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6
로이스 로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비룡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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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기버> 영화를 보고 <<기억 전달자>>를 읽은 후 작가의 스토리텔링 타일이 마음에 들어 시리즈를 세트로 구입했다. 2편이 <<파랑 채집가>> 그리고 마지막 편인 <<메신저>>가 세 번째 이야기이다. 1편에서는 철저히 안정되어 보이는 사회 속에서 희로애락의 묘미가 없이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사회를 탈출한 ‘기억전달자’ 조너스는 2편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다가 이번 이야기에서 나이를 조금 더 먹은 지도자로 등장한다. 2편의 핵전쟁 후 암울하고 폭력적이던 사회를 벗어난 맷은 나이가 조금 들어 두 음절의 이름인 ‘맷티’가 되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한다. 1, 2편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가 바로 <<메신저>>이다.

 

  전편의 무미건조한 사회와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 비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세 번째 사회를 보여주는 이번 책에서는 두 가지 적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점점 닫히고 깊어 가는 ‘숲’이고, 둘째는 사람들의 욕망이 이글대는 ‘거래’이다. 사람을 공격하는 숲은 우리가 생각하는 깊은 숲과는 차원이 다르다. 넝쿨들이 사람들을 찌르고, 잘라낸 곳에서 '산' 성분이 나와 화상을 입히기도 한다. 폭력 사회에 남아 있던 2편의 키라를 데리고 탈출하던 맷티가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점점 닫히는 숲은 사람들간의 소통의 부재와 서로간에 입히는 상처, 그리고 파괴되어가는 자연의 반격 등을 상징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 속에 스멀거리는 이기심을 부추긴 ‘거래장’에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욕망을 사고판다. 이 두 가지는 가장 우리 세계와 닮아있던 이상적인 사회를 점점 병들게 만든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을 애써 돕던 사람들은 거래장이 서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급기야 그들은 외부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벽을 쌓기도 하는데 이들의 마음을 돌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수많은 상징을 포함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자신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영혼을 울리는 노래를 하거나, 미래를 내다보는 수를 놓거나, 치료하는 힘이 있다. 사람들을 위해 메신저가 되고자 했던 맷티는 결국 더 큰 업적을 남긴다. 그의 희생으로 사람은 물론 썩어 가던 세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얽히고설켜 있던 이야기의 실타래가 마지막에 가서 순식간에 풀리는 것이다. 조금은 황당할 수도 있지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로이스 로리만의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신비한 이야기 속에 숨은 메시지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 다른 이를 돕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남의 부족한 부분을 업신여기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휘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 미래를 이끌 아이들이 꿈꾸고 실현해야 할 과제라는 의미에서 청소년들에게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역자는 3편만 읽어도 이해 가능하다고 했지만  1, 2편을 읽은 후에 읽는 것이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시와 언어, 그리고 그것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되새기는 방법 말이야." (111쪽)

- "애 쓰지 마라. 네기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타나는 거라면 필요해서이니까. 누군가가 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거야. … 진정한 필요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라, 맷티. 재능을 낭비하지 말고." (125-126쪽)

- 결함 또한 그녀의 모습이었다. 곧은 두 다리로 빨리 걷는 키라는 지금의 키라와는 다른 사람일 것이다.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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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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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가족의 개념이 점점 바뀌기 시작합니다. 영국이 배경인 이 책에서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말하고 있습니다. 전남편의 전 여자친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아들로 키우는 여자 주인공 제스는 전남편과 자신의 딸인 텐지와 자신들이 기르는 개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청소부와 바텐더 일을 함께 하면서 혼자 근근이 아이 둘과 개를 키우는 제스는 하루하루 빚 없이 살아가기가 힘에 부칩니다. 요금 내는 날은 쉼 없이 다가오고 전남편에게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그녀의 지갑은 늘 말라 있습니다.

 

  이런 그녀에게도 행운이 찾아올까요? 지금까지의 로멘스는 주로 예쁘고 가난하고 어린 여자주인공이 돈 많은 남자를 만나 신데렐라로 산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 원래 부유했지만 감옥에 갈 일을 앞둔 남자를 만납니다. 그들의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수학 귀신인 딸 텐지의 사립학교 입학을 위해 수학 시험을 치르러 영국의 반대편까지 오래 된 차를 끌고 나가는 초보 운전 엄마. 그들의 시작이 순탄할 리가 없습니다. 버스비가 없어 오랫동안 움직인 적 없던 차를 끌고 나간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녀가 경찰에게 걸려 차를 뺏기고 엄청난 벌금을 부과 받고 있는 모습을 회사 내부 기밀을 우연히 발설해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에드가 본 것입니다. 회사 일로 심난한 데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를 망설이던 에드는 그전날 그녀에게 도움 받았던 것이 기억나 그녀 가족을 태우고 시험장으로 향합니다. 고급 차에 거대한 개까지 태운 그 여정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알게 되고 의지하게 됩니다.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저자의 재미난 대사들과 상황 설정으로 웃으며 읽었습니다. 두껍긴 했지만 책을 놓을 수가 없어서 토요일 하루 종일 이 책과 함께 보냈습니다. 저자가 쓴 안락사를 다룬 지난 번 책 <<미 비포 유>>도 한달음에 읽었는데 이 책도 영화 한 편 보듯 상상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두 편 모두 영화화 된다고 하네요. 전편은 이미 찍고 있고, 이번 것은 준비 중인가봅니다. 영화가 나오면 책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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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푸른 베이징 중국아동문학 2
구오 유에 외 지음, 윤민정 옮김, 헬렌 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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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파주 출판단지에 놀러 갔다가 예쁜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사 왔습니다. 앞에 읽은 린위탕의 <<생활의 발견>>을 통해 중국 사람들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이 책을 읽는 것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푸른 인민복을 입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쓴 책이라 제목을 푸른 베이징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암울한 시기였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지은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습니다.

 

  북한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공산국가에 대한 이야기는 남의 것 같지가 않습니다. 마오쩌둥이 건설한 중화 인민 공화국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살벌한 혁명과 통제로 인민들은 무시무시한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먹을 것도 배급받고, 억지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당시의 상황들이 어린아이의 눈으로 의연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자유는 그들에게 요원한 희망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여러 상징적 존재가 등장합니다. 친구 소소가 잡아 준 ‘작은 구름’이라는 새는 주인공 약진이가 아무리 사랑을 베풀어도 노래하지 않는 것을 의아해 하다가 결국 자유롭게 놓아 준 후 그 새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자유를 반납당한 인민들에게 너무나 필요한 건 배급받는 음식이 아니라 바로 자유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상징물은 바로 ‘연’입니다. 우리나라도 연을 즐겨 날리지만 당시 중국에서도 아이들이 많이 날렸었나봅니다. 연 줄을 끊고 하는 높이 날아가고 싶어 하는 연처럼 그들도 자유를 향해 마음껏 달려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실제 작가이자 주인공은 프랑스 남자와 어렵게 결혼한 누나 덕분에 런던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미술 작가인 아내 클레어 페로우를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 그림을 보면서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서양인이 그린 동양 그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암울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책을 덮을 수 없게 합니다. 자유를 갈망하고 있을 북한 동포들에 대한 생각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 "우리 아버지가 그러시는데 많은 것들이 홍위군에 의해 금지되고 있대." 소소가 말했다. "책, 시, 예술, 음악, 심지어 찻집에서 장기를 두는 것이나 개와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것, 다시 말해 ‘혁명적이지 않은’ 모든 것이 금지되었다고 하더라. 아버지는 천안문 광장에서 연날리기 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어." (95-96쪽)


- 문화 혁명이 시작된 후 몇 달이 지나 어머니는 ‘반혁명적’이라는 이유로 고발을 당했다. 그러고 나서 어머니는 홍위군에 의해 ‘재교육’을 받기 위해 시골로 보내졌다. 어머니는 강에서 무거운 진흙을 퍼내고 들판에서 농부처럼 일을 해야 했다. 매일매일 어머니는 공개 비판을 받았다. 거의 3년 동안 어머니는 시골에서 살아야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영혼만은 결코 망가지지 않았다. 문화 혁명이 일어난 그다음 해에 소소와 소석은 부모님들에 의해 난이처럼 조부모와 함께 살도록 혁명의 중심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로 보내졌다. … 어머니가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여러 번 발작을 일으켰고 점차 기력과 말을 잃어갔다. 어머니는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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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치 트라이얼 메이즈 러너 시리즈
제임스 대시너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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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지난 어느 미래. 지구는 태양의 플레어로부터 영향 받아 멸망의 위기에 처하고, 신종 전염병인 플레어병으로 사람들은 점점 미쳐 갑니다. 나라들이 연합하여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사악’이라는 단체를 조직하고, 청소년들을 데려다 중요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기억이 삭제된 상태에서 예상치 못하는 위험에 노출되는 이 아이들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인간성을 잃어갈 정도로 무자비한 고통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악’이라는 단체의 의도가 아무리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한 거라고 하지만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미로 속에 들어왔던 공터인 50여명의 아이들은 1편에서 20여명만 살아남습니다. 2편에서는 쉬고 있던 숙소가 갑자기 변하면서 이 아이들은 또 새로운 고난을 겪게 됩니다. 끔찍한 사건을 통해 11명이 된 아이들은 플레어 병에 감염이 된 채 엄청난 온도의 사막을 통과해 피난처로 가야만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나갑니다. 토머스는 신체적 고통보다 더 힘든 친구의 배신을 경험하기도 하며 점점 더 강인해져 가는데 끊임없이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사건들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벗어나게 됩니다.

 

  뜨거운 사막의 열기, 좀비 같은 광인들의 등장, 친구들의 배신, 새로운 여자 아이들의 그룹, 무시무시한 번개, 거인 괴물들……. 상상을 초월하는 고난을 아이들과 함께 겪으며 ‘과연 이 아이들이 살아서 피난처에 도착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을 졸이며 순식간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모든 이를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사악’을 욕 하면서 계속 읽게 되는 이유는 극도의 고난을 겪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너무 멋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를 봐서인지 주인공의 얼굴이 떠올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하고,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며, 감시자들이 지켜보다 계속되는 시련을 주고, 유망주에게 치료의 지원도 아끼지 않는 걸 보면서 <<헝거게임>>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부럽습니다. 2편과 함께 사 둔 3편 <<데스 큐어>>도 곧 읽게 될 것 같습니다. 3편에서는 ‘사악’의 의도가 속속들이 밝혀질지 궁금합니다. 우리의 멋진 주인공들(민호, 토머스, 테리사, 뉴트…)이 끝까지 살아남길 바라며 재미있게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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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온도 - 청소년 테마 소설 문학동네 청소년 22
김리리 외 지음, 유영진 엮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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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황금 시기를 맞기 전 동틀 녘쯤 되려나? 우리들의 청소년기는 길고도 아리게 지나간다. 질풍노도라는 사춘기 시절을 제외하고서라도 많은 변화와 넓어지는 관계로 인한 갈등의 깊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관계는 그래서 더 복잡하고 난해하다. 이 책에서는 특수한 시기의 여러 가지 관계에 대해 일곱 작가의 입을 빌어 운을 띄운다.

 

 

  청소년기의 가장 큰 관심인 친구 관계에 대해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이야기한다. 마냥 웃고 즐기던 초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인생에 대해 뭘 좀 알 것 같은 나이인 청소년 시절에는 친구를 그저 좋기 때문에 사귀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나는 중창 동아리에 들어가서 일 년 동안 활동했는데 그 때 처음 만난 K와 웃고 즐기는 사이가 되었다. 중창 동아리는 가끔 봉사 연주를 했는데 어느 날 K가 다니던 작은 교회에 가서 노래를 했다. 교인 수가 너무 적어 열 댓명이던 우리 동아리 아이들보다 더 적은 것 같았다. 고생해서 찾아갔던 그 교회에서의 공연 이후 우리는 더 친해졌고 고등학교 3학년까지 쭉 같은 반을 하며 단짝으로 지냈다. 하지만 고3이 되면서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나는 늘 관심을 바라는 K가 조금씩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 대학 시절 어느 날 우리는 다시 만났다. 입시 스트레스를 홀가분히 넘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아이 엄마들이 된 지금도 마음 깊은 곳까지 터놓을 수 있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고등학교 친구가 가장 깊은 사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관계는 그 어떤 시기보다 중요하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관계가 등장한다. 친구와 함께 일탈(우편함 속 편지들을 뜯어 돈을 훔친 일)을 저지른 주인공의 죄책감, 새 아빠라는 인물과의 묘한 거리감으로 고민하다 자신에게 다가오려고 하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로 결심하는 한 소년,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를 잊지 못하는 마음, 차분히 뜨개질을 하며 반 전체의 분위기를 조용히 바꿔 놓은 소년……. 살아가면서 겪게 될 수많은 관계의 연습 기간인 청소년기에 죽음과 부모의 재혼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들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청소년 자녀를 두고 있는 나는 이 책을 통해 요즘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된 것 또한 하나의 소득이다. 우리 아이들도 차갑거나 뜨거운 여러 관계들을 통해 성숙해 나가기를 바란다. 그동안 단편소설집을 즐겨 읽지 않았는데 이 책 속 단편들의 여운이 진하게 스민 뭉클한 끝부분들로 인해 단편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 겨울방학을 며칠 앞둔 무렵엔 철용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교실 안에는 몸피가 작은, 머리카락이 긴, 키가 큰, 살빛이 흰 철용이들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89쪽)

- 진호가 축지법은 수건이랬지? 이렇게 수건을 반으로 접으면 두 지점이 만난다고. 그렇다면 그 남자는 나랑 만나고 싶은가. 이 수건처럼? (196쪽)

- 관계의 기본 속성은 갈등이라는 겁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의견이 다르고 의지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잘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통을 초래하는 부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202-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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