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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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젊음도, 패기도, 꿈도, 환상도, 열정도, 하물며 사랑 역시 언젠가는 퇴색되고 변화하기 마련이다. 운명적인 사랑은 가능할지 몰라도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나의 지론이다. 물론 일평생을 한 사람만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며 바라보는 이들도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식어빠진 토스트처럼 흐물어지기 마련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언젠가 친구와 이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게 가능한걸까? 나는 물론 NO라고 대답했고, 보수적인 나의 친구는  YES라고 답했다. 결혼을 해서 외도를 하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범죄 행위이고, 일 평생 한 사람만 위하여 살아가겠다는 친구가 나는 어쩐지 믿겨지지 않았다. 이건 개방적인 사상이나 문란한 생활의 옹호와는 전혀 다른 의미다. 그저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고 처음처럼 언제까지나 제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보인다. 믿음과 신의로 결합되어 결혼으로 맺어진 부부, 연애른 관문을 거쳐 그 결승점에 골인한 순간부터 지루한 싸움의 공방전이 이어지게 된다.

  <한 달 후, 일 년 후>를 통해 '사강'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의 지극히 짧은 유효기간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사랑의 시간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람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 달 후, 일 년 후>는 20세기 중반, 파리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얽히고 섥힌 젊은이들의 만남과 사랑의 감정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쩜 그렇게도 다를 수밖에 없는지... 조율하지 못하는 감정의 열망에 사로잡힌 주인공들의 내면은 공허로 가득 차 있고, 일종의 욕구불만 상태이다. 해방구는 보이지 않는 다소 답답해 보이는 관념들 속에서, 더욱 더 가슴이 도시의 회색 풍경처럼 메말라져 가는 느낌이다. 엇갈리게 연결 될 수밖에 없는 남녀, 불온한 사랑의 정점 속에서.

  조제는 틀림 없이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젊음의 아름다운 무기를 적절히 이용할 줄도 알며, 젊음의 공황 상태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즐길 줄도 안다. 무명의 배우 지망생 베아트리체는 야망을 위해 사랑을 일종의 기회로 삼지만, 결국 본인이 원했던 진정한 사랑의 가치에 눈을 뜬다. 사랑의 유효기간을 알아버린 그들의 절망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가고, 또 다른 사랑의 첫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미쳐버리게' 되니까, 과정을 억지로 끼워 맞추지도 말고, 서로의 감정을 휘두르지도 말고, 그저 쿨하게 엮어가고 싶어하는 20세기 젊음이들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제목으로 인용된 17세기 희곡 <베레니스>에서 '한 달 후, 일 년 후' 라는 시간은 끝나지 않을 사랑의 애절함을 상징하는 시간이지만, 사강이 표현한 '한 달 후, 일 년 후'는 결국은 변해버릴 사랑의 허무함과 서글픔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시간이다. 어떤 결과를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선택이고,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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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돌봐줘
J.M. 에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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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 나거나 독창적인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들을 '정신이상자'라고 분류해 버리는데 과연 그 '정상'이라고 하는 분류의 기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의학 혹은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정신이상자'라고 판명된 사람들조차 본인들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소리칠게 분명하다. 그러니 정상, 비정상을 분류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기준에서 벗어나서 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정상인아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단순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내 눈에는 분명 나사 여러 개 풀린 정신 나간 사람으로 치부하는 '누군가'지만, 상대방의 기준에서는 '나'또한 일반적인 분류의 기준을 훨씬 넘어 서 버린 정신이상자라고 비춰질지도 모를 일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대하는 태도나 느낌을 제외하고는 그의 생각을 그대로 읽기란 불가능 하니까,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힌 본인 스스로의 이미지는 결코 알 수가 없다.

  흔히 아파트에서 살아가다 보면 숱하게 겪는 일들이 있는데, 대화 한 번 제대로 나눠보지 못한 이웃을 보고 스스로가 정해놓은 이미지로 단정지어 버리는 경우이다. 뭔가 깨름찍한 행동을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거나 나의 취향과 너무도 동 떨어진 세계를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분명 그 이웃은 이미 정상인의 기준에서 탈락된 상태다. 나와는 다른 별나라 사람이라거나 제정신이 아닌 이해하지 못할 성격의 소유자, 정말로 대화 한 마디 놔눠보지 못했지만, 스스로가 만들어 낸 이미지나 곁으로만 드러나는 그의 단편적인 이미지에 상대방을 가둬버리는 경향이 만연하다. 단절된 이웃들이 옹기종기 모인 보금자리는 때로는 공포를 방불케 하기도 하고, 때로는 왕성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한다. 거기는 바로 아파트니까.

  <개를 돌봐줘>를 읽으며 단 하나의 강렬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는 나 자신을 지극히 정신인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는 타인의 눈에는 내가 비정상의 범위에 수용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저마다 상대방이 정상이 아니라고 여기지만, 서로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각자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모두 정신병자지만, (내가 봐도 확실히 그렇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취미와 삶의 방식에 충실할 뿐이다. 세상이 분류해 놓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나게 되면 우리는 누구나 혼란을 겪고 그 기준에 맞춰가려 노력하지만, 정작 본인들의 삶의 방식을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내가 아닌 타인을 조종하려 들고, 수정하려 들기 때문이다.

  참으로 재미있는 발상이다. 마주보는 두 건물의 사람들 중에 정상인이 하나도 없다니! 가장 먼저 서로를 관음증 환자이자 정신이상자로 판단하고 줄기차게 오해를 해대는 라디오 작가 '코른누르'와 계란 세밀화가 '플뤼슈'. 그리고 이 두사람을 둘러싼 각양각색의 사람들…. 개성이 넘치다 못해 너무도 지나친 이웃사람들의 하모니가 그야말로 난장판 예술이다. 어느날 갑자기 살해(?)된 개 '엑토르'의 죽음을 겪은 후 더욱 심한 발작 증세를 보이는 '브리숑' 부인, 두 건물의 개성 강한 관리인 '라두 부인'과 '폴랑타', '사타베 부인'과 그녀의 사악한 아들 '브뤼노' (이 녀석은 악마의 씨가 분명하다!), 컬트적인 언더그라운드 영화 감독 '자모라', 에로 소설 작가 변태 할아버지, 자폐증에 걸린 천재 '가스파르', 설치류를 사육하는 편집광 '뒤모제'까지. 정말 이토록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은 난생 처음 보는 듯 하다. 신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이 책은 일기, 편지, 탄원서, 이메일 등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독특한 형식의 추리 소설이면서 동시에 재기발랄하고 유머러스한 매우 기발한 소설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에피소트. 세계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난 사상을 가진 현대인들이 우글거리는 대도시의 평범한 아파트 속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법이다. 지금부터라도 내 이웃이 벌이느 황당한 사건들에 관심을 가지며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내 이웃이라면? 그러한 일은 꿈에서나 가능하다. 절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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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산책 - 세상을 움직인 경제학 천재들과의 만남
르네 뤼힝거 지음, 박규호 옮김 / 비즈니스맵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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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신의 연구를 통해 낡은 독단을 깨부수는 학자들은 언제나 이런 좌절감과 함께 살아야 한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완전히 증명된 후에도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 267p 
 
  인류의 역사에서 의학, 법학, 천문학, 철학 등의 학문에 비하여 경제학은 매우 뒤늦은 출발을 했다. 경제란, 돈이 굴러가는 현상을 의미하기에, 산업사회 이후 어마어마하게 발달한 자본의 이동에 동참하여 발달하게 된다. 흔히 경제를 자본의 흐름에만 비유하기 쉽지만, 경제는 어느 국가의 정치, 문화, 사회, 법률 등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나 중국에서부터 이미 통화와 함께 경제적인 관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으니, 경제는 인류의 농경사회 이후, 화폐를 통한 거래나 물물교환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던 시기부터 서서히 주요한 학문으로서의 면모를 띄기 시작한다. 

  경제학은 고대 그리스나 중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산업 사회의 절정기였던 영국, 그리고 현재의 일본과 미국이 주도를 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는 중요성의 정도를 넘어, 이미 한 나라의 이념을 집어삼킬 만큼의 효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는 기회의 창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누구나 돈을 소유할 수 있는 반면, 누구나 한 순간 돈을 잃고 알거지가 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본인의 목숨 다음으로 소중하다. 저마다 부자 되기 열풍에 휩싸여 재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는 IMF 이후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저마다 속을 알 수 없는 속물이 되어 가고 있다. 나 역시도….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정치, 경제에 유독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분들이라도 돈의 흐름을 알고, 감각을 익혀야 부자가 될 수 있다. 부자 되기의 첫 출발점이 바로 경제학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 입문 도서로 「경제학 산책」은 매우 쉽고, 간결한 책이다.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나온 책이지만, 평소 경제에 관심은 많았으나 도통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공부해볼 기회가 없었던 성인들에게도 안성맞춤인 책이다. 총 12명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생애를 짧은 분량으로 재미있게 이야기해 준다. 너무도 유명해서 이름만 들어도 아는 학자에서부터, 전혀 생소했던 이름의 경제학자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본서의 장점 중 하나다. 이번 기회에 만나볼 수 있었던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개요는 이러하다.



  1. 애덤 스미스 (1723~1797)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 부의 근원은 노동이며, 분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수단이다. 자유 시장을 옹호하고 관세와 국가보호주의를 반대한 스미스는 자유 시장경제 추종자들의 대부로 자리를 잡았다. 18세기 중반에 이미 국제 분업과 전 세계 자유무역을 예견했다. 경제라는 단일 주제를 포괄적이고 집중적으로 다룬 최초의 경제서「국부론」발간. 

  2. 데이비드 리카도 (1772~1823)
  세속적으로 큰 성공을 거둠. 국제무역은 언제나 이득이 된다는 ‘비교우위론’ 주장. 모든 국가가 자유무역을 하고 전문화하고 제한조치와 관세를 철폐하면 다 같이 잘살게 된다. 세계화라는 경제학의 주요 이론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
 
   3. 칼 마르크스 (1818~1883)
  지금까지도 수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공산당’의 창시자. 마르크스 역시도 공산주의사회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않고 애매모호한 언변으로 마무리 했다. 마르크스의 설명에 따르면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종식된 후 사유재산과 모든 계급, 각 계급의 상이한 이해관계가 모두 폐지된 조화로운 사회다. 1천 페이지에 달하는 자본론에서 미래의 비전은 마지막 부분에 채 반 쪽도 안 되는 분량으로 매우 불분명하게 서술되어 있다. 미래에 대한 마르크스의 애매모호한 비전은 그의 명성에 득이 되었다. 나에겐 여전히 어렵고 복잡다단한 인물, 마르크스. 

  4. 레옹 빌라 (1834~1910)
  수요와 공급 간의 균형이 가능한가, 라는 경제학의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바탕으로 한 균형이 안정적인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한 경제학자다. 자신의 방정식을 균형가격으로 풀기 시작했다. ‘경매인의 자유’라는 가히 천재적인 설명방식을 찾아내어, 완전경쟁의 가정 하에서 가계와 기업이 파고드는 모든 경제적 변수에 대한 균형 값을 구한다. ‘공급은 수요의 결과일 뿐이다.’

  5. 존 케인스 (1883~1946)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경제정책이 확신되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수요를 결정적인 경제요서로 보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전적 공급이론을 완전히 뒤집어엎는다. 기업인은 자신의 상품을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생산 한다고 주장. 전체 경제의 수요, 즉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소득이 증가할수록 감소한다. 그리고 저축은 수요를 억압한다. 또 돈을 투자하지 않고 쌓아만 두면 저축은 악덕이 될 수도 있다. 경제에 심리학을 도입하여 금융정책을 설명한다. 임금상승은 소비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생산증대를 가져옴으로써 다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단순하지만 정확한 논리를 펼쳤다. 또한 케인스는 정부자문위원, 사업가, 투기꾼, 언론인, 영국은행장, 미술품애호가, 연극후원자, 서적수집가 등 다양한 활동에 몸담았다.

  6.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1899~1992)
  하이에크는 자신의 저서 「가격과 생산」에서 케인스의 경기이론과 대립하는 경기이론을 담고 있다. 하이에크는 국가의 경제 개입을 옹호하는 케인스가 옳지 않다고 보았다. 둘은 언제나 의견이 갈렸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좋아했다. 하이에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사상이 다시 번창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회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 경제발전과 부의 증가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7. 피터 드러커 (1909~2005)
  경영을 하나의 학문으로 승격시킨 경제학자이자 경영자들의 컨설턴트인 피터 드러커는 최고 경영자들에게 항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형적인 상류사회에 속했던 드러커의 집안은 언제나 유명인사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슘페터, 지그문트 프로이트, 토마스 만, 미제스 등도 자주 찾았다. 어렸을 적부터 자연히 여러 지식인들과 교류를 했던 드러커는 경영을 비롯한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탁월한 두각을 나타나게 된다. 그 후 세계 각지에서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칼럼니스트와 교수를 겸하여 여러 저서들을 편찬한다.

  8. 밀턴 프리드먼 (1912~2006)
  마약, 마리화나 허용을 주장할 만큼 개인의 자유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 했다. 국가는 가능한 한 뒤로 물러서 소수의 핵심 과제만을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한 국가의 핵심 과제란 법의 존중, 민간 계약의 준수 여부, 시장 기능의 확보에 대한 책임을 의미한다.  그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펼치며, 극단적 자유주의이론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경기촉진을 위해서 국가가 지출을 증대하지 말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의 적정수준에서 통화량을 늘려야 하며, 만약 정부가 수입보다 지출을 높이면 필요한 돈을 납세자나 자본시장으로부터 조달해야 한다는 현대 자유 자본 시장 이론을 수립에 기여했다.

  9. 존 내쉬 (1928~ )
  그에게는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양성애자, 수학의 천재, 정신 분열증 환자, 노벨상 수상자……. 이러한 화려한 이력 탓에, 존 내쉬를 모델로 한 ‘뷰티풀 마인드’라는 제목의 소설과 영화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정신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기도 하고, 아내 알리샤와 2번의 재혼을 하는 등. 실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그는, 천재는 대부분 광인이라는 말에 설득력을 더한다. 수학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게임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고, 결국 정신병도 스스로의 힘으로 치유하여 현재까지도 활발한 학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10. 아마르티아 센 (1933~ )
  실용적인 접근으로 세상을 개선시키고자 애썼던 센은 기아와 빈곤에 대한 연구로 기존 경제학에 혁명을 일으켰다. 젊은 나이에 구강암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고생을 하면서도 연구를 업으로 삼아 일했다. 통계를 활용해 경제적 불균형의 측정, 빈곤 평가, 실업 분석, 자유와 권리의 원칙 및 영향 등을 연구 하며 경제적 사회적 연구에 헌신했다.
 
  11. 에르난도 데소토 (1941~ )
  페루의 경제학자이다. 자국의 경제를 연구하며 많은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이를 알리는데 노력한다.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의 미등록 소유물을 전부 합법화하면 제3세계 경제는 역동적으로 발전하게 될 거라는 처방을 펼친다. 경제발전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믿으며, (물론 무조건적인 신자유주의자는 아니다. 그 자신도 철저한 자본주의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그가 자본주의를 옹호한 이유는 저소득층에게도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에 대한 관심, 사회협약의 존중, 기회균등을 외치며, 제 3세계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12. 조지프 스티글리츠 (1943~ )
  스티글리츠는 세계화, 자유화, 민영화, 국가의 개입철폐 등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적 요구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정보비대칭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인간의 행동, 경제학과 심리학, 신경학의 공동 작업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야말로 미래 경제학의 주요 과제라고 주장했다. 


  물론 천재라는 0.1%의 재능은, 처음부터 타고난다는 것에 확신하지만, 이들 경제학자들의 이력을 살펴보고는 몇 가지의 불필요한 생각들이 덧붙여졌다. 12명의 유명한 경제학 천재들의 자라온 환경을 보면, 그들은 대부분이 이미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인이나 미국인이고, 또 상류층의 가정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명문대학의 수학과나 법학과를 졸업하여 경제학에 깊이 연구했는데, 대부분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것이 바로, 각자 다른 사상을 지닌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훌륭한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고, 혁명적인 사상으로 세상으로부터 더욱 큰 명성을 떨치게 되는 천재들을 보면, 하늘은 참 불공평하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물론 타고난 환경 외에, 개인의 노력이 없었다면 현대 경제학에 큰 영향을 미쳤던 그들의 논문이 탄생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무작정 어렵고 복잡한 경제학이지만, 가볍게 입문 한다는 생각으로 본서를 펼치면 좋을 듯하다. 유명 경제학자들의 짧은 필모그래피가 그들의 추상적인 사상과 함께 적절한 분량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요즘 시대가 워낙 좋아졌으니, 어려운 경제학 용어들은 컴퓨터 클릭 한번으로 해결되므로, 좀 더 자세히 공부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읽은 후,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가며 따로 그들의 저서나, 경제학 서적을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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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
생 텍쥐페리 지음, 최복현 옮김 / 이른아침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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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극한의 상황이 닥쳐오면 가장 먼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생텍쥐페리 역시 어느 사막에 표류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5일 동안, 물 한 모금 구경하지 못했던 그 절박한 상황 속에서 당연히 그를 사랑하고 믿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동료 프레보와 함께 신기루에 사로잡혀 영혼을 잠식당할 때, 오렌지 한 조각이 주는 기쁨에 그저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 외롭고 지친 생사의 갈림길에서 지독한 갈증과 외로움에 시달렸던 믿을 수 없는 시간들……. 도움으로부터 간신히 죽음을 모면했던, 가련한 생택쥐페리를 상상해 보니 누군가의 시가 생각이 났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어린 왕자》를 통해서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생텍쥐페리’ 문학의 넓은 세계를 본 결과는 대단히 소중하다.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투영시켜 완성한 에세이 《인간의 대지》는 대지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단지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비행기를 매개체로 삼아 하늘과 땅, 그 중심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생텍쥐페리의 삶은 ‘일생’이라는 철학을 압축한다. 너무도 짧지만, 짧기에 강렬한 인간의 삶. 그리고 단단하게 이어져 있는 사람과의 관계.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문득 너무 외로워졌고, 또 문득 문득 따뜻한 감동의 파장이 일어났다. 난파한 비행기 덕택에 며칠 동안 사막에서 표류한 생텍쥐페리의 이야기도 매우 감동적이지만, 영하 40도에 달한다고 하는 안데스산맥에서 살아 돌아온 ‘기요메’란 친구의 이야기 역시 대단했다. 주저앉아 잠시만 쉬어도 얼어 죽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결코 쉬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는 기요메. 무단히 힘겨웠을 그 추위와 싸움하며 마침내 자신이라는 높은 산을 뛰어넘었을 때의 환희가 전해진다. 그리고 살아 돌아왔음을 알고 눈물을 흘리던 동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명쾌한 한 마디.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언제든지 성공 할 수 있다는, 흔해빠졌지만 비범한 진리!

  “폭풍우, 안개, 눈과 같은 것들이 가끔씩 너를 괴롭힐 거야. 그럴 때면 너보다 먼저 이를 경험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거야. 그런 다음에 이렇게만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야.” - 16p

  인간은 정말 강인한 존재다. 하물며 한없이 약해빠진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대지》를 읽으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바람과 모래와 별, 이라는 제목도 매우 잘 어울리긴 하지만, 아무래도 인간의 대지가 더 넓은 뜻을 포함하고 있는 듯하여, 이 제목이 마음에 든다.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고 하는 생텍쥐페리의 죽음과, 그가 열정을 다해 사랑했던 비행은 얼마만큼의 관계가 있을까? 사막의 모래, 바람, 그리고 비행기 창밖으로 보였을 촘촘한 별 밭 한 가운데서 그가 느꼈을 충만한 기쁨을, 언젠가는 나도 꼭 만끽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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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
생 텍쥐페리 지음, 최복현 옮김 / 이른아침 / 2007년 10월
품절


"폭풍우, 안개, 눈과 같은 것들이 가끔씩 너를 괴롭힐 거야. 그럴 때면 너보다 먼저 이를 경험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거야. 그런 다음에 이렇게만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야."-16쪽

이렇게 삶의 기쁨은 나에게 있어서는 이 향기롭고 따끈한 첫 모금에, 이 우유와 커피와 밀의 혼합에 모이는 것이었으니, 그것을 통해 사람들은 조용한 목장과 이국의 대공원과 그 수확물들에 정신적인 유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온 대지와 사귈 수 있게 된다. 그토록 많은 별들 중에서 우리의 손이 자기에게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벽식사의 이 향기로운 사발을 만들어주는 별은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었다.-34쪽


넓은 지평선을 그들의 잎으로 덮는 것을 허락하는 너그러운 존재들 가운데 그가 속해 있다. 곧, 사랑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책임을 지는 일이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에 따르는 것으로, 동료들이 쟁취한 업적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 하나의 돌을 쌓더라도 세상을 세우는 데에 이바지한다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70쪽

안녕, 내가 사랑하던 그대들이여. 사람의 육체가 물을 마시지 못하고 사흘을 견디지 못하면,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샘의 포로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사람은 제 앞으로 곧장 갈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사람은 자유롭다고 믿고 있다. 사람은 자기를 우물에 잡아매어 놓는 줄을 보지 못한다. 탯줄처럼 그를 대지의 복부에 매놓은 줄을 보지 못한다. 한 발자국만 더 내딛으면 그는 죽는 것이다. 그대들의 고통을 제외하면,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곰곰이 따져보면 내가 가장 나쁜 몫을 차지했다. 돌아가게 되면, 나는 다시 이 일을 시작할 것이다. 나는 살 필요를 느낀다. 도시에는 이미 인간의 삶은 없다.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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