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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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927518212

 

1968년 마오쩌둥 주석이 벌인 학생 농민 재교육 운동은 그 넓은 중국 땅을 뒤집어 놓았다. 소위 지식인들의 자녀들은 농민들로부터 배우기 위해 부모와 떨어져 시골 깡촌으로 들어갔다. 그들 중 한 명인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뤄와 함께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본 적도 없는 시골 사람들이 모인 하늘긴꼬리닭 산으로 들어간다.

 

  '반동분자'의 자녀로 그곳에서도 촌장의 감시를 받는데 그가 가져간 자명종 시계와 이야기 풀어내는 실력으로 시골 사람들의 호의를 받기 시작한다. 급기야 시내로 가 영화를 보고 와서 전달해 주는 역할을 맡아 고된 노동에서 잠시나마 해방되기도 한다.

 

  마오쩌둥의 저서와 공산주의 저서 외에 다른 책들이 금서로 지정되었던 당시 학문에 매진하던 학생들에게 책이란 얼마나 귀한 존재였을까? 그곳에 들어온 안경잡이로부터 받은 발자크의 책은 그의 열정에 불을 지피고 안경잡이의 다른 책들을 빼내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사실 저자가 직접 겪은 일을 각색했을 터)을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건 작가의 긍정적인 정서나 타고난 재치 덕분일 것이다. 미소를 머금은 채 읽을 수 있었고 중국 역사의 단면을 알 수 있는 책이다.

- 잔뜩 겁을 집어먹은 나는 각 장면의 배경을 기계적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뤄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이야기를 하는 대신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연기하면서 각각의 성대를 모사하고 몸짓까지 그대로 흉내 냈다. 그는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서스펜스를 만들고, 의문을 제기하고, 관람객들의 반응을 끌어내고, 틀린 대답을 고쳐주었다. 결국 뤄 혼자서 모두 다 한 셈이었다. 우리,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뤄가 주어진 시간 내에 정확하게 영화를 끝냈을 때, 그 구전영화에 감동한 관람객들은 얼이 빠져버렸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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