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신호등 - 내 몸이 질병을 경고한다
닐 슐만 외 지음, 장성준 옮김 / 비타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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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예전에 비해 조금씩 건강이 나빠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허리가 아파오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 것 같고, 지방도 더욱 많이 축적되고 있는 부한 몸을 보고 있자니 절로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몇 가지 증상으로 병원에 갔는데, 큰 병은 아니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수술까지 하게 된 결과를 낳았다.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몸 관리를 안 해서야 나중에 더 큰 고생을 하게 될게 뻔해서 절로 한숨이 나온다. 식습관의 문제와 심각한 운동부족, 흡연이나 음주, 그리고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 우리 몸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건강의 상식들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건강에 관련된 서적을 찾고 있던 중 ‘건강 신호등’이라는 반가운 책을 만나 읽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풍부한 질병의 상식을 알게 되어 뿌듯한 마음이다.


‘건강 신호등’은 제목 그대로 우리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에 대해서 원인과 그 대책을 비교적 상세하고 알기 쉽게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처음 목차를 살펴보면 몸을 부위별로 나누어 우리 몸이 보내는 이상 증세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와 있다. 총 5부로 나누어 성인과 소아의 건강 이상신호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의료 과실을 피하는 방법과 개인적으로 제법 도움이 많이 되었던 응급처치 요령 등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제법 두꺼운 페이지수를 자랑하지만, 금방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락이 짧아서 큰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학 용어도 그리 복잡한 수준이 아니라서 지금까지 익숙하게 들었던 질병과 의학 관련 용어들이었기에 초보자가 읽기에도 큰 부담이 없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의 저자들이 미국인들이기에 미국에서 주로 발병하는 질병들 위주로 저작하였기에,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병하는 병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주로 발생하는 질병과 큰 병들이 대부분은 비슷하지만, 국가별로 분명한 차이가 있을 몇몇 질병들은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재편집을 했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사소한 몸의 이상신호에 대해서 대충 넘어가면서 좀 더 두고 보자고 자위했던 지난날들이 충분히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어딘가에 이상이 있을 시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고야 말겠다는 불타는 건강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지식이나 부, 명예는 물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도 다시는 볼 수 없다. 한 순간의 실수로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사태를 불러일으키기 전에 다시 한 번 자신의 몸 상태를 올바르게 체크하며 어딘가가 아픈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해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을 수 있었던 문장은 바로 ‘조기에 발견해야 치유가 가능하다’라는 문장이었다. 어떤 병이든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가 가능하다. ‘건강 신호등’은 모든 병이 발병하고 최초의 증상이 어떤가에 대해 알아볼 수 있어 조기에 대처 할 수 있는 유용한 책이었다. 지금부터라도 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꼭 일 년에 한 번씩은 종합건강검진을 받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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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이 있는 풍경
이상엽 사진.글 / 산책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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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이상엽'이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라 그런지 한 컷 한 컷 실려 있는 낯선 러시아의 풍경들이 귀티가 흘러 넘친다. 색감과 느낌이 1000만 화소를 넘나드는 요즈음 디카와는 확연히 다른 중후한 멋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비밀은 사진을 담는 클래식 카메라에 있었다. 놀랄만큼 화려하지도, 특별히 선명하지도 않지만, 사진 작가가 보고 느꼈던 당시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무한한 상상의 도전을 선사하는 멋진 사진들이었다. 제목부터 근사한 <레닌이 있는 풍경>은 지은이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아홉군데에 이르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도시를 추억하는 사진집이자 기행문이다. 착착 감기는 아늑한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사진작가의 근사한 작품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내가 지극히 편애하는 나라 러시아의 보기드문 여행기라서 더욱 그렇다.

  처음 러시아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러시아 작가들을 동경하면서부터이다. 문학사에 길이 남을 대문호를 몇 명이나 탄생시킨 러시아의 힘이 참으로 대단하다 느꼈다. 러시아 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존경하는 작가들, 예술가들. 그리고 차가운 얼음의 도시, 눈의 풍경들이 아스라이 그려진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를 실제로 한번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스크바의 눈 축제도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었다.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던 블라디보스토크는 이상하게도 몇 번이나 가본 것처럼 예전부터 친숙하게 느껴졌었다. 위험하지만, 묘한 매력이 넘쳐흐르는 나라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나도 언젠가는 그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상상을 자꾸만 해 보게 된다. 지은이는 20년만에 꿈을 이뤘다고 하는데, 나도 20 후에는 가능한걸까? 그때쯤이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으로 이어지는 기차를 타고 남한까지 이르는 긴 여정의 마침표를 턱하니 찍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러시아의 역사에 해박한건 결코 아니지만, 관심이 있기에 대략의 윤곽은 알고 있다. 모든 나라의 역사가 그렇겠지만, 유독 러시아의 역사가 다시다난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잦은 전쟁과 혁명에 있을 것이다. 양차 대전에 참전해서 전 세계로부터 질시와 비난을 받기도 했고, 사회주의 쿠테타와 연이은 혁명들로 가뜩이나 추운 러시아는 왠지 더욱 황폐하게만 느껴지도 했다. 이 책 속에 담긴 사진들의 음울한 모노톤 빛깔처럼 조금은 우울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클래식하기도 한, 새하얀 겨울의 러시아는 항상 묘한 이질감 같은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러시아의 정신 '레닌'을 추억하며 그 풍경 속에 서 있었던 작가가 참 부러웠다. 안개 낀 뿌연 하늘과 비가 내릴 듯 찌뿌둥한 회색빛 도시들을 바라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불과 1세기 사이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러시아 공화국으로 바뀌면서 많은 시련을 겪었을 국민들의 희생을 되새겨 보지 않았을까. 그토록 열광했지만, 이제는 점점 녹슬어 가는 레닌의 동상을 스쳐지나가는 그들의 섬세한 움직임은 살아 남은 자들은 여전히 오늘을 살아간다는 침묵의 외침처럼 들려온다. 그래서 서글프고 애잔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사진과 글,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었던 알찬 책이었는데, 더 좋았던 점은 중간 중간 기차 여행시 읽으면 좋은 책을 소개한 저자의 추천 도서들이었다. '20세기 소년' 외에는 다행히 나와 인연이 되었던 책은 없기에, 차근 차근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을 때 읽어보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건 아마도 20년쯤 후에나 가능할테니…. 간결하고 흥미진진한 소개문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기에, 마침 그간 관심있게 지켜봤던 몇몇 책들을 먼저 읽어봐야겠다. 따뜻한 작가의 섬세한 배려가 너무도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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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 - 신화 속에 감추어진 기이한 사랑의 이야기들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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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읽어봐도 신화는 참 재미있다. ‘재미있다.’라는 다소 심심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자 그대로 신화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동시에 매력적이고, 화려하고, 간혹 서글프기도 한 인간사에 대한 우화로 비춰지기도 한다. 신들의 향연 속에서 느끼게 되는 갖가지 격정들의 혼합에 때로는 울고 웃게 되는데, 신들이라고 하여 초현실적인 판타지로 느끼기보다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본 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서도 사랑에 주안점을 두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가장 유명한 초유의 감정인 ‘사랑’을 논할 때 언제나 질투와 증오, 순수한 사랑의 감정 등이 동반 되는데, 가슴 설레는 흥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신화 속의 사랑을 만나며 가장 순수한 형태의 본능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많은 그림들을 함께 감상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신화가 바로, 명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닐까. 예술가들의 훌륭한 회화 작품들을 감상할 때면 빠지지 않는 소재가 바로 신화 속의 사랑인데, 성경과 더불어 언제나 인간들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소재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피그말리온 이야기나, 사이렌, 제우스, 히아킨토스, 디오니소스, 큐피트, 에로스 등등… 나열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신화 속 인물들의 주옥같은 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전해지는 이야기와 대조해 보면 더욱 즐겁고 깊이 감상할 수 있다. 본 서에도 많은 신화 속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명화들이 등장하는데, 아쉬운 점은 대부분 흑백이고, 그림을 그린 작가와 제목 같은 기본 사항이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자리 잡았다.

  총 19편의 사랑 이야기가 간결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따사로운 봄 날 나른한 햇살 아래서 읽어본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대체적으로 짧은 분량이기에 부담 없이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스륵스륵 읽어봐도 괜찮을 것이다. 질투에 눈이 먼 헤라의 복수나, 제우스와 아폴론의 카사노바에 버금가는 여성 편력, 그리고 순결하고 순수한 사랑의 오디세우스나 페넬로페의 이야기처럼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들이 많다. 따뜻한 봄 날, 신들과 사랑을 나눠보는 건 어떨까? 만개한 벚꽃 아래서 읽어 본다면 대리만족으로도 손색없이, 기분 좋게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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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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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큼이나 친절하게 조선사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짧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 속에서 오랫동안 담겨져 내려왔던 조상들의 슬기로운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다양한 사진 자료들 속에서 일상 풍경을 담아는 ‘김흥도’와 ‘신육복’의 그림이 아늑하기만 하다.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이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소소한 이야기 거리가 존재하고 있기 마련인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과거사 하나하나를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거대한 틀을 기억한다면 이면에 존재하는 작은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듯싶다. <친절한 조선사>는 너무 평범한 사건들로 지나쳐버렸던 우리 조선사의 숨겨져 있던 이면에 주목하여, 마치 할아버지께서 손자에게 옛날 옛적 이야기를 전해주듯 흥미진진한 과거사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의 관심사와 걱정거리는 별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하루하루 먹고 살기 빠듯한 서민들은 부족한 먹 거리에 대한 걱정과 자식들의 양육에 근심이 끊이지 않았고, 군주의 입장으로 나라 살림을 보살펴야 할 왕들 역시 사소한 근심과 일상사 사생활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도 놀면서 해야 하는 법. 아무리 임금이라 할지라도 감추고 싶었던 비밀도 있었고, 재미난 놀이거리에 정신이 팔려 밤샘을 하며 조정의 눈치를 살피는 일도 있었다니, 멋진 옷을 차려입고 공놀이에 집중했을 그 모습을 상상하니 유쾌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고리타분하게만 여겨지는 조선 시대에, 앞서가던 우리의 임금 세종은 신하들과 하인들에게 손수 육아휴직까지 주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당시로서는 낯설기 그지없는 외국의 동물 코끼리와 낙타에 얽힌 일화도 재미있었고, 너무 배가 고파서 시체를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시대의 음울한 상황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홍어장수 문순득이 몇 년을 표류해서 떠돌다가 마침내 고국에 당도했다는 당대의 이슈도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읽었다.

  너무 사소해서 지나쳐 버렸을 우리나라의 과거 모습이 새삼 자랑스럽기도 했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동방예의지국의 온화함에 마음이 놓인다.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는 키워드가 조선이라고 하는데, 왕권 침탈이나 전쟁, 성에 얽힌 일화보다, 이제는 조금 더 편안한 일상을 즐겨볼 때가 아닌가 싶다. 서민을 위한 대중적인 내용이기에, 세대를 막론하고 편안하게 읽어 볼 수 있을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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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색에 물들다
강미승 지음, 장성철 감수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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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있다는,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이라는, 행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이 않을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특별한 꿈 없이 막연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돈을 많이 모은다거나 좋은 집을 장만한다거나 하는 식의 물적 야망 말고, 그저 내 자신이 바라는 어떠한 이상향에 완벽하게 도달한 사람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운인데, 아침 출근길에서 강미승씨의 <여행, 색에 물들다>를 읽으면서 저자는 정말로 행복한 사람일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부러움이 샘솟았다.

  자기 발견의 가장 좋은 기회의 장 ‘여행’. 내가 바라는 풍경과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은 왜 그리도 많은 걸까. 일상에 찌들어 하루 사랑가기 바쁜 와중에 그나마 휴가철에 큰마음 먹고 바람 쐬러 가는 형식 말고, 정말로 낯선 곳에 철저한 외로움으로 홀로 남아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낯선 거리의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고 사진 속에 담으며 그 곳에 두 발 딛고 선 내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근사하다. 책을 읽으며 ‘인생은 여행지에서의 쇼핑과 같다’라는 문장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낯설기만 한 인생과 여행은 참 많이도 닮아있다. 더군다나 큰 마음먹고 쇼핑을 하거나 사지 못한 물건에 대한 후회는 지나가 버린 세월의 한탄과 겹쳐지는 부분이다.

  여행을 자주 못가기에 일종의 대리만족 차원에서 여행이나 미술 서적을 즐겨 읽는 편인데, 이 책에 담긴 사람들만으로도 커다란 대리만족을 느꼈다. 저자가 잡지사에 근무해서 그런지 생동감 있는 사람들의 현장감 느껴지는 사진 스케치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문장에는 그다지 깊이감이 충만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치 블로그에 자질구레한 일상을 털어놓듯 독자에게 속삭이는 흡입력은 부족했지만, 가벼운 글 속에서 짤막한 여행지의 풍경을 그려볼 수 있어서 그래도 참 좋았다. 나는 아침 일찍 통근 버스 속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예쁜 사진들을 찍은 그녀는 세계 방방곡곡을 누리며 행복에 겨워 있었을 모습을 상상하자니 부러움에 살짝 배가 아파온다.

  하지만 나 역시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버스 창밖의 풍경, 그 익숙한 풍경 하나 하나가 타인들에게는 역시 여행의 설렘을 선물해 줄 런지도. 하지만 나는 지금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미칠 지경이고, 가장 좋아하는 색들의 아름다운 물결을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이런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해진다.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색채들의 향연 속에 서 어쩌면 눈이 멀어버릴 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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