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앙드레 말로 지음, 김붕구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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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71496974


  평화로울 때는 물론이거니와 사회가 불안정하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사회적 어려움을 틈 타 사업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자신의 소신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그리고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혁명을 누르려는 사람들아무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앞날만 걱정하는 사람들……중국의 대혁명기 각국의 출신으로 이루어진 혁명가들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를 꿈꾼다코뮤니스트로 대변되는 이들에게는 살인도폭탄 테러도 정당한 일일뿐 아니라 명예로운 사건이다하지만 모든 일에 순조롭다면 세상은 너무 쉬울테지만 만만치 않은게 세상살이다이들이 바라는 혁명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인가,좌절될 것인가?

 

  역사의 격동기에는 수많은 희생이 있기 마련이다결국 이기는 쪽은 영웅이 되고지는 쪽은 반역이 되며 역사는 이어지기 마련이다각국에서 모인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코뮤니즘이라는 노동 해방을 위한 투쟁의 목표는 많은 사람들의 죽음으로 점점 색깔을 잃어가고결국 남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투쟁하는지도 모르는 채 상실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혼자였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이 책을 이번 달 인문학 모임의 함께 읽는 책이라 읽으면서 소설 치고는 생소한 중국 역사의 한 장면을 다루고 있어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오랫동안 접했다우리나라의 격동기와도 관련이 있는 중국의 혁명기 이야기를 읽는 내내 우리나라 독립투사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다른 점이 있다면 민족의 해방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그들의 이념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죽음과 가까이 있는 혁명가들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접하며 처절함을 느끼기도 했다신념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던 이들을 역사는 어떻게 기억할까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영웅이 되었을까아니면 그냥 잊혀졌을까중국의 역사를 미리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첸으로서는 테러리즘이란 일종의 신비한 신앙이어야 했다. 우선 고독해야 한다. 테러리스트는 홀로 결단을 내리고 실천해야 한다. 경찰의 모든 능력이란 밀고에 의해 발휘된다. 단독으로 행하는 살인자는 밀고할 염려도 없으니 안심이다. 마지막에는 고독의 시련이 있다. 세상과 격리되어 사는 자라도 동료들을 찾지 않고 배기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385쪽)

- 혼자 죽지만 않는다면 죽기도 쉬운 법이다. 동지애에 넘친 떨리는 속삭임 속에서 죽는 죽음, 지금은 패배자들이 모여 죽는 죽음…. 이 참담한 피투성이의 전설이 나중에 찬란한 황금의 전설로 변모할 것이다! 이미 죽음과 대면한 이 마당에 어찌 재물로 바친 인간의 이 속삭임이 들리지 않을 것인가. 죽음에 대한 인간의 용감한 마음이야말로 죽는 사람들에게는 거룩한 영혼에 못지않는 피난처라고 그에게 외치는 그 속삭임을! (504-5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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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파란 여름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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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71909510


  어렸을 적걱정의 크기가 지금의 10분의 1밖에 안 되었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이 이야기는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쓴 소설이다물론 전적으로 사실은 아니겠지만 실제로 그녀에게 있었던 일들이 모티브가 되었다배턴 트월링이나 아버지가 집을 나간 사건그리고 아마도 주인공 레이미의 친구들도 당시에 친구들이 모델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글을 쓴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어렸을 때 생각했던 걸 떠올릴 수도 있고상처를 드러내어 남의 것으로 여기면서 치유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그 일을 읽는 독자도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함께 감정의 정화를 얻는다.

 

  세 명의 소녀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배턴 트월링을 배우기 위해 선생님을 찾는다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 스포츠임을 알게 되고다른 일에 관심을 쏟게 된다서로에 대한 우정을 조금씩 발견해 나가는 이들의 관계가 재미있다아버지를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은 레이미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방법으로 신문에 실리게 된다.

 

  가족을 잃고위기에 몰린 아이들은 서툴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기 시작한다자기 자신도 도울 수 없는 연약한 소녀들이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같은 저자의 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게 한 책이다.



- 스태포포울로스 선생님은 호루라기를 불고 에드거를 물에 빠뜨린 후 인명 구조 수업을 시작하곤 했다. 에드거는 실습용 인형이었다. 키는 160센티미터 정도였다. 청바지에 단추가 달린 체크무늬 셔츠 차림이었다. 단추로 눈을 달았고 빨간 유성 매직으로 웃는 입이 그려져 있었다. 한 번도 제대로 말리지 않은 솜으로 속이 채워져 있었고 손과 발과 배에는 돌이 들어 있어서 잘 가라앉았다. 에드거의 몸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는 왠지 달달하고 슬펐다. 스태포포울로스 선생님이 에드거를 직접 만들었다. 물에 빠뜨리려고 만든 인형이었다. 물에 빠뜨리고, 구하고, 다시 물에 빠뜨리려고 세상에 끌어들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에드거가 내내 웃고 있어야 하는 운명인 것도 레이미에게는 기묘해 보였다. 만약 자기가 에드거를 만들었다면 얼굴에 수수께끼 같은 표정을 그려 넣었을 것이다.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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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 판타스틱 픽션 WHITE 1-1 판타스틱 픽션 화이트 White 1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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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고 이 책을 빌렸다. 영화에서도 모자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자세한 심리 묘사까지 당시의 상황을 너무 잘 묘사해 두어서 읽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때 엄마가, 혹은 아들이 이렇게 하지 않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작가가 이 책을 쓸 당시에 학교 총기 사고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작가가 너무 생생하게 그려냈다. 영화를 보고 읽어서인지 배우들이 실제로 연기하는 것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끔찍한 사건이지만 실제 장면을 재현하지 않아 좋았던 영화였다. 책에서는 엄마의 상상 속에서 아들의 범죄 행위가 그대로 드러나있긴 하다. 아이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아주 기나긴 편지글로 남편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쓰여 있다.

 

  아기 때부터 엄마의 젖을 거부했던 아이, 어린 시절 남자아이에게 당한 일 때문에 남자 아이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엄마. 이들 둘의 삐걱대는 사이는 어쩌면 처음부터 예견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자신의 인생을 빼앗긴 엄마는 울어대기만 하는 아들에게 정을 주지 않는다. 만약 젖을 거부했어도 품어 주고, 안아 주고, 사랑해 주었더라면 그렇게까지 나쁜 아이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용하는 베이비시터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손발 다 들고 그만둘 태세니 아이 옆에만 붙어 있어야 하는 엄마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자신이 자초한 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어쨌든 아이는 엄마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6살이 되도록 기저귀를 차고 유치원에 가고, 대화도 잘 하지 않고, 유치원에서는 말썽을 피운다.

 

  케빈이 했던 행동이나 말은 정말 심할 정도로 잔인하다. 하지만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약하게나마 겪어본 일일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 이유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 학교에서 만나는 독특한 아이들을 이해하려면 그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이유를 알아야만 할 것 같았다. 물론 저마다 다른 이유들을 갖고 있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케빈의 엄마는 아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도 상담하러 가거나 정신분석을 의뢰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편에게 이야기했다가 질책을 당한다. 남편 앞에서는 다르게 행동하는 케빈을 남편은 두둔하기 일쑤다. 어쩌면 그것이 아이를 개선할 기회를 놓치게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케빈이라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엄마 때문일 수도 있다. 한 가정의 불행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불행을 야기한 이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의 심리 상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상주 상담교사가 거의 없고, 전문가에게 상담받으려면 엄청난 돈이 드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앞으로 이런 불행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170쪽)



- 미국인들은 뚱뚱하고, 표현이 불분명하고, 무식해. 요구가 많고, 고압적이고, 버릇도 없지. 게다가 독선적이고,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의에 대한 우월감을 갖고 있어. 뭐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나라들한테 거들먹거리고. 정작 자기 나라 인구의 절반이 투표하지 않는 건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 말이야. (431쪽)



- "넌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애가 어깨를 으쓱하더군. "당신은 안전하고 건전한 곳으로 피했잖아, 안 그래? 하나도 긁히지 않고." "내가?" 그리고 다시 물었어. "그럼 어째서 난 죽이지 않은 거지?" "진짜 공연에선 관객한테 활을 쏘지 않으니까." 그 애가 술술 말을 꺼냈어. 오른손엔 뭔가를 돌리면서. "날 죽이지 않은 게 최고의 복수란 말이니?" 이미 우린 무엇을 위한 복수인가라는 주제에서 훌쩍 벗어나 있었어. (6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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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와 우체통 - Strong girl, Linda
정종해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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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67239555

 

  회색 사람들이 가득한 도시의 한 구석에 놓은 빨간 우체통에 린다가 다가갑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우체통 안으로 들어간 린다는 우체통과 하나가 됩니다. 사람들은 우체통에 편지를 넣을까요? 쓰레기만 쌓여 갑니다. 편지를 손에 든 반가운 소년 하나가 다가옵니다. 린다에게 할 일이 생겼네요.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정말 독특합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기에 그림이 너무 예쁘고 귀여워 아이들도 함께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따스한 색감의 그림들을 보며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소년의 사연을 전달하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는 린다의 용기를 보며,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느껴져 행복합니다.

 

  읽다 보니 오래 전 헤어진 외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할머니께 편지 쓰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천국에서 편히 지내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오랜만에 손 편지 쓰고 싶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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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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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64030174


  오늘 라디오 뉴스를 듣다가 아버지의 말이 듣기 싫어 때려죽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실형을 5년 선고받았다는 말을 듣고 사람을 죽였는데 그것도 아버지를- 5년 후에 다시 나온다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하기야 갇힌 채 5년을 보낸다는 건 한 사람에게 엄청난 일일지 모릅니다하지만 이후에 사회로 돌아왔을 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떨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책에도 친족을 죽인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그의 특징이 있다면 사람을 죽인데 대한 죄책감이나 후회가 없다는 것입니다바로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등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이 책의 제목이 왜 종의 기원인가 했더니 사이코패스라는 독특한 인간이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었습니다그동안 작가는 악역을 3자의 입장에서 다루었지만 이번에는 1인칭으로 심리 묘사를 절묘하게 하고 있습니다사실 이 책에 나오는 사건은 몇 안 됩니다배경도 한정적입니다.대부분이 심리 묘사에 치중하고 있는데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이유는 작가의 뛰어난 묘사 능력 덕분일 것입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케빈에 대하여>에서도 이런 아들을 둔 어머니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어머니의 일기를 통해 무서운 아들을 가진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봐 드러내지도 못하고그렇다고 아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속수무책인 어머니의 좌절이 잘 나타납니다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이들에게도 그들을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습니다. 100명 중 한두 명에게 이런 성향이 있다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그러고 보면 누구나 조금씩은 폭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이 책의 주인공도 내면의 선과 악의 캐릭터와 서로 대화하기도 합니다마음속의 선과 악그 중 누구와 친하게 지내느냐에 때라 그 사람의 인품이 달라질 것입니다안전한 사회를 위해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서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너는…….’
‘유진이 너는…….’
‘이 세상에 살아서는 안 될 놈이야.’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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