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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마르그레테 라몬 지음, 드라호스 자크 그림 최인자 옮김, 메리 셸리 원작 / 웅진주니어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클래식 호러 소설은 단연,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 두 작품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공포 소설과 영화들의 모티브가 된 시발점인 ‘프랑켄슈타인’이 세기가 넘도록 사랑 받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켄슈타인」은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메리 셀리’에 의해 탄생되었다. 이토록 수준 높은 공포 소설이, 겨우 19살의 여성이 썼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이야 인간복제라는 말이 놀라울 것도 없지만, 당시로써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을 인간의 복제에 대한 문제점을 섬뜩하게 비판하며, 노골적으로 다루었다는 점 또한 매우 놀랍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지만 소설로 접하기는 처음이다. 소설을 읽기 전까지 나는 무지하게도, ‘프랑켄슈타인’이란 이름이, 박사가 만든 괴물의 이름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바로 괴물을 탄생시킨 박사의 이름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었다. 이름부터 착각하고 있었으니, 그 줄거리와 감동까지 전혀 예상을 못하고 있었다. 대략의 중심 틀만 알고 있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 한 가지의 이미지라는 편견 속에 자리해 있던 작품,「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영화나 입담을 통해 알고 있던 줄거리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이 바로, 시체보관소에 있던 사체들의 장기와 신체를 잘라 붙여 만든 ‘괴물’의 설정에 대한 부분이다.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의 일반적인 인식이라 한다면, 우락부락하고 끔찍한 모습을 한, 멍청한 짐승 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관자놀이에 커다란 못을 꽂고 좀비처럼 돌아다니며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이고, 말도 못 하는 어리석은 악마쯤으로 여겼었는데, 원작에 나온 괴물의 이미지는 지금까지 알고 있는 괴물의 이미지와 판이하게 달랐다.

끔찍한 악취를 풍기는 걸어 다니는 시체의 몰골을 한 괴물은, 지독한 외로움과 소외감 속에서 고뇌하는 지성을 갖추고 있었다. 스스로 인간의 말과 언어까지 습득하는 끈기와 높은 지능,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구까지 지니고 있는 틀림없는 연민의 대상이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을 창조했으면서도, 두려워하며 멸시하던 조물주 프랑켄슈타인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 공포 소설이지만, 실제로 읽은 「프랑켄슈타인」은 묘한 슬픔과 우울함이 범벅이 되어, 서글픈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작품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이미지가 180도 다르게 보인다. 인간에 의해 탄생되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하는 인간문명에 대한 비판과, 위험천만한 인간의 복제를 작가는 미리부터 경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태초의 본성이 절망스러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해가는 것인지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인간의 허황된 욕망에 의해서, 기하학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학을 걱정하는 작가의 모습까지 투영되어 있는 듯 하다.

지금까지 본 공포 소설 중 가장 안타깝고 애잔한 소설인 것 같다. 의미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귀도 없을 뿐더러, 여러 가지 강렬한 메시지가 깃든「프랑켄슈타인」은 매우 감동적인 고전 명작이다.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읽어 볼만한 책이지만, 다양한 연령의 분들이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또한 책이 어찌나 예쁘게 제본되었는지, 보고만 있어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올 컬러의 내지에 화려하고도 점잖은 그림들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다. 책 크기는 다소 큰 편이지만, 굉장히 예쁜 양장본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소장의 기쁨 또한 크게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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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사도의 편지 1 뫼비우스 서재
미셸 브누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예수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와 진실.  


  솔직하게, 나는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다. 지독한 무신론자로 20년을 좀 넘게 살아오면서, 오직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 밖에 없다는 다소 위태로운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신은 죽었다고 당당하게 외치던 니체의 말마따나, 우주를 정복하는데 대략 50년 밖에 남지 않은 지금 21세기, 최첨단의 과학시대에, ‘종교’라는 주제가 툭 튀어나온다면 일단 피곤해지고 만다. 하느님 말씀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믿음의 결과는 결국 의지하고 싶은 나약한 자신의 변명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간혹 소장하고 있는 성경을 읽으면서도 믿음이 가질 않았고, 이해할 수 없는 의문점들이 많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이견을 다는 분이 없었으면 한다.)

  이렇게 뼛속까지 무신론을 지지하는 내가, 기독교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도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는 사실은 나 스스로도 매우 놀랍다. 종교에 무지한 관계로, 「13번째 사도의 편지」를 읽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해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단어나, 모르는 성경의 내용들이 나올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최대한 바른 방법으로 문장의 의미를 해석코자 노력했다. 같은 장르의 스테디셀러「다빈치 코드」에서 보았던 비슷한 흐름을 간파하면서도, 추리 소설 특유의 몰입감은 언제나 동일한 느낌의 재미로 다가온다.  

  ‘카라바조’의 아름다운 그림, ‘성 마태와 천사’가 표지로 등장한 「13번째 사도의 편지」는 예수의 비밀을 둘러싼 벌어지는 추리 형식의 소설이다. 어느 날 로마발 특급열차에서 도서관 사서신부인 안드레이 신부가 살해당한다. 의문스러운 죽음을 필두로, 그의 절친한 친구인 닐 신부가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온화한 해석학 교수이자 수도원의 사소한 규칙까지 어겨본 적 없는 모범적인 사제인 닐 신부가 온갖 위험을 무릎 쓰고, ‘13번째 사도’가 남긴 비밀의 편지를 찾으면서 사건은 점점 흥미롭게 전개된다. 물론 그를 제지하려는 바티칸의 방해공작이 이어지고, 닐 신부를 도와주는 든든한 친구들도 합세하여, 진짜 편지를 추적을 시작하게 된다.
 
  전반적인 흐름은 여느 추리 소설과 다르지 않다. 의문의 죽음과 함께 시작되는, 암호가 적힌 작은 쪽지. 그리고 선량하고 우직한 주인공과 타락한 종교인들의 추악한 모습까지…. 그러나 「13번째 사도의 편지」의 진정한 교훈의 목적은 기독교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본질적인 신의 존재 여부를 떠나서, 신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기독교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보다는 조금 더 많은 것에 대한 의문을 품을 것이고, 더욱 공감하거나, 혹은 거부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개개인의 입장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정직한 소설이라고 생각 된다.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책에도 등장했다 시피, 그 비밀은 교회의 계급제도로 보호된 신앙의 본질을 다시 문제 삼을 수도 있는 위험한 문제일 것이다. 「13번째 사도의 편지」는, 최후의 만찬부터 예수의 행로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현재’의 닐 신부가 모험을 펼치는 내용이 교차적으로 등장해서 더욱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화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유다’의 죽음은 자살로 귀결되었는데, 베드로가 살해했다는 이색적인 주장은 매우 파격적이라고 생각 된다. 또한, 한 사람의 종교인으로써 권력과 돈의 망상에 사로잡힌 변태 성욕자 ‘칼포’ 대주교를 비판하는 작가의 시선이 매우 따끔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퇴색되고, 점점 물질화 관습화 되어가는 교회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일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책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제법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기독교인이나, 비 기독교인에게 진중한 물음을 던져주는 책, 「13번째 사도의 편지」. 기가 막힌 반전이나 소름이 끼칠 만큼 쓰릴 있는 추리 소설은 아니지만, 종교적인 내용을 담은 만큼, 진중한 무게감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성경을 빼 놓고는, 서구의 역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 사실이니까, 나처럼 종교에 크게 의지하지 않는 분들도 한번쯤 읽어보며 여러 가지 의견들을 머릿속에 정리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작가의 이력에서 나타난 실질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생동감이 넘치는 소설이 탄생한 것 같다.     정치적인 야망에 눈이 먼 열두 사도들이 예수를 신격화하면서, 허울뿐인 평화를 외친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기독교의 본질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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