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것이 아니다, 짓는 것이다 - 글쓰기 대가들에게 배우는 최고의 글쓰기 비법
김동인 외 지음 / 루이앤휴잇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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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933037991

 

  늘 가는 도서관에 있는 작법에 관한 책은 거의 다 읽었는데 얼마 전 들렀더니 새 책이 하나 들어와 있어 빌려왔습니다. 뒷면에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소설처럼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글쓰기 대가들의 명쾌하고 살아 있는 글쓰기 원칙과 비법!” 하지만 제가 읽기에 쉽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분들이 오래 전에 살았던 분들이고, 문체와 단어들이 옛날식이기 때문입니다. 오기로 끝까지 읽었던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고 여겨집니다. 초창기 소설을 비롯한 작법들에 대해 여기저기에 써 놓은 것들을 한데 모았기 때문에 당시 작가들의 생각과 작법을 알 수 있는 역사적 가치까지도 지닙니다.

 

  김동인과 계용묵, 채만식, 김영랑과 같은 익히 알고 있던 시인이나 작가 외에도 임화, 박용철과 같은 생소한 분의 글도 실려 있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글 쓰는 삶과 방법에 대한 글을 썼다는 것이지요. 이들은 정확한 문장의 중요성, 글을 쓰는 어려움(계용묵), 작법, 수필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고어가 되어버린 말들을 섞어서 말이지요.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도 있지만 이들이 하고자 하는 말들은 공통됩니다. 진실한 글을 써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이 지난하고 힘들지라도 견뎌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키우기 위해 쥐어짜낸 의미 없는 글을 쓰는 것보다는 일단 문필가가 되기로 결정한 이상 가난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권합니다. 그러면서도 출판과 책읽기 바람이 일었던 것에 비해 출판사가 독식하던 이익에 대한 불만도 드러냅니다. 이들의 책을 거의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본문으로 제시된 내용이 생소하고 낯설었습니다. 앞으로 이분들이 쓴 책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초창기 소설들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합니다.

 

- 나 역시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 이에 앞으로 소설 잘 쓰는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비록 내가 언제까지 소설을 쓸지는 알 수 없다. 이에 기약할 수는 없지만, 소설을 그만 쓰는 날까지 꾸준히 소설을 잘 쓰는 공부를 할 생각이다. - 채만식 (50쪽)



- 군이 이후에 쓰는 작품은 온종일 앉아서 꼭 한 장만 죽을힘을 다해 쓸 생각을 하고, 한 달에 삼십 장짜리 한 편을 쓴 후 그것을 한 보름 두고 열다섯 장쯤으로 줄여 보시오. - 계용묵(87~88쪽)



- 왜 이리 창작이 어려워지는지 모르겠다. 도시 붓을 들기가 끔찍하다. 창작욕은 여전히 사그라질 줄 모르는 데도 쓰기는 을씨년스럽다. - 계용묵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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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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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927518212

 

1968년 마오쩌둥 주석이 벌인 학생 농민 재교육 운동은 그 넓은 중국 땅을 뒤집어 놓았다. 소위 지식인들의 자녀들은 농민들로부터 배우기 위해 부모와 떨어져 시골 깡촌으로 들어갔다. 그들 중 한 명인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뤄와 함께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본 적도 없는 시골 사람들이 모인 하늘긴꼬리닭 산으로 들어간다.

 

  '반동분자'의 자녀로 그곳에서도 촌장의 감시를 받는데 그가 가져간 자명종 시계와 이야기 풀어내는 실력으로 시골 사람들의 호의를 받기 시작한다. 급기야 시내로 가 영화를 보고 와서 전달해 주는 역할을 맡아 고된 노동에서 잠시나마 해방되기도 한다.

 

  마오쩌둥의 저서와 공산주의 저서 외에 다른 책들이 금서로 지정되었던 당시 학문에 매진하던 학생들에게 책이란 얼마나 귀한 존재였을까? 그곳에 들어온 안경잡이로부터 받은 발자크의 책은 그의 열정에 불을 지피고 안경잡이의 다른 책들을 빼내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사실 저자가 직접 겪은 일을 각색했을 터)을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건 작가의 긍정적인 정서나 타고난 재치 덕분일 것이다. 미소를 머금은 채 읽을 수 있었고 중국 역사의 단면을 알 수 있는 책이다.

- 잔뜩 겁을 집어먹은 나는 각 장면의 배경을 기계적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뤄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이야기를 하는 대신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연기하면서 각각의 성대를 모사하고 몸짓까지 그대로 흉내 냈다. 그는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서스펜스를 만들고, 의문을 제기하고, 관람객들의 반응을 끌어내고, 틀린 대답을 고쳐주었다. 결국 뤄 혼자서 모두 다 한 셈이었다. 우리,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뤄가 주어진 시간 내에 정확하게 영화를 끝냈을 때, 그 구전영화에 감동한 관람객들은 얼이 빠져버렸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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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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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925145243

 

  오래 전 기욤 뮈소의 책을 읽고 한동안 읽지 않았다. 빠르게 넘어갔던 그의 책에는 무언가 깊이가 없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얼마 전 동명의 영화를 보고 책으로 읽고 싶어 도서관에 검색했더니 남아 있는 게 없었다. 예약을 하고 다시 오래 기다렸다. 책을 받고 순식간에 읽었다. 영화를 봤기 때문에 더 빨리 읽었던 것 같다. 배경과 세밀한 부분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똑같다. 그래서 책을 읽고 영화를 읽은 사람은 영화의 감동이 덜했을 것이다.

 

  평생을 가슴에 묻어두고 있었던 연인, 또는 가족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마음에서 이 책이 쓰였을 것이다. 흔한 타임머신이 아닌 신비한 알약으로 30년 전의 나를 만나러 간 엘리엇은 젊은 자신을 보고 꿈을 꾸는 듯했을 것이다. 꿈이 아님을 알고 자신이 사랑했던 일리나를 살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는 것에는 희생도 따르게 된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서인지 책을 읽는 내용이 자동 영상으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그게 또 기욤 뮈소 작품들의 매력인지 모르겠다. 그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지 알고 싶다. 아마도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읽고 썼기 때문일까? 니즈를 알고 대처하는 기업, 개인은 망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진정한 문학이라면 타협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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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섬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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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921390130

 

  제목을 보니 궁금한 마음이 들어 이 책을 빌려왔습니다. 저자가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으로 진행되는 판타지 동화입니다. 평생 책을 써 온 저자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자신의 책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낚시를 하고, 우연히 한 아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들려주는 책 만드는 이야기를 책섬에 가서 하게 됩니다.

 

  삽으로 땅을 파 책으로 만든다는 것은 자신이 쓰고 싶은 책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미리 자료조사를 철저히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어와 문장을 모으고 그것을 정교하게 짜 맞추어 책을 만들고, 결국 그렇게 만든 책을 사람들에게 띄워 보낸 후에는 자신의 것이 아니므로 가지려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책에 관한 의미심장한 문장들을 귀여운 그림과 함께 제시하고 있어 책섬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 느낌이었습니다.

 

  책을 쓰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이 책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삽질을 엄라나 해야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그렇게 고생해서 쓴 책만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될까요? 읽으며 저자의 경험담이 녹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책이 독자들에게 외면당할 때의 참담한 기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베스트셀러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외면을 받는 책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읽는 다양한 독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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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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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913549513

 

  얼마 전 이웃 분의 소개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표지 그림에 있는 책들과 한 남자가 흥미로웠다.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궁금한 마음에 빌려오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요즘 유행하는 거대한 사건이나 특별히 악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 평범한 사람이 학생 시절부터 청년기를 지나 결혼을 하고 노년에 이르는 과정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러기에 더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씁쓸한 알약을 삼키며 그러기에 더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주인공 스토너처럼 말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 들어갔다가 자신의 진로가 부모의 뜻과는 다름을 알고 졸업 후 귀향하지 않고 대학에 남는다. 그곳에서 교수로 성장하여 평생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 한때는 세미나로 학생들의 인기를 누리기도 하지만 그를 시기하는 다른 교수로 인해 위기를 맞기도 한다. 사랑 없는 결혼과 딸의 일탈로 평범한 행복을 누리는 일도 박탈당한 채 살던 그는 우연히 찾아온 로맨틱한 행복도 빼앗기게 된다.

 

  이 책이 나에게 깊이 다가온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나는 결국 무엇을 기대했을까? 스토너의 물음에 답을 생각해 본다. 오랜 시간 묻혀 있다가 수십 년이 흐른 후에야 다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이 책은 주인공의 모습과 닮아 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치밀한 구도가 없어도, 엄청난 사건이 없어도 좋은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레이스가 떠난 뒤 조급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들이 가끔 있었다. 별로 여행을 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여행을 떠나는 순간을 기대하는 사람처럼. 모든 여행자가 그렇듯이, 그도 떠나기 전에 할 일이 아주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3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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