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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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았다. 여러 성향을 가진 아이들에 대해 이해하고 싶기도 하고, 늘 심리에 관한 책에 관심이 있어 보내주시라고 했다. 이 책에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적 관계나 의사소통, 혹은 인지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 즉 발달장애를 의심할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발달장애에 대해 찾아보니 나이에 맞는 신체적 정신적 발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장애로 주로 자폐성 장애나 지적장애를 통틀어 일컫지만 일반적인 정신 장애인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나무위키)고 나와 있었다. 이 책에서는 발달장애와 정상인 사이의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그레이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전에 성인 ADHD에 대해 관심이 생겨 찾아본 적이 있었다. 아이 때 있다가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되어서까지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에 놀랐다. 그중 일부는 자신이 ADHD인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자신이 생각할 때는 모두가 다 가지고 있는 평범한 상황이겠거니 생각했다가 그게 아님을 알고 뒤늦게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발달장애 역시 아이 때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가 어른이 되어 나는 왜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발달장애를 의심하며 저자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가 보기에 이들 중 정말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정상과 장애의 중간쯤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들이 장애가 아니라 경계에 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방치할 경우 좋아지기보다 점점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에 집중하거나 사람과의 소통을 힘들어하는 사람이나 한 가지 패턴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사람,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사람, 상상력이나 추론 능력이 부족한 사람,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 다른 사람에 비해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 주의가 산만하고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 몸의 움직임이 어색한 사람, 공부를 힘들어하는 사람을 각 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자폐나 반사회적 인격 장애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유전적 요인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통해 호전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교사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 중에는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집착하거나 친구와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이가 있다. ADHD 판정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생각보다 많다. 정리정돈을 어려워하거나 공부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두말할 것도 없다. 부모와 교사의 관심과 애정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나 테슬라의 일론머스크, 아베 코보,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프란츠 카프카 등 많은 유명인사가 지닌 소통의 어려움에도 자신이 지닌 장점을 단련하여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음을 예로 든다. 다른 이들보다 부족한 면에 집착하며 자포자기하기보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노력해 나간다면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소한 용어와 정신의학적 전문 용어들로 인해 밑줄을 그어 가며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교사 입장에서 다른 이들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은 책이다.



* 위 내용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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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 필독서 시리즈 6
박균호 지음 / 센시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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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이 책의 작가님과는 각별하다. 현직 교사이면서 다작하는 작가이신 이분은 책 사랑이 가히 독보적이시다. 책을 출간하실 때마다 보내주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님을 통해 편집자님을 소개받았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책을 쓰고 싶은 열망을 아시고 소개만으로도 너무나 큰 도움을 주셨기 때문이다. 책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편집자님과 소통하며 준비 중이다. 조만간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쓰신 책도 읽은 책들에 관한 것이 많지만 이 책은 서울대 누리집에 실린 서울대 지망생이 많이 읽은 책 통계를 바탕으로 책을 소개하는 것이 색다르다. 매월 책 한 권씩 읽고 만나 이야기 나누는 인문학 모임 덕분에 책에 실린 목록 중 1984, 데미안, 멋진 신세계, 미움받을 용기, 사피엔스, 정의란 무엇인가, 총균쇠, 페스트는 읽었다. 읽었던 책에 대해서는 나와 어떤 생각이 같고 어떤 부분은 다른지 살피는 재미가 있었고, 읽어보지 못한 책은 언젠가 읽을 책 목록으로 남길 수 있어 좋았다. 부분과 전체,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엔트로피, 침묵의 봄을 읽어보고 싶다.


책 뒷부분에 서울대 누리집의 실제 통계가 나오는데 단과대학별로 많이 읽은 책이 조금씩 다른 것이 흥미로웠다. 진로를 준비하며 책을 읽었을 수험생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대학 입시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공통점이 책을 열심히 읽은 것이라는 머리말을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학원보다도 과외보다도 좋은 것은 어린 시절부터의 꾸준한 독서라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게 되었고, 격하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독서가 모든 학문의 기초 소양이고 대학 수학 능력을 판별하는 수단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7장 양자역학에 대한 지적인 대화에서 하이젠베르크가 양자역학을 창시한 물리학자이지만 테니스와 등산, 하이킹과 사이클링을 틈나는 대로 즐기고, 피아노로 실내악 연주도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깊이 있는 학문적 성과를 내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다른 여러 활동들을 통해 더 오래 학문에 매달릴 수 있다는 생각을 나 역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노자의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팠다’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잡다하게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고 있느라 늘 분주해서인지 하이젠베르크의 삶이 힘이 되었다. 양자역학에 대해 말로만 많이 듣고, 여러 책에서 개요만 살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양자역학의 개념을 조금이나마 정확하게 알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인문학 모임에서 올해 읽을 책은 모두 골라 두었는데 내년에는 이 책에 나오는 엔트로피라는 책도 함께 읽어보자고 하고 싶다. 그중 한 분이 과학 선생님이기도 하고, 1년에 한 번 정도는 과학에 관한 책을 읽어보려 하기 때문이다. 사실 혼자서는 안 읽어질 것 같기도 하다. 소개된 책들 중 죽은 시인의 사회가 독특하다. 보통은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데 이 책은 영화를 소설로 만들었다. 사실 오래전 영화의 원작인 줄 알고 읽어볼까 하다가 영화를 소설로 만든 것이라는 문구를 읽고 내려놓았던 적이 있어 이 책에 소개된 것이 의외였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영화를 소설로 만든 것 중에 훌륭한 건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왠지 궁금하다.

책을 읽으라는 잔소리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으로 소풍을 가서 책 구경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저자의 경험담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덕분에 아이가 독서를 의무가 아닌 즐거운 놀이로 생각했다니 이보다 더 좋은 가르침이 있을까?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도 독서는 필요하다. 누군가의 강제에 의한 억지 독서가 아닌 즐거움의 독서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선택하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때로는 저자와 같은 책의 대가들이 읽은 책을 따라 읽으며 독서가 낙인 사람들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비단 명문대 지망생뿐 아니라 보다 양질의 삶을 살아보고픈 이들에게 좋을 책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0_mQ7Wg9pXk



* 위 글을 저자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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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6 0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elly110 2023-07-22 09:56   좋아요 0 | URL
에구..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제 기쁨입니다. 감사해요!
 
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6
손현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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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출판사의 메일을 받았다. 열다섯 소년의 사연이 궁금해 보내주시라고 했다. 토요일 아침, 스터디 카페에 앉아 단숨에 읽었다. 마음 아프고도 희망적인 이야기였다. 책을 읽다 보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그 책에서도 집 나간 남편으로 인해 가난과 슬픔에 내몰린 가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남편의 사망 이후 우울증을 앓는 부인과 우울증 극복을 위해 하나씩 집에 들인 유기견 열일곱 마리, 그리고 그녀의 아들과 딸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아들 주노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개 열일곱 마리와 함께 거리로 내몰린 주노 가족의 답답한 현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반지하 빌라에서 그 많은 개를 키운 것도 신기하고, 아무 대책 없이 거리로 나앉은 것도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 저자는 마지막 말에서 실제 이런 사연이 실린 기사를 보고 소설의 모티프로 삼았다고 했다. 하나의 기사가 소설이 되는 순간이다. 작가의 상상은 이어진다. 운 좋게 명문 중학교에 다니던 소년이 버려진 버스에서 살게 되고,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 무리 때문에 힘든 학교생활을 계속한다. 통영에서 전학 온 예지와 마음이 잘 맞지만 효재 무리에게 함께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이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 상황에도 별 신경 쓰지 않는 담임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 쌓이던 중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열일곱 마리나 되는 개로 인해 갑갑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중 새우라는 강아지는 심장병까지 있음을 알게 되지만 비싼 약을 먹일 수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할 수도 없다. 힘들지만 개들을 다시 유기견 보호소나 거리로 내몰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주노의 갈등에 마음이 아팠다. 한때 어머니가 도왔던 이모의 집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많은 개들과 함께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이모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그들에게 개를 키우는 것은 사실 사치였다.


학교폭력과 가정의 문제, 그것을 오롯이 혼자 감당하는 소년의 외로움이 전해져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예지나 동물 병원 집 아들이자 반장인 호영, 주짓수 관장님과 같은 도움의 손길이 있어 다시금 마음이 따스해져 왔다. 교사 입장에서 혹시라도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지는 않은지 늘 살펴야 할 것 같다. 돈이 학벌을 만들고,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관심을 가져야겠다. 자신만 고통을 겪는다는 생각을 가진 청소년,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 목소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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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왕국 서로마 제국이 ‘시시껄렁하게’사라지는 순간 - 프로와 아마의 차이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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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았다. 바쁜 중에도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던 내용이라 궁금한 마음에 책을 받아 보았다. 처음에 받고 너무 얇은 책 두 개라 놀랐다.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이라는 말에 걸맞게 표지까지 합하면 100쪽 정도 될 만큼 얇았다. 분량을 100쪽에 맞추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들고 다니며 읽기에 좋은 두께이다. 

두 권의 책으로 왔는데 하나는 서로마 제국의 멸망,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나라의 몰락에 대한 내용이었다. 서양과 동양의 고대 역사가 현대에 시사하는 점들이 있는지 고찰하는 내용이었고, 문장은 굉장히 캐주얼했다. 입말이나 요즘 회자되는 말들을 넣어 인문학이라는 딱딱함을 한 꺼풀 벗겨낸 느낌이었다.

고백하자면 고등학교 시절 외우는 공부를 무지하게 싫어하던 나는 외우기 싫어서 이과를 선택했고 물리와 화학 중 외울 일이 적은 물리를 택했다. 그래서 한국지리나 역사, 그리고 세계사에 있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한국사가 나오는 5학년을 오랜 교사 생활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나이기에 캐주얼한 이 책도 한 번 읽어서는 이해가 안 되어 연달아 두 번을 읽었는데도 아직도 긴가민가하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들어본 적은 있는 한나라의 인물들에 비해 서로마 제국 편의 등장인물들은 너무나 생소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갔을 때 가이드로부터 훈족을 피해 그곳까지 이동해와 만들어진 도시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훈족의 영웅이었던 아틸라의 이야기로부터 책이 시작된다.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흉노족이 바로 훈족이라고 나온다. 무제의 정벌을 피해 서쪽으로 이동하던 이들이 4세기 헝가리를 통해 유럽 대륙으로 들어오며 유럽은 혼란에 빠진다. 점령지를 잔인하게 약탈하던 아틸라는 동로마를 쉽게 함락하고 서로마로 향한다. 설마 천년 제국이 무너질까, 하는 마음으로 로마의 마지막 영웅 아에티우스는 훈족을 맞아 카탈라우눔 전투를 치른다. 아에티우스는 승리하였지만 아틸라에 대한 안이한 판단으로 훈족을 섬멸하지 않은 탓에 1년 뒤 다시 아틸라의 침공을 받는다. 이번에는 바로 밀라노로 치고 들어가 밀라노를 포위하자 교황이 직접 협상하여 아틸라는 물러나고, 얼마 후 세기의 영웅이었던 아틸라도, 아에티우스도 허망한 죽음을 맞게 된다. 이후 리키메르, 오레스테스, 오도아케르에게 권력이 잠시 있었지만 시시하게 끝나고 중세 시대를 맞는다.

초한지로부터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약 500년 간 한이 중국의 고대사 후반부를 채운다. 400년 이상 분열의 시대를 누비던 왕망, 동탁, 조조, 사마의, 이름 자를 따 ‘망탁조의’라 묶어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가 다음 권에 나온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사마에 두 번(39세, 45세) 오른 왕망은 처음과 다음 너무나 대조적인 면모를 보인다. 원칙적인 삶을 살며 재야 유자로부터 존경받던 유자였던 첫 시기에 비해 다음 대사마에서는 황제를 시해하고 스스로 황제에 올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혹정을 펼쳤다. 이에 비해 위를 세운 조조와 위를 장악한 사마의는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황제에 오를 대의명분을 찾다 결국 황제가 되지 못했다. 최고의 독설가인 예형, 입바른 소리 잘하던 공자의 20대손 공륭, 조조의 양자였지만 조조를 무시했던 하안, 그리고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에 등을 돌린 죽림칠현(산도, 완적, 유영, 혜강, 향수, 완함, 왕융)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수박 겉핥기였지만 이렇게라도 동서양의 고대사를 조금이나마 접한 것이 보람되다. 이들의 이름이 다른 어디에선가 나온다면 반가울 것 같다. 참고서 읽듯 밑줄 그으며 반복해서 읽으면 외울 수 있게 될까? 다시 학창 시절로 되돌아가 그때 게을러 하지 못한 공부를 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요약된 내용이 아닌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OLlaTEia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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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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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과 리뷰를 수없이 많이 보았지만 이번에 처음 읽었다. 편의점이 처음 우리나라에 생겼을 때 24시간 동안 문을 여는 가게라는 것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남들이 다 자는 밤새 누가 가게를 찾아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하루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겠다. 교대근무하시는 분들이나 밤낮을 바꿔 생활하는 직업을 가진 이가 생각보다 너무 많다.


사실 나는 편의점을 그다지 자주 가지 않는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혹은 대형 쓰레기 부착용 티켓을 살 때만 간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편의점을 이용한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학생들의 아지트이기도 하고, 다른 곳보다 1+1, 혹은 2+1 행사가 많아 할인판매를 노리고 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저번에 언젠가 물을 사러 갔다가 행사 상품을 골랐는데 하나만 구입을 했더니 점원 분이 왜 하나만 하느냐고 하셨다. 무거워서 하나만 가져가려는 건데 이상하게 생각을 하시며 그럼 제가 먹어도 될까요, 하고 말씀하셨다. 본의 아니게 선의를 베푼 건가? 어쨌든 편의점에서는 1+1의 기쁨을 간혹 누릴 수 있다.


이 책에는 사회생활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한 여성이 등장한다. 30대 중반이 되도록 계속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일본도 편의점은 대부분 아르바이트인가 보다. 그동안 여러 점장이 거쳐 갔지만 후루쿠라는 그만둘 생각도, 제대로 된 다른 직업도 구할 생각도 없다. 편의점만의 소리에 너무나 익숙할 정도로 모든 생활이 편의점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는 이유도, 잠자는 이유도, 심지어 손톱을 깎는 이유도 편의점 근무를 위해서이다. 그런 그녀에게 획기적인 일이 일어난다. 직원이나 손님을 스토킹 하는 이유로 쫓겨난 스가와라를 우연히 만나 집에 들인 것이다. 참으로 대책 없는 듯 보이는 일이지만 책 초기에 소개되었던 어린 시절 그녀의 기행으로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어쨌든 평범해 보였던 후루쿠라의 독특함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후루쿠라의 집에 기생하다시피 하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라는 뻔뻔하기 짝이 없는 스가와라도, 그를 집에 들이고 식비를 더 벌기 위해 연장 근무를 원하는 후루쿠라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한 건 그녀 자신이 편의점 인간임을 뼛속깊이 알아차리는 장면이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소설에 등장하는 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상하게 평범했던 앞부분보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 싶은 뒷부분이 훨씬 재미있게 다가왔다. 갑자기 우리 각자도 평범하지 않은 어딘가에 인이 박여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을 해야만 편안해지고, 하지 않으면 불안한 무언가. 최선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놓을 수 없는 어떤 것을 우리는 저마다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길지 않은 이 소설이 상을 받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책날개에 이 책을 출간할 당시에도 저자는 편의점에서 주 3회 일을 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어쩌면 후루쿠라는 저자의 분신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아직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까? 앞으로 편의점에 갈 때마다 편의점 소리를 귀 기울여 듣게 될 것 같다. 평범함과 묘함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반적인 세상 이야기에 묘한 것을 집어넣고 싶다(책날개)는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8pxJynBez_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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