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의 연애론 - 새롭게 쓰는
스탕달 지음, 권지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스탕달의 연애론」은 1822년 출간 된 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재의 사랑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시대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주제. 이 사랑에 대해 ‘스탕달’이 쓴 연애론은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모든 연애 감정을 총망라하고 있는 듯 보여 졌다. 태초에 사랑에 의해 탄생한 인류 최초의 누군가부터, 현재의 복잡다단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사랑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과 해석의 과정은 필시 작가의 경험담이 분명하다.

  ‘수많은 사건이 있었던 세월이 지난 후에도 나에게 기억되는 것은 사랑했던 여인의 미소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던 스탕달. 소설이 한 사람에 의해 집필된 산물인 만큼 한 작품에 담긴 작가란, 주인공들을 키워낸 주인이자 자신의 영혼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적과 흑」에서 볼 수 있었던 주인공들의 사랑과 본인이 겪었을 사랑의 고통이라는 계절 중 한 철이 지독하게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탕달에게 기억되는 사랑이란, 연애란 무엇일까? 눈을 감는 순간까지 떠올렸을 사랑하는 여인의 미소, 그 속에 겪었던 우여곡절은 「연애론」의 달콤한 비화들을 탄생시켰다.  

  약 200년 전 프랑스, 시대를 살아가는 자들에게는 암울한 신분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한국보다 오히려 그 때의 프랑스가 더 개방적이지 않았을까, 라는 의심을 품게 될 만큼 그들은 성과 사랑에 솔직했다. 한 귀족 부인의 문란한 성생활과 남성편력에 대해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언뜻 폭로로 비춰지기도 하는) 이 자유분방함을 칭찬해야 할까, 부담스러워해야 할까. 어쨌든 스탕달이 몇 몇 일화를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누군가의 경험담은 지금 보아도 수위조절이 어려운 파란만장하고도 은밀한 사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작가가 프랑스인이기에 대부분 프랑스 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다른 유럽의 사정도 어느 정도 비슷했으리라 본다.

  원치 않은 상대와의 혼인에 따른 여성들의 괴로움, 마초의 남성들의 군림과 귀부인의 변덕, 사랑이 시작되는 상태에서부터 사랑의 절정, 마침내 식어버린 냉담한 상태, 질투와 허영 그리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쩔쩔매는 사람들, 돈 후안식 사랑과 베르테르식 사랑의 장단점까지……. 다양한 사랑 증후군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던 ‘사랑 정의 내리기’는 여전히 아리송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 표를 얻어낼 수 있을 만큼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큼 현실적이다.

  사랑에 빠지면 마치 누군가가 눈앞을 가려놓은 것만 같다. 사랑하는 상대 이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사랑하는 상대의 얼굴에 난 종기까지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다. 흔히 콩깍지가 씌었다고 표현하는 우리네 속담처럼, 얼마나 그 사람이 좋으면 콩깍지가 눈에 덮여 있는 것처럼 눈이 멀어버릴 수가 있을까? 잘츠부르크의 소금광산에 대한 이야기.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를 소금광산에 던져두면 나뭇가지가 온통 반짝이는 소금 결정으로 보인다는 이야기처럼, 사랑은 참으로 무한한 힘과 미스터리한 아름다움을 가진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두들 하고 있겠지. 평생의 업보가 되어 반복할 수밖에 없는 ‘사랑’이라는 주문에 걸린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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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은 책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