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관의 살인 1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에서는 대단히 팬 층이 두텁다고 하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중, 나는 아직「십각관의 살인」밖에 읽어보지 못한 상태다.「십각관의 살인」이 작가의 데뷔작이고,「암흑관의 살인」이 가장 최근에 나온 장편이라고 한다면, 처음과 끝을 알게 된 셈이니 사건 연결에 지장을 받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물론 각각의 사건을 다른 배경으로 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굳이 앞서 나왔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거라고 보지만, 아무래도 ‘나카무라 세이지’와 ‘가와미나미 다카아키’라는 묘한 이중주의 관계도를 살펴 볼 땐, 앞서 나온 책들을 읽어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니, 출간 순서대로 읽어 본다면 분명 더 큰 재미와 부드럽게 흐르는 사건 연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십각관, 흑묘관, 시계관, 수차관, 미로관, 그리고 암흑관을 흘러 다음에 나올 기면관까지. 20년 가까이 출간되고 있는 다양한 관 시리즈가 국내엔 아직 모두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 일본의 신본격 추리 소설의 기묘한 매력에 빠지다 보면 어느덧 몰입을 넘어선 폐인 지경에 이르게 되니, 만약 국내에 관 시리즈가 모두 번역 출간되어 한꺼번에 읽을 수 있다면, 일주일을 휴가 내어 밤을 새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게 흐를 것 같다. 역자의 후기처럼 관 시리즈에는 고유의 분위기가 있다. 하드코어한 폭력과 억지로 끼워 맞춘 반전이 없고, 오묘하게 흐르는 어두운 분위기의 오컬트함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어둡고 음침한 인간 내부의 피폐한 황폐함만이 온 몸을 전율케 하는 진정한 서스펜스의 묘미다. 

  아직 십각관 밖에 읽어보지 못한 상태지만, 굳이 암흑관과 십각관을 비교하지면, 암흑관은 십각관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짜임새 있는 흐름으로 독자를 이끌고 있다. 방대한 분량에 따른 수많은 이야기들, 끝없이 이어지는 그 사건들의 연결 과정은 실로 놀라울 만큼 정교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연출하는 호흡 또한 대단하다. 처음 1권을 읽을 때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게 아닌가 싶어 잠시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2,3권을 이어 읽다 보면 어느덧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의 향연에 감탄 할 수밖에 없다. 개성 강한 인물들이 서로서로 이어지는 개연성에 저마다 목적이 있고, 사연이 분명하다. 마치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가족사의 비밀. 과거로, 과거로 돌아갈 때마다 새로운 비밀들이 자꾸만 터져 나오고, 이는 암흑관을 읽는 독자의 재미를 한층 더 가중시킨다.    

  총 8년 동안의 집필과정, 우리나라 원고지 6000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 무색하지 않게「암흑관의 살인」은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과연 공동 집필이 아닌, 한 작가의 작품이 맞을까 싶을 만큼 탄탄한 과거와 현재의 연결은, 긴 분량의 소설 특유의 지루하게 늘어짐이 없어 좋았다. 다만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연속되는 독백이나, 회상 장면은 원작에서부터 좀 수정이 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결말부분은 3권 중반 무렵이 되어서야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나의 예지력은 정중하지 않았기에 다소 놀라웠다. 줄거리를 밝히는 건 아직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 실례이므로, 밝히지 않겠다. 그리고 ‘암흑관’에 얽힌 살인 사건이 궁금하다면 반드시 줄거리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먼저 읽어보기를 권고하고 싶다.

  시간 여유가 되는대로 틈틈이 읽었으나 읽는데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8년동안 암흑관을 쓴 작가나, 1년 넘게 번역을 했던 역자에 비하면 역시나 나의 시간은 세 발의 피에 불과하다. 모든 비밀을 알아버렸지만, 두 번째 읽을 때는 분명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세 번째 읽을 때는 혹시나 모를 작가의 실수에 대해 지적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암흑관은 몇 번씩 곱씹으며 진중한 맛을 음미해보고 싶은 추리소설이다. 어둠에 지배를 당해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우라도 가족’의 으스스한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 함께 범인을 쫓다 보면, 작품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에나미’라는 청년처럼 무엇이 현실인지, 꿈인지, 그 뒤바뀐 일탈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달리아의 축복이 있기를! 섬뜩한 피의 축제 속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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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11-22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보셨으면 좋았을텐데^^
시계관을 읽어보세요~

mind0735 2007-11-27 13:06   좋아요 0 | URL
시계관도 읽어봐야지요, 암요. 그렇고 말고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