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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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보내주신다는 연락을 받고 잠시 망설였다. 혹시 영화로 치면 청불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런 부분은 없다고 하셔서 책을 받았다. 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은 안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다 보니 영화를 보는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 뒤쪽 표지에 한 영화사 대표님이 영상화 판권을 바로 계약했다고 되어 있었다.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다. 

 
  한 원룸의 여성 전용 층 계단에서 발견된 남자의 시신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6개월 전 보험을 들어둔 상황이어서 무연고나 다름없는 그의 죽음에 대한 수사가 보험회사의 의뢰로 진행된다. 3층에서 남자와 관계있는 여성은 303호 한 명인데 남자가 죽었을 때 여행을 가 있었다. 경찰은 같은 층에 사는 여성들을 한 명씩 불러 인터뷰를 하며 녹취를 남긴다. 독자들은 녹취록을 보며 이웃의 성향을 알게 되고 당시의 상황을 추리한다. 

  허름한 원룸. 각자 어떤 사연을 가지고 모였는지 관심 없지만 방음이 되지 않는 건물은 자의와 상관없이 이웃의 사생활을 알게 한다. 오래 눌러 살 생각보다는 자신의 실패를 만회하고 새롭게 도약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하지만 실패의 덫은 빠져나오기가 무척 어렵고, 오랜 실패와 좌절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표지 그림과 지은이의 이름이 이국적이지만 우리나라 배경이다. 한 명씩 들려주는 인터뷰와 독백의 형식을 띤 구성이 흥미롭다.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어 재미있었다.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나오면 보고 싶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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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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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다. 그동안 생각해본 적 없는 등대지기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을까? 등대지기라는 말도 오랜만에 들어본다. 오래전 사라진 직업군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등대라면 배를 대는 곳 근처에서 본 빨갛고 하얀 것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바다 한가운데 타워 등대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암초를 피하기 위한 그 등대를 밝히던 사람들의 이야기. 외로움과 씨름하던 그들의 감정이 잘 녹아 있는 책이다. 
 
  누군가를 잃으면 그 슬픔은 어느 정도나 지속될까? 갑자기 사라진 등대원 세 명에게는 각각 가족 혹은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 그들은 근처에 살며 서로 의지하곤 했다. 홀연히 사라진 세 명의 등대원은 남은 이들에게 엄청난 상실감을 주었다. 72년에 일어난 일은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 한 작가에 의해 되살아난다. 아직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독자들은 주인공 각자의 시선을 통해 진실에 조금씩 접근하게 된다. 

  바다 한가운데 스스로 갇힌 사람들. 그중에는 외로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뭍이 그리운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에게는 동경의 대상일지 모르나 한정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동안 늘 같은 일을 하며 지낸다는 것은 감옥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밖으로 나갈 자유가 없이 누군가가 오길 한없이 기다리는 세월이 사람들을 변화하게 하기도 한다. 때로 중요한 일은 너무 어이없이 순식간에 일어나기도 하는데 모두가 사라진 그 등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등대라는 독특한 배경 설정, 지금은 사라진 향수를 느끼게 하는 직업, 남겨진 사람들의 비애,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 사이의 사건들이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했다. 등대에서의 시간처럼 사건을 접근해 가는 과정은 결코 빠르지 않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이야기. 암울한 사건과 남겨진 사람들의 답답함. 그럼에도 점점 더 궁금해지는 그날의 진실. 작가는 독자를 흔드는 재주를 지녔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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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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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책을 보내준다는 메일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말만 보고 바로 보내주시라고 했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를 보고 이지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반해 좋아했고, <와일드>라는 영화를 보고는 나이가 들수록 더 멋지게 성숙해가는 훌륭한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배우를 검색하다 그녀가 나오는 영화들 중 아직 보지 못한 작품이 많은 걸 알았고 이번 기회에 하나씩 보고 싶어졌다. 

 
  책을 읽는 내내 리즈 위더스푼을 주인공으로 상상했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게 혹시 작가가 이미 그녀를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까칠한 도시 커리어우먼 수잔은 남들과 똑같이 사는 삶을 동경하지 않고, 굉장한 독립심으로 혼자만의 삶을 즐기며 살고 있었다. 심지어 한 남성과 지속적인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면서도 결혼은 꿈꾸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커다란 사건들이 생기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과 임신이다. 이 사건들이 그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선인장 가꾸기를 좋아하는 수잔은 선인장을 닮았다. 항상 건조하게 사는 선인장처럼 그녀는 삶의 재미보다는 규칙적인 편안함을 좋아한다. 누구라도 그녀에게 다가오면 아픔을 느끼게 하는 데 소질이 있다. 선인장 가시처럼 말이다. 특히 그녀에게 원수 같은 동생에게는 더 그렇다. 생전의 어머니는 자신이 남길 유서가 딸이 그렇잖아도 사이가 좋지 않은 동생에게 소송을 걸게 할 줄 몰랐을 것이다. 어쨌든 그 일로 인해 수잔과 동생, 그리고 과거에 만난 적이 있다는 동생의 친구 롭을 다시 보게 된다. 웬만해선 바뀔 것 같지 않은 과하게 독립적인 그녀의 삶. 사막에도 비는 오나니.

  나와 생각이 다른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으나 꽤 두꺼운 책을 읽는 동안 친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픔을 간직한 선인장 같은 그녀가 행복해지기를 마음 깊이 바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가 나오면 꼭 볼 것이다. 내가 상상한 수잔과 동생 에드워드, 그리고 롭과 케이트가 어떻게 그려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6649563


https://www.youtube.com/watch?v=EkZaYhXCbfk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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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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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이웃 블로그에서 김숨 작가의 책을 소개한 걸 보고 독특한 이름의 작가가 궁금해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봤다. 여러 작품이 있었어 세 권을 빌렸고 이 책이 그중 한 권이다. 처음에는 장편 소설인가 했는데 중단편 세 편을 모은 책이었다. 둘은 조금 연결되기도 한다. 생각보다 많이 어둡고, 약간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한 마음에 계속 읽었다. 책을 평하신 분의 글에서 이 책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평범한 나로서는 그 평가마저 어려울 정도로 심오한 내용이었다. 서사가 전개되는 것보다 어떤 사건에 대해 행동과 심리를 정밀 묘사하는 느낌인 책이다.

  평소 낙관적인 성격을 지닌 나는 책 속 주인공이 어머니의 느림을 따르기 위해 빠른 발을 부끄러워하고 심지어 화분에 발을 넣어 뿌리내리고 싶다는 것을 보며 기함했다. 느린 것은 느린 것이고, 빠른 건 빠른 것인데 빠른 걸 싫어하게 되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지붕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 빠지고 싶어 한다는 것도 정말 철학적인 발상이다. 대놓고 판타지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라 미묘한 심리 묘사가 더 섬뜩함을 주고 환상적으로 만든다. 발에서 뿌리내리는 발상은 오래전 읽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에서도 비슷하게 등장하였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생각지 못할 것을 작가는 생각하고 글로 쓴다는 것이 범상하다.

  두 번째 이야기인 뿌리를 갈구하는 한 화가도 평범치 않기로는 마찬가지이다. 그런 남자 친구를 매일 보러 오는 주인공도 정말 독특하다. 뿌리에 대한 애착이 너무나 대단해서 나무를 뽑는 곳에 가서 싫어와 조금이라도 상할까 소중히 말리는 작가의 느린 일상이 펼쳐지는데 그의 어린 시절 화분에 발을 담은 적이 있다는 말이 앞 이야기와 연결 부분이다. 누군가가 어떤 것에 열광하면 옆에 있던 사람도 덩달아 같이 좋아하고 사랑하게 될까? 열정 하나만은 정말 대단한 주인공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셋 중 최고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서까지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 묘사와 독특한 둘의 대화. 주변에 없을 것 같은, 그럼에도 어디에 한둘은 있을 것 같은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신기하고 안타깝기까지 하다.

  책이 영화보다 때로는 공포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보이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욱 섬뜩할 때가 있다. 때로 귀신보다 사람의 내면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와 어떤 면에서 닿아 있는 책이다. 작가의 다른 책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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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오늘의 젊은 작가 33
김희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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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보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간 접한 오늘의 젊은 작가 책들은 조금은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시리즈이므로 이번 책에서도 무언가 색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초록색 표지에 표정을 잃은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은 가히 엽기적이었다. 그림이 책 내용을 암시하는 듯했다.

  공식적으로 이 이야기는 2월 16일 화요일부터 2월 22일 월요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사건들은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일들부터 현재까지 필요에 따라 시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극동리라는 마을에서 실종된 세 사람 사건을 취재하러 간 김영주 기자는 너무나 희한한 죽음을 목격한다. 죽은 노인이 그 마을에 들어온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반대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시체를 살펴본 김영주 기자는 W 시의 대표 언론사 최희육 기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잠시 이야기 속에서 사라진다. 김영주의 말을 들은 최 기자는 전직 경찰인 우광일을 떠올리고 그에게서 오래전 극동리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 마을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뿐 아니라 영화 촬영장을 필두로 테마공원이 들어설 계획이 있었다. 현재 한참 촬영 중인 영화 '배틀 온 마스'의 황당한 사건과 실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마을 사람들이 온통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영화 촬영장은 그 배경인 화성이라는 설정처럼 황량하고 비현실적이다. 책을 읽으며 오래전 보았던 영화 'Get Out'과 같은 감독의 영화 'Us'를 떠올렸다. 영혼과 육체는 하나일까, 나뉠 수 있을까?

  이 책을 휴일 하루 동안 쉼 없이 읽었다그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고뒤가 궁금했다다소 복잡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소설이었다이 책을 좋아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작가가 현재 원주에서 약사의 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40대에 늦깎이 소설가가 된 그녀의 사연이 흥미로웠고약사 일도 소설가 일도 사람을 탐구한다는 것에 맥락을 같이 한다는 그녀의 인터뷰 기사에 공감이 갔다요즘 관심 있게 생각하는 신재생 에너지가 등장한 것도 좋았다태양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산 등성이의 나이 많은 나무들을 뽑아버리는 일들을 보며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마지막으로 이 책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책 속 세상에서 가능한 희한한 일들을 주인공도 언제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조마조마함이 책의 전반에 깔려 있다.


  이 마을 이야기를 접하며 요즘 신문을 연일 장식하는 암환자 많은 공장 마을이 떠오르기도 했다. 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 점점 병에 걸리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설 내용과 관련 있진 않지만 외딴 시골 마을이 개발되는 과정을 보며 마음 아픈 그 기사들이 연상되었나 보다. 책을 읽다가 이 이야기가 혹시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러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따라가며 비춰주는 사건들이 스크린 속 장면들처럼 느껴졌다. 기발한 상상력을 품은 약사님의 소설 한 편 재미있게 읽었다. 이분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6466126


https://www.youtube.com/watch?v=Be5CGHGdQeA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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