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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빌 게이츠를 승자로 만들었을까?
샤오쭤 지음, 김락준 옮김 / 이스트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MS사의 회장 겸 사장 ‘빌 게이츠’는 12년 연속 세계 최대의 부호로 선정되고 있다. 과거의 록펠러가 울고 갈 정도의 재력을 지니고 있는 그이지만, 요즘은 욘(yawns)족의 수호성인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헝클어진 고수머리, 평범하고 수수한 옷차림, 그리고 언제나 여유로운 입가의 미소와 안경 너머의 주름 진 눈가에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사람. 도무지 재벌로 보이지 않는 이 편안한 남자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동시에 시기하고 질투하는 상대 빌 게이츠다.
빌 게이츠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부의 상징 내지는 금전적인 형상의 이미지와 결부하여 연관 짓게 된다. ‘대체 얼마나 부자 길래? 대체 어떻게 벌었을까?’ 하는 물음. 실리콘 밸리의 대표 아이콘으로 인식되던 빌 게이츠를 닮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 즐비하고, 모든 이들의 워너비로 삼고자 하는 그 탁월한 돈 버는 능력이 천문학적인 재산과 함께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나는 단순하게 그가 아주 부럽다. ……아 - 부럽다는 한 마디로는 도저히 부족하겠다. 부럽다 못해 질투로 범벅이 된 채로 그를 응시하게 됨은 어쩔 수 없다고 고백해야겠다.
이역만리 떨어진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한 나도 그가 이토록 부러운데, 그를 곁에서 지켜보았던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부러웠을까. 사촌이 땅만 사도 배가 아파 일주일간 복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우리네 본성인데, 불과 서른 살에 억만장자가 되어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는 빌 게이츠를 바라보던 동창들의 기분. 막연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는 나보다 공부 못했던 그가, 지금은 나와 비교도 안 될 재벌이 되어 세계 컴퓨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제길!’
「무엇이 빌 게이츠를 승자로 만들었을까?」는 빌 게이츠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동문, 친구, 동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우 짤막한 일화가 대부분이지만, 실제로 그를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매우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초등학교 동창이 들려주었던 어린 시절의 빌은 역시나 총명하고 똑똑한 아이였다. 빌은 책을 매우 좋아했고, 무슨 일이든지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것을 즐겼다. 단순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들을 찾아 학습하며 공부를 즐거움의 원천으로 삼았다. 대부분의 천재들에게서 공통점으로 나타나는 총명함과 더불어 자신의 노력이 더욱 큰 빛을 본 경우이다.
명문 사립학교 레이크사이드에서 빌은 일생일대의 가장 큰 전환기를 맞이한다.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법학을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컴퓨터’라는 획기적인 기계를 만나면서부터 변화하게 된 것이다. 컴퓨터라는 놀라운 기계는 하루 종일 그 앞에 앉아 중독되게 했고, 자신을 컴퓨터 광인으로 바꾸어버렸다. 당시로서는 전무하다시피 한 개인용 컴퓨터에 매료되면서 자신의 생을 컴퓨터에 걸기로 다짐한다. 컴퓨터가 21세를 주도할 가장 중요한 제품이라는 것을 선경지명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빌은 하버드 대학을 중퇴한 후 결국엔 하버드 동문이었던 ‘폴 앨런’과 MS사를 세우게 되었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컴퓨터의 75%에 ‘Microsoft’라는 소프트웨어 이름을 세기기에 이른다.
컴퓨터의 영혼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룩한 사람. 기술을 다루는 천부적인 재능과 자신이 꿈을 위해 그 분야를 미친 듯 파고들어 업계 1위를 지속적으로 고수하고 있는 사람, ‘빌 게이츠’. 그의 성공담이 지독스럽게 화려하기에 이질감이 느껴짐은 당연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참 좋아졌다. 너무 잘나고 멋진 사람을 보면 응당 질투에 사로잡혀 배가 아파오기 마련이지만, 유독 빌 게이츠만은 ‘성공 할 수밖에 없는 열정’이 고스란히 눈앞에 보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응원하는 수밖에…….
매일 아침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가장 힘들다 고백하는 초거대 재벌의 수수한 말처럼,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분주하게 움직이면 기회는 따라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신은 스스로 돕지 않는 자를 그저 방관 하고 말듯이.
한창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청소년이 이 책을 읽어본다면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 이미 성공이라는 티켓에서 절반쯤 멀어져버린 성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한번쯤 자신의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만일 누구든 동창회에 나가는 것이 가장 큰 고역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달라져보는 것이 어떨까? 빌 게이츠 식으로 살아가는 습관이 몸에 베인다면 적어도 후회하지 않는 남은 삶이 보장된 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