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홍보에 혹해서 산 미스터리책들이 그다지 재미가 없어서, 한 일년을 책홍보에 속아 읽었지만, 만족할만한 작품들이 없어서 요즘은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차라리 홍보다는 믿음직한 출판상의 책들이 읽을만 했다. 책이 안 팔리는 시대에 굳이 나까지 이 책 지루합니다 혹은 결말이 맥빠집니다, 라고 할 필요는 없어서 어떤 책인지 상품을 올리거나 평은 자제하겠지만, 하도 미스터리 소설 읽는 재미가 없어서 나이든 작가야 나이를 속일 수 없으니 할 수 없다손 쳐도, 요즘 젊은 작가들은 아이디어는 좋은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부족한 건 어떤 연유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작년에는 온다 리쿠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유지니아, 흑과 다의 환상, 밤의 피크닉, 삼월은 붉은 구렁을, 코끼리와 귀울음을, 그리고 나와 춤을,을 읽었는데, 십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온다 리쿠만의 노스탤지어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십여년 전에는 출간 할 때마다 사서 읽어서 그 땐 몰랐는데. 작년 한해 온다 리쿠 책들을 읽으면서 이 작가는 단편과 장편 모두 다 능하구나, 심지어 장편 소설을 쓰기 전에 단편으로 어느 정도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어 놓았다가, 몇년 후에라도 자신이 완결했던 단편을 더 살리고 싶으면, 더 좋은 작품을 장편으로 만들어 낼 줄 아는 작가구나 싶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한 단편에서 흑과 다의 환상이 확장되었고, 나와 춤을, 의 단편들을 다시 읽었을 때는단편들이 열린 구조라서 나중에 장편으로 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냈고, 심지어 독자인 내가 이 이야기를 내가 좀 더 확장시켜 볼까하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구조여서 새롭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워낙 다작인 작가라 작품의 편차가 안 날 수는 없다. 몇 몇의장편은 실망스럽기도 하였지만, 작년에 내가 다시 읽은 온다 리쿠의 작품들은 십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도 흔잡을 데가 없다.
이래서 좋은 작품은 수십년이 흘러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영생을 획득한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