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녀 위니 완성 했어요. 작년 6월에 시작할 무렵 거의다 해 놓고, 마녀 위니의 가디건 몸통이 커서 자르고 다시 꿰매고, 축소된 가디건에 소매가 또 잘 안 맞아 손 놓고 있다가 이번에 맘 먹고 하루 종일 이리저리 맞추다 보니 모양새가 잡혀 마무리했습니다. 몇 군데만 손보면 될 것 같아요. 모자도 원래 저 모양이 아니고, 끝이 돌돌돌 말린 모습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일단 저렇게 두고 있긴 합니다.

막상 마녀 위니 완성하니 검은 고양이 윌버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마녀 위니에게는 언제나 검은 고양이 윌버가 함께 해서 그런지, 위니 홀로 있는 것보다 옆에 윌버가 있어야 제대로 구현한 것 같아 윌버도 만들고 싶지만, 도안을 어떻게 그리고 무슨 천을 사야 하는지, 아는 게 부족해 엄두가 안나요.

마녀 위니를 인천 배다리 마쉬 책방에서 처음 보고 그림책 인형 강연 모집 한다길래 한달음에 신청해서 6개월간 그림책인형을 만든 체험은 좋은 경험이었어요. 비록 코로나 기간이라같이 인형을 만들었던 회원분들과 차 한잔, 밥 한번 먹지 못한 건 아쉽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 마녀 위니를 더 갖고 싶었던 이유가 나중에 과학 책방할 때 마녀 위니를 공중에 빗자루에 타는 모습으로 장식하고 싶었어요.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빗자루 타는 위니를 보면서 즐거워 하고 독특하면서 재밌을 것 같아 위니가 갖고 싶었는데, 위니뿐만 아니라 윌버도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부터 빗자루와 윌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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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7-30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기억님 꿈이 과학 책방ᆢ?! 멋지네요. 위니도 멋집니다!! 꿈 응원합니다.^^

기억의집 2023-07-30 10:26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일년만에 완성해서 부끄럼긴 합니다. 저 위니 갖고 싶어 모임에 참가한건데… 그림책인형 강사쌤이 그림책방 하시는데 저도 그 정도면 할 수 있겠다 싶어 애들 공부 내년만 하면 학비 다 끝나거든요. 내년 지나 구체적으로 해 볼까 해요!!

blanca 2023-07-3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놀라워요. 정말 잘 만드셨네요. 그리고 과학책방 꿈도 너무 근사합니다.

기억의집 2023-07-30 10:29   좋아요 1 | URL
네~ 나중에 블랑카님 과학 책방 할 때 놀러오세요. 내년이면 두 애들 학비 지원 다 끝나서 내후년쯤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동네 책방 견학 다니고 있어요! 작지만 이쁘고 알차게 꾸민 서점장님들 많더리고요!!

얄라알라 2023-09-05 00:15   좋아요 0 | URL
전 과학책방 갈다 이명현 선생님

책으로 만나도, 강연에서 뵈어도
그냥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기억의 님, 과학책방 하시면 꼭 놀러갈게요

미미 2023-07-3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니 이렇게 예쁘게 완성하셨으니 윌버와 빗자루도 기대됩니다. ^^

기억의집 2023-07-30 10:32   좋아요 1 | URL
빗자루는 적당한 재료 구하면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고양이윌버는 감도 안 잡혀요. 저 지난 달에 일본 내꼬야서점이라는 동네 서점 갔다 왔는데 거기 서점에 큰 검은 고양이가 책 빼는 장면을 연출한 게 인상적이라 고양이 인형 만들어 보고 싶은데.. 천도 그렇고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잡혀요!‘ ㅎㅎ

망고 2023-07-3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기억의집님 솜씨가 너무 좋으시네요 인형을 다 만드시다니요👍사는거 보다 훨씬 귀엽고 예뻐요! 그리고 과학책방😲기억의집님의 꿈을 응원합니다

기억의집 2023-07-30 13:08   좋아요 2 | URL
실제로 보면 바느질이 그렇게 이쁘지않지만 완성품이라는 것에 만족해요!! 저도 빨리 책방 했으면 좋겠어요. 이익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서.. 애들 학비 끝나면 어느 정도는 동네 책방 정도는 무리 없이 꾸려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망고님 그때 오세요!!

얄라알라 2023-09-05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
와....음식으로 치면, 진정 슬로우 발효 음식 같은 거네요

윌버가 나오려면 또 몇 개월 혹은 1년...

윌버가 (위니보다) 더 어려울 것도 같아요

기억의집님 정말 손재주도 색감각도 좋으세요!

기억의집 2023-09-05 07:08   좋아요 0 | URL
ㅎㅎ 생각보다 윌버 도안 있으면 만들 수 있는데 저는 인형 수업쌤이 준 도안대로 위니나 다른 인형도 만든거라.. 윌버 도안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잡혀요. 쌤에게 부탁할까 생각 중인데.. 쌤도 강의 많이 다녀서 부탁하기도 쉽지 않고 그래요..윌버가 만들어져야 책방 꾸밀 때 눈길이 확 끌텐데..

전 갈다 작년에 자주 갔는데 확실히 알바 다니다 보니 올해는 뜸해지긴 해요. 나중에 제 동네과학책방 낼때 놀러오세요~

루피닷 2024-01-01 0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억의집 2024-01-28 10:53   좋아요 0 | URL
루피닷님 죄송해요. 댓글을 지금에야 봤어요. 잘 안 들어오고 북플 알림 설정을 안 해서 새해 인사 댓글을 지금에야 봤습니다. 루피닷님, 청룡의 기운 받아 올 한해 복 가득한 청룡해가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나는 빵이나 디저트는 거의 먹지 않는데,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하고 치대고 모양 내고 오븐에 구워내는 그 일련의 빵 만드는 과정에 묘하게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단순히 빵이나 디저트 레시피를 소개하는 책보다는 건강하고 맛있는 빵에 대한, 예를 들어 천연 효모를 채취하거나 탕종법같은 반죽을 시도하는 빵에 관한 철학이 담긴 에세이를 선호한다.

알라딘의 에세이 코너는 아예 들어가지 않으니 아마 알라딘 대문에 걸린 책소개를 보고 좀 특이하다 싶어 읽게 되었다.

키티 테이트는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처럼 명랑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웃음이 많은 아이였지만 14살이 되면서 갑자기 심한 우울증으로 아침에 일어나 씻거나 학교에 가는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우울증과 함께 공황장애까지 겪으면서 사춘기 소녀는 지금 까지의 보통의 일상은 날아가고 소녀의 가족은 그녀의 증상이 단순 사춘기 소녀의 우울이 아닌 중증 우울증임을 인지하고 24시간 밀착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키티가 빵 만드는 과정에 흥미를 보이고 빵을 만들면서 우울증이 완화되는 과정을, 그 과정에서 아버지 엘 테이트가 자신의 사회 경력을 다 포기하고 딸과 함께 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유명 빵집을 돌아 다니고 지역 사회의 생산물로 만든 빵을 지역민들에게 판매하기까지, 딸을 우울증에서 구출하기 위한 고군분투의 삶을 부녀의 교차 시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키티가 빵(예로 샤워도우빵)에 흥미를 보이고 어떻게 하면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을까 싶어 인스타의 유명 빵집 베이커를 들여다보고 공황장애로 차 타는 것조차 버거워도 참고 프랑스나 덴마크까지 가 유명빵집의 내부를 관찰하고 맛보면서 맛을 발견하고 알아내면서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빵을 만들
수 있는 시도가 키티를 우울의 안개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키티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일상 생활 조차 할 수 없는 우울증 환자에게 이런 시도가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키티가 빵 만드는 과정에 흥미를 보이자마자 아버지가 포착하고 망설임없이 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빵들을 그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구매하면서 키티의 하루를 버틸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난 지역 주민들의 빵 판매가 키티가 지속적으로 빵 만드는 첫 동기가 아닐까 싶다).

그 하루하루가 쌓이면서 키티의 가족는 이제는 그 지역의 유명한 부녀 빵집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키티의 우울증이 완전 치료가 되었다는 긍정 결말은 없지만, 인스타를 통해 본 키티의 모습은 오렌지색처럼 밝아 보였다.


엉뚱한 사족 :

프랜차이즈빵집이 아닌 이런 빵철학이 담긴 개인 빵집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내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던 개인 빵집은 성수동의 바이레인이었다. 이 집의 토마토바질페스츄리는 앉은 자리에서 두개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최애 빵집이었는데 몇 달간 휴업한다는 공지가 인스타에 올라 왔다. 중곡동 시절부터 찾아갔던 곳이라 가게 폐업은 뜬금 없었지만 쉴
틈 없이 운영했던 곳이라 아마 약간 휴식이 필요했던 것 같다. 추후에 더 맛있는 빵집으로 돌아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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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7-2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맛있겠네요.
바질 들어간 빵은 다 맛있던데~^^
근데 몇 달간 휴업이라면?
아쉽겠어요.ㅜㅜ
근데 책도 재밌겠네요. 저도 철학이 깃든 요리 에세이집 좋아합니다.^^

기억의집 2023-07-30 00:04   좋아요 1 | URL
저는 빵 잘 안 먹는데.. 진짜 배고플때나 먹거든요. 저기 빵집은 맛있어요. 종로의 어니언도 외국인들 많이 찾는데 전 어니언보다 바이레인이 더 잘 만드는 것 같아요. 나무님 서울 올 때 한번 가 보고 싶네요~ 옆에는 소금빵에 명란마요 넣은 건데 저것도 맛있더라고요. 딸이 사 온 거예요. 자기가 문 닫기 전에 한번 갔다오겠다고 해서.. ㅎㅎ 책 괜찮아요. 페이퍼에는 쓸까말까 고민한 후 안 썼지만 키티가 운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우울증에 관한 책 읽어보거나 유튭 보면 저렇게 하기가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인스타 팔로우해서 보는데.. 이제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예요!!
 

재즈에 대해 잘 모르지만, 유튜브로 재즈를 듣는 사람이라면, 그게 언제든 류이치 사카모토의 재즈를 꼭 만나게 될 것이다. 유튜브의 재즈 관련 플레이리스트에 언제나 올라 있는 재즈뮤지션이 류이치 사카모토이기 때문이다.

재즈라면 하루키의 재즈 사랑 정도, 혹은 빌 에반스나 미국의 재즈 전성기때의 뮤지션 정도만 알고 있는 나에게 류이치 사카모토는 낯선 이름이었다. 일단 재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렇게 매력적인 음악 쟝르는 아니였기에, 나에게 재즈는 빌 에반스의 재즈 피아노 정도쯤에 언제나 머물렀다.

어느 순간 슬슬 찬바람이 불고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재즈를 틀어놓는다. 남들은 적막함이 싫어서 티비를 틀어 놓는다고 하지만, 나는 쓸쓸한 느낌과 적막함을 좋아해 그 상태 그대로 책을 읽는데, 저녁 무렵에는 유튜버들이 선곡한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틀어놓는다.

적막한 공간에 재즈를 틀면 적막함이 도드라진다. 은은한 선율. 그 적막함 안에서 알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 그가 누군인지 검색조차 하지 않고 그냥 듣기만 했다.

그러다 그의 부고 소식을, 즐겨 듣는 유튜버를 통해 알게 되었고 몇달 후 알라딘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작에세이 출간 소식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삶의 대한 열망이 느껴지는 제목이 마음 한 켠에 아려온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재즈음과 너무나 닮은 듯한 제목을 읽으며 나의 적막한 공간에 퍼졌던 그의 음악이 들려오는 듯 하다.

처음으로 류이치 사카모토가 누군지, 어떤 글을 쓰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는 어떤 재즈 뮤지션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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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8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8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8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3-07-2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음악도 좋지만 개념있는 음악가라고 들었습니다. 올해도 참 많은 예술인, 지식인들이 유명을 달리하네요. 아쉬워요.ㅠ

기억의집 2023-07-28 11:43   좋아요 1 | URL
요즘 날은 더위는 괜찮은데 습하죠. 잘 지내시나요!! 올해 밀란 쿤데라도 그렇고 유달리 많은 분들이 떠나네시요. 저는 밀란 쿤데라 사망 소식 듣고 노벨상 받고 돌아가시지 싶어 안타까웠어요. 충분히 받을 만 한데… 그리고 가장 좋아한 미스터리 작가 하라 료도 돌아가셨더라고요. 작품 엄청 좋아하는데..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 들어보세요. 알라디너분이 알려주셨는데 사카모토가 재즈 뮤지션은 아니래요. 근데 음악 진찌 좋아요. 저는 재즈에 대해 잘 몰라 재즈플레이스트에 떠서 알게 된 음악가인데.. 한번 듣고 계속 듣게 된 음악가예요!! 더위와 싸워야 할 날이 다가오는데.. 더위 조심하세요!

페크pek0501 2023-07-29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전시회를 갔다와서 얘기 들었어요.
모두 하나 둘 떠나네요. 언젠가는 내 차례가 오겠지, 하고 생각하면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재즈만 틀어 주던 카페에 드나들던 한때가 있었어요. 친구모임을 거기서 했거든요. 음악보다
카페가 예쁘게 꾸며져 있었거든요. 지금도 재즈를 들으면 그 카페가 생각납니다. 음악도 괜찮았어요.

기억의집 2023-07-29 18:57   좋아요 1 | URL
전시회도 했군요. ㅈ류이치 사카모토가 유명하긴 한가봐요. 저는 유튭에서 음악만 듣는지라.. 어제 주문해서 책 받었어요. 음악이 좋아 틀어 놓아도 검색 한번 안 했어요. 나이가 드니 젊은 시절보다 호기심은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ㅎㅎ 이제 알라딘도 저는 어떨 때 책소개 보다가
구매연령 보고 십대나 이십대는 거의 없는 거 보고 놀라곤 합니다. 삼사십대들이 주로 분포해 있더라고요. 올해 유난히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네요. 부고 소식에 쓸쓸해집니다. 주변에 재즈 틀어주는 카페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eBook] 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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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부터 읽어야지 했던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 차일드를 읽었다. 어느 정도는 지루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단편글들이 술술 읽혀 버틀러가 이렇게 가독성 좋은 SF작가였던가 싶어 놀랬다.

버틀러 정도면 3세대 SF 작가세대쯤 되지 않을까. 레이 브레드버리, 필립 딕 케이, 로저 젤라즈니 그리고 로버트 하인라인이 허버트 조지 웰스나 쥘 베른의 뒤를 이는 이세대 SF 작가군들이니깐.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 차일드 읽다가 비슷한 동시대 여성작가가 어슐러 르 귄 아닌가 싶어 찾아보니 르귄이 29년생, 버틀러가 47년생인데 버틀러가 육십 안 돼서 사망했다.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었을 나이인데 아쉽다.

표제작인 블러드 차일드의 미성년 소년이 대리모라 해야하나 그런 역활이어서 읽고 나서 너무 불쾌했지만, 아 왜 하필 12살 소년이지, 굳이 왜???? 12살 소년을 설정했을까!! 불만스럽게 투덜대며 그 다음 단편도 읽을까 망설이다 워낙 가독성이 좋아 읽기로 결정했다. 다른 단편들도 잔혹함과 비극이 존재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명료해서 좋았다.

SF 작가들에게는 합리적이거나 현실적인 상상력은 필요하지 않는다. 지금의 현실과 다른 세계의 시공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세계관을 그 상상력 속에 녹아내는 것, SF 소설을 읽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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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앤 버지스의 살인자와 프로파일러 못지 않게 인상 깊은 작품이 그리드였다.

1. 이 책은 리얼리티 버블이라는 지야 통이 쓴 책에 소개되어 흥미로워 읽게 된 책이다. 그래서 리뷰를 읽지 않었는데, 번역에 대한 불만이 많은 리뷰 보고 좀 놀랬다. 난 막힘없이 술술 읽어서 어느 부분이 엉망인지…

2. 그리드,란 발전소에서 집까지 오는 동안 거치는 전선, 송전탑, 전봇대의배전선등을 일컫는 용어이다. 우리 일상 속 전기를 배달 받는 과정에서 거치는 물질매체라 할 수 있겠다

3. 이 책이 2016년도 작인데, 미국이 이렇게 다양한 친환경에너지 발전소가 있는 줄 몰랐다. 워낙 대륙이 커서 미국은 다른 에너지원보다 원자력발전소가 많을 줄 알았는데, 열병합,풍력, 수력, 심지어 태양광판넬까지 다양하게 돌리고 있었다. 애팔래치아 산맥의 탄광촌의 쇠락은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 제재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오늘날 미국은 더 이상 화력발전소를 확대하지 않는 밑바닥에는 친환경에너지발전소가 대체해 미국 전역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4. 전기 생산의 단점은 전기가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리듐밧데리 정도면 모를까,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거대한 밧데리가 존재하지 않는 한 수백만 가구나 산업 단지에 보낼 저장된 전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력이나 풍력, 태양광 같은 경우 가뭄이거나 바람이 멈추거나 흐린 날씨의 경우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 이때 친환경에너지원을 돌리다 환경적 요인에 의해 못 맞추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며 수요를 감당한다. 그렇다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그동안 원자력 발전소를 끄지 않는다. 원자력은 오프 후 다시 가동하기 위해서는 하루가 걸리기때문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언제나 가동은 한다.

5. 오늘 날 전기시스템을 만들어 낸 사람이 에디슨인 줄 알았는데 에너지의 교류 시스템과 에너지 중앙집권(예로 한전 같은)을 이뤄 낸 것은 에디슨의 비서 인설이었다. 물론 에디슨의 역활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가 위대한 과학자임에는 틀림없으니깐, 다만 에디슨의 비서인 인설이 시카고로 이주해 벌인 전기 시스템의 완전 정착은 미국의 그리드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초기 에너지원은 개인발전기도 포함되었고 개인이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었던 시대에서 인설이 그들의 에너지원까지 다 걷어들이면거 전기의 중앙집권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6. 작가는 전기를 거대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성배라 했는데, 이 성배를 아직 찾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동차밧데리를 이용해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지 실험은 하고 있다지만, 사막같은 넓은 지역에 자동차밧데리를 충전하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데, 이게 에너지의 성배가 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2016년 작이므로 미국은 이전부터 이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건데 지금은 전기 저장에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냈는지 알고 싶다.

7. 나 어릴 때는 전기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었다. 형광등이나 티비 라디오 켜는 정도. 냉장고도 세탁기도 없었다. 열살 넘어서 냉장고를 집에 들였고 세탁기는 십대 후반에나 구매했었다. 컴퓨터가 막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 90년대 중반, 그 후 점점 나이를 먹을 수록 전기가 많이 필요해졌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생존필스템이다.

여기서 딜레마는 많은 전기를 필요할수록 우리의 기후변화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더 편리해졌지만 지구는 더 빨리 망가지고 있다. 이 세계가 편리하면 편리해질수록 다음 백년은 우리의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8. 전기의 역사에 대해 깊게 알려준 책이고 전기와 우리의 환경에 대해 고찰한 책이긴 하지만 나 같으면 뒷부분은 앞 서 했던 되풀이한 중언부언 같었다. 이 것만 아니면 전기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라면 꼭 한번 읽으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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