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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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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 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빠져나갔다. 특별법 제정을 요청하며 ‘살려달라’는 유가족들의 외침이 손닿을 거리에서 들렸지만 대통령은 끝끝내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창현 아버지 이남석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뒤를 이어 떠나려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지켜보던 이들의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 애원하는 창현이 아빠를 김무성 대표도 차갑게 외면하고 차에 올랐다. 아들이 죽은 이유를 알겠다고 나선 아버지의 간절함은 팽개쳐져 바닥을 뒹굴었다. 그날 그 두 사람이 밟고 지나간 것은 붉은 카펫이 아니라 유가족들의 피눈물이었다. 잔혹한 풍경이었다.” P137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은 19일 금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출발했던 절반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은 금요일에 집에 올 수 없게 됐다. 아이들이 떠났던 가슴 아픈 그 날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봄에 떠났던 아이들을 맞이할 그 봄이 다시 오고 있는 것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240여 일간 아직도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유가족 분들을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 분들이 인터뷰를 기록한 책이다. 작가 분들도 기록을 하다가 울고, 이 글을 옮기다 우셨다는 내용은 쓰지 않아도 전달되었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겠냐는 답변에 할 말이 없다. 자식을 잃어 본적이 없으니 심장을 도려내는 아품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며칠 후면 돌아올 것을 알았던 아들이, 딸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데 어떻게 그 슬픔을 내가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너무 철들었던 아이, 자신의 구명조끼를 친구를 위해 벗어주었던 아이, 반장이라는 직함의 무게를 지니고 있기에 친구들을 더 구하러 간 아이, 기도하는 엄마의 무릎이 아플까봐 방석을 사주고 싶다고 글짓기를 한 아이, 장학금으로 부모님 결혼기념일 여행을 보내줬던 아이, 봉사를 하기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아이들이 왜 구해지지 못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 부모들에게 진실은 너무 매몰차기만 하다. 그 어떤 것 하나도 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이 없다.

 

 

 

움직이지 말라고 방송을 한 선장은 가장 먼저 탈출을 했고, 선원 대부분 탈출에 성공했다. 신고한지 한 시간이 넘도록 구조요청을 했는데도 해경은 구하지 않고 있었다. 전원 구조라는 매체의 오보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배는 점점 가라앉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게 했던 그 이유를 아이들과 일반인의 가족들 포함해서 모두 알고 싶지만 그 진실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아무 곳에도 없다. 이런 가족들은 결국 분노 할 수밖에 없고 시위를 했고 단식기도를 했다. 시위를 하던 도중 자신을 막아선 경찰의 안경을 뺏어 보니 그 사람도 어린 청년이었다. 그 어린 청년들도 유가족들에게 그저, “미안해요”라는 말을 할뿐이다.

 

“왜 책임질 사람들은 쏙 빠지고 자식 같은 애들하고만 싸우게 만들어놨더라고요” P127

 

 

 

어떤 이가 그랬다. 4월의 바다가 그렇게 차가울지 몰랐다고. 그렇게 차가운 바다에서 하루 만에 돌아온 아이의 손톱 밑이 저체온증으로 까맣게 죽어 있었다고. 진도로 내려가는 동안은 제발 살아만 있으라고 빌었다. 엄마가, 아빠가 내려 갈동안만 제발 버텨 달라고. 그때까지만 제발 살아 있으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제발 아이들의 시신만이라도 봤으면 했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의 시신이 한 달, 두 달 사이에 나오자 생전에 예쁜 모습만 기억하라며 보길 권하지 않아 보지 않은 부모는 끝내 그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그 무섭고 막막하고 분노가 일던 그곳을 빠져 나갈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했다. 아이가 죽어서 왔는데 감사하다니. 어떻게 죽은 아이를 찾을 수 있어서 축하한다는 말을 서로 나누다 다시 부둥켜안고 울 수밖에 없는 그 억울한 순간은 왜, 만들어 진 것일까. 점점 떠나는 진도체육관은 어느덧 몇몇 사람만이 남아 있게 되었다. 제발 살아 있어 달라고 원했던 기도가 어느덧 제발 시신만이라도 찾게 해 달라는 것으로 바뀌며 이제는 마지막으로 남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로 변했다. 모두 떠나는 것이 무서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잊지 않겠다고 한 그 말들이 색 바랜 노란 리본처럼 모두 잊고, 심지어는 이제 그만하라는 그 말이 무섭다.

 

 

 

“한번 대리기사를 불러서 타고 가는데 이만저만 해서 유가족인데 술 한 잔 마시고 간다고 말하니까 뭐라는지 알아요? 보상금이 3억밖에 안 나왔다면서요? 이러는 거야. 내가 3억을 누가 줬는데요? 라고 물었잖아. 정부에서 나온 거라면 안산이 특별 재난지역이 되어서 시에서 4인 가족 기준으로 108만원이 지급되는데 3인이라서 30만원 빠진 금액이 3개월 나온거, 그리고 직장 다니는 부모님 같은 경우 회사에서 급여가 안 나오면 노동부에서 3개월씩 120만원인가 지원한게 전부야.” P284

 

 

 

어떤 이의 덧글을 읽으면서 나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 사고로 인해 유가족에게 몇억씩 돌아갈 것이고 그 보상금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돈이면 어디 가게를 하나 얻을 수 있고 먹고 살만해지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나밖에 없는 딸이 세상에 없고, 부인도 없는 딸을 키우기 위해 애쓴 아버지는 매일 일하다 손마디가 짤린 손가락으로 노란 리본을 묵묵하게 접고만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면 죽고 싶어 하루 종일 울고, 형을 화장을 하고 온 날 동생은 이제 형은 어디서 잠을 자냐고 묻는다. 차디찬 바다가 아니라 이제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자는 것이냐고. 그럼 나도 그곳에 같이 가면 안 되겠냐고. 그래서 엄마 아빠가 안 계신 틈에 자살을 준비했던 동생에게 그 돈이 무슨 소용리라고.

정부는 지금 세월호를 인양하는 부분에서도 돈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냥 그 바다 속에 세월호를 침식시키고 시키고 싶은 것 같다. 그 누구도 진실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한 달 전 [눈 먼 자들의 국가]라는 책을 읽고 리뷰를 썼는데 어떤 이가 비밀 덧글을 달았다. 내가 대통령이 진도에 내려와 눈물 한 방울 흘리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그렇게 말하고는 이후부터 모든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얘기에, “그러면 니 생각대로 대통령이 맨날 울고 있어야 속이 시원하냐. 대통령이 사람 죽을 때마다 다 찾아가 맨날 울고 책임져야 하냐?”였다. 그 덧글을 보며 참담했다. 일을 당하지 않은 나도 덧글에 이렇게 화가 나기 시작하는데 유가족들에게 쏟아지는 냉담한 시선은 얼마나 아플까. 그 참기 어려운 날들을 대체, 이 봄날에 어떻게 참고 지내시는 것인가.

 

 

 

 

 

 

 

“그러나 가족들은 팽목항을 떠날 수 없다. 참사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들의 기다림만이 이를 일깨워주는 것은 아니다. 아직 4월 16일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야 겨우, 304명이 희생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P341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확률을 따지지 않는다. 단 한 사람이라도,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으며, 모욕당해도 되는 죽음은 없다. 부인되어야 할 삶이 없는 세상으로, 가족들은 우리를 이끌고 있다. “ P343~344

 

 

 

 

 

 

 

 

 


 

3월 6일 찾았던 광화문에는 큰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이 계셨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관의 피습 사건에 화가나신 한 단체분들께서

고 노무현과 고 김대중 정부를 비판하셨다. 대표 몇분이서 돌아가면서 열번을 토하시는 말씀중에는 대부분 고인이 된 두 대통령을 논하며 그들의 정부로 인해서 나라가 망했다고 했다.


 

 

그들의 건너편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묵묵히 서명을 받고 계셨다. 그들은 모두 침착했고 더이상의 울분도 없어 보였다. 이날 광화문에서 만난 이 두 모습에 내내 슬프게 다가 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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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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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좋아하는 친구가 집에 놀러와 주방을 살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줄 것인가 기대 했지만 그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주방을 살피는 것이 어느덧 취미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스테인리스 냄비를 길들여 놓은 것을 보면서 집주인의 부지런함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 부분에서 게으른 모습을 들킨 것같아 화가 났다가 어느덧 얼룩져 걸려 있는 스테인리스 냄비 뚜껑을 보며 물기를 말려 닦아 놓을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것에 스스로 게으름을 인정했다.

 

 

 

친구와 같이 나도 지인의 집을 가거나 블로그에서 집을 공개하면서 보여주는 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유심히 보는 것이 서재이다. 서재의 정리정돈은 중요하지 않다. 그건 나도 못하기 때문에 관심두지 않는다. 예쁘게 꾸며진 집들을 소개하는 인터넷의 이런 저런 소개거리들을 보면서 서재가 없는 집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책을 읽고 꼭 몇 천권씩 장식하지 않는다고 해도 책장이 없는 집은 나에게는 아름다운 집이 아니다.

 

 

 

<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라는 책으로 알게 된 지은이 윤성근의 또 다른 책이야기 <책이 좀 많습니다.>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서재를 찾아가는 기행문 같은 책이다. 책을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23명의 책 얘기를 통해 그들의 서재를 한참을 구경하고 나왔다. 집이 좋아 발 디딜 틈이 없는 작은 거실이 몇 백만 원 소파와 러그를 깔아 놓은 수백평의 집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그냥, 책 때문이다. 그들이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고 사들인 책,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들을 수집하고 읽으며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놓는 그 책을 향한 애정이 봄날의 꽃처럼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지금껏 내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갖고 있는 책 양과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책을 아주 많이 갖고 있더라도 마음 깊이 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재라고 할 것도 없이 사는 사람인데 책을 향한 애정이 누구 못지않게 큰 사람을 많이 봐왔다. 책이 많다고 해서 모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는 것과 그 대상을 좋아하는 것이 같다고 말한다. 전혀 다른 얘기다. 어려운 철학책을 파고들 필요도 없이 사람을 만나고 그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조곤조곤 들여다보면 금세 안다. 무엇을 마음 깊이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가지려 하기보다, 자기 곁에 쌓아두려 하기보다 자유롭게 놓아주는 일을 즐긴다." P67~ 68

 

 

 

책이 있어야 아름다운 집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에 사실 이 부분에 가장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부분이었다. 내가 소유하려고 했던 책들은 어쩌면 읽으며 삶을 반성하는 대상이 아닌 그저 소유욕에서 비롯된 진열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 날부터 책장에 더 이상 꼽을 수 없어 점점 바닥으로 쌓여지고 있는 책들중 내가 감명 깊게 읽고 소장하고 싶은 책들, 그리고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들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책속의 인터뷰를 했던 한분의 말처럼, 평소 <논어>를 끼고 살며 읽는 직장 상사가 논어의 내용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며 그저 읽는 것으로 끝나는 독서는 필요 없다는 것에 공감하며 그동안 수집의 대상으로만 내가 책을 대한 것은 아니었나 반성해 본다.

 

 

 

“책 읽기는 무엇을 채우기보다는 오히려 비우는 느낌입니다. 무위자연이라는 말도 있듯이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건 제 안에서 깔끔하게 소화돼 없어지는 겁니다.” P288

 

 

저자의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으며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알려주었다.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즐거워 보였던 신문사를 다녔던 이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박사과정 공부를 하며 책 읽는 시간을 갖으며 행복해 하고, 컨테이너에 서재를 만들어 행복해 했던 이는 더 이상 컨테이너 서재를 가지고 있지 않게 되었다. 농부였던 이는 퇴촌 집을 정리했지만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농부로 남아 있기는 하다. 특별할 것 같았던 그들의 삶도 그저 책을 좀 더 사랑하고 애착을 갖는 사람일뿐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의 일상을 이어 나가고 있다.

 

 

 

내게는 한때 애서가라는 사람들은 수천 권의 책을 소장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애서가”라는 사람들이 꼭 수천 권의 책을 자랑하듯 소유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단 한명의 작가를 좋아해서 그 작가의 책들만으로 책상 한 줄을 세워 놓고 수십 번씩 읽어 나가는 나의 지인은 집에 책이 별로 없다. 그러면서 자신은 책이 많이 있는 우리 집을 부러워했었는데 문득 나는 나의 지인이 부럽다.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면서 그를 통해 삶이 바뀌고 단정해지고, 부지런해지는 모습을 가질 수 있는 것, 그것을 책을 통해 이뤄냈다는 것으로 그는 진정한 애서가가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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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2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작가님의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라는 책도 있군요^^ 살펴봐야 겠어요 ㅎ

오후즈님의 글을 읽으며 따금거려 혼났어요 저희집 스테인레스 냄비나 주전자는 다른 사람이 보면 원래 검은 색인줄 알거 같아서요ㅋ 설거지만 후딱하고 책 한장 더 읽고싶어 모든걸 미루게 되는게 습관 처럼 되서 잘 안고쳐지내요 ^~^

오후즈음 2015-03-22 14:19   좋아요 0 | URL
저도 부지런하지 못하고 관리를 안하기때문에...스테인레스 냄비+ 주전자는 늘 그을려 있거든요.
청소보다 책, 저도 그래요. 뭘 투자해야 하는 시간에 책 한장을 더 읽자 뭐 그런..ㅋㅋ

cyrus 2015-03-2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친한 친구의 집에 가면 늘 항상 보는 것이 책장과 냉장고입니다. 이 집에 어떤 책이 있는지, 냉장고 안에 먹을 만한 것이 있는지 몰래 보는 겁니다. 냉장고에 먹을 음식이 없어도 읽을 만한 책이 있으면 그 자리에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지금까지 친구 집에 가면서 저를 만족한 책장과 냉장고를 본 적이 없어요. ^^;;

오후즈음 2015-03-22 14:21   좋아요 0 | URL
저도 늘 친구집에 가면 보는것이 책장과 화장실이예요.
화장실은 그집의 주인이 얼마나 부지런한지를 바로 보여주거든요.
그리고 책장, 이 사람은 어떤 책을 읽나 참 궁금해요. 가끔 작가별로 책을 모아서 읽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뭔가 월척을 낚은 그런 느낌이 들기는 하더라구요.
 
잘 가요 엄마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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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새벽녘에 문자가 왔다. 좀처럼 울리지 않는 핸드폰에서 다시 한번 또 문자가 왔다. 요즘은 뜸하게 만나고 있지만, 나에게 몇 안되는 초등학교 친구의 어머니의 부고를 알리는 문자였다. 지난밤 잠을 설치며 잠들지 못하고 있다가 받아본 문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린후 친구가 전화를 받았고, 나는 친구의 이름을 부르자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친구도 나도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울고 있다가 전화를 끊었다.

친구에게 가는 동안 나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아버지를 생각했다. 곁에 없어서 생각이 나지 않다가 가끔 이렇게 장례식장에 가게 되면 늘 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늘 아버지는 집에 아주 늦게 오는 사람이라서 어려서도 하루 종일 아버지 얼굴을 보는 날이 힘들었던 날도 있었기에 아버지에 대한 큰 애정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한동안은 그저 아버지가 이제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가슴을 쓰러 내리는 날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슬픔은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겨 놓은 사탕 때문이었다. 너무 아파서 고통을 잊기 위해 드셨던 그 사탕 뭉치들을 구석에서 장롱 구석에서 발견하고 그때야, 나는 더 이상 아버지가 내 곁에 없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부모는 자식이 용서 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 떠나보낸다고 해서 떠나보낼 수 없는 존재였다는 것을 알았다. 지인의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를 떠 올리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이제는 뭔가 죄책감을 가지지 않고 아버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집을 나설 때 인사도 못한 아버지에게 마지막 안부를 남기는 기분이었다.

[잘 가요, 엄마] 또한 갑작스런 노모의 부고 소식을 받고 주인공은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잊고 있던 노모의 삶을 떠 올리게 된다. 주인공 나의 어머니는 아버지도 없이 컸다가 새로운 아버지를 맞았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다른 동생이 생겼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재혼한 어머니는 더 가난해졌다. 돈이 좀 있는 남자에게 결혼을 한줄 알았지만 새아버지란 남자는 가진 것은 허풍뿐이었다. 집에 사람이 늘면서 점점 더 많은 일을 하게 된 어머니를 바라보는 주인공은 늘 엄마가 싫기만 했다. 그런 어머니는 매장도 아니고 무허가 장례식장에서 화장으로 삶이 마감되는 것을 보면서 오랜 시절 한 번도 반듯하게 누워 잠드는 모습을 본적 없는 지난날의 노모를 떠 올리게 된다.



“새아버지를 맞아들인 어머니의 선택이 재앙이 된 것은 내 가슴속에 자리 잡게 된 수치심 때문이었다. 그것은 발뒤꿈치에 생긴 굳은살처럼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아픔의 흔적이었다. 집안에 생겨난 음습함, 막연했으나 돌이킬 수 없는 모순, 빼앗긴 듯 하전한 삶에 가슴이 쓰렸고, 두 사람 사이에 자리 잡은 어떤 진실과 대면하는 것이 지극히 불편했다.” P 180

주인공 나에게는 어머니는 이런 존재였다. 가난을 벗어나려 결혼을 다시 마음먹은 어머니는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주변의 멸시와 냉대의 시선을 견디며 살아가는 억척스러운 여자. 돈이 없으니 당연히 학교에서 필요한 학용품은 사주지 못하고 그 어떤 것도 지원해주지 않는다. 학교에서 굴욕감을 맛보며 지내도 전혀 어머니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런 어머니를 견디지 못하고 열다섯 살에 고향을 떠나고 어머니의 존재를 잊어가게 되었다. 아버지가 다른 아우와 우애가 있지도 않았을 텐데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우는 살갑게 어머니를 보내는 모습에 빨리 고향을 떠나고 싶어 했다. 내게는 한 번도 다정하지 못했던 어머니를 빨리 보내야 할 것처럼 떠나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아우가 흙으로 변할 어머니를 위해 던진 그 한마디.

“잘 가요, 엄마”

어쩌면 이 말은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생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열다섯에 고향을 떠나온 나는 장례식을 끝나고 중국집 장춘옥과 어머니의 중년이 다 녹아 있는 고씨 고택과 유일하게 행복할 수 있었던 장소인 외가댁을 거치면서 자신에게는 수치심과 같은 어머니의 얘기를 아우를 통해 듣게 된다.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나는 어머니를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 어머니는 그토록 모진 세월을 아무 말도 없이 견디며 살아 가셨을까. 화장을 한 모습을 본적이 없는 것 같은 엄마의 가방에서 발견한 립스틱처럼 주인공 나는 처음으로 엄마를 생각해본다. 그처럼 나도 아버지를 생각해 본다. 언젠가 나도 이런 인사를 했었던가. 떠나보냈던 적이 있었던가.

[ “잘가요, 엄마”

안개처럼 씨앗처럼... 한평생 무겁고 가혹한 삶의 중력에서 벗어날 날 없었던 어머니는 결국 한줌의 먼지였다."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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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8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2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5-03-18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 책 나중에 읽어봐야겠어요~

오후즈음 2015-03-22 14:17   좋아요 0 | URL
추천합니다. ^^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쓴 책이더라구요.

cyrus 2015-03-1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숨의 먼지였던 어머니... 슬픈 문장입니다.

오후즈음 2015-03-22 14:18   좋아요 0 | URL
결국 떠나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겠죠...
 
푼돈 재테크 - 삶을 바꾸는 작은 돈의 기적
장순욱 지음 / 더난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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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념이 철두철미한 성격이 아니라서 매달 월급을 받으면 카드 값과 일정 금액의 적금을 빼고는 규모 있게 쓰겠다는 계획이 없이 사용했다. 씀씀이가 큰 편은 아니지만 일 년에 한 번씩 떠나고 있는 유럽 여행을 위해 일정 금액을 모아 놓고 살아가는 편이지만, 월급이 들어오기 전까지 전전긍긍하면서 사는 것이 싫어서 늘 통장에는 여우분의 돈을 두는 편이다. 그러나 어느 날 그 여우분의 돈이 바람처럼 빠져 나가는 것을 경험을 하게 되었다. 카드 요금이 나와도 사실 이번 달 얼마 나왔군, 이라는 생각으로 보냈다가 그달은 소비가 많이 않았음에도 왜 여유분의 돈까지 모두 사라지게 했나 살펴봤더니 정말로 깜짝 놀랄 만큼의 작은 지출의 천지였다. 그동안 많은 지출이 한 번씩 있어서 카드 요금이 좀 많이 나왔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달에 느낀 지출의 크기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작은 바람이 나의 통장을 마구 드나들며 큰 구멍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푼돈 재테크]라는 책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푼돈은 5000원 정도의 돈의 미만을 말한다. 요즘 어디 오천원 정도를 가지고 시내에 나가면 점심 한 끼 사 먹기 힘들며,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는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는 사 먹을 수 없다. 그만큼 오천원이라는 돈의 가치가 떨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천원, 오백원, 백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면 다른 곳보다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그 정도의 차이쯤은 그냥 지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소비로 인해서 통장에 큰 구멍을 만들어 놓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푼돈을 모아 큰돈을 만드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보다 우리가 몰랐던 푼돈의 여러 경우들을 말해주고 있다.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집에서 준비해와 마시거나 집에서 마시는 행위로 오천원이나 하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모을 수 있는 푼돈의 위대함도 알려준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푼돈이 모이고, 편하게 살면 푼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즉 다섯 정거장을 걸어가면 버스비가 절약되지만, 그 길을 편하게 택시로 이동하면 택시 요금이 나가는 것이다. ” P107

"푼돈을 아끼기 위해선 많이 참아야 한다. 또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멀리도 굴려야 한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애씀과 노력이 돈과 돈 사이, 돈과 내 의식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 푼돈의 집합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P32

버스비를 아껴 그 돈을 모아 자전거를 타고 출 퇴근을 할 수 있기도 하고, 커피 값을 아껴 장만하고 싶었던 물건을 살수도 있고, 여행 또한 저녁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서 숙박 요금을 아낄 수 있고 2박 3일 일정을 일찍 출발해서 시간을 절약해서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 올수 있어 여행 경비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 푼돈을 큰돈으로 만들기 위한 부분은 부지런함이라는 것을 깔고 있다. 부지런하지 않다면 대여섯 정거장을 걸어 갈 수 없을 테고 좀 더 싼 가격으로 물건을 장만하기 위해 발품과 인터넷 손품을 팔지 않을 것이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살이 찌지 않는다면 살쪄 옷을 사야 하는 옷값 지출을 하지 않을 것이고, 신상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수선을 해서 신발을 신는다면 그것 또한 큰 지출을 피할 수 있게 되니 부지런함이 없다면 이뤄내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애쓰면서 살고 있는 직장 동료가 한명 있는데 그녀의 처절한 절약이 대체 왜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일까 궁금할 때가 있었다. 나를 위한 것을 아끼는 것은 좋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할 때도 아껴서 문제가 종종 생기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간혹 회사에서 각출하게 되는 선물비용이나 축의금을 내는 부분에서 가장 예민한 사람이 그녀다. 돈을 아끼는 것은 좋지만 그녀가 행하는 그 아낌이 대체 어디까지 인지 한숨이 나와 그녀와 돈과 엮이는 부분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저자가 말한 푼돈을 아끼는 일은 사실 재미없는 일이고 푼돈을 쉽게 여길 수 없고 그냥 지나쳤다가 언젠가는 푼돈의 위력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푼돈을 모으는 방법은 따로 없다고 한다. 그냥 조금 더 부지런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늘 깨어 있는 의식을 유지하는 것, 이것은 푼돈이 목돈을 만들어주는 삶의 한 기적과 같은 일이다.(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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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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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소중한 친구들에게서 이제는 너와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하며 하루를 보내게 될까. 그것도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아니고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이 그동안 함께 했던 모든 추억과 기억을 모두 지우고 더 이상 공유 할 수 없는 것들만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

 

 

 

다자키 쓰쿠루는 고향 나고야에서 도쿄로 대학을 가면서 친했던 고향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방학이면 늘 친구들을 찾아가 도쿄의 외로운 대학교 생활을 잊을 수 있었다. 다자키를 풍요로운 추억을 함께 하는 친구들은 아카(赤), 아오(靑), 시로(白), 구로(黑)이다. 모두 이름에 색을 가지고 있다. 붉은 아카, 푸른 아오, 흰 시로, 검은 구로 모두 색을 가지고 있는 이름이 있지만 다자키만 유독 색이 없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친구들은 다자키에게 색이 없는 아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늘 친구들 무리에게 자신만 소외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정말 그들이 다자키를 따돌리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21살이 되던 그해, 다자키가 고행 나고야에 내려가면서부터 모두 전화를 받지 않고는 이내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때 이유를 물어 보았지만

“그 이유는 네가 더 잘 알텐데”라는 말을 들을 뿐이다.

 

 

 

분명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만 완전하지는 않지만 치유는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자키 쓰쿠루에게도 그랬다. 죽음을 앞둘 것처럼 먹지 않고 잠들지 못하고 말라가다가 결국 시간이 그를 치유시켰다. 수영을 하면서 말라갔던 근육에 생기를 넣고 어린 시절의 추억대신 현재의 시간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치유 된다고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잊고 있었던 일들을 다시 꺼내며 괴로워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어느 날 다자키 쓰쿠루는 그의 애인에게 자신이 잊으려고 했던 친구들의 얘기를 한다. 그때 그녀는 이제 16년의 세월도 흘렀으니 친구들이 왜 그런 말을 하고 연락을 끊었는지 이제는 그 진실과 마주하라고 하여 그가 친구들을 찾아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게 간단하면서 사설이 참 길다. 잘 지내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나를 따돌리며 이제 안 논다고 한다. 자존심 강한 나는 전화 한통에 알았다고 하며 친구들과 인연을 끊었다. 집에 찾아가서 왜 그런지 물어 보지도 않고 그간의 모든 인연을 끊는 주인공도 모질다는 생각도 든다.

 

 

 

색의 이름을 가진 친구들과 달리 이름 속에는 색이 없지만 가장 강렬한 색을 가졌던 다자키 쓰쿠루였을지 모른다. 친구들중 가장 선명한 색을 가지고 있었으니 나고야가 아닌 도쿄로 공부를 하러 떠났을 것이고, 생활 형편을 보아도 가장 부유해 보인 그는 어디서든 빛나는 윤택함을 지녔을 것이다. 그런 그가 정말로 색이 없어졌던 것은 그들과 인연이 끊기고 혼자가 된 후가 아니었을까. 혼자가 되어 그는 매일 수영을 했다. 물감으로 물들여진 붓이 씻기듯 물속에서 그의 색들이 모두 빨려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아무런 색이 없는 그런 무색의 남자로 변한 것은 아닐까.

 

 

 

소설의 핵심은 친구들이 왜 다자키 쓰쿠루에게 그런 말을 하고 연락을 끊었는지 그 미로 같은 진실을 찾으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름 생각했던 어떤 이유들을 떠 올려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너무나 반듯하게 살아왔던 다자키 쓰쿠루였기 때문에 뭔가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네 명의 친구들중 두 명은 남자, 두 명은 여자였다. 혹시 이들 사이에서 뭔가 일어나면 안 되는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생각했지만 역시나 다자키가 처음 친구를 찾아가 설명을 들었을 때는 사실 좀 어이없는 이유에 당황스러웠다. 모두 그 말이 진실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결국 다자키는 진실이 아닌 거짓에 고립되었다.

 

친구 네 명을 모두 찾아다니다가 마지막 핀란드에 있는 친구를 찾아 가는 부분에서 사실 가장 흔들렸다. 마지막 친구는 정말로 왜 그토록 오랫동안 친구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 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역시 딱 그만큼의 이유를 알 수 있을 뿐. 그동안 헤어졌던 시간들은 공유 될 수 없으며 멀어졌던 시간은 그만큼 씁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하루키의 소설이 때로는 어느 부분 비슷하듯 친절하지가 않다. 다자키가 친구들에게서 고립되어야 했던 진실, 친구들은 그 진실을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사실이 아닌 진실에게 외로워져야 했던 것은 다자키뿐이었다. 그 부분에서도 뭔가 속 시원하게 밝혀주는 것이 없다. 또한 그가 사랑하는 사라와의 관계도 그렇다. 어쩌면 그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얘기를 끝으로 책을 덮고 싶은 욕망으로 마지막 엔딩이 마음에 안든 것도 있다. 대체, 그 둘의 미묘한 그 관계는 또 어떻게 해결이 난다는 것인지. 그러니까 사라는 다자키의 청혼을 받아 준다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아, 답답해. 그리고 사라는 왜 이토록 다자키에게 친구를 다시 찾아주려 애를 썼을까, 그것이 다자키의 어떤 면을 다시 깨워 주려고 한 것일까.

 

 

 

어떤 이들은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하고 어떤 이들은 소설을 더 좋아하는데 나는 역시, 소설이 더 좋다. 하지만 하루키의 낡은 늘어진 셔츠를 입고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추억을 담아 버리고 오면서 여행가방의 무게를 줄이려다가 레코드를 가득 사와 오버 무게가 된다는 그의 투덜거리는 문장을 마주하게 되면 그 역시 또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난 역시 단편보다 장편의 하루키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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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11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키의 먼북소리 읽다가 다 못읽었어요 아직까지 제게 끌리는 부분을 못찾았거든요 그런데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서 이 책 구입했는데 왠지 이 책을 읽어도 미지의 세계에 빠질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오후즈음 2015-03-11 14:12   좋아요 0 | URL
저도 먼북소리는 사 놓고 못 읽고 있는 책인데요...재미있다는 분이 많지만 이상하게 읽을 책의 순위에서 벗어나게 되더라구요. 소설가보다 에세이스트로 더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때로는 이런 소설이 좋더라구요. 이책은 참 쉽게 읽혀요. 몇시간만에 다 읽어버렸어요. 역시 흡인력은 짱인 하루키인데도 사 놓고 못 읽는 책이 많은건 저에겐 참 아이러니 하네요.

꽃핑키 2015-03-1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같은 책을 읽어도 이렇게 훌륭한?ㅋㅋ 서평을 쓸 수 있는걸까요?ㅋㅋㅋ 언니글 읽다보니 대학때 절친에게 절교 선언 받았던 추억? 도 떠오르고ㅋㅋㅋ 옛생각 나요ㅋㅋ

오후즈음 2015-03-11 14:14   좋아요 0 | URL
훌륭하다고 말해주다뉘 ㅠ.ㅠ 고마워.
아, 핑키에게도 그런 추억이 있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추억이 떠 오르는것들이 몇개 있어서 사실 좀 불편했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지난날을 억지로 떠 올려 봐야 한다는 그런 끔찍한 그런 생각...그들을 떠 올리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

후애(厚愛) 2015-03-1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오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