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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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관한 시 중에서 봄을 가장 지랄맞게 표현한
최승자 시인의 시



(잎도 피우기 전에 꽃부터 불쑥 전시하다니,
개나리, 목련, 이거 미친년들 아니야?
이거 돼먹지 못한 반칙 아니야?)

이 봄에 도로 나는 환자가 된다.
마음 밑 깊은 계곡에 또다시
서늘한 슬픈 물결이 차오르고
흉부가 폐광처럼 깊어진다.

아, 이 자지러질 듯한 봄의 풍요 속에서
나 어릴 때 흥얼거렸던 그 노래
이젠 서러운 찬송가처럼 들리네.

˝설렁탕 거룩한 탕 끓여 가려고
오늘도 모여 있네, 어린 동포들.˝

고등학교 시절, 윤동주나 한용운 시인들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이 뚝뚝 묻어나는 시들의 세계가 전부였는지 알었는데, 최승자 시인은 나에게 교과서 시에서 벗어나, 시란 무엇인가를 알게 해 준 시인.

최승자 시인은 시가 이렇게 비속어도 가능함을, 내 안의 아픔과 슬픔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 언어로도 시를 쓸 수 있음을처음으로 깨닫게 해 준 시인이다. (그러고 보니 장정일 시인도 그러네)

내 알라딘 아이디 기억의 집은 최승자 시인의 시집에서 빌려올 정도로 좋아하는 시인인데, 더 이상 글을 쓰시는 건 불가능하겠지. 최승자 시인이 다시 시를, 에세이를 써 줬으면 좋겠다.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비속어 날리시면서….

덧 : 이젠 오래 되서 재활용 하는 날 버린 시집들.
이제는 더 이상 시를 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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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2-01-04 2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억의집 의미를 알게 되어 뿌듯합니다 ㅎㅎㅎ

기억의집 2022-01-04 23:53   좋아요 2 | URL
ㅎㅎㅎ 지금도 다시 읽어도 좋은시인이죠!

책읽는나무 2022-01-05 0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려도 읽으면서 최승자 시인을 좋아하시는 기억의 집님을 계속 떠올렸어요^^
기억의 집님덕에 저도 알게 된 최승자님이었구요!!!

기억의집 2022-01-05 07:05   좋아요 3 | URL
일찍 얼어나셨네요. 애들 방학이라 늦잠 자도 되지 않으셔요!!! 전 애아빠 출근 준비 하느냐고 밥 차려 주고 잠시 들어왔어요. 최승자 시인 잘 사셨으면 좋겠는데 어찌 잘 살고 계신지… 맘이 아픕니다.

책읽는나무 2022-01-05 07:18   좋아요 2 | URL
이번 주부터 아들녀석 학원 다니기 시작했는데 6시 반에는 나가야 하니, 깨우고 밥 멕이려니 요즘 완전 새벽형이 되었네요^^
원래 5시 쫌 넘음 일어나는 편이긴 했었는데 올 해는 강제 기상이??ㅋㅋㅋ
남편분의 출근도 빠르시군요?
모두들 추운데 고생 많네요~^^

책에선 최승자 시인이 많이 이겨내시고 계신 듯해 보이던데...저도 마음이 아팠어요ㅜㅜ

유부만두 2022-01-05 07:33   좋아요 2 | URL
저도 기억의 집 님 덕분에 최승자 시인을 알게 되었어요. 전 이번 앳세이집 많이 아프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른 아침에 들어왔어요. 굿모닝, 친구분들~
하지만 밥 차리는 건 아니고요, 지금만 혼자일 수 있어서에요. ^^;;;

기억의집 2022-01-05 11:54   좋아요 2 | URL
만두언니도 부지런 하시넹~ 저도 혼자 있고 싶어요!!!! 갑자기 혼자 책 읽는 시간, 생각남요. 애들이 다 집에 있고 엄마한테도 자주 가야 해서 진짜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아침에 그나마 있긴 하죠. 최승자 시인님, 조현병은 나아지셨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나라 시인들의 생활고, 최영미 시인도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하는 말 듣고 맘이 편치는 않어요 ㅠㅠ

희망으로 2022-01-05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신 분열증과 더불어 점성술 관련에 매진했던것이 더 악화된건 아닌가 싶어요.
참 안타까워요.
딸 선물로 사긴 했지만 읽으면 맘 아플것 같아요.

기억의집 2022-01-05 20:54   좋아요 1 | URL
기억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외국에 가서도 신비주의와 점성술에 관심 갖지 않었나요??? 그 전에 정신적인 문제는 있었던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저는 너무나 안 좋게 되서… 이제 칠십 가까이 되시거나 칠십 이신 것 같은데…. 계속 더 악화되실까 걱정은 됩니다. ㅠㅠ

서니데이 2022-01-05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출간된 시집도 많이 가지고 계시네요.
저도 얼마전에 선물받아서 이 책을 읽었어요.
이전에 출간된 책에 내용이 추가된 책이라서 그런지, 오래전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 책들 색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정리해서 버리긴 아쉬웠을 것 같아요.
기억의집님,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기억의집 2022-01-05 23:12   좋아요 2 | URL
ㅎㅎ 책도 생명이 있더라구요. 단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긴 하지만, 거의 삼십년 정도 되어가서 과감하게 버렸어요. 버릴 때 좀 고민은 했는데,,, 누래져서.. 번역서같은 경우는 새로 번역 되어 나오면 그때 다시 읽자라는 맘으로 버렸어요. ㅎㅎ 서니님도 굿밤 보내세요~

mini74 2022-01-0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최승자님 책 오늘 받았어요. 기억의 집님 말씀에 검색해봤어요. 기억의 집이란 시 참 좋네요. 길이 없어. 란 시도 좋고.

기억의집 2022-01-05 23:17   좋아요 1 | URL
와~ 미니님!! 뿌듯한 느낌이~ 저는 최승자 엄청 좋아해서.. 우리 나라 시에 한획을 긋는 시인이 최승자 장정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잊혀져서 좀 그래요. 저 젊은 날 시의 세례를 받게 해 준 분이예요. 시가 이쁘고 감성에 호소하는 것인줄 알었는데… 일상 언어로 서정성을 파괴했던 ㅎㅎ

icaru 2022-01-0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억합니다. 기억님이 최승자 시인을 좋아하셨던 거!

기억의집 2022-01-06 17:29   좋아요 0 | URL
지금 스텐머그 굿즈 주던데.. 살까 고민중입니다. 예전에 산 책이 있어서 이번에 패스 하려 했는데 고민 되네요!! 요즘 책을 너무 많이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