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티 씽 - 반짝이는 것은 위험하다
자넬 브라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엔 신간 소식이다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보내준다는 메일을 받고 혹시라도 너무 어른들만을 위한 내용은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책을 받아 보았다책이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랐다페이지 수를 확인하지 않았던 나는 6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임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앞부분을 펼치자 으스스하고 신비한 호수가 등장했고뻔뻔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보였다어쩌다 범죄자가 되었을까?

 

  그 해답은 곧 나왔다불우한 가정아버지를 쫓아낸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니나는 사기행각에 발을 걸친 엄마의 위태한 형편에 따라 이사 다니기를 밥 먹듯 한다그러던 중 장학금을 준다는 한 사립 고등학교의 제안에 귀가 솔깃한 엄마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약속을 하며 니나를 데리고 이사한다비록 허름한 집과 옷차림이지만 엄마와 함께라 좋았던 니나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성처럼 거대한 오래된 집에 사는 베니다그의 집 오두막에서 만나던 그들은 순진해 보였던 베니의 권유로 해서는 안 될 행동도 한다얼마 후 베니의 아버지에게 발각되면서 엄마와의 반짝였던 날들은 끝이 난다.

 

  시간이 오래 지난 후 니나는 엄마의 뒤를 이어 절도와 사기 행각을 시작한다엄마를 통해 알게 된 남자 친구 라클란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고택 스톤헤이븐에 오래전 사귀었던 베니의 누나가 와 있다는 것을 알고 금고를 탐내며 라클란과 함께 애슐리와 마이클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장하고 오두막을 찾는다불우한 가정사를 지닌 스톤헤이븐의 새 주인 바네사는 껍데기뿐인 오랜 SNS 활동에 신물을 느끼고 시골 마을 외따로 떨어진 집에서 외롭게 지내던 중 오두막을 세놓게 되고오두막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인터넷 상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커플 애슐리와 마이클을 맞이한다.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한 내용이지만 니나와 바네사 두 명의 화자가 속고 속이는 내면의 심리를 너무나 잘 보여주어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책을 손에 들 수가 없었다바쁜 중에도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며 틈 나기를 기다려 읽었다독특한 편모 아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독서를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학업에 정진한 니나는 잘못된 선택 끝에 스스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입니다어수룩하게 두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가던 바네사는 집안 내력을 살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SNS에서의 허깨비 같은 생활의 무의미함이나 아무리 가족의 병 치료를 위함이라지만 남의 것을 탐내는 건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드라마가 될 예정이라는 것을 알고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니콜 키드먼이 주인공이라니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무겁지 않지만 생각할 거리를 담은 두껍고 사랑스러운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쓴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 졌다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는 전작이 국내에서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고원서가 중고로도 올라와 있어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하드커버 도서를 바로 구입했다읽지 못할 때가 많지만 궁금한 원서는 항상 이렇게 사놓습니다영화도 나오면 보고 싶다여성들의 심리를 다룬 이야기나 영화가 좋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5843027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괴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안 그런가?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중간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잠재력이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인생이, 환경이 이미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던 성향에 영향을 끼치는 거다. 나쁜 행동이 보상을 받고 약점이 처벌받지 않을 때, 우리가 절대 달성할 수 없는 이상을 갈망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점점 더 비통해하면서 괴물이 되어 가는 거다. 우리는 세상을 보고 세상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측정하면서 점점 한 위치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괴물이 된다. (59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던 어느 날 떠났던 엄마에게서 반가운 편지가 온다글자를 읽지 못하는 카야는 아버지가 볼 수 있게 편지를 놓아두지만 편지를 읽고 불같이 화가 난 아버지는 어머니의 자취가 묻은 편지를 태워버린다어느 날 아버지마저 떠나고 홀로 남은 어린 카야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책을 읽으며 남겨진 소녀가 얼마나 가여운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하지만 아이는 좌절하지만은 않는다최선을 다해 살아갈 방도를 찾는다홍합을 캐서 먹기도 하고그녀에게 다정한 점핑 아저씨 가게에 가서 팔아 배의 기름을 보충하기도 한다물고기를 잡아 훈제한 것을 갖다 드리기도 하며 점핑의 아내 메이블 아주머니의 지원으로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얻는다우연히 만난 조디 오빠의 친구 테이트는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준다원래 카야도 학교에 갈 기회가 있었으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만 있는 그곳에 오직 하루만 다녀온 후 피한다글자는 모르지만 새의 깃털을 비롯한 습지의 생물들에 대해서는 점점 박사가 되어 가는 카야와 그녀를 돕는 테이트는 서로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여 의지하게 된다.

 

  이렇게 아름답기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현재 건장한 남자 체이스의 의문의 죽음 이후 카야는 점점 의심을 받게 된다사람들을 피해 살아가던 그녀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아무리 외롭다 외롭다 하지만 사람 없는 습지에서 어린 나이에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혼자 살아가는 사람을 따를 자가 있을까월든 호수를 찾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았지만 카야는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살게 된 경우다하지만 그녀는 맨발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결코 비관하지 않는다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만 없다면 말이다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기도 했겠지만 늘 자연과 함께 하는 그녀는 선량한 성품을 지니고 살아간다깃털 교환을 계기로 친해진 테이트와의 관계도 아름답다그마저 떠난 후 카야는 더 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승화시켜 그녀는 작가가 된다.

 

  동물학을 전공하고 동물 행동학 박사학위를 받은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연구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여러 상을 받기도 하고학술 잡지에 글을 싣기도 한 그녀의 첫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자신의 경험과 그간의 연구가 녹아 있는 이 책에는 시가 있고자연이 숨 쉰다사랑과 외로움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탐구를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어서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나 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58139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들개 - 개정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달 인문학 모임 도서라 이 책을 구입했다. 이외수의 글쓰기 책이나 에세이를 읽은 적은 있지만 소설은 처음이었다. 사실 이 책이 유명한 것 같아 읽어 볼까 한 적이 있었지만 개가 주인공인 줄 알고(동물이 주인공인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읽지 않았었는데 첫 부분을 읽으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임을 알고 바로 책에 빠져들었다.

 

  대학을 중퇴한 여학생이 주인공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여성의 심리를 잘 묘사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여자에게 한 남자가 말을 거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몇십 년 전이다. 모르는 남자가 말을 건다면 대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드문 곳이라면 두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의 말에 넘어가고 함께 술을 마신다. 알고 보니 남자는 여자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고, 그녀의 공책을 가지고 있기까지 했다. 작가 지망생인 그녀의 공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남자는 모종의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가족을 잃고 숙부와 지내던 여자는 이민 가는 숙부를 따르지 않고 혼자 남아 어렵게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집도, 직장도 잃고 버려진 건물에서 숨어 지내는 그녀는 남자를 만난 첫날 자신의 은거지로 데리고 온다. 시간이 지난 후 혼자인 줄 알았던 그녀는 남자가 몰래 같은 건물에 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여자는 생활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일을 한 적이 있으나 작품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두문불출하며 책을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 중이었는데 남자의 행적은 그녀를 능가한다. 그림을 그리던 남자는 자신의 바람과 달리 결혼을 하고 회사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이혼을 한 상태였다. 오로지 그림만을 위해 사는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안타까운 그들의 삶에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토록 배가 고프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배고픈 예술가의 생활을 너무나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말을 통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더럽고 역겨운 것들을 껴안는 작업임을 알게 되었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나 청소년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무언가 독자를 끄는 강력한 힘이 있는 책이었다. 이외수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한 책이다.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아 여파가 오래갈 것 같다. 그가 쓴 다른 작품들도 이런 분위기일지 궁금하다.


* 브런치 원문

https://brunch.co.kr/@f10cc975bdb542a/107

 

과학은 수시로 경이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보다 소중한 것을 소멸시켜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전화기의 발명 때문에 차츰 연애편지가 소멸되어 가는 것 따위가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과학이 마침내 모든 인간을 소멸시켜 버릴는지도 모른다는 추측이다. 언젠가는 인간이 과학의 발달을 최대한으로 억제시키느라고 허둥지둥 정신을 못 차리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러나 양식을 갖추지 못한 어느 정서 불안정의 집권자가 있어 단추 하나만 잘못 눌러버리면 세계는 끝장이다. 흔히 경제개발에 관련한 포스터 속에 공장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힘차게 치솟아 오르는 광경을 번영의 상징으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고 흐뭇한 미소를 띠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얼마나 우매한 일인가. 한 켤레의 나일론 양말을 신기 위해 한 바가지의 오염된 물과 공기를 마셔야 할 날이 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293-29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반 일리치의 죽음 창비세계문학 7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사는 동안 그에 대해 생각해 보는 날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얼마 전 작가 이반 일리치의 책을 찾을 때였는데 죽음에 관한 이야기여서인지 빌려 두고 읽지 않은 채 반납한 후 팟캐스트에서 이 책 소개하는 걸 듣고 다시 빌려 읽어보았다. 번역하신 분의 말처럼 얇은 책이지만 느리게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죽은 이를 애도하는 것보다 남은 사람들이 더 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적나라한 모습에서 우리들 스스로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두고 그걸 지켜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가족의 모습도, 그럼에도 짜증 부리는 환자에게 마냥 친절할 수 없는 것도, 우리 자신의 미래를 비춰볼 수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법률학교를 함께 다녔던 가까운 친구도, 남겨진 가족도 자신에 대한 생각만 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쨌든 아팠던 친구와 동료의 집이 멀다는 핑계로 한 번, 혹은 가 보지 못했던 그들은 자기 나름의 삶을 사느라 바쁘다.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그 옛날 톨스토이는 현재 우리에게도 들어맞는 인간의 내면 심리를 기록함으로써 시대를 지나도록 사랑받는 걸작을 남긴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갑작스런 승진과 이사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대수롭지 않았던 옆구리 통증이 죽음을 불러올 줄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우리의 마지막도 어떨지 살아보지 않고서는 짐작할 수 없는 것과 닮아 있다. 영원히 살 것처럼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이반 일리치의 말처럼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고통이 심하고, 나아질 기미 없이 죽음이 목전에 있다면 수많은 후회와 회한이 떠오를 것이다. 원망할 동안에는 결코 행복할 수 없었던 그는 최후의 순간에 태도를 바꾼다. 아픈 동안 얼마나 많은 외로움과 서글픔, 그리고 원망이 쌓이고 쌓였을까? 자신은 이렇게나 아픈데 옆에 있는 이들은 건강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것만으로도 속이 상했을지 모른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무조건 다른 이의 말과 태도를 받아들이며 서운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결코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건강해 보이는 주변 인물도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죽는다는 걸 생각하면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다. 


  매일 한 번은 자신의 최후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말이 떠오른다. 얼마 전 다른 책에서 읽은 시의 일부분이다. 하루 한 번씩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하루하루는 왠지 다를 것 같다. 절절한 고통과 죽음에 직면한 이반 일리치의 생의 마지막을 읽으며 마음은 아팠지만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https://www.podty.me/episode/157107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로그를 8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가입한지는 더 되었겠지만 2013년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끄적이길 좋아하는 나를 보고 왜 그리 책을 읽느냐고 하는 남편에게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고 했더니 몇 권이나 읽어야 할 수 있겠느냐고 해서 '천 권쯤?'이라 대답한 것이 블로그의 이름이 되었다. 꽤 오랜 시간 매일 혹은 격일로 글을 쓰면서 가장 좋은 것은 신간 도서를 무료로 받는 행운이다. 책이 오길 기다리는 동안 설레고, 받아 읽으며 행복하다. 이번에 받은 책도 너무 재미있었다.

 

  시시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노라는 우울증 증세가 있어 약을 복용 중이었는데 직장에서 잘리고, 키우던 고양이가 죽자 삶의 의욕을 잃고 만다. 한때 다양한 재능을 가져 가족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도전을 해 보기도 했으나 남을 위해 사는 삶은 진정한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좌절하고 만다. 가족과도 오해로 멀어지고, 사랑하던 사람과도 결별하는 위기에 처했다. 총체적 난국을 맞이한 노라에게 위로를 주는 사람은 우연히 지나가다 죽은 고양이를 발견한 이웃뿐이라는 것이 그녀를 더 슬프게 한다. 하지만 그녀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엄청난 행운을 누리게 된다.

 

  우리는 단 한 번의 생을 살 수 있는데 노라는 그게 꿈인지, 상상인지는 모르지만 자정의 도서관에서 실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인생의 갈림길을 경험한다. 누구나 아는 유명인이 되기도 하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삶을 살아보기도 한다. 그러던 중 너무나 매력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건 사실 자신이 일군 삶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생을 반추하는 이야기들은 그동안 여러 편 읽어 왔지만 이 책처럼 버라이어어티한 건 처음이다. 6학년 교사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 노라처럼 아이들도 수많은 갈림길을 만날 수 있으며 그 어떤 사람도 될 수 있고, 그중 하나의 길을 가게 될 테니 잘 선택하라는 말을 꼭 해 주고 싶다. 노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살고 싶다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수많은 생을 살아보았다고 모두 다 노라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에 기본적으로 삶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수많은 삶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은 결국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이 없는 삶은 시간을 보내기는 하나 무의미한 하루하루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계획한다.

 

  우화 같은 이야기가 기분 나쁘게 다가오지 않은 것은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작가의 능력이리라. 다양한 삶을 재미있게 따라다니며 경험했고, 결국 구질구질해 보이는 현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상인지 깨닫는 노라를 보면서 나도 역시 누추하지만 편안한 나의 집과 소중한 가족이 있음에 눈물 나도록 감사하게 된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5678661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