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책방 1 - 그, 사랑을 만나다
마쓰히사 아쓰시 지음, 조양욱 옮김 / 예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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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천국의 책방으로 가면, 알로하셔츠를 입은 요상한 할아버지께서 이런 인사를 건네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실 것 같다. 만일 내가 죽어서 천국에 간다면, 나 역시 책방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죽어서도 행복할 것 같다.


  주인공 ‘사토시’는 대학 4학년생으로, 취업을 준비 중이지만 뜻대로 취직이 되지 않아 낙담하고 있는 사나이다. 그런데 어느 날 편의점에서 잡지를 뒤적이던 사토시는, 알로하셔츠를 입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원인불명의 의식을 잃은 후, 깨어나 보니 거기는 바로 ‘천국’이었다. 그것도 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책방…. 황당하고 기가 막힐 노릇인데도, 어찌 된 일인지 사토시는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기로 마음을 먹고 천국의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일을 하다보니 책방일이 너무도 적성에 맞아서, 스스로도 놀란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아무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건성으로 삶을 살았는데…. 비록 죽어서 천국으로 온 것은 아니지만, 알로하셔츠를 입은 사나이의 농간에 다른 세계의 삶을 살아보며 다시금 이승에서 살았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게 된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서 사랑하는 이도 발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는지도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


  일본의 어느 헌책방 주인이 이 책을 읽고 감동 받아 손님들에게 권하기 시작하면서, 인기 없이 허물어져가던 소설이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천국의 책방」의 간단하면서도 평범한 삶의 진리는 책방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사랑을 발견하고, 잊어버릴 수도 있을 지난 삶을 회고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을 통해서, 혹은 전생과 후생을 통해서, 내가 살아가는 ‘지금’을 돌아보게 하는 책들은 무수히 많다. 그런 의미에서 「천국의 책방」의 지나친 평범함은 나에게 커다란 감동까지 선사하지는 못한 것 같다.


  성급한 내가 읽기에 무척이나 얇은 이 책은 정식 메뉴로서는 지나치게 밋밋한 감이 있고, 후식의 아릿함까지도 기대할 수 없었다. 저자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젊은 날의 상처와 혹은 잊어버리고 싶은 고통들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 읽어주는 사나이를 통해서 세상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알싸한 인생의 참맛을 음미하기에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멋진 방법이겠지만, 현실을 살아가다보면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에 좌절하고 마는, 나의 이 나약함부터 치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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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2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급한 내가 읽기에 무척이나 얇은 이 책은 정식 메뉴로서는 지나치게 밋밋한 감이 있고, 후식의 아릿함까지도 기대할 수 없었다. -> 동감합니다. 책에 실망이 커요.

mind0735 2007-03-26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난책님. - 저도 실망이 좀 컸습니다. ㅠ_ㅠ 기대보다는 부실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답니다. 아쉬움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