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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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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허투루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을 돌아보세요. 죽음의 순간은 언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늘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 마음을 잃지 않아야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P12

 

 

 

 

간혹 혼자서도 삭힐 수 없는 분노가 생긴다. 그것도 나이를 먹으니까 이제 무뎌지기도 하지만 역시 본성 속에 숨겨진 불구덩이를 품는 마음은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 것이다. 이런 날들은 누군가를 만나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분풀이 대상을 찾듯 질겅거리는 안주들을 씹으며 안주가 될 직장 상사들도 간혹 올려놓고 술기운을 빌려 활화산 같은 마음을 식힐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냥 무던히 마음을 내려놓고 있다. 혼자 삭힐 수 없는 분노란 없다는 것을 세월의 모진 송곳에 찔리며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안 된다면 간혹 이런 책이 마음을 다스리는데 참 좋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우문현답에도 능한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을 읽고 나면 집에서 길렀던 강아지를 보며 늘 말했던 어머니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 집 강아지는 애교가 참 많았다 무엇보다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주인의 기분 좋고 나쁨을 어떻게 알았는지 현관에 들어선 얼굴 표정만 보고는 자기가 지금 가서 응석을 부릴지 인사만 하고 분위기가 좋아질 때 다시 가서 인사를 할지 결정을 하는 것이다. 기분 안 좋은 주인에게 알랑거려봤자 돌아오는 것은 등짝 스매싱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것이다. 눈치껏 애교 부리고, 응석부리고 알아서 간식 받아먹고 때로는 스스로 챙겨도 먹고 집안 어지르지도 않고, 때로는 아프지도 않아서 병원도 자주 안가고 사람이라고 한다면 자기 주도 학습이 너무나 잘된 아이였다고 할까. 그런 강아지를 보면서 어머니는 늘 “예쁨도 내게서, 미움도 내게서 나는 법이라며” 알아서 잘하는 강아지를 칭찬하기도 했다.

 

 

간혹 그 말이 어떤 뜻인가 나도 직장 생활의 중간급에 들어가 신입을 맞이하다 보면 알겠는 말이다. 분명 더 마음이 쓰이고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뭘 하나 물어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는 법이다. 선입견 없이 순전히 그건 그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실수가 많아도 인정하고 수정하려고 노력하는 신입이 있는가하면, 가르쳐주지 않았다 안 배웠다며 발뺌과 변명으로 더 이상 발전이 없는 신입이 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 차후 몇 달 뒤 분명한 실력의 차이를 보인다.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가끔 내가 화를 냈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어찌 보면 모든 문제는 나에게서 시작되는 것이고 나의 생각을 고쳐보려는 노력 없이 끝났던 적이 많이 없었다는 것을, 지금에야 느끼는 것이다.

 

 

법륜 스님의 이야기 속에 가장 많이 녹아 있는 것은 지금을 인정하라는 얘기다. 그리고 나부터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대부분 참 긍정적이 얘기들이 많다. 어쩌면 부족한 나를 인정하는 일은 긍정의 다른 이름일지 모르겠다. 누군가와 언쟁이 있었던 일들도 생각해보면 분명 그 정도까지 그렇게 말을 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어떤 빌미는 내가 마련했다고 생각된다. 나의 부족함이, 나의 모자란 성품이 그에게 보였을 것이고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고 그는 그것을 약점으로 치부하며 나의 모자란 인성을 긁어 댄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나는 화를 내고, 말을 함부로 하는 그의 인성을 탓하며 화를 냈다. 부족한 나를 먼저 인정했다면 그와의 관계가 더 좋아졌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마음은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사람이 이렇게 나부터 잘못이 있다고 먼저 반성하게 될 수 있을까. 특히 법륜 스님이 말한 사랑 고백 방법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아니 이게 아니니 않느냐 어디 이렇게 마음이 딱 돌아설 수 있느냐고 물어 보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고백을 했지만 고백을 받아주지 않으면 아,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알았다고 돌아서서 잊으라는데, 마음이 그럴 수 없으니 수없이 괴로운 고백과 후회의 노래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런데, 너는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돌아 설 수 있지만 어디 그날 밤이 잠이 잘 오겠냐는 말이다. 스님의 다른 말들은 이해하면서 넘어가겠는데 이 부분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버렸다가 다음 페이지에서 벼락을 맞았다.

 

가슴속에 피웠던 꽃을 주고 싶었지만 받아주지 않으니 그냥 돌아설 수 없다면 그 마음을 받아주게 노력하며 계획을 세우라는 그 진도에 관련된 얘기는 아, 스님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은 아니구나.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뜨거운 피를 흘리는 사람이, 어디 쿨 하게 뭐든 넘길 수 있겠어.

 

 

 

“지나온 삶에서 행불행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잘 살펴보세요. 지금 일어난 일이 나쁜 것 같고, 저 일은 좋은 것 같은데, 지나고 보면 나쁜 일이었던 게 오히려 나에게 더 이득이 되는 경우가 있고, 좋은 일 같았던 게 더 손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 나면 행복에 집착하고 불행에 괴로워하는 감정기복이 좀 줄어듭니다.”P46

 

 

 

올해 전신마취 수술을 한번 했다. 수술하는 날 별의 별 생각을 다 했고,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세우며 괴로워했던 시간을 괴로워했다. 그때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하루하루가 괴롭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수술로 나는 운동을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알게 됐다. 내 주변에 정말 중요한 사람이 누군지 다시 한 번 느끼고 고마워하게 됐다. 위기는 기회를 만들었고 반성하게 했고 나를 다독일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금 일어난 일이 분명 나중에는 나를 위한 자양분으로 쓰일 것이다. 그것은 지금 일어난 일은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좌절하지 않는 나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렇게 지낸다면 분명 삶의 한 귀퉁이에 서서 지금까지 지내온 내 시간이 불행하다고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다 이기적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분명 그 안에 속해 있는 나의 이기심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나쁜 사람 속에 한 무리였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누굴 탓할 것도 없는 것이 세상일까. 이렇게 말하면 너무 속세를 벗어난 것 같아 좀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나를 인정하는 일이 행복의 전환점을 맞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연의 매듭을 푸는 것은 상대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나를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P128

 

 

 

세상은 그대로 이지만, 내가 변하면 달라지는 것이다. 예쁨도, 미움도 모두 내게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느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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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11-2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오후즈음 2013-12-01 16: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정말 너무 급하게 쓴 글인데...ㅠ.ㅠ 죄송하기만 하네요
 
[모든 게 노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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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_ 지금 이 순간도 하나의 노래가 되었다.

 

 

언젠가 본 카툰의 한 꼭지가 생각난다. 추억이 담긴 노래는 어느 장소에서 듣던 어느 순간 그때의 그 감성을 리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지금 누군가와 만나 지나치며 듣고 있는 이 노래도 어느 날은 추억의 노래로 기억 될 것이라는 만화가의 글에 큰 공감을 하며 좋아했던 노래들의 이유들을 떠 올려 보았던 적도 있었다. 매번 어떤 추억들은 음악과 함께 하고 있었다.

 

 

김중혁의 에세이집 [모든 게 노래]는 이렇게 추억과 함께 하는 노래도 있는 반면, 노래하는 사람이 좋아서 듣게 되는 노래도 있고, 글을 잘 쓰는 능력을 물려받은 어머니를 통해 전해들은 노래의 얘기들도 함께 녹아들어 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즐겨 듣지 않았다면 나에게 김중혁이라는 작가는 그저 단편은 좀 좋은데, 장편은 아직 잘 모르겠는 작가로 지나쳤을 것이다. [빨간 책방]을 통해서 가끔 소개하는 책보다는 김중혁 작가가 어떤 농익은 얘기로 즐겁게 책을 소개할지 궁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쩌면 나처럼 [빨간 책방]을 즐겨듣는 사람들은 진행자 이동진과 김중혁의 쿵짝 버라이어티한 개그와 농담에 무한도전에서 꽃을 피웠던 정형돈과 지드레곤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들은 그렇게 케미 폭발이라는 요즘 시쳇말과 딱 들어맞는 사람들이니까.

 

그의 농담에 익숙해져 있어선지 책속에 녹아들어 있는 괄호안의 그의 궁시렁, 변명, 개그에 픽 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의 얘기들은 때로는 고소하고, 알싸한 계피 맛이 났다가 구수한 누룽지의 뒷맛을 또 남기기도 한다.

 

책 한권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의 노래가 담겨 있는지 그의 고등학교 시절이 다시 한 번 궁금해지곤 한다. 그의 로컬 대학시절도 궁금하며, 가난했다는 그 시절의 궁핍한 그 주머니 속에 한 움큼 담겨 있는 추억들을 더 들어보고 싶다.

나도 인디 밴드 좀 안다고 하면 아는 사람인데, 김중혁의 넓은 식견에 놀랄 따름이다 무엇보다 한영애와 넬, 현아, 이효리, 손담비, 현아 거기에 써니힐까지 좋아하는 그의 취향에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형돈이와 대준이의 음악을 듣는 그의 모습이다. 나 또한 어쩌다 듣게 된 [올림픽대로]와 [한신포차]를 듣고 난후 정현돈이라는 개그맨이 그냥 무한 도전에서 안 웃기다 이제 좀 웃기는 사람이 아니고, 정말로 다양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물론 이번 무도 가요제에서 지디와 함께 쿵짝 맺은 모습은 더 놀랄 그의 재능이 다소 부럽기도 했다.

한희정과, 좋아서 하는 밴드등 인디 밴드들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은 어쩌면 송대관 나훈아보다 류계영, 박진석, 강진을 더 좋아하는 것을 보면 주류보다 비주류의 음악을 더 듣는 모습의 얘기에는 어쩌면 우리가 뭔가 좋아하는 것에는 혈통이라는 것이 있는가 싶기도 하다.

 

 

“요즘의 내 세계는 ‘3인칭의 세계’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은 무덤덤해졌고,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1인칭의 장점이 있고, 3인칭의 장점이 있다. 1인칭의 세계는 열정적이지만 배려가 부족하고, 3인칭의 세계는 공정하지만 솔직함이 부족하다.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드는 사람이 보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P111

 

 

어쩌면 누구나 원하는 이상향의 인칭이 아닐까 싶다. 요즘 들어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이름을 얘기하며 뭔가를 요구하거나 기분 좋은 유무를 말하기도 한다. 조카도 자신의 이름을 얘기하면서 “승우는 뭐가 좋아.”, “승우도 먹고 싶어”라고 얘기한다. 나도 뭐가 먹고 싶고 나도 좋다는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얘기하며 의사를 표시를 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 좋은 현상인지 아직 아이 엄마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간혹 자신의 이름만 얘기하며 나의 것만 강조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앞설 때가 있다. 간혹 함께 아니라 나 먼저의 세상을 살아가면 어쩌나 걱정일 때가 많은 아이들을 보면 더욱더 앞으로의 날들이 깜깜해지기도 한다.

 

 

“외로움이라는 것은 아마도 사라지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감정일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라면 절대 알 수 없을 감정,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영토를 줄여본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감정. 함께하는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결코 그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감정이 바로 외로움일 것이다.”152P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다 들어 보지 않았지만 <멀리서>라는 노래는 더욱 모른다. 그런데 노래 가사를 듣지 않아도 그가 말하는 인용된 이런 글만 하더라도 노래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다. 언젠가 살짝 미열이 달아오를 만큼 취한 자정을 넘긴 시간에 아무도 걸어 다니지 않고 가끔 자동차만 지나갔던 그 도로에서 느꼈던 지난날의 기억을 몰고 온다. 청춘을 소비하며 다녔던 그때는 어느 한순간의 기억들을 왜 모두 어둡고 외로운 기억들뿐이었을까.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요즘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는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향수에 취하는 친구들의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 드라마가 참 좋은 것은 그때의 노래들을 다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스케치의 [운명]을 들으면서 윤진이와 삼천포의 첫 키스 장면을 보면서 한때 그 노래를 부르며 누군가에게 마음을 고백했던 내 진부한 로맨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서태지 앨범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는 동네 레코드샾에서 예약 순번까지 걸어 놓고 사온 테이프를 다 듣고 들어가느라 한 시간을 집 앞에 서 있었던 그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아름다웠고 즐겁기만 하다.

 

분명, 지금 듣고 있는 이 노래도 나의 추억의 한편으로 만들어 질것이고, 나의 지루한 회사생활도 때로는 아주 길고 긴 10년 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노래의 한 자락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사랑하며 들었던 그 노래들을 오늘은 모두 리플레이로 돌려가며 들어 봐야 할 것만 같은 가을밤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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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해요 -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직장탐구생활
존 그레이.바바라 애니스 지음, 나선숙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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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유명한 저자 존 그레이의 책 [함께 일해요]는 서로 너무 다른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다시 하고 있다. 심리학을 통해서도 남자와 여자의 다른 이면들을 읽어 왔지만 존 그레이의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남녀의 차이에 대해 알아 볼 수 있었다. 전작을 사실 좀 지루하게 봤던 것도 있었지만 (나만 그럴 수도 있고) 이번 책이 아주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읽고 나면 결국 얻어지는 것은 어쩌면 한가지인지 모르겠다.

 

존 그레이는 이 책을 통해 여자와 남자가 지니고 있는 사각지대를 확실하게 노출시켜 제거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지만 (P11) 사각지대를 노출시키지 않더라도 여자와 남자의 다른 점을 서로 이해하는 부분에서 얼마큼 마음의 오픈 기간이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여자와 남자는 신체도 다르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언젠가 영화[왕의 남자]를 보고 쓴 심리학자의 기사가 떠오르는데, 그는 여자와 남자의 이해와 공감의 차이는 극명하게 다르다고 했다. 여자는 어떤 문제에 이해는 못하지만 공감을 해주며 위로하고, 남자는 이해는 하지만 공감을 못해줘 위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분명 왜 그럴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 못하겠지만, 네가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심리상태는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 여자라면 남자는 이해는 하는데 그때 느낀 그 분노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공감과 이해의 면도 극명하게 달라지는데 사회생활에서는 얼마나 더 큰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내가 일했던 곳은 남자가 훨씬 많은 집단이 하나 있었고, 여자가 대부분인 집단이 있었다. 첫 번째 직장이었던 남성으로 움직였던 집단은 원래 회사란 것이 남성 위주로 만들어진 환경이기 때문에 여자가 끼어들 판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곳이었다. 마치 자동차는 남성의 신체가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조직 사회는 남자들이 움직이기 좋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밤 문화에 끼어들어 같이 즐기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를 내려놓기가 너무 힘들었고, 또한 직장 내 모든 정보는 담배를 피우며 커피 한잔을 하는 아주 좁은 휴게실에서만 돌고 돌았었다.

 

두 번째로 일했던 여자들이 훨씬 많았던 집단은 이상하게도 맨 꼭짓점에 있는 상사가 남자라는 것이 거슬릴 정도로 위대해보이게끔 만들었다. 여자들은 그 꼭짓점에 있는 남자 상사를 위해 애쓰고, 자신을 내려놓고 칭송하는 모습에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우울함을 제일 많이 느낀 곳이었다.

 

 

“남녀 간의 균형을 비슷하게나마 유지하고 문화적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일터에 있는 남녀의 마음속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똑같지 않고, 꼭 똑같아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P48

 

 

 

남녀 간의 균형을 맞추며 일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직장은 빠르게 일을 습득해야 하며 회사는 이익을 내는 곳이기 때문에 사실 균형 있게 일하는 사람들의 조직보다 빨리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을 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직장에서도 나의 상사는 주변 사람들과 트러블 없이 조화롭게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모난 구석이 있지만 일을 열심히 아닌 잘하는 사람을 훨씬 선호하고 그에게 좀 더 중요한 업무를 주며 성과를 내서 더 많은 가중치를 주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일하는 직장은 어쩌면 꿈의 직장일지 모르겠다.

 

서로가 응원하는 방법이나 지지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업무 환경이 힘들어도 마음만은 괜찮을까.

 

 

“남녀가 서로 더 효과적으로 지지하는 방법을 배우면, 함께 협력하며 작업할 수 있고, 감정적인 충돌과 긴장감은 한결 줄어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며, 더 큰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P 244

 

 

분명 이 책[ 함께 일해요]는 조직의 리더가 남자가 훨씬 많은 부분을 얘기하며 여자와 남자가 서로 추구하는 부분이 다르고, 지시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오해하는 부분인 사각지대를 없앤다면 서로 함께 일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틀린다는 말보다 다르다는 말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처럼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배려와 이해로 알아듣고 행동한다면 다툼이나 분쟁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조직, 직장에서만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가족 간의 문제도 그럴 것이고 더 나아가 국가와의 문제도 이념 분쟁도 없어질지 모른다(다소 비약이 심할지라도)

 

 

어제 내게 거품 물고 난리쳤던 직장 상사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던 생각을 지우고, 그가 나와 다른 세계에서 언어를 배워왔기 때문에 좋은 말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그의 말을 걸러 낸다면, 나의 직장생활은 장밋빛 인생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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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

가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특히 여행지에서는 더욱 그랬다.
가난한 여행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점원의 얼굴을 그려주며 가격을 흥정하는 일들을 들을때는
아, 나도 그림을 좀 잘 그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고작 그것이 여행에서 쓰일
작은 경비일지라도 여행의 향수를 남기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여행의 경비를 줄이기 위해 그려진 그림은 아니다. 삶의 고단함을 갂아 낼 수 있는
그림의 값은 충분히 할 것같다.

 

 

 

 

 

 

 

 

 

 

 

 

 

 

 

 

 

 

2. 누구나, 이방인- 느리고 낯설게, 작가들의 특별한 여행수첩

삶은 누구나 왔다가 사라지는 이방인일 수 있을 것이다.
알베르 까뮈만 느꼈던 이방인은 아닐것이다.
살고 있는 곳을 벗어나면 누구나 이방인이 되는 것이고
삶의 한 귀퉁이에서 어떻게하면 잘 주저앉아 살아 갈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소설가들이 느끼는 여행지에서의 이방인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천운영, 이혜경, 김미월등 듣기만 해도 설레는 작가들이 포진해있다. 그들의 여행을 통해
함께 이방인의 모습을 느끼고 싶다.

 

 

 

 

 

 

 

 

 

 

 

 

 

 

 

 

3. 내 인생의 화양연화-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작가를 책으로 만나게 된다면 가슴이 떨릴것 같다. 그녀의 드라마를 보면서 자란 나는 그녀의
따뜻한 감성을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느끼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일까?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오래된 일기장을 뒤져볼지 모른다. 그녀의 감성으로 나는 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그녀의 따뜻한 감성에 위로 받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름다운 날들을 만들기위해 여행가방을 꺼낼지도 모르겠다.

 

 

 

10월에 출간된 에세이 책들이 어쩜 이렇게 읽고 싶은 책들만 나왔을까.
가을에 딱 맞는 그런 섬세한 손길의 책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여행 관련 책이 많다. 아무래도 가을은 어딘가 떠나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일부러 여행 관련책은 한권만 골라봤다. 그리고 에세이다운 책들을 골라 놓는다.
읽고나면 앙고라 터들렉 스웨터처럼 포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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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청춘, 문득 떠남 - 홍대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까지 한량 음악가 티어라이너의 무중력 방랑기
티어라이너 글.사진 / 더난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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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시작해서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에서 다시 스페인으로 끝이 나는 이 여행기 [느린 청춘, 문득 떠남]에 가장 큰 궁금증은 저자였다. 티어라이너라는 저자를 모르기 때문에 누굴까 찾아 봤더니 그토록 내가 오랫동안 들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이선균이 불렀던 [바다여행]의 작곡가였다. 이럴 수가. 그가[커피프린스 1호점]의 음악 감독이었다니.

 

 

 

스스로 한량이라고 말하는 이 음악가의 여행기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사실 고민스러웠다. 놀고먹는 한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여유 부리며 놀러 갔다 온 얘기를 뭘 책으로까지 내서 읽어야 할까 곱지 않은 눈으로 책을 읽어갔지만, 그의 고단한 발바닥 여행기를 읽다보니 마음이 짠해져 온다. 보통은 이렇게 긴 여행을 간다면 트레킹 혹은 등산화로 발이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다녀 올 신발을 구입해서 갔을 텐데 스니커즈를 새로 장만해서 신고 갔다니, 맙소사 정말 한량이구나. 휴가를 받아 스페인으로 여행을 온 직장인이 치밀하게 여행 계획을 세워 온 그와 달리 저자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오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그 덕에 많은 것을(정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볼 수 있었고 아는 만큼 즐길 수 있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가 정말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옥상 평상에 누워 기타를 치며 하루를 노닥거리는 그런류의 사람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1유로 때문에 추위를 참아가며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밥을 굶어가며 여행을 이어가고 많은 것을 먹지 않고 많은 것을 보는 것으로 대책을 세우고, 12인실의 호스텔에 잠을 자거나 다음날 변사체로 발견 될지도 모를 무시무시한 호스텔에서 잠을 청하는 그는 뻔뻔한 한량은 아닌 것이다.

 

작년에 체코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제일 많이 얘기를 들었던 내용은 집시를 조심할 것과 소매치기, 도둑을 조심해야 하니 소지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10일 동안 단 한명의 집시도 만나지 못했다.

파리 또한 그랬다. 소매치기가 많기로 악명 높은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절대로 가방 입구와 손은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되는 엄마의 손을 잡는 것처럼 움켜지며 있어야 한다고 여행 지인들과 몇 번씩 얘기를 해두었다. 사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이 얘기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아니, 소매치기가 무서워서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여행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면 여행은 끝이고 또 무엇보다 멘탈 극복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말로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줄’을 놓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스페인에서 저자가 당한 몇몇의 사건이 사실 나는 부럽기도 했다. 그렇게 정신줄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사인단 소녀들을 만나지도 못했고, 팔지단 흑형들도 못 만났다.

처음엔 삐딱하게 읽었던 그의 여행기가 그나마 나를 위로했던 것은 그의 문학적 표현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가끔 아, 이런 표현이 이 여행기에 바로 생각났을까 궁금했던 표현도 있고 또 훔쳐가고 싶은 문장들도 있었다.

 

 

“골목은 연애하는 여자 마음 같다. 간드러지게 굽이치다가도 어느 순간 막혀버리고, 미로와 같아 나로서는 알 길이 없어 보이지만, 어디로든 진득하게 가다 보면 곧 대로와 만난다. 폭은 좁지만 정겹고, 그 골목이 그 골목 같아 보여도 어느 골목 하나 같은 곳은 없다. 지나온 골목은 뒤에서 잊히고 눈앞의 골목은 몸을 꼬아 행인을 매혹한다.” P229

 

 

 

 

 

 

 

 

 

여행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줄도 있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어쩌면 가장 우선시 될것 같다. 작년 여행을 생각하면 끔찍한 몇몇의 날들이 떠오른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한없이 야박한 지인과 함께 방을 썼고, 그는 친한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다정했지만 그만큼 가혹한 말들을 쏟아냈다. 상처받을 저런 말들을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지. 그런 그녀의 동행으로 나는 작년 여행이 유쾌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 또한 나로 인해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고 힘들었겠지만.

 

그런 이유로 잘 모르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동행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과 만난다는 설렘과 함께 한다는 고통을 동시에 가지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의 말처럼 어쩔 때는 함께 동행 하는 이가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분명 짐이고 쓰지 않는 열쇠꾸러미처럼 매달린 모난 짜증일 테지만.

 

 

 

하지만 역시 여행의 끝은 결국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여행은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일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떠나고 나서야 내가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고 그리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알지만 계속 떠나는 이들의 마음은 무엇 때문일까. 일 년에 한 번씩 오랫동안 여행을 다녀본 결과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더 떠나봐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는 것처럼 나 또한 오랫동안 있었던 자리를 비워봐야 지금의 자리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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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11-0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골목에 대한 저 문장이 절묘하네요^^
재미있는 여행기 같아요.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