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족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일을 10개월째 하고 있다. 늘 한국어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말로 익힌 언어를 외국인에게 가르쳐 보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가 한국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들은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한국어까지 척척 배워내고 있다. 정말 열심히 사는 훌륭한 엄마들이 많다. 만나 보지도 않고 다문화 가정 외국인들에게 편견을 갖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라는 것이다. 사실 본인이 한국어를 배우기도 벅차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다. 더구나 어떤 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그녀들을 위해 나는 집을 나설 때마다 그림책 한두 권씩을 챙기는데 한국어가 익숙치 않은 그녀들도 그림책을 보여주면 아주 좋아한다.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에게 '이 책 꼭 사서 읽어주라'고 말은 하지만 쉽게 책을 살 수 있는 형편들은 아니다. 그래서 이미 우리 아이들이 보던 책과 동생네 아이들이 보던 책까지 모두 수거해서 깨끗이 닦은 후 아이들 연령에 맞춰서 나누어 주었다. 그녀들에게 새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에 문학동네 이벤트에 참여한다.
현재 내가 가르치는 학생은 모두 4명이다. 그 중 베트남에서 온 지 4년 된 탄은 딸이 둘이다. 그동안 시어머니께 한국어를 배운 탄은 발음도 상당히 좋고 농담까지 할 정도로 말도 제법 잘한다. 생긴 것처럼 성격도 둥글둥글한 그녀는 지난 10월 원주시 외국인 주부 말하기 대회에 나가서 입상까지 했다.
그녀의 두 딸을 위해 고른 책은 <구름빵>. 어린이집에 다니는 세살 영현이는 엄마가 동생만 예뻐한다고 시샘이 보통이 아니다. 엄마가 동생을 안고 젖을 먹이는 것도 싫어한다. 엄마가 젖을 먹이는 동안이라도 팝업북이랑 인형을 가지고 놀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골랐다.
19,490원
베트남에서 온 지 1년 10개월 된 미안이다. 성격이 조용하지만 속정이 아주 깊고 깔끔하다. 나와 만난 지 10개월이 되어간다.
지난 달에 돌이 지난 건복이는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달려와 폭 안긴다. 말도 빠르고 행동도 재빨라 엄마 공부를 방해하는 1등 선수다. 공룡이라면 건복이의 시선을 확~ 끌 것 같다.
9,630원
베트남에서 온 지 1년 11개월 된 미옌이다. 성격이 활발해서 즐거운 수다로 수업을 시작하곤 한다. 병환중인 86세의 시어머니 돌보랴, 남편과 함께 가게 일 보랴, 아기 키우랴 정신 없이 바쁘다.
10일 후면 돌이 되는 아들 하연이를 위해 고른 책은 <열두 띠 까꿍놀이>. 처음에 베트남어판으로 골랐는데 가격이 넘치는 바람에 한국어판으로 바꿨다. 베트남어가 같이 나온 책을 보면 엄마가 정서적인 느낌을 더 잘 전달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한국어판 5,520원
베트남어판 7,650원
베트남에서 온 지 9개월 된 항이다.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했지만 지난 토요일 한국 친지들을 모시고 한국식 결혼식을 올렸다.
공부 욕심이 많아 예습도 열심히 하고 두 시간 동안 잠시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는 모범 학생이다.
임신 7개월째인 항을 위해 고른 책이다. 시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어 많은 도움을 주긴 하지만 어머니 세대랑 아이 키우는 게 많이 다르니까 함께 책을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골랐다.
12,390원
좀더 나은 삶을 꿈꾸는 아름다운 그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나를 위해서도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과 노니는 집>을 골랐다. 추천도서를 고르면 가격을 맞출 수 없고, 또 그녀들에게 줄 수 있는 문학동네 책도 없어서.^^
4,750원
그래서 전체 책값은 ---> 51,780원
*** 책을 만나는 일이 귀한 그녀들에게 꼭 책선물을 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