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역에 있는 독립서점 *책인감* 방문

쌀쌀하고 흐릿한 날씨임에도 희망으로님하고 만나 책인감이라는 독립서점 방문했어요. 희망님께서 요 몇년 독립 서점 순례 하고 있어서 저도 동참!!! 책인감 위치가 공릉동 경춘선 폐선을 공원화 한 곳 근처인데, 책방 가는 길의 철로는 다 걷어내어서 좀 아쉬웠지만( 봉화산역쪽으로 가는 폐선은 철로가 그대로 보존 되었다는데, 우리의 목적은 책인감이므로 여기까지), 책방 가는 길은 느낌이 괜찮었어요. 봄여름가을에 가면 가는 길의 색이 더 이쁠 듯 싶습니다.

도착하니 마주한 것은 혼맥! 하루 한캔을 마시는 저로서는 반가운 문구입니다만, 들어가서는 간단히 커피 마시면서 책구경 했습니다. 오후 한시에 문을 여시는데, 약간 오픈이 늦기도 하신다고. 희망님하고 진짜 오랜 만에 만나서 실컷 이야기 보따리도 풀고, 한가롭게 밖의 메마른 풍경도 즐겼습니다. 겨울이라.. 창문 밖 풍경이 잿빛이었는데, 간만에 보는 겨울색이었습니다. 아기자기한 작은 카페와 공방들이 늘어 선 거리며 밤에 노란 불빛의 가스등 켜진다면, 유럽에 온 듯한 이질적인 창문 밖 풍경이 매력적인 곳입니다.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하다가, 독립 서점 왔는데 그냥 갈 수 없죠. 희망님은 최승자의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저는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구매했어요. 과학 전문 서점인 줄 알았는데, 다양하게 책이 구비되어 있더군요. 조용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오랜 만에 책과 정치 이야기할 수 있는 알라디너 친구를 만나 즐거운 하루였어요.

[책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주는 쾌속정이다 내 미래는 무한하지 않다. 이제는 그것을 안다. 하지만 내 삶은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언니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어두워진 잔디밭 위로 반딧불이 깜빡이며 날아다니는 것을 볼 때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혼자 책읽는 시간, 237페이지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2-01-0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한캔 했어요! 냉장고에 맥주 없으면 서운해요ㅎㅎ
서점 사진은 볼때마다 포근한 기분이 듭니다. 저도 조만간 하나 찍어올래요^^*

기억의집 2022-01-05 23:21   좋아요 1 | URL
저도요. 없으면 손이 떨린다는 ㅎㅎ (농담입니당~) 독립 서점이 카페와 같이 병행해서 포근하고 아늑하니 좋아요. 책에 둘러싸여 있어 기분 좋았구요. 미미님의 서점 방문기 기대하겠습니다^^

라로 2022-01-06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 안 하는 날 혼자라도 맥주 하고 싶어졌어요 이 페이퍼 읽고 뜬금없이!!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22-01-06 0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6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1-06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혼맥이라니. 저는 혼맥 때문에 가보고 싶네요. 사실 혼맥은 집에서도 가능하지만 말입니다. ㅎㅎ

기억의집 2022-01-06 07:47   좋아요 0 | URL
ㅎㅎ 혼맥이 맞이해주는 패브릭 포스터가 인상적이었어요!! 크리스마스 무렵에 서점에서 혼맥 하면서 밖을 내다보면서 마시면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일 것 같은 곳이예요. 단지 안주가 부실할 것 같은…. ㅎㅎ

다락방 2022-01-06 07:49   좋아요 0 | URL
저는 혼맥이 주는 분위기를 사랑하지만 그러나 맥주는 정말 싫거든요. 배부른것도 배부른거지만 맥주는 제 부실한 방광에 넘나 치명적이어서.. 맥주를 마신다면 반드시 집에서 마셔야만 해요. 가급적 안마시는 걸 선택합니다. 그렇지만 서점의 혼맥이라뇨.. ㅠㅠ 너무 가고싶네요. 혼맥 하면서 책은 못읽고 화장실만 갈 것 같지만 ㅠㅠ

기억의집 2022-01-06 07:5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도 그래서 맥주는 딱 한잔 마셔요. 화장실 자꾸 가야해서..이 서점은 화장실도 내부에 있더라구요~

icaru 2022-01-06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 나라의 지폐들이 저렇게 다채로운 색감을 가졌다는 걸 처음 알았, ㅋㅋㅋ
혼자 책 읽는 시간에서 가져온 문구도 너무 좋네요!
유난히 저책은 창가에 꽂아놓은 것도 아닌데, 종이가 갈색으로 변해서 고서적 같은 인상을 주더라고요. 언제까지나 처분하지 않고, 살아나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혼맥 그림 와오!

기억의집 2022-01-06 17:27   좋아요 0 | URL
저기 가 보니 저도 작은 동네책방 하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계산기 두들겨 보니 고정비용 백만원. 동네 서점에서 한달 수익 얼마 안 날 것 같기는 한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진짜 들더라구요. 서점장하고 책 이야기고 하고 좋았던 곳입니다. 아 그렇군요. 지폐의 색이 다양했어요. 첨 알았네요!! 혼자 책 읽는 시간, 간절히 바래봅니다. 저 문구는 제가 밑줄 친 대목이더라구요!!! ㅎㅎ

희망으로 2022-01-0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방과 핸드메이드 소품가게 콜라보 좋을 것 같아요.
태능입구역 쪽에 있는 <지구불시착>이 그런 느낌이예요.
작가가 와서 자신들의 작품을 둘러보고 디자인도 그리는거 봤어요~

기억의집 2022-01-07 11:20   좋아요 0 | URL
괜찮겠죠. 진짜 동네책방 하나 내고 싶어요. 책만으론 돈벌이가 힘드니 커피나 소품 팔아도 될 듯 해요. 지금 진지하게 생각중 우리 어제 보일러 망가져 오늘 보일러 교체 해요. ㅠㅠ 진짜 통장에 돈 있는 꼴 못 보고 텅장을 만드네요. ㅠㅠ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이 관한 시 중에서 봄을 가장 지랄맞게 표현한
최승자 시인의 시



(잎도 피우기 전에 꽃부터 불쑥 전시하다니,
개나리, 목련, 이거 미친년들 아니야?
이거 돼먹지 못한 반칙 아니야?)

이 봄에 도로 나는 환자가 된다.
마음 밑 깊은 계곡에 또다시
서늘한 슬픈 물결이 차오르고
흉부가 폐광처럼 깊어진다.

아, 이 자지러질 듯한 봄의 풍요 속에서
나 어릴 때 흥얼거렸던 그 노래
이젠 서러운 찬송가처럼 들리네.

˝설렁탕 거룩한 탕 끓여 가려고
오늘도 모여 있네, 어린 동포들.˝

고등학교 시절, 윤동주나 한용운 시인들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이 뚝뚝 묻어나는 시들의 세계가 전부였는지 알었는데, 최승자 시인은 나에게 교과서 시에서 벗어나, 시란 무엇인가를 알게 해 준 시인.

최승자 시인은 시가 이렇게 비속어도 가능함을, 내 안의 아픔과 슬픔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 언어로도 시를 쓸 수 있음을처음으로 깨닫게 해 준 시인이다. (그러고 보니 장정일 시인도 그러네)

내 알라딘 아이디 기억의 집은 최승자 시인의 시집에서 빌려올 정도로 좋아하는 시인인데, 더 이상 글을 쓰시는 건 불가능하겠지. 최승자 시인이 다시 시를, 에세이를 써 줬으면 좋겠다.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비속어 날리시면서….

덧 : 이젠 오래 되서 재활용 하는 날 버린 시집들.
이제는 더 이상 시를 읽지 않는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거서 2022-01-04 2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억의집 의미를 알게 되어 뿌듯합니다 ㅎㅎㅎ

기억의집 2022-01-04 23:53   좋아요 2 | URL
ㅎㅎㅎ 지금도 다시 읽어도 좋은시인이죠!

책읽는나무 2022-01-05 0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려도 읽으면서 최승자 시인을 좋아하시는 기억의 집님을 계속 떠올렸어요^^
기억의 집님덕에 저도 알게 된 최승자님이었구요!!!

기억의집 2022-01-05 07:05   좋아요 3 | URL
일찍 얼어나셨네요. 애들 방학이라 늦잠 자도 되지 않으셔요!!! 전 애아빠 출근 준비 하느냐고 밥 차려 주고 잠시 들어왔어요. 최승자 시인 잘 사셨으면 좋겠는데 어찌 잘 살고 계신지… 맘이 아픕니다.

책읽는나무 2022-01-05 07:18   좋아요 2 | URL
이번 주부터 아들녀석 학원 다니기 시작했는데 6시 반에는 나가야 하니, 깨우고 밥 멕이려니 요즘 완전 새벽형이 되었네요^^
원래 5시 쫌 넘음 일어나는 편이긴 했었는데 올 해는 강제 기상이??ㅋㅋㅋ
남편분의 출근도 빠르시군요?
모두들 추운데 고생 많네요~^^

책에선 최승자 시인이 많이 이겨내시고 계신 듯해 보이던데...저도 마음이 아팠어요ㅜㅜ

유부만두 2022-01-05 07:33   좋아요 2 | URL
저도 기억의 집 님 덕분에 최승자 시인을 알게 되었어요. 전 이번 앳세이집 많이 아프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른 아침에 들어왔어요. 굿모닝, 친구분들~
하지만 밥 차리는 건 아니고요, 지금만 혼자일 수 있어서에요. ^^;;;

기억의집 2022-01-05 11:54   좋아요 2 | URL
만두언니도 부지런 하시넹~ 저도 혼자 있고 싶어요!!!! 갑자기 혼자 책 읽는 시간, 생각남요. 애들이 다 집에 있고 엄마한테도 자주 가야 해서 진짜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아침에 그나마 있긴 하죠. 최승자 시인님, 조현병은 나아지셨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나라 시인들의 생활고, 최영미 시인도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하는 말 듣고 맘이 편치는 않어요 ㅠㅠ

희망으로 2022-01-05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신 분열증과 더불어 점성술 관련에 매진했던것이 더 악화된건 아닌가 싶어요.
참 안타까워요.
딸 선물로 사긴 했지만 읽으면 맘 아플것 같아요.

기억의집 2022-01-05 20:54   좋아요 1 | URL
기억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외국에 가서도 신비주의와 점성술에 관심 갖지 않었나요??? 그 전에 정신적인 문제는 있었던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저는 너무나 안 좋게 되서… 이제 칠십 가까이 되시거나 칠십 이신 것 같은데…. 계속 더 악화되실까 걱정은 됩니다. ㅠㅠ

서니데이 2022-01-05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출간된 시집도 많이 가지고 계시네요.
저도 얼마전에 선물받아서 이 책을 읽었어요.
이전에 출간된 책에 내용이 추가된 책이라서 그런지, 오래전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 책들 색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정리해서 버리긴 아쉬웠을 것 같아요.
기억의집님,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기억의집 2022-01-05 23:12   좋아요 2 | URL
ㅎㅎ 책도 생명이 있더라구요. 단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긴 하지만, 거의 삼십년 정도 되어가서 과감하게 버렸어요. 버릴 때 좀 고민은 했는데,,, 누래져서.. 번역서같은 경우는 새로 번역 되어 나오면 그때 다시 읽자라는 맘으로 버렸어요. ㅎㅎ 서니님도 굿밤 보내세요~

mini74 2022-01-0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최승자님 책 오늘 받았어요. 기억의 집님 말씀에 검색해봤어요. 기억의 집이란 시 참 좋네요. 길이 없어. 란 시도 좋고.

기억의집 2022-01-05 23:17   좋아요 1 | URL
와~ 미니님!! 뿌듯한 느낌이~ 저는 최승자 엄청 좋아해서.. 우리 나라 시에 한획을 긋는 시인이 최승자 장정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잊혀져서 좀 그래요. 저 젊은 날 시의 세례를 받게 해 준 분이예요. 시가 이쁘고 감성에 호소하는 것인줄 알었는데… 일상 언어로 서정성을 파괴했던 ㅎㅎ

icaru 2022-01-0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억합니다. 기억님이 최승자 시인을 좋아하셨던 거!

기억의집 2022-01-06 17:29   좋아요 0 | URL
지금 스텐머그 굿즈 주던데.. 살까 고민중입니다. 예전에 산 책이 있어서 이번에 패스 하려 했는데 고민 되네요!! 요즘 책을 너무 많이 사서..
 

요네자와 호노부,

이 작가를 처음 만난 건 우리 나라 첫 출간작인 인사이트밀이었다. 밀실 미스터리였는데, 흥미진진 하게 읽었다. 그 후 호노부 작품을 꽤나 읽었다. 이 작가 참 특이한 게, 한결같이 미스터리를 쓰지만, 주인공은 특정 세대가 아닌 십대에서 중년까지 다양하고, 빙과 같은 고전부 십대 미스터리물은 정확하게 십대에 맞춰 쓰고 있다는 것이다.

가볍게 미스터리물을 입문하는 십대들이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춰 글을 쓰는,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휘발성처럼 가볍고 십대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평이한 사건들. 빙과나 소시민 시리즈를 읽고 작가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밖에 안되나?! 라고 수준을 낮게 보다가,

왕과 서커스, 부러진 용골, 추상오단장 같은 작품들은 스케일도 크고 웅장하다. 추상오단장 같은 경우 단편집이지만, 꿀꺽 삼키기 어려운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작가의 경향이라는 게 있는데, 작가 자신의 작품을 쓸 때 작품성이 상중 수준을 다 맞출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글쓰기가 노련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본작가들이 이야기의 재미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고, 작가의 현실 비판이나 정치관여도 낮아 어떨 땐 그게 아쉽긴 하지만, 이야기만의 재미라는 점에서 볼 때 호노부도 히가시노 게이고 정도로 비견 될 수 있지 않으려나.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1-03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아이가 좋아해서 애니로 봤었습니다. 주제가랑 삽입된 클래식이 좋았던 ㅎㅎ 작가분이 다른 책도 많이 쓰셨군요

기억의집 2022-01-03 23:27   좋아요 1 | URL
다작이예요. 일본 작가들은 꾸준히 이야기를 만들어 내더라구요. 지치지도 않나봐요. 저도 아들이 빙과 좋아해서 만화로도 소설로도 읽었는데.. 애니도 있군요!!

물감 2022-01-0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과는 영 시시해서 고전부 시리즈는 안 읽게 되더라고요. 인사이트 밀은 재밌게 읽었어요🙂 노련한 작가란 말에 공감합니다~

기억의집 2022-01-03 23:44   좋아요 1 | URL
고전부 시리즈 소시민 시리즈 다 딱 십대들에게 맞춰져 있어서 본격미스터리물 지향하는 독자로서 시시하죠. 이거 뭐야!!! 싶더라구요. 그런데 또 왕과 서커스나 부러진 용골은 정성 드려 써서.. 헷갈렸던 작가였어요. 지금은 좀 멀리서 바라보니 작가 자신이 중경을 다 쓸 수 있는 작가처럼 느껴지네요. 꾸준히 쓰는 게 작가의 완성 같습니다~

stella.K 2022-01-04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런 거 알려주시는 기억님 넘 고마운데
그 웅장하고 스케일 큰 작품들은 거의 절판이네요.
진작 읽어 볼 걸...ㅠ

기억의집 2022-01-04 19:31   좋아요 1 | URL
ㅎㅎ 중고 있지 않나요? 전 중고책 잘 안 사는데.. 생각보다 중고가격이 새책이랑 그렇게 차이가 안 나서 중고는 안 사거든요, 알라딘 중고 서점에 구경 갔다가 사서 읽었거든요. 읽으면 지네 나라 걱정이나 해랴.. 이런 생각 드는 작품입니다 ㅎㅎ
 

책홍보에 혹해서 산 미스터리책들이 그다지 재미가 없어서, 한 일년을 책홍보에 속아 읽었지만, 만족할만한 작품들이 없어서 요즘은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차라리 홍보다는 믿음직한 출판상의 책들이 읽을만 했다. 책이 안 팔리는 시대에 굳이 나까지 이 책 지루합니다 혹은 결말이 맥빠집니다, 라고 할 필요는 없어서 어떤 책인지 상품을 올리거나 평은 자제하겠지만, 하도 미스터리 소설 읽는 재미가 없어서 나이든 작가야 나이를 속일 수 없으니 할 수 없다손 쳐도, 요즘 젊은 작가들은 아이디어는 좋은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부족한 건 어떤 연유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작년에는 온다 리쿠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유지니아, 흑과 다의 환상, 밤의 피크닉, 삼월은 붉은 구렁을, 코끼리와 귀울음을, 그리고 나와 춤을,을 읽었는데, 십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온다 리쿠만의  노스탤지어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십여년 전에는 출간 할 때마다 사서 읽어서 그 땐 몰랐는데. 작년 한해 온다 리쿠 책들을 읽으면서 이 작가는 단편과 장편 모두 다 능하구나, 심지어 장편 소설을 쓰기 전에 단편으로 어느 정도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어 놓았다가, 몇년 후에라도 자신이 완결했던 단편을 더 살리고 싶으면, 더 좋은 작품을 장편으로 만들어 낼 줄 아는 작가구나 싶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한 단편에서 흑과 다의 환상이 확장되었고, 나와 춤을, 의 단편들을 다시 읽었을 때는단편들이 열린 구조라서 나중에 장편으로 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냈고, 심지어 독자인 내가 이 이야기를 내가 좀 더 확장시켜 볼까하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구조여서 새롭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워낙 다작인 작가라 작품의 편차가 안 날 수는 없다. 몇 몇의장편은 실망스럽기도 하였지만, 작년에 내가 다시 읽은 온다 리쿠의 작품들은 십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도 흔잡을 데가 없다. 


이래서 좋은 작품은 수십년이 흘러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영생을 획득한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1-0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 리쿠를 저는 왜 읽어본적이 없는걸까요 ㅠㅠ 기억의 집님 좋다니 올해는 꼭 영접해서 읽어봐야겠어요 ~~

기억의집 2022-01-02 23:21   좋아요 1 | URL
온다 리쿠는 요즘 나온 신간보다 2000년대 쓴 작품들이 좋아요. 최근작도 읽었는데.. 예전만 못하더라구요. 전 위에 열거한 작품들 다 좋지만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은 재미도 재미지만 실험적인 요소가 강해 확 당길겁니다~

서니데이 2022-01-02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온다리쿠 책도 이제 시간이 지나서 개정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유지니아는 지난번 책보다 이번 책이 표지 디자인이 더 좋은 것 같고요.
초기에 나온 책들 중에 북폴리오에서 나온 책이 많았지만,
유지니아는 비채에서 나왔던 것 같았어요.
기억의집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기억의집 2022-01-02 23:28   좋아요 2 | URL
이제 슬슬 개정판 나올 시기죠. 온다 리쿠는 북폴리오 비채에서 많이 나온 듯 싶어요. 아 최근에는 다른 곳에서 나온 것 같긴 해요. 장편이 쉽지 않은 데, 온다 리쿠는 단편에서 빼대 만들고 장편으로 옮기는 듯 해요. 작품의 질이 높고 낮던 꾸준히 글 쓰는 게 중요하고요. 서니님 이제 주말도 거의 끝나가네요. 좋은 밤 되세요~

얄라알라 2022-01-02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만 봐도 ‘미스테리어스‘ 분위기가 솔솔~입니다!

기억의집 2022-01-03 00:59   좋아요 1 | URL
글 잘 쓰는 멋진 작가 같어요. 동시대 살면서 신간 나오면 읽을 땐 재밌다 정도였는데.. 세월이 흘러 다시 읽으니 글 잘 쓴 거 맞더라구요. 미스터리 이 정도 쓰는 작가 그다지 많지 않을 듯 싶어요!!

icaru 2022-01-0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돌아보면 2000년대 후반의 나날들은 온다 리쿠의 소설들 덕분에 헤쳐나온 거 같아요. 한번도 읽은 소설을 다시 읽어본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고, 신간들만 기다렸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재미가 흠... 꿀벌과 천둥도 지지부진하게 읽다가 영화가 나왔길래 그것부터 봤네요! ㅎㅎ
최근에 아이아빠가 중3 이제 고딩되는 아들에게 온다리쿠의 밤의 피크닉을 읽어보라며 권하더라고요. 딱 너희들의 시기에 읽으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고~ 간만에 감수성 박힌 마음에 드는 소리 한다고 생각했어요! ㅎㅎㅎ
그 꿀같은 조언을 아이는 한귀로 흘려버리더라고요,,, 아쉬워라!

기억의집 2022-01-06 17:24   좋아요 0 | URL
부군께서 완벽한 추천을~ 시작은 밤의 피크닉이었어요. 게다가 알라딘에서 코비드 re-read 라는 패브릭 포스터를 집에 걸어두었는데… 그 문구 읽으면서 밤의 피크닉을 다시 한번 읽어보자고 했고.. 온다 리쿠 소설들 재독 했어요. 저도 천둥과 벌꿀 걍 그저그랬어요. 시들해진 상태였는데 나오면 꾸준히 사서 읽긴 하는데 2000년대 나온 소설들이 더 좋더라구요. 이제 고등입학이군요. 저는 애들 내깔려둬… 애들이 나중에 어디로 튈지 모르겠더라구요. 울 아들은 요리 한다고 학원까지 다녔는데 결국 일본어 공부 했어요!!!
 

그 알에서 자주 본 유성호 교수님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를 읽게 된 계기는 법의학이 흥미로운 분야이기도하지만, 언젠가 유교수님이 유퀴즈에 나와 인터뷰 하던 중 아, 이 분은 정말 인격적으로 좋은 분이시구나라고 유추 했던 한 단어때문이었다. 


비혼모. 사실 유재석씨가 어떤 질문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유재석씨의 질문에 유교수님이 젊은 엄마를 언급하면서 미혼모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비혼모라는 단어를 쓰며 죽은 젊은 애기 엄마를 언급했는데, 나는 그 때 그 단어를 처음 들었다. 결혼하지 않고 자식을 낳은 엄마, 흔히 우리가 미혼모라고 알고 있는 단어를 유교수님은 그 단어를 쓰지 않고 죽인 고인를 주체적이고 자기 결정권이 강한 엄마의 이미지인 비혼모라고 언급하였던 것이다.


그 후 유성호 교수님에게 흥미가 생겨  검색하고 이 책을 구매해 읽었는데, 법의학을 하게 된 계기, 살인과 관련된 시신 해부, 그리고 자살과 죽음 특히나 죽음은 안락사와 연명에 대해 다루는데,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설가 이문구의 죽음과 헤어 디자이너 그레이스 리의 죽음이었다.


우리는 언젠가 죽고 죽으면 보편적인 장례식을 치루고 제사라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평소 나는 제사와 묘. 그리고 묘를 만들어 매년 풀을 깍는 벌초하는 문화를 극혐하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없어져야 하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나서 자연스럽게 흙으로, 지구의 한부분으로 돌아가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면, 묘와 그 주변을 비석까지 세우는 행위가 과연 자연(지구)을 지키는 일인지 모르겠다. 이런 말하면 비난 받을지 모르겠지만,  플라스틱보다 더 해로운 행동이다. 겉으로는 무소유니 자연인들을 동경한다면서... 제사니 비석이니...


사람에 따라 생각은 다르겠지만 이문구 작가는 죽은 사람에게 절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사 대신 가족끼리 식사나 하면서 자신을 추억하라고 한 것이다....... (중략),.....이문구 문학상 또한 만들지 말라고 해서 실제로 안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대신 후배들 중 적절한 작가를 뽑아서 매년 약간의 지원을 해주고 있으면, 듣기로는 가족들도 기일에 따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인물은 그레이스 리라는 분이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가 대세이던 1970년대에 단벌머리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 미용계의 대모로 활약했던 인물로, 장례식 이야기가꽤 뭉클하다... 중략...장례식장을 가득 매운 국화가 너무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 장례식장에는 절대 국화를 놓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곡이라는 것을 했었다.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눈물이 안 나와도 곡을 해주는 분들이 있었다.... 나는 후회 없이 살다가는데 웬 곡소리냐고 장례식장에 탱고를 틀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어떤 곡인지 곡명까지도 지정해서 말이다.


그레이스의 유언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장례식에는 실제로 탱고 음악이 깔리고 국홛대신 붉은 장미와 와인이 준비되어 있었더고 한다.........  추모객들은 장례식장에 모여 망자에게 장미꽃 한다발을 놓아주고 탱고 음악을 들으며 와인 한모금과 함께 그레이스 리는 정말 멋진 여성이었지, 사랑스러운 여성이었지라고 추모했다고 한다. 


242-245쪽 인용


유교수님 말대로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니,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 다를 수 있고, 죽음 후의 문화도 다 다를 수 있지만, 죽은 이를 기리는 명절도 가족끼리 즐겁게 한끼 먹고 즐겁게 보낸 후 헤어지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제사나 명절 문화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 제사나 명절을 치르는 시대가 오면(조만간 오겠지만), 가족끼리 즐겁게 만나 한 끼 밥 먹고 헤어지는 그런 명절 문화를 만들지, 부당하게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명절이나 제사 문화는 거부할 것이다. 이제 우리 세대가 이 문화에 대해 점점 다양해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내가 이런 말하면 불편해하고 너도 나이 먹어보면 달라질 걸, 이러는 엄마들이 많은데,  나이 먹을만큼 먹는 나부터 변해보련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1-02 0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1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1-0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럽에선 환경보호를 위해 시신을 화학적 처리를 통해 녹인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제사문화에 대한 생각 공감합니다 *^^*

기억의집 2022-01-01 23:24   좋아요 1 | URL
진짜 우리부터 바꿔봐요. 제가 저렇게 말하면 다들 나보고 아직 며느리 안 봐서 그렇다고 핀잔 주는데.. 저의 언니랑 저는 명절 안 한다고 서로 말해요. 서로 부모 자식간 각자 즐겁게 보내자고. 자식들이 엄마 밥 한번 먹자 하면 밥 먹는 거고.. 여행 간다 하면 여행 가라 한다고요. 가족 친척들 다 모여서 며느리들만 일 시키는 문화 사라져야 합니다. 진짜!!!!!

희망으로 2022-01-02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지들 조상을 남인 며느리가 차리는 행위 자체가 웃긴거죠. 우리 세대가 없애야해요. 그러나 현실은 남편이 제사는 꼭 지내고 싶어한다는. 결혼과 더불어 장례식도 가족끼리 간소화 해야해요!

2022-01-02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으로 2022-01-02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안올라가더니 와장창ㅠ
전 금욜에 부스터 샷 맞아서 팔이 엄청 아프더니 이제 서서히 나아지고 있네요.

기억의집 2022-01-02 09:40   좋아요 1 | URL
그랬었군요. ㅎㅎ 전 뷰스터샷 이주 전에 맞었어요. 모더나 맞었어요?? 저는 신청할 때 모더나 대상이라 떠서 좀 무섭긴 했어요. 주변에서 모더나 맞고 엄청 고생했다고 해서.. 겁 먹었는데. 의사가 화이자 놔줘서 화이자 맞었는데.. 이틀은 팔 아프고 그 후에는 간지러워서… 일주일 간지럽더라구요!! 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말연시 같지 않아서 톡도 안 보내고 그러네요..

군자란 2022-01-02 0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열심히 사시내요? 저도 님의 생각에 동감입니다. 그레이스 리의 사연에 저도 모르게 웃음 지게 하네요! 나같은 생각을 하는이들이 그래도 있구나 하는 안심도 되고...











기억의집 2022-01-02 09:46   좋아요 1 | URL
군자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랜만이죠!!! 우리 나라는 여자의 변화보다 남자의 변화가 급선무인데… 군자란님도 같은 생각이라니… 지금은 많이 간소화 되긴 하였지만 없애거니 즐겁게 보내는 날로 바껴야 합니다. 저의 남편도 제사나 명절 부담스러워 해서.. 대신 어머님이 계시니 지금은 어머님 뜻대로 하자고 하긴 합니다. 유교수님은 그 알에서 유명한 분인데.. 방송 타도 그다지 관심 없다가 유퀴즈 보고 놀랬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기억 안 나지만 단어 하나에도 배려가 깃든 분이라서..저는 이문구작가님도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 그레이스리 멋지죠!!!

책읽는나무 2022-01-02 0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세대부터 바뀌어야 한다!!에 동감합니다.
누군가 나서서 행동해야 변화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제주변에도 환경의 영향탓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아서 ‘변화‘ 쉽지 않아요.
변화가 늘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춰지는..ㅜㅜ
별난 사람으로 비춰진데도 변화가 있어야 발전이 있는 것 아닐까?생각해 봅니다.
눈에 띄지 않더라도 조금씩 노력해야죠^^
기억님 해피 뉴 이어!!!!!
오늘까지 빨간 날이니까요ㅋㅋㅋ

기억의집 2022-01-02 09:54   좋아요 1 | URL
그쵸. 그래서 오히려 엄마들이 너도 나이 들어봐라, 며느리 들어봐라. 자꾸 이러면서 자꾸 저를 몰아부쳐요. 하지만 저는 확고하고 제사는 없애고 명절은 즐겁게 노는 날로~ 남자들도 저런 인식의 변화가 쉽지 않지만.. 진짜 주변에 제가 저런 말하면 엄마들이 더 난리예요. 그러면 제가 요즘같이 딸하나 낳는 세상에 일 부려 먹냐??고 요즘 애들은 하지도 않아!!라고 말해도 참 설득하기 힘드네요 김장만 해도 아는 엄마는 집에서 이백포기를 담그는 집이니.. 며느리만 죽어나는데도 그게 부당하다고 느낄 뿐 바꾸려고 하지 않아요. 나만 별난 사람 되는 거 맞아요. 참 힘들죠!!!! 나무님, 해피 뉴 이어~ (아바 음악 생각 나네요)

han22598 2022-01-02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법의학의 나름 덕후로써ㅎㅎ 요즘 유성호님 덕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서 기뻐요. 그리고 참 공중파의 힘은 큰 것 같아요. 혹시 관심있으시면 문국진 선생님 책도 읽어보시면 더욱더 재미있으실거에요 ㅎㅎ 그분은 우리나라 최초법의학자이시고...특히 법의학과 미술과 접목한 책들을 많이 내신 분이랍니다 ^^

기억의집 2022-01-02 14:32   좋아요 1 | URL
유교수님이 문국진님 책에 언급하셨어요. 책은 두껍지 않은데 진짜 알차게 핵심만 짚어서 쓰셨더라구요. 저는 소설은 미스터리하고 sf만 읽고 봐서 .. 그 알에서 자주 뵙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유퀴즈에서 인터뷰하고 그알 외전 유툽에 나와서 인터뷰 듣고 책도 찾아 보게 되더라구요. 책 읽으면서 페이퍼에는 안 썼지만. 참 저런 아들 둔 부모님은 행복하셨겠다 싶을 정도로 성실하고 자기일에 대한 고집도 가지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