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년 100세 생일을 맞은 고영재. 그의 집에는 닭과 돼지가 애완동물로 돌아다닌다. 원래 치킨과 삼겹살을 좋아했건만 이젠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다. 그 이유가 이 책에 펼쳐진다. 채식을 권하는 이야기라기엔 너무 재미있고 박진감 넘친다. 원래 고기를 그다지 즐기거나 찾아 먹지는 않는 편이긴 하지만 육식이 사라진다는 걸 상상하기도 어려운 나는 책을 읽는 동안 갈등하고 있음을 느꼈다. 수의사였던 젊은 시절의 고영재는 준영 선배와 함께 가축을 키우는 100층 건물 센트리움에서 동물들과의 평화로운 공생을 위해 애썼다. 어느 날 우리에 갇힌 채 처절한 삶을 살고 있는 센트리움의 닭과 돼지와 소들은 그간 이어온 삶을 스스로 내려놓고자 한다. 센트리움이 생기기 전 대재앙을 맞았던 대한민국은 먹을 것이 고갈되어 괴로운 시절을 보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그나마 풍요로운 대재앙 시기를 보내고 센트리움에 취직한 고영재는 동물을 잔인하게 다루는 최실장의 행태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동물들을 바라보는 수의사들과 사육사들의 이야기가 처절하게 펼쳐진다. 지금까지 읽어본 적 없었던 내용이라 신선했고, 사육당하는 동물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절로 숙연해졌다. 책을 읽는 사이에 가족과 소고기를 먹으며 죄책감 아닌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센트리움의 멸망과 가축의 자유로운 삶과 같은 세상이 펼쳐질 수 있을까? 다분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에도 갖은 상상을 더해 가며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동안 읽어온 작가의 스토리텔링과는 또 다른 발전을 느끼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복일경 작가님의 발전 과정을 목도하는 동시에 소설을 쓰고 싶은 나의 소망을 함께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나는 육식을 멈출 수 있을까? 일부러 찾아 먹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거부하지도 않는 소극적인 육식주의자인 내가 변하게 될 날이 올까? 아마도 앞으로 고기를 먹을 때마다 책 속 장면들이 떠오를 것 같긴 하다. 사실 고기보다 해산물이 나에겐 더 큰 숙제다.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고귀함. 어느 것이 먼저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무한 육식이 허용된 사회라 할지라도 가혹할 정도로 동물을 학대해 가며 만들어낸 고기를 행복하게 먹을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