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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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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좋아하는 친구가 집에 놀러와 주방을 살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줄 것인가 기대 했지만 그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주방을 살피는 것이 어느덧 취미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스테인리스 냄비를 길들여 놓은 것을 보면서 집주인의 부지런함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 부분에서 게으른 모습을 들킨 것같아 화가 났다가 어느덧 얼룩져 걸려 있는 스테인리스 냄비 뚜껑을 보며 물기를 말려 닦아 놓을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것에 스스로 게으름을 인정했다.

 

 

 

친구와 같이 나도 지인의 집을 가거나 블로그에서 집을 공개하면서 보여주는 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유심히 보는 것이 서재이다. 서재의 정리정돈은 중요하지 않다. 그건 나도 못하기 때문에 관심두지 않는다. 예쁘게 꾸며진 집들을 소개하는 인터넷의 이런 저런 소개거리들을 보면서 서재가 없는 집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책을 읽고 꼭 몇 천권씩 장식하지 않는다고 해도 책장이 없는 집은 나에게는 아름다운 집이 아니다.

 

 

 

<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라는 책으로 알게 된 지은이 윤성근의 또 다른 책이야기 <책이 좀 많습니다.>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서재를 찾아가는 기행문 같은 책이다. 책을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23명의 책 얘기를 통해 그들의 서재를 한참을 구경하고 나왔다. 집이 좋아 발 디딜 틈이 없는 작은 거실이 몇 백만 원 소파와 러그를 깔아 놓은 수백평의 집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그냥, 책 때문이다. 그들이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고 사들인 책,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들을 수집하고 읽으며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놓는 그 책을 향한 애정이 봄날의 꽃처럼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지금껏 내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갖고 있는 책 양과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책을 아주 많이 갖고 있더라도 마음 깊이 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재라고 할 것도 없이 사는 사람인데 책을 향한 애정이 누구 못지않게 큰 사람을 많이 봐왔다. 책이 많다고 해서 모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는 것과 그 대상을 좋아하는 것이 같다고 말한다. 전혀 다른 얘기다. 어려운 철학책을 파고들 필요도 없이 사람을 만나고 그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조곤조곤 들여다보면 금세 안다. 무엇을 마음 깊이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가지려 하기보다, 자기 곁에 쌓아두려 하기보다 자유롭게 놓아주는 일을 즐긴다." P67~ 68

 

 

 

책이 있어야 아름다운 집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에 사실 이 부분에 가장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부분이었다. 내가 소유하려고 했던 책들은 어쩌면 읽으며 삶을 반성하는 대상이 아닌 그저 소유욕에서 비롯된 진열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 날부터 책장에 더 이상 꼽을 수 없어 점점 바닥으로 쌓여지고 있는 책들중 내가 감명 깊게 읽고 소장하고 싶은 책들, 그리고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들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책속의 인터뷰를 했던 한분의 말처럼, 평소 <논어>를 끼고 살며 읽는 직장 상사가 논어의 내용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며 그저 읽는 것으로 끝나는 독서는 필요 없다는 것에 공감하며 그동안 수집의 대상으로만 내가 책을 대한 것은 아니었나 반성해 본다.

 

 

 

“책 읽기는 무엇을 채우기보다는 오히려 비우는 느낌입니다. 무위자연이라는 말도 있듯이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건 제 안에서 깔끔하게 소화돼 없어지는 겁니다.” P288

 

 

저자의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으며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알려주었다.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즐거워 보였던 신문사를 다녔던 이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박사과정 공부를 하며 책 읽는 시간을 갖으며 행복해 하고, 컨테이너에 서재를 만들어 행복해 했던 이는 더 이상 컨테이너 서재를 가지고 있지 않게 되었다. 농부였던 이는 퇴촌 집을 정리했지만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농부로 남아 있기는 하다. 특별할 것 같았던 그들의 삶도 그저 책을 좀 더 사랑하고 애착을 갖는 사람일뿐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의 일상을 이어 나가고 있다.

 

 

 

내게는 한때 애서가라는 사람들은 수천 권의 책을 소장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애서가”라는 사람들이 꼭 수천 권의 책을 자랑하듯 소유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단 한명의 작가를 좋아해서 그 작가의 책들만으로 책상 한 줄을 세워 놓고 수십 번씩 읽어 나가는 나의 지인은 집에 책이 별로 없다. 그러면서 자신은 책이 많이 있는 우리 집을 부러워했었는데 문득 나는 나의 지인이 부럽다.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면서 그를 통해 삶이 바뀌고 단정해지고, 부지런해지는 모습을 가질 수 있는 것, 그것을 책을 통해 이뤄냈다는 것으로 그는 진정한 애서가가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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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2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작가님의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라는 책도 있군요^^ 살펴봐야 겠어요 ㅎ

오후즈님의 글을 읽으며 따금거려 혼났어요 저희집 스테인레스 냄비나 주전자는 다른 사람이 보면 원래 검은 색인줄 알거 같아서요ㅋ 설거지만 후딱하고 책 한장 더 읽고싶어 모든걸 미루게 되는게 습관 처럼 되서 잘 안고쳐지내요 ^~^

오후즈음 2015-03-22 14:19   좋아요 0 | URL
저도 부지런하지 못하고 관리를 안하기때문에...스테인레스 냄비+ 주전자는 늘 그을려 있거든요.
청소보다 책, 저도 그래요. 뭘 투자해야 하는 시간에 책 한장을 더 읽자 뭐 그런..ㅋㅋ

cyrus 2015-03-2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친한 친구의 집에 가면 늘 항상 보는 것이 책장과 냉장고입니다. 이 집에 어떤 책이 있는지, 냉장고 안에 먹을 만한 것이 있는지 몰래 보는 겁니다. 냉장고에 먹을 음식이 없어도 읽을 만한 책이 있으면 그 자리에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지금까지 친구 집에 가면서 저를 만족한 책장과 냉장고를 본 적이 없어요. ^^;;

오후즈음 2015-03-22 14:21   좋아요 0 | URL
저도 늘 친구집에 가면 보는것이 책장과 화장실이예요.
화장실은 그집의 주인이 얼마나 부지런한지를 바로 보여주거든요.
그리고 책장, 이 사람은 어떤 책을 읽나 참 궁금해요. 가끔 작가별로 책을 모아서 읽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뭔가 월척을 낚은 그런 느낌이 들기는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