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층거주자 - 반지하로부터의 수기
절자 지음 / 세종마루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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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취남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즐겨 본다. 도시에서 혹은 시골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적나라하면서도 친근해서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진다. 모두가 사는 모습이 다르면서도 묘하게 같은 면이 있음을 알게 된다. 벌레 퇴치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찮은 주제 중 하나이다. 이들 중 간혹 지층 거주자들이 있다.

처음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말을 듣고, 이런 이야기일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영화도, 책도 자세히 읽어보지 않고 느낌만으로 접할 때가 많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게 일종의 만화라는 걸 생각지도 못하고, 책을 처음 받고는 "만화네?" 하며 좋아했다. 원래 만화책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신학기의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에서다. 저녁을 먹기 전후로 책을 후딱 다 읽어치웠다. 동거자들과의 이야기가 끔찍하면서도 우스워서 피식거렸다. 누구나 이 동거자들과의 조우가 있었기에 모두 공감하며 읽지 않을까 싶다.

집에 병장 제대한 수색대 출신의 예비역이 살고 있는데 동거자들을 아주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담력으로 어떻게 야간 산행에 무박훈련들을 거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한 번은 전시회장을 둘러보고 있는 나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언제 집에 오느냐는 거다. 벌이 들어왔으니 얼른 와서 잡아달라는 것이다. 유독 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의 화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아기 초파리와의 만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꼭 지층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수 있지만 정기적으로 해충 방제 작업을 하는 고층 아파트와는 다른 고민이 지층 거주자에게는 있을 수 있다.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돈벌레(쉰발이, 그리마)의 다리가 떨어져 나온다는 건 처음 알았다.

어떻게 이런 주제로 그래픽 노블을 창작할 생각을 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수상한 사람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일 거라는 나의 예상을 깨긴 했지만 미지의 세계에서 꿈틀대는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섬뜩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과거에 만났던 크고 작은 생명들에 대해 떠올릴 수 있었다. 교실에서 살았던 색연필 먹고 색색깔 똥을 누다 끈끈이에 붙은 채 주무관님의 손에 붙들린 쥐, 어린 시절 날아다니던 대형 바퀴벌레, 운동장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나의 어깨로 떨어져 내리던 송충이,... 작은 생명과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만나고 싶지 않지만 만나게 되는 작은 이들... 그들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나. 어쨌든 그들과의 동거는 즐거운 일은 아니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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