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 - 아흔을 앞둔 노학자가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이근후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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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평생을 환자와 학생을 위해 일한 이근후님은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해지셨다. 그의 책들 중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네 자녀를 키우며 생각한 것들을 정신과 전문의적인 견해와 함께 푼 이 책은 그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문턱이 높지 않다. 어려운 것을 쉬운 말로 설명하는 사람이 진짜 고수라 본다면 이분은 진짜 고수 중에 고수이리라. 

  부모라는 자리는 결코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누군가의 인생을 인도하는 역할이고, 스스로도 성장하는 기회가 되는 중요한 일이다. 잘못하면 평생 후회하며 보내게 될 수도 있는 막중한 책임을 갖는다. 아마도 부모 역할을 완벽하게 했다고 만족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분 역시 부모 노릇이 쉽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런 조언을 할 수 있는 것은 살아온 세월로 인해 잘한 것은 잘한 대로, 잘못한 것은 잘못한 대로 경험이라는 페이지를 채웠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족함 있는 사람의 글이 더 진솔할 수 있다. 

  책은 네 부분으로 나뉜다. 아이와의 관계가 쉽지 않다는 것, 궁금한 아이의 마음,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 그리고 효과적인 육아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아이들만 보면 잔소리부터 늘어놓는 초보 아빠가 아니라 묵묵히 함께 등산을 하는 마음이 깊은 아빠가 되기를 권하는 저자는 부모 자신이 먼저 건강한 마음과 감정을 가지라고 한다. 부모의 감정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에 화, 우울감, 불안을 그대로 두어선 안된다고 한다.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인내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 반항하는 아이들을 보며 참지 못하고 함께 받아치다가는 아이들은 마음과 입을 닫게 되며 그 후유증은 오래 갈지도 모른다. 자녀가 어설프고 부족해 보여도 아이들의 진정한 팬이자 든든한 후원자로 서 있어야 한다. 넉넉한 품을 경험한 아이들은 자신도 역시 그런 마음을 실천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내향적인 아이들의 조용한 성격을 걱정하지 말고 인정하는 것인데 예로 든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학급에도 가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은 오히려 자기만의 세계를 발전시켜 놀라운 성과를 내기도 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접하고 싶다. 부모님들은 걱정하기보다 아이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여 격려하고 응원해야겠다. 

  저자는 공부 있어 흥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조건 외우거나 학원에서 주입식 교육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공부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많은 곳을 여행하며 경험을 쌓거나 부모가 먼저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이 게임하고 빈둥거리는 것 같아도 부모의 삶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대로 배운다. 

  요즘은 연세가 있음에도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다.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저자처럼 오랜 경험과 깊은 성찰로 많은 이들에게 유익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만 먹은 꼰대가 아닌 닮고 싶은 멘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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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 이순신을 성웅으로 키운 초계 변씨의 삼천지교 윤동한의 역사경영에세이 3
윤동한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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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고 바로 감사하다고 했다이순신 장군의 영웅적 일대기에 열광하는 나는 난중일기와 칼의 노래를 눈물 훔치며 읽었다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그의 어머니에 대해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제목만 보고 이야기처럼 술술 읽히는 책일 줄 알았는데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담은 딱딱하지만 가치가 높은 책이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이순신의 어린 시절 살았던 서울아산에서의 생활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머문 여수그리고 어머니 변씨 가문의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이순신은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났다. 1545년생이니 해방 400년 전이다명보아트홀 앞에 이순신 생가터 표지석이 있다고 하니 혹시 근처를 지나게 되면 가서 보고 싶다성장 과정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서애 류성룡과의 만남이다그는 순신의 형 요신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학 동기였다고 한다순신의 됨됨이를 잘 알았던 그는 이후 그를 정읍현감과 전라좌수사에 적극 천거하였고 임진왜란 중 그의 활약상을 난중일기 임진년 3월 기록 중 순신과 서애의 우정이 그려져 있다.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서울을 떠나 아산으로 가게 된 것은 가문이 쇠락하여 순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관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녹봉을 받지 못하고 살림이 어려워져 서울 생활이 힘들어져 순신의 어머니인 초계 변씨는 친정행을 택한 것이다그녀는 그곳에서 담대하고 과감하며 민첩하고 냉철하게 가문을 지킨다.

 

  3장에서는 아들과 어머니의 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난리 중에도 어머니와의 서신 교환을 수없이 하고 짬이 날 때마다 어머니를 찾아뵈었던 아들의 사랑과 노쇠한 몸을 이끌고 아들에게 향하다 배에서 병사하신 어머니의 애절함이 눈물겹다사랑하는 아들을 곁에 두기보다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으라는 말로 전쟁터로 보낸 어머니의 결기에 마음이 찢어진다이순신과 권율 같은 위대한 장수 뒤에는 눈물로 뒷바라지하던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눈물로 기도하는 어머니의 자녀들 중에는 위대한 인물이 많은 것 같다.

 

  어머니의 사망 후에도 변씨 가문의 많은 청장년이 이순신과 함께 출전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이들 덕분에 우리는 이 땅에 주인으로 살고 있음을 감사해야겠다많은 자료를 모아 책으로 쓴 저자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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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부르는 창업 노트 - 다국적 기업부터 시골 북카페까지, 성공한 창업자 19인이 들려주는 삶의 기술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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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반가운 책이 도착했다. 처음 보는 책이어서 누가 보냈을지 궁금했는데 작가 이름을 보니 익숙해 책이 온 사연을 눈치챘다. 1년 전 작가님의 책을 여러 권 읽었고, 현직 교사이자 북칼럼니스트인 작가님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 내가 책을 쓰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말씀에 무척 든든해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몇 가지가 더 있다. 이번 학기 아이들과 경제부분을 공부할 때 창업 프로젝트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던 차여서 책 제목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내가 먼저 읽고 아이들과 공유하겠다는 생각으로 밑줄을 그어 가며 꼼꼼히 읽었다. 한 가지 더. 북바이북이라는 출판사는 몇 년 전 즐겨 가던 북카페이다. 지금은 카페가 이사를 해 가지 못하지만 작가들과 만남을 갖고 중고책도 살 수 있었던 좋은 추억의 장소이다. 이후 좋은 책들을 출판하고 있는 출판사이기도 하다. 작가님이 이곳에서 출간하시다니 그 계기도 궁금해진다. 책을 워낙 좋아하시고 희귀본 구입을 즐기실 정도로 책을 많이 소유하신 분이라 짐작이 가긴 하지만 말이다.

  책 표지에서 파타고니아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얼마전 유튜브로 <파타고니아 이야기>라는 책을 접한 후 구입하고 오기를 기다리던 시기에 받았기 때문이다. 책에는 누구나 다 아는 넷플릭스, 스타벅스, 다이슨, 버거킹, 월마트, 나이키, 유튜브, 아마존, 픽사, 삼성과 같은 거대기업 외에도 보틀북스 카페, 김영모과자점, 발뮤다, 라쿠텐, 재포스닷컴 같은 처음 들어보는 회사의 창업주도 있다. 이 책을 조금 일찍 읽었다면 얼마 전 다녀온 진주여행 중 보틀북스 카페에 들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총 19개의 창업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작가가 책을 통해 접한 기록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 중 책을 탐독하고 글을 쓰는 창업주들이 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모두 성공한 창업주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독서와 성공의 관계는 무시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책을 읽다가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필요를 생각하고,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하며,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을 쓰고, 이웃과 자연을 생각하는 기업이 오랫동안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술수를 쓰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하게 고객을 대한 기업은 고객의 사랑을 받기 마련이다. 이 원리를 안다면 어떤 분야에서 창업을 하든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창업주들의 이야기 중 독특한 부분도 있었다. 공채가 아닌 아는 사람끼리 고용해서 운영하는 파타고니아의 채용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고, 유튜브를 만든 지 일 년 만에 구글에 팔아버린 이야기도 신기하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결정은 시기와 맞물려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CEO가 되는 비결일 것이다. 이를 위해 책을 읽거나 깊은 사색, 많은 경험이 요구되며 모든 것이 융합하여 통찰적인 결정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창업주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비단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팁만 실린 것은 아니다. 사회의 어느 곳에 위치하든 본받을 점이 많다. 교사로서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배운다는 자세로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책을 읽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이 또 생겼다. 책이 책을 부른다. <빵 굽는 CEO>, <슈독>, <가자, 어디에도 없던 방법으로>, <사람만 남았다> 이런 책들이다. 기억했다가 만나면 반갑게 읽어보리라. 

  
—- 본문 —-


-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라는 오랜 철학과 자신의 취미생활을 마음껏 즐긴 사람이 회사에 복귀해서 창의력이 넘치는 아이디어를 내고 일도 잘한다는 경험을 토대로 넷플릭스는 휴가 규정을 없앴다. (16쪽)

- 테라오 겐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을 언어라고 생각한다. 언어가 생김으로써 인간은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이룰 수 있었다. 그는 사업이나 일상생활에서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전달자의 영향력은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상황에 따른 적절한 어휘 사용은 기어가의 중요한 덕목이며 독서를 통해 이런 능력이 길러진다고 말한다. 어휘력이 뛰어날수록 경영 능력도 향상되므로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습득한 풍부한 어휘력은 최상의 표현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목표를 이루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28-29쪽)

- 다이슨이 성공한 것은 세상에 없는 물건을 발명했기 때문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의 불편함을 발견하고 개선한 덕분이다. (73쪽)

-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엉뚱한 분야에서 고생하는 학생을 보면 안타깝다. 어쩌면 학창 시절 가장 집중해야 하는 일은 자신이 무엇을 제일 잘하는지를 찾는 것 아닐까. (223쪽)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p9eL6fLq_Uo




* 위 글은 작가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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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70주년 특별 에디션 고급 벨벳 양장본)
루이스 캐럴 지음, 디즈니 그림, 공민희 옮김, 양윤정 해설 / 아르누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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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를 처음 접한 것이 아마 이 디즈니 만화영화가 아닌가 싶다. 어렴풋하지만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것 같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괴팍한 여왕과 트럼프 카드 병정, 커지고 작아지는 앨리스를 보며 신기해했던 일이 떠오른다. 이 책으로 철학하는 책을 읽은 후 원작이 궁금해 읽었던 적이 있는데 그 후 다시 접한 앨리스 역시 신선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70주년 특별 에디션을 보내주신 출판사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되어 즐거웠고(내용이 유쾌하진 않지만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곳을 캐럴이 환상적이라 표현한 것과 같은 의미로), 말속에 담긴 뉘앙스와 발음이 비슷한 단어로 만든 비유들이 궁금해 책을 덮으면서 원서를 구입했다.

질서정연하게 보이는 정상 세계와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신기한 세계를 연결하는 문은 늦었다며 시계를 보고 사라진 토끼를 따라 들어간 토끼굴이다. 끝을 알 수 없이 아래로 떨어진 후 신기한 일들을 겪는데 사실은 굴에 들어가기 전 말을 하는 토끼를 만났는데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음을 자각하는 것으로 보아 토끼와의 만남이 이상한 일의 시작이다. 앨리스는 병 속 음료나 케이크, 버섯 등을 먹으며 커지거나 작아진다. 앨리스의 의지가 커진 마지막에는 그런 게 필요 없지만. 역자의 말을 빌리면 아이들에게 있어 크기는 힘의 상징이므로 커졌다 작아지며 모험을 하는 앨리스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대리만족하는지도 모른다.

이상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한 일들, 아기를 던지고, 접시를 깨고, 동물로 경기를 하고, 사소한 일에 목을 베라는 명령을 하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상식을 깨는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들은 당시(영국 빅토리아 중기) 사회를 풍자한다. 장면들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앨리스가 외우는 <아버지 윌리엄>이라는 시나 라임을 이용한 모자 장수의 노래, 시를 풍자한 앨리스의 암송, 재판정의 잭의 편지와 같이 삽입된 시나 노래들이 근사하고 절묘하다.

수많은 동명의 책이 있겠지만 이 책은 사랑스럽고 코믹한 삽화가 특징이다. 아마도 나처럼 어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이 이야기를 접한 적 있는 분들은 향수를 느낄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한번 만나 보고 싶다.


* 전에 읽고 쓴 다른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리뷰
https://m.blog.naver.com/kelly110/40206301373

* 원문

https://m.blog.naver.com/kelly110/222654277419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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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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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여 년 후 코로나를 회상하며 쓴 형식의 소설. 이 말만 듣고도 바로 궁금증이 생겨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다. 그때는 코로나가 없겠지? 아니면 독감처럼 철마다 오는 전염병으로 남아있을까? 배경이 이탈리아인 것도 흥미로웠다. 코로나 초기 봉쇄령이 내려졌던 그곳에서 발코니에서 음악회를 열던 그들의 모습을 뉴스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는 ‘아주 오래전 그때는’이고 2080년 화자는 손자들에게 오래전(2020년대) 역사적인 팬데믹 상황을 아이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탈리아에서도 ‘우한’, ‘박쥐’, ‘봉쇄령’으로 바이러스가 찾아왔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인에 대한 경계심도 있었고, 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에 비해 그곳은 반경 몇 킬로미터 밖으로는 가지 못하는 봉쇄령마저 내려졌다. 이 이야기는 그로 인해 시작된다. 엄마와 헤어져 살던 아빠를 오랜만에 만나는 9살 마티아의 눈에 아빠는 그리움을 넘어 증오의 대상이기까지 했다. 로마에서 음식점을 하던 아빠는 밀라노에 왔다 봉쇄령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마티아의 집 거실에서 지내게 된다. 처음에는 이틀이겠지, 했던 것이 길어져 아빠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마티아는 경계심을 풀고 점점 아빠를 받아들이게 된다. 정이 쌓일수록 이별은 어려운 법인데.

  우리나라의 아파트와는 다르게 이탈리아의 아파트는 창이 없이 뚫린 발코니가 있다. 발코니에서 이웃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처음 코로나 발생 후 완전히 세상과 격리된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상황을 연출한다. 이들은 발코니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며 고생하는 의료인을 격려하기도 하고, 자유롭지 못한 서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지고 점점 지쳐 간다. 이야기에 그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별거 후 서로 이성 친구를 만든 부모님으로 혼란스러운 타니아와 아빠가 다른 누나 로사나는 온라인 수업을 받으며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은 학생의 모습을 보인다. 크지 않은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연립주택 같은 느낌이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타니아는 몇 층에 누가 사는지, 어떤 습성을 가지고 있는지 탐험하고 연구한다. 마음 아픈 것이 수간호사의 집 현관에 붙은 비난이다. 아파트에 바이러스를 옮겨 온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고생하고 쉬러 온 수간호사가 얼마나 속상했을까? 이웃 노인이 아픈 아내 걱정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던 것이다. 

  이 책의 재미는 9살 마티아의 귀여움과 재치 넘치는 대사에 있다. 9살 눈으로 본 세상은 두렵기도,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다고 화자는 회상한다. 코로나는 우리 모두에게 전과 후를 나뉘게 하는 강렬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나이와 관계 없이 말이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 치명률이 낮아졌다고 하니 영업시간 제한이나 백신 패스를 풀고 야외에서만이라도 마스크를 벗는 등 조금은 자유롭게 지냈으면 좋겠다. 




출처: https://blog.naver.com/kelly110/22264585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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