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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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받았다. 한동안 철학 입문 책을 읽다가 요즘은 거의 읽지 않고 있던 터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속 평범한 사람들을 그린 표지도 선택에 한 목 했을 것이다. 표지만 보고 굉장히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일 거라 상상했는데 생각보다는 심오하고 깊이 있는 책이었다.


철학자들의 책이나 영화 또는 철학자 간의 의견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접하기에 그리 낯설진 않았다. 이름만 많이 들어 보았지 사실상 저서를 읽어본 일은 없는 비트겐슈타인, 프로이트, 소쉬르, 푸코, 한나 아렌트와 같은 이들 가운데 니체와 카뮈가 반가웠다. 그런가 하면 브랜든 카터, 김한승과 같은 처음 듣는 이들의 주장도 실려 있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무척 많다. 인지 부조화란 현실이 우리가 믿거나 원하는 바와 달라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상태(30쪽)라는 것, 인정 욕구가 거부된 사람들이 심한 모욕감 끝에 오히려 갑질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과도한 인정 욕구는 불행을 가져온다. 갈증 날 때 바닷물 마시는 것에 비유된다. (47-49쪽) 요즘 유행하는 ‘아모르파티’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스럽게 만들라(54)는 말이었다. 비록 순간의 기쁨은 금방 사라지고, 미리의 희망이 헛되며, 삶에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운명 자체를 사랑(59쪽)하라고 한다.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라는 정신 질환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글쓰기에 집착하는 것으로 내면의 흐름에 따라 상징적으로 암호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카프카도 이런 증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도기숙 교수는 말한다. (90쪽) 언어가 생각을 제한한다는 ‘언어 결정론’(164쪽)도 재미있다. 스페인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에 대한 해석이 기억에 남는다. 각 시대의 지식을 구성하는 무의식적 인식 체계 중 17세기 유럽은 표상을 지향(19세기는 주체)했다고 한다.(195쪽) ‘시녀들’은 주체는 사라지고 표상만 남은 상태라고 푸코는 말했다. 라캉은 푸코의 해석에 반대한다.


평생 보모 일을 하며 혼자 살면서 15만 장의 사진을 찍어 모았던 비비안 마이어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사후에 포토그래퍼로 인정받은 경우이다. 그녀에게 세상이 ‘티켓을 끊고 들어온 놀이터’(216-224쪽)라고 보는 견해가 재미있다. 양자역학은 언제나 나에게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면이 있다. 데이비드 봄은 숨겨진 질서와 동시성 현상(255쪽)을 이야기한다. 양자역학이란 두 사건이 시간,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다른 차원에서 보면 숨겨진 질서를 가지고 서로 연결되어있다고 한다. (258쪽) 신기한 세계다.


철학은 늘 어려우면서도 그래서 더 탐구하고픈 마음이 생기는 분야다. 책에 나온 철학자들의 책을 하나씩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어려운 면이 없지 않지만 한 번씩 꺼내 보면 지적인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을 만한 책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eTl9QHghCi8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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