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생각하라 - 세계적인 리더 50인이 제시한 성공의 교훈
하동식 지음 / 파인트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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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목차만 훑어봐도 대부분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책들이 있다. 바로 자기계발서이다. 그래서 이 분야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늘 같은 말과 조언들의 반복이 진부하다 못해 지겹기 때문이다. 본서, ‘세계적인 리더 50인이 제시하는 성공의 교훈,「크게 생각하라」’ 역시, 제목처럼 거창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서 상당히 유감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일간지의 경제부분, ‘오늘의 CEO에게서 듣는 성공 비결’ 같은 칼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지겹도록 반복해서 들어온 말들을 한데 모아서 출간된 책이기에 시도해볼만한 삶의 신선한 방향은 애초에 결여되어 있다.

  본서는 총 5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말하기보다는 먼저 들어라, 실패로부터 배워라, 능력보다 열정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라, 자신을 소중히 여겨라.’ 여기에 덧붙여진 소제목들만 읽어봐도 이 책 한권을 모두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CEO들은 미국에서 앞 다투어 달려가고 있거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인데, 그들이 하는 얘기가 생각보다는 아주 단순하다. 한 사람당 총 2~3장 분량의 간략한 성공 비결은 정말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내용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라, 이성보다 감성을 자극하라, 실패를 또 하나의 기회로 여겨라, 능력보다는 열정이 먼저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적으로부터 배워라, 자신을 믿고 가치를 부여하라, 등등. 무엇하나 새로울 것이 없었던 내용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현직 CEO들의 증명사진 크기의 사진과 직함으로 동기가 부여되기는커녕 의문점만 늘어난다. 좀 더 특별 하고 세세하게 성공과 실패의 구분의 선을 명확하게 지어줄 수는 없었을까? 차라리 이 책보다는 경제신문 한 페이지를 읽는 쪽이 더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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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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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압자와 피억압자, 이러한 분류를 실질적으로 가능케 하는 것은 인간이 가하는 악의 보편성에 있다. 정작 악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악한 대우를 당하는 사람들도 그러한 전통이 오래되다보면 그것을 당연시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몇 백 년가량 지속적으로 서구 사회에 이어져 오던 흑인들의 노예 제도는 사라졌어도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의 불씨는 거센 비바람에도 끄떡 않고 지구상에 존재한다. 오늘도.

  영화 ‘아메리칸 히스토리 X’에서 백인우월주의자의 특권 아닌 특권을 ‘데릭’이라는 인물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데릭은 철저한 백인우월주의자였으나, 감옥에서 백인들의 배신과 잔혹행위에 농락당한 후, 자신의 철저했던 분노의 표출이 얼마나 무의미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정확히, 누구에 대한 분노였을까. 무엇을 위해, 무슨 이유로 하등인간으로 여겼던 것일까. 같은 백인임에도 동물보다 더욱 못한 하등 인간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의 과오를 처음으로 인지하기 시작한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예 침범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경계의 선을 그어버린 후, 특별한 계기로 회개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마치 대다수의 백인들을 대표하는 듯 닮아있었다. 마음 깊은 곳으로는 철저히 인종차별주의자면서 겉으로는 아닌 척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나, 서서히 주변에 동화되어 흑백의 구별 짓기를 경험하게 되고, 그들이 당하는 수모에 가슴 아파하는 백인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노예제도의 발발이 되었던 서구인들의 아프리카 유입. 그 중심에 있던 ‘가진 게 많아서 가난한 나라 아프리카’를 한 번 살펴보자.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 남단부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7세기 네덜란드인들이 대거 이주한 이후, 끊임없는 토지 착취와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 정책을 이어가게 되었다. 여기서 끔찍한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 이주하면서 원주민들을 그들의 토지를 몰수하고, 여자들을 강간하고(그래서 일부 부족들은 순수 흑인 혈통이 아닌 백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유 없는 학살에 이어 노예를 삼기 위해 그들을 데려갔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된 흑인들은 현재까지도 과거 자신들의 조상이 당했던 수모를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것이다. 노예제가 폐지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백인이 흑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라고 한다. 뼛속까지 더러운 종족이거나, 지독히 나쁜 짓을 하는 악당이거나.

  이제 그만 지루한 교과서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소설 이야기를 해 보자. 소설로 인종차별을 접한다면 더욱 이해하기 쉽고 가슴에 와 닿는 뜨거움은 깊어지는 법이다. 본서「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 - 베벌리 나이두」는,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 정책으로 수모를 겪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총 일곱 편의 단편으로 엮인 새카만 아이들의 담담한 이야기가, 담담하기에 오히려 더욱 깊은 애잔함이 가슴에 물든다. 아직 어리지만 자신의 피부색은 검은색이기에 겪어야만 했던 차별의 기억, 아파르트헤이트. 친했던 친구와 어른들로 인해 차츰차츰 결별을 해야 하는 아이, 조상이 노예였기에 자신도 노예 취급을 당해야만 하는 아버지, 자신을 돌봐주던 유모가 흑인이지만 그녀가 당하는 부당함에 가슴 아파하는 소녀, 흑백의 논리에서 자유롭고 싶어 마침내 해방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웅성거림들……. 이러한 단편적인 기억들의 집합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애처롭게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들은 비록 비슷한 분위기의 단조로운 색채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탄생시켰기에 매우 사실적이다.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자신의 손을 내밀기를 기다릴 것인가. 모두 같은 인간이지만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상으로부터의 모든 구별 짓기를 용납, 수용해야만 했던 서글픈 흑인들, 그리고 컬러드들의 반란을 보고 싶었지만, 아직도 화해의 길은 멀고도 험한 듯하다. 만델라가 27년 만에 출옥하여 가장 먼저 외친 말은 인종차별을 끝내라, 라는 화해의 부르짖음이었다. 간절히 원했던 그의 바람은 과연 언제쯤 완벽하게 실현될 수 있을까? 피부가 까맣기에 새하얀 동공 속에 담긴 까만 눈동자가 더욱 빛나 보이는 흑인 아이들. 배불리 먹지 못해 깡마르고 연약하지만 웃음만은 햇살처럼 맑고 고운 그 아이들의 눈에서 더 이상 백인들이 선사하는 아픔의 눈물이 흐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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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 하우스 - 볏짚으로 짓는 생태주택
이웅희.홍순천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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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에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이 대거 귀농으로 몰려들면서, 때 아닌 농사가 신종 사업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 웰빙 바람이 불어 유기농 식품의 열풍이 각광을 받으면서 귀농을 서두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 생활에 염증이 났다거나, 돈벌이의 수단으로 농사를 선택한 사람들도 있는 반면, 순수하게 자연이 좋아서 자연 속에 묻혀 사는 방식을 택하는 사람들 역시 많으리라 생각된다.

  귀농을 선택하게 되면 우선시 되는 문제가 바로 ‘집’이다. 친환경적인 유기농 식품에 그렇게 열광하는 우리들 세대라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집 역시 유기농 집으로 지어야 하지 않을까? 이미 외국에서는 짚단으로 집을 짓는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인기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불과 수 십 년 전만해도 초가집을 만들어 생활했는데, 왜 지금은 모두 사라져 버린 걸까? 물론 현대의 튼튼한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뼈대를 이루는 장비들이 그 시절에는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짚의 장점만 고스란히 남기고 더욱 튼튼하게 짓는 방법을 알려주는 친절한 알려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강 가에 최초로 ‘동강 사랑’이라는 예쁜 이름의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탄생했다. 이 책은 동강 사랑의 푸근한 주인장님들께서 직접 집필하신 책이다. 구수한 인생 이야기와 더불어 짚으로 집을 짓기 위한 풍부한 자료들이 실려 있다.

  행여나 거센 바람이 불면 날아가지 않을까, 태풍이 몰아치면 비가 그대로 세어들지 않을까…. 짚으로 집을 짓는다면 우선 이런 생각들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나의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다. 통풍이 잘 되는 스트로베일 벽면은 여름에는 몹시 시원하고, 겨울에는 단열이 잘 되어 따로 난방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따듯하다고 한다. 게다가 짚, 흙, 모레, 석회를 잘 섞어서 외관 미장을 하게 되면 그야말로 그림 속 풍경처럼 아늑하기만 하다. 동화 속에서나 이런 집을 볼 수 있을까. 그야말로 ‘초가집’의 실체는 위대했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다시 한 번 절감하는 순간이다.

  내가 원하는 풍경 속에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집을 지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스트로베일 하우스처럼 아늑하고 소박한 모양의 집은 아니었고, 최신식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현대식 건물의 휘양 찬란한 집을 꿈꾸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많이 개선되었다. 어차피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갈 우리라면, 마지막은 이렇게 생태적 환경 속에서 편안히 눈 감는 게,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결말이 아닐까 싶다.

  흙집도 좋고 볏짚집도 좋다. 큰 욕심 안 부리고 검소하게, 그러면서도 우리 몸에 가장 좋은 자연의 품 안, 조용한 시골생활을 꿈꾸는 분이라면 자신만의 따뜻한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지어서 살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리라 자부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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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lizabeth Gilbert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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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에 읽어본 여행 서적 중에 작가 자신의 내면에 가장 충실한 책을 만났다. 같은 여성이기에 더 공감이 갔으며, 단지 ‘즐기기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닌, 조용하던 심장 어느 구석에서 들려오는 본인의 목소리에 한껏 귀를 기울이고, 자아와 소통하는 여행이었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는 정말 솔직하다. 그리고 작가의 위트와 유머러스함, 섬세한 여성들이 지닌 특유의 감각, 가식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능력 등을 여실히 살펴볼 수 있었다. 직업이 작가이다 보니 참 단순하게, ‘글 참 잘 쓴다.’라고 생각했다. 담백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러면서 지적인 문체가 그녀가 어떤 사람일지 충분히 짐작케 만들어 주었다.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뉴욕에 거주하는 인기 작가이다. 책날개에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면 그녀의 외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대번에 눈치 챌 수 있다. 멋진 외모에, 멋진 직업을 가지고, 뉴욕에 거주하고 있던 30대 미국 국적의 여성. 그녀에게는 멋진 저택과 멋진 남편까지 있었다. 이미 과거형이 되어버렸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결혼 생활로 인해 파경을 맞이하고, 데이비드라는 근사한 남자를 사귀게 되지만 그마저도 그녀의 곁을 떠나간다. 모든 걸 가지고 있다 자부했지만 실상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온전한 삶을 되찾기 위해 독특한 삼색여정 길에 오르게 된다.

  왜 하필이면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일까? Italy, India, Indonesia, 각각 나라의 첫 이니셜이 ‘나’를 뜻하는 ‘I’이기 때문에? 이것도 하나의 정답이라며 저자는 우스갯소리로 넘겨버렸지만, 그녀가 좋아했던, 미치도록 가고 싶었다고 밖에는 설명 할 길이 없을 듯하다. 이탈리아어를 발음할 땐 심지어 오르가즘을 느꼈고, 인도에서는 진정한 영적 삶에 대한 구원을 얻었다. 인도네시아의 발리라는 황홀하게 아름다운 섬에서 역시 그녀는 명상에 잠겨 사랑과 기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신나게 한바탕 놀면서, 좋은 경치를 구경하고, 물 쓰듯 돈을 펑펑 쓰는 획일적인 여행이 아닌,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었을 온전한 그녀의 삶’을 찾아가는 1년간의 여정. 그 속에는 풍족한 만족감과 동시에 놀라울 정도의 신비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단연 작가의 솔직하다 못해 대담하기 까지 한 고백들이었다. 어쩌면 그리도 당당하게(이 책의 출간으로 전 세계 모든 독자들이 그녀의 치부를 알게 될 터) 자신의 고통을 나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가 겪었던 사랑에 대한 고통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사랑, 사랑, 사랑……. 우리는 일평생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 받기 위해 살아간다. 사랑을 빼 놓고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러기에 그녀가 겪었던 결혼의 실패와 목숨을 걸 정도로 사랑했던 연인과의 결별이 인생을 바꿀만한 원인을 제공하기엔 충분하고도 남는다. 매일 밤 침실이 아닌 욕실 바닥에 누워 흥건한 눈물과 함께 잠들며 오직 ‘불행’이라는 달갑지 않은 존재와 동침을 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 죽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희망의 이유가 없었던 그녀.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영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 시작된 1년간의 긴 여행은 역시 그녀를 180도 바꿔 놓았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해골처럼 앙상하게 뼈만 남았던, 넋이 나간 듯 풀어헤쳐진 머리, 텅 빈 두 눈, 살아갈 의지조차 없었던 약하고 약하기만 했던 그녀가 서서히, 영적으로, 마침내 변화했다. 가장먼저 간 곳은 로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한 이탈리아에서 파스타, 스파게티, 피자를 매일 같이 먹으며 12킬로그램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로 살을 찌웠다. (물론 고의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모두가 C.K 속옷모델처럼 근사한 이탈리아 남자들을 구경하며 눈도 호강시킨다. 그녀가 표현한 이탈리아는 한마디로 So Hot-. 섹시한 로마에서 마음껏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만끽했다. 다음 행선지인 인도의 아쉬람에서는 마침내 ‘신’을 만났다! 믿어지지 않지만, 모든 신들의 집합체처럼 느껴지는 그녀가 원했던 바로 그 신과의 조우. 매일 매일 수행하고, 명상하며, 기도를 하며 이룩했던 신앙의 길. 그 누구의 신도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한 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껏 행복하게 미소 짓던 로마의 그녀와, 하루 종일 무릎을 꿇고 앉아 명상에 잠겨 금욕 생활을 하던 인도에서의 그녀. 그리고 이 모든 집합이 이루어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생활.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누군가를 위해 빈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녀는 마침내 사랑의 허니까지 만났다. 완벽한 브라질 남자 ‘펠리페’와 농밀한 사랑을 즐기며 진정한 기쁨을 맛보며. 그리고 스승 ‘끄뜻’에게서 매일 같이 인생 공부를 했고, 집이 없는 가난한 아이 엄마에게 기부금을 모금하여 대궐같은(?) 집까지 선사해주었다. 천사표도 이런 천사표가 없다. 인도에서의 명상이 마침내 그녀를 해탈의 길로 안내하기라도 한 걸까? 어쨌든 보고 있는 독자도 뿌듯함에 미소가 절로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여성’을 위한 여성 작가의 섬세한 자서전이다. 어느 여성이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그녀에 글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솔직하고 또 솔직해서, 나와 만나도 정답게 인사 나누며 금세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리즈’. 그녀로부터 나 역시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배웠고, 고통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웠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줄 수 있는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 총 108편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마냥 행복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나와 그대들의 인생에 한층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그녀는 로마에서 정말 맛있게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줬고, 인도에서 자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신을 찾아 기도를 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숨이 막힐 것 같던 사랑까지 경험했다. 솔직히 그런 그녀가 나는 부러웠다. ‘절망’이라는 이름의 불청객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인사하는 법, 가장 먼저 내가 시작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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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까지 해야 할 스무 가지 1
질 스몰린스키 지음, 이다혜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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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 이제 딱 스물다섯.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을 읽는 순간 무한한 영감에 사로잡힐 수 있었다. 좋은 분께 선물 받은 책이어서 얼른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는 했지만,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마법처럼 이 책에 흡수 되어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한 권을 읽어버렸다. 실로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의 미국 소설을 읽었고, 유쾌한 영화나 소설을 보고 난 후에 느낄 수 있는, 오묘하게 기분이 좋아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미소가 번지는, 지금의 이런 감정이 여느 때처럼 붕붕 솟아오르고 있다.

  「스물다섯까지 해야 할 스무 가지」 언뜻 제목만 읽어보면 ‘~살까지 해야 할 100가지’‘이십대에 해야 할 50가지’ 처럼 비슷한 제목을 가진 여성 전용 자기 처세 책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소설책이다. 미녀 작가가 지극히 미국적인 문체와 분위기로 쓴, 마치 설탕 시럽 가득 든 카푸치노와 마지막에 양보 받은 초콜릿 한 조각처럼 여성들이 기분 좋아지는 최면을 건 것 같은 미소를 번지게 만드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서른 네 살의 발랄하고 귀여운 노처녀(?) ‘준’이다. 우연히 ‘마리사’라는 아가씨와 인연이 닿아 만나게 되었고, 그 후로 그녀의 인생이 180도 달라진다는 내용이다. 물론 자세한 줄거리를 더 언급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사전지식 하나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읽는 것이 더 큰 재미를 보장 받을 수 있기에, 이 책에 흥미를 가진 독자라면 그냥(!) 읽어보기를 바란다.

  무료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지금의 나를 바꾸기 위해서 해야 할 일 스무 가지.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도 곧장 따라서 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올해가 딱 스물다섯의 해이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을 연장해서 스물일곱까지 해야 할 일들을. ‘마리사’가 기록한 항목처럼 엉뚱한 것도 있고, 오래도록 염원했으나 실행할 용기가 없어 미뤄뒀던 일도 있다. 이 리스트를 모두 체크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난 얼마나 더 뿌듯해질까. 내가 만약 서른네 살이라는 나이가 되었을 때, 10년 전 모습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한 마디로 ‘질 스몰린스키’가 이 책에서 추구한 메시지를 정의 내리자면, 무료하게 반복되는 의미 없던 삶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어 라는 것이다. 당신은,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미뤄뒀던 일들이 얼마나 되는가? 만약 그런 일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지금 실행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와 기쁨을 만끽해보라. 당신은 오늘 죽을 수도 있고, 내일 죽을 수도 있다. 인생은 짧고 해야 할 일은 많다. 자 - 이제 모두 노트를 펼치고, 「XX살까지 해야 할 스무 가지의 리스트」를 작성해 보시라! 리스트는 최대한 엉뚱하고 말도 안 될수록 좋다.

  그리고 한마디 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이 책 「The Next Thing On My List」가 조만간 영화화 된다고 한다. 여주인공 ‘준’으로 ‘르네 젤위거’를 위해 탄생된 캐릭터처럼 보였다. 부디, 너무도 통통해서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노처녀, ‘르네 젤위거’의 엽기적인 반란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한번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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