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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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은 고전틱한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다. 이 장르의 마니아라면 다소 고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무인도에 갇히는 젊은 대학생들. 그리고 한명씩 죽어나가게 되는 그들은 서로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고, 제 3자의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나씩 사라지는 인디언 인형처럼, 죽음을 상징하는 글씨도 등장한다. 어디서 많이 보던 스토리다. 전형적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식의 줄거리인데, 작가는 책의 가장 앞장에 ‘경애하는 모든 선배들에게 바친다.’라는 헌사를 적어두었다. 책을 읽다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십각관의 살인」은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가 존경하는 미스터리, 추리 선배들에게 바치는 재기발랄한 오마주다.

이 책의 출간연도도 1987년, 벌써 20년이나 지났는데, 요런 스토리 라인이 지금은 너무 흔해져서 별달리 큰 매력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장르의 특성상 ‘재미’만큼은 확실하다.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그 누군가(범인)’을 물색하며 함께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재미만큼은 빼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다소의 허탈감도, 실망감도, 동시에 후련함도 느낄 수 있다. 범인이 누구였는지 맞추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독자가 몇 명이나 될까 싶을 만큼 범인은 정말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왔고, 덕분에 마무리가 다소의 억지를 유발하기는 하지만, 트릭이 워낙 정교하고 교묘했던 탓이라고 치부할 수밖에.

이 책의 묘미는 뒤통수를 때리는 결말의 반전보다는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정교한 과정에 있다. 두 가지 사건이 혼합되어 독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며,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아주 오래된 서랍에서 방금 튀어나온 책 것처럼, 우연히 잡았다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뭐 그런 흥분감을 주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십각으로 만들어진 그 미스터리한 집을 실제로 한번 보고 싶다는 것이다. 책에 십각관의 평면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만족하기에 내 머리는 너무 많은 비주얼을 기대하고 있는 탓이다. 영화 ‘쏘우’를 보고 난 후의 기분과 비슷하다. 그 보다는 훨씬 덜 잔인한 책이기에 찜찜함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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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11-1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김전일스러움을 느꼈었어요^^;;

mind0735 2007-11-1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전일의 삿대질은 누구에게 통했을까요. 하핫
물만두님~ 넘 오랜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