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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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평소 뉴스를 즐겨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문을 즐겨 보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김앤장’이라는 의혹의 이름을 가진 법률사무소가 낯설 수밖에. 평소 사회면이나 정치, 경제, 시사 분야와 친숙하지 않다보니 자연히 이런 분야의 책과도 멀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책을 통해 새삼 잠자고 있던 사회 정의에 대한 피 끓는 신념이 솟아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정치가나 경제, 법조인들의 비리는 이제 놀라울 것도 없는 기정사실이지만, ‘김앤장’의 실체에 희미하게나마 접근한 지금은 솔직하게 경악스러울 만큼 놀랍다. 웬만한 영화보다 더욱 흥미진진하고, 또 말도 안 될 만큼 드라마틱한 서사시다. ‘그들’의 보이지 않는 권력이, 이제 신화가 되어버린 그 역사가 마치 숨 가쁜 한 편의 영화였다.

  그러나 김앤장은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 멋진 명함을 가지신 수많은 분들에 비해, 많이 배우기는커녕, 그들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기만 할 일개 서민 일 뿐이지만, 그래도 무엇이 옳고 그런지는 안다. 아니, 최소한 이 책을 읽고, 어떤 행위가 법의 남용이며,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의 한도를 초과했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 한 건가?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할 수 없었다. 어려운 법률 용어보다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도록 만드는 모든 제도와 관료들의 부패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참 어렵고 어렵다. 정말 어렵다. 돈에 얽힌 명분 찾기. 또 돈인가? 지겹지만 어쩌겠는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이 모든 권력의 핵심인 것을.

  우선 이 책은 론스타 게이트로 유명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실체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김앤장이라는 거대 기업 수준의 로펌의 사무실에서부터 핵심 세력, 베일에 가려져 있던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김앤장이 얼마를 버는지 살펴보았고, 그 방법도 찾아보았다. 기업 사건이나 재벌 총수 사건을 사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김앤장에게는 공저인 영역도 사업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공정위와 국세청과 은행의 해외 매각, 공기업 민영화, 심지어 정부에 대한 법률자문도 사업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얻은 엄청난 수익으로 대법관과 고문들이 거액의 급여를 받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민간근무휴직 제도나 국세청의 표창과 같은 작은 제도들이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았다. - 138p'

  김앤장은 사무실에서부터 의혹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 흔한 간판 하나 없이 건물을 소유하여 수우한 엘리트 변호사단을 구축하고, 공직자 윤리법에 구멍이 숭숭 뚫려 공정거래 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 위원회 등 조사, 감사권이 있는 기관에서 퇴직한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로펌으로 몰려가는 실태를 알아볼 수 있었다. 전관예우의 법칙에 따라 흔들리는 공직자의 권력 남용의 살벌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김앤장의 비밀주의, 비가시성, 천문학적인 수익료를 고액의 보수를 받는 형태,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명백한 비논리의 현실이 그야말로 참담하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최대 규모의 전직 판, 검사들이 기수별로 모두 근무하고, 고시 동기나 연수원 동기 또는 같은 법원이나 검찰에서 상하관계나 동료로 근무했던 촘촘한 그물망에서 나온다. -173p'
  ‘김앤장 모델’이라고 부르는 성공의 이면에는 바로 이들 퇴직 고위 관료들이 있다. 고위관료를 고문으로 채용해서 로비스트로 쓰고 국내.외 거대 투기자본의 이익을 위해 법률을 활용하고, 국가권력을 포섭해서 사적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성공의 비결인 것이다. 이들은 성공을 위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을 감수한다. -187p'


  학연, 지연에 목숨을 거는 한국인의 특성상 김앤장이 마피아 같은 거대 기업의 형태로, 법을 이용한 하나의 사업 모델로 성장할 수 있었던 놀라운 신화는 당연한 이치다. 비록 일반인들의 논리에는 어긋나더라도 말이다. 높으신 분들의 눈치를 살피는 정부, 모든 법률을 통과시키는 법원. 비자금이나 탈세 의혹을 법망을 피해 달아다는 대기업의 횡포, 과연 그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는 것일까? 청렴하고 깨끗한 정치가나 법조인을 찾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한 것일까? 언론에서조차 함부로 화자시되어 접근할 수 없는 김앤장의 위력에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국민들은 과연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는가?

  이 책은 김앤장의 보이지 않는 권력의 형체를 차근차근 되짚어보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 받지 못한다.’라는 격언처럼 우리 모두 스스로의 권리를 인식하고 행사해야 한다. 나 같은 무지한 사람도 이 책을 읽는데 큰 무담이 없었던 것을 보면, 이 책은 법을 다룬 책 치고 그리 어렵지 만은 않은 책임에 분명하다. 평소 뉴스나 시사프로그램과 친숙하지 않은 분이라도 할지라도 우리 사회의 가장 무서운 형태의 권력 남용의 실체를 고발하는 이 책만큼은 반드시 읽어 볼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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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 2008-03-11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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