들마저 애국자로 만들어 추도하고 있는 거야. (59쪽)

- 한국인 가미카제 특공대 중에서 대학생 출신은 세명이야. 김상필, 노용우, 탁경현! 지금으로 말하면 김상필은 연세대 경영학과, 노용우는 서울대 법학과, 탁경현은 일본 교토대 약학과 출신이래, 최고의 엘리트들을 끌어 모아서 일회용 인간 폭탄으로 쓴 거지!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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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교육입국론 (증보신판) - 혁신교육감시대를 위한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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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 교육감 시대를 위한 교육입국론. 이 작은 책은 나에게 폭탄 같은 충격을 주었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도올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교육에 대해 이렇게 강력한 어투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보아 그간 엄청난 사색과 결단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즘 학교는 들썩들썩하다. 진보 교육감 당선 이후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학교 현장은 평화롭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9시 등교 문제를 놓고도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 아닌 자율적 시행을 해야만 하는 교사와 학부모의 혼란은 겪어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니 언젠가는 여러 가지 정책들이 자리잡힐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일련의 교육 현장의 변화가 오직 교사와 학생들에게 득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교육의 주체를 학생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학생은 오히려 객이고 교육을 시행하는 주체는 오로지 교사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를 지키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자신이 교육의 주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일개 교사'가 아닌 교육의 주체로서 맡은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막중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도올이 주장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정책적인 면들 중 가장 공감 가는 부분은 대학 정책이다. 아무리 중고등학교에서 사교육을 억제하고, 수업 시간을 줄이고, 늦게 등교를 시킨다고 해도 대입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큰 홍수에 작은 도랑만 막는 격이다. 그는 전국의 국립대학을 통합하고, 등록금을 사립대학의 3분의 1 이하로 낮추며 주기적으로 교수들을 이동시켜 대학을 평준화하는 것, 그러한 통합 시스템을 통해 학점을 자유롭게 트랜스퍼 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머리 좋은 교육 정책가 분들이 중고등학교를 개선하기 전에 대입 제도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시간에 학원 문제집을 풀고, 시간만 때우고 가는 그런 학교가 아니라 학문의 상아탑으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학생들이 문제만 잘 푸는 괴물들이 아니라 인성이 갖춰진 성품 좋은 어른들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아무 생각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지 않고, 무엇이 우리의 미래와 아이들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인지 교사 각자가 고민하고 애써야 할 것이다.

 

- 의사가 되면 돈 잘 벌고 일경에게 정치범으로 몰리지 않고 별 탈 없이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었고, 법관으로 임관되는 영예를 누리게 되면 일본인과 거의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 착각 속에 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에 집요하게 만연하는, 의대·법대병, 특히 경성제대 후신인 서울대에로의 집착병은 바로 이 식민지 멘탈리티의 완고한 연속태로써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52-53쪽)

- 한 국가에 소속한 구성원 전체를 국가의 돈으로 집단적으로 교육시킨다고 하는 발상은 산업혁명의 고도의 발전과 그에 수반된 20세기 민족국가의 성립, 그 이후에나 발전한 인류의 새로운 체험이다. 1세기의 실험으로는 아직도 인류가 이 대중교육이라는 체험을 정확히 이해하지 ㅁ소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육에 관한 한 서양이 우리보다 앞선 것도 없고 다 같이 문제투성이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국방비의 2배 가까운 돈을 대중교육에 쏟아붓고 있다. 대중교육의 소이연은 대중사회 즉 민주사회의 균질된 인력의 형성, 그리고 평균적 가치의 보편화라는 테제로 집약될 수밖에 없다. (58-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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