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요즘 오랜만에 일기를 꾸준하게 쓰고 있다. 그동안 일기는 한달에 한두번씩 혹은 쓰지 않은 달이 많았는데 보름이상 일기를 계속 쓰면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런 기회를 준것은 어느 한 친구의 모진 행동때문이었다. 그럴때 가장 필요 했던 책 읽기는 아주 작은 쉼을 만들어 줬다.

그때, 나를 위로 해 줬으면 좋았을 책들을 살펴본다.






 












1.


한때 개를 키웠던 나는 유독 반려 동물에 관련된 책을 좋아한다. 
우리집에서 키웠던 개는 5년동안 똑같은 사료를 먹었다. 맛 없다는 얘기도 없이 밥 그릇을 미뤄 놓는 일도 없이
식사 시간이 되면 밥그릇에 부어지는 사료를 너무 맛있게 먹었다. 그런 개를 우리가 끝까지 키우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가끔 죄스러워서 더이상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얘기도 이속에 있는것 같다. 




 














2. 소설, 때때로 맑음 


배우 이재룡이 아닌 프랑스 문학 평론가 이재룡 교수의 프랑스 문학 비평 에세이라고 한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딱히 프랑스 문학에 대한 흥미를 두지 않았던것 같다. 내가 좋아했던 프랑스는 그냥 파리, 낭만의 도시라고 하지만 막상 가보면 집시에게 도둑을 맞지 않기위해 몸을 사렸던 도시라서 정말 좋았다는 생각은 많이 못했었는데 다시 한번 가고 싶은 도시는 분명하다. 그 도시를 느낄 수 있는 프랑스의 문학 얘기는 꿀맛일듯하다.




 














3. 가능한 꿈의 공간들 _ 듀나 에세이 


나는 이 작가의 이름이 정말 이영수인지도 의심스럽다. 씨네 21 창간호부터 읽어온 나로서는 듀나의 존재가 때로는 반갑고 때로는 열불나고 (나랑 의견이 너무 다를때) 때로는 애잔한 그런 존재라고 생각되다가 그가 쓴 소설을 한권 읽고 더 궁금해졌다. 대체, 당신은 누구 십니까? 에세이라고 하니 그를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4. 어쩐지 그 말은 좀 외로웠습니다. 


제목을 읽는 순간 가슴이 막혔다. 요즘같은 날들에 내가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 나는 그간 외로웠던 며칠들을 위로 받을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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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3-12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일기를 쓰시는군요.^^
전 자주는 아니더라도 아주 가끔씩 일기는 쓰는데 귀찮을 때도 있어요.^^;;;

감기조심하시고 편안하고 좋은 하루되세요.^^

오후즈음 2015-03-18 00:21   좋아요 0 | URL
일기를 자주 쓰려고 노력하는데, 이게 또 이렇게 밀리면 한도끝도 없이 게을러지네요 ㅠㅠ
 

 

 

 

 

 

 

 

 

 

언젠가는 가고 싶은 여행이 있어서 책을 샀지만 요즘은 발권이 끝나면 책을 사게 된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 관련된 책 한권은 3년 전에 사 놓았지만 결국 스페인을 가지 못했다. 파리를 갔다 오고 나서 너무 흥분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책을 사 놓고 고민을 하다가 터키를 다녀왔으니 스페인은 나와 아직 가까워 지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올해는 스페인을 가야겠지? 라는 여행 동지들과 함께 생각하면서 머릿속에 떠 올렸던 나라, 스페인.

 

 

 

세계유산이 가장 많은 나라 1위이지만 그만큼 소매치가 많은 나라이며, 어느 도시든 소매치기가 없는 곳이 없다니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으면서 다닐 나라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며, 인종차별을 좀 받은 분들도 많다고 하고...그간 유럽에 다녀왔던 나라에서는 사실 그런 인종차별은 느끼지 못하다가 파리에서 살짝 경험해서 매우 불쾌한 기분을 잘 알기에 진짜 스페인을 가야 할까? 생각해 봤지만 역시, 가기로 했다.

이미 한 달 전에 발권은 끝났고 도시 이동이 많아 저가 항공과 렌페 기차도 예매는 끝났으니 떠나면 된다. 몇 달 남아서 여행 계획을 세우기 위한 시간만 남았다.

 

 

 

어쩌면 여행을 떠날 때보다 지금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 아닐까. 소풍 가기 전날 가장 들뜬 마음으로 잠이 들었던 것처럼 도시들을 탐색하면서 정말 내가 이곳에 가는 것인가 생각하면서 마음이 붕 떠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 막상 여행가면 좋기는 한데 참, 힘들다. 하지만 여행은 또 다녀와서 사진으로 보는 그 감상의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이제, 두근 거리는 마음을 좀 적어 놓아야 겠다. 여행을 떠나기전, 그리고 다시 다녀와서 나의 마음의 두근 거림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다섯권의 책중에 유일하게 소설책인 스페인 기행은 소설가가 다녀온 그곳의 감성을 읽어 보고 싶어서 선택한 책


무엇보다, 이 책은 카잔차키스의 책이 아니던가.

마치 조르바가 스페인을 여행을 하는 느낌이라면, 얼마나 남성적일지.




두근 두근한 날들이 울먹였던 지난 며칠의 우울을 좀 달래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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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2-28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계획을 세우시는 모습 부럽습니다 역시 책과 함께 하시는 모습이라 더욱이 부럽네요 ㅎ 다녀오시면 소식 들려주세요^~^

오후즈음 2015-03-02 14:30   좋아요 0 | URL
넵. 아직 출발이 3개월 남았지만 천천히 준비하고 멋진 사진이랑 함께 보여 드릴게요 :)

blanca 2015-03-0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스페인 여행에 대한 꿈이 있어요. 파리 경험은 저는 못가봤지만 갔다온 지인들이 다들 어떤 불편한 시선을 얘기하더라고요. 즐거운 여행 후기 고대해 봅니다.

오후즈음 2015-03-02 14:31   좋아요 0 | URL
아직 3개월 남았지만 책을 사니 당장이라도 갈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여튼...소매치기 당하지 않고 잘...다녀 와야 할텐데요..

수이 2015-03-0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 저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_ 여행 다녀오시면 아 그 전에 저렇게 관련 서적도 읽으시고 멋지십니다.

오후즈음 2015-03-02 14:31   좋아요 0 | URL
그간 여러번 여행을 갔지만 이번만큼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모으는 것이 첨이라서 걱정이 됩니다.
잘 추려서 가야 할텐데 말이죠. ㅋㅋ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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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일본 드라마 제목을 두고 친구와 얘기 한적이 있다. 제목이 SOS였는데 Strawberry On The Shortcake . 어떤 것을 먹을 때 아끼는 것을 먼저 먹을 것인, 아끼는 것은 나중에 먹을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었는데 나는 아끼는 것은 나중에 먹는 편이다. 맛이 없는 것은 먼저 먹고 맛있는 것은 나중에 음미하며 먹는 편이어서 그런지 인터넷에 연재되고 있는 소설을 먼저 만나보는 일을 즐기지 않는다.


공지영의 에세이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또한 한겨레에 들락거리며 기사를 읽을 때도 슬쩍 지나쳐 읽고 잘 읽지 않았다.

일부러 남겨 놓은 딸기케이크위에의 딸기를 마지막까지 잘 지키며 먹는 것처럼 이렇게 옹골지게 한권의 책으로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즐거운 나의 집>에서 나는 제제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위녕과 둥빈보다 제제에게 더 마음이 갔고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서 또한 제제의 에피소드에서 가장 즐겁고 흥미로웠다.


피자 조각 하나라도 더 먹기 위해 애쓰고 뭐든 형과 누나가 오기 전에 자신의 몫보다 훨씬더 많이 먹어버리는 막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왜 좋아한다는 말을 하라고 하니 제제의 답이 기막히다.


딸 : 사귀자고 해봐.

막내 : 그런데 내가 그런 말 했는데 걔가 난 다른 남자가 좋아, 그러면 어떡해?

딸: 그게 무슨 문제야? 네가 좋으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고 용기를 내야지.

막내 : (갑자기 생각에 잠기다가) 이제는 다른 반이라 잘 만날 수도 없고...(시무룩하게) 걔가 만일 나를 좋아한다면 목걸이를 받고 나서 내게 더 잘해주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만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한다면 그냥 그걸 인정해서 놔 두고 보내주는게 도리잖아.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제제가 너무 사랑스럽다. 한번은 큰 딸 위녕이 한번은 장남 둥빈이 또 한 번은 제제가 유명한 엄마 공지영을 속을 새까맣게 태워 놓아도 이렇게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글을 써 줄 수 있는 글감을 계속해서 준다면 우리는 둥빈과 위녕, 제제에게 더 엄마를 못살게 굴어 달라고 해야 하는것 아닐까?


작가 공지영은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작가지만 안티팬 또한 많은 작가로 알고 있다. 그런 그녀가 말하는 가슴에도 근육이 있어 탄력을 가지게 한다는 말처럼 인생의 아픔을 견디며 살면서 눈물도 흘리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어떤이가 말했다는 순교보다 더 위대한 일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한 말 한마디 하는 것은 고단한 삶에 필요하지만 정작 본인은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인색한 현실의 삶속에서 공지영의 친구들 같은 사람들이 내게도 필요할 때가 많다.

그녀의 얘기 속에 등장하는 오토바이를 타는 강원도의 힘을 자랑하는 지인도 너무 부럽고 그녀와 아픔을 나누었던 친구들도 그리고 그녀가 봉사가고 있는 교도소에서 그녀를 응원해주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부러울 뿐이다.


우리에게 사소한 너무나 사소해서 깃털 같은 얘기로 우리는 가슴 무겁게 담아서 느낄 수 있는 얘기들이 더 쏟아지길 바란다. 간혹 제제의 사랑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 사소한 얘기에 공감하고 감동받고 쓰린 하루를 위로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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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웨잇...
제이슨 지음 / 새만화책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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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이 책을 읽었을까.

읽고 나서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섯 컷 만화의 힘이란 대단하다.


노르웨이의 작가 제이슨의 여섯 컷 만화로 이뤄진 <헤이, 웨잇>은 표지 말고는 그 어떤 컬러도 요즘 만화책에서 많이 보이는 톤도 붙여있지 않는 아날로그식 만화다. 오로지 검은색과 흰 바탕의 여백으로 이미지들이 움직이고 살아난다. 아다치 마치루가 여백속에 보이는 잔잔한 의미를 전해 준다면 제이슨의 <헤이 웨잇>은 점프컷을 함께하는 여백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픔을 표현하기 위한 여섯컷의 암흑으로 표현 한다거나 긴 공백을 나타내기 위해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여섯컷을 보여주며 상황으로 모든것을 전달한다. 흘려서 휘리릭 읽는다면 절대 작가가 의미를 주기위핸 비워둔 그 한칸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제이슨이라는 작가는 의미 없이 보이는 여백의 한컷에도 모두 의미를 준  계산된 작가라고 봐야 하는것일까?


 

어린 시절 우리는 꿈을 간직하며 어른이 되길 기다린다. 물론 어떻게 어른이 되었는지 알 수도 없이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긴 하다. 그래도 분명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림을 그렸었고 장래희망을 썼었고 그렇게 공부도 했었지만 이십대가 지나고 삼십대가 되어도 아직 이게 내가 원했던 인생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어쨌든 내 인생은 기대와는 달랐어요. 내가 값을 치르는 건 당연하겠죠? 만약 내가 나쁜 사람이었다면...하지만 난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는데.” (p 61)


비욘과 욘은 단짝 친구다. 둘은 베트맨 클럽을 만들기로 했다. 클럽을 가입하기 위해서 테스트를 하기로 한다. 하던 도중 비욘은 나뭇가지가 부러져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혼자 남은 욘이 어른이 되고 죽은 비욘을 생각하고 그냥 그렇게 마흔이 되어 버린 자신이 발견하며 내 뱉은 이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 우리가 어떤 일을 당했을 때 꼭 이렇게 나를 위한 변명도 해야 하고 위로도 해야 하고 스스로를 안아줘야도 하구나 싶은 마음이었다.

 

만약 비욘이 아직 살아있었다면 욘은 그렇게 살고 있었을까? 역시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가는 인생이란 정답이 없고 어떤 정의도 내릴 수 없다. 가끔은 어떤 순간에 <잠깐만>이라고 욘처럼 외치고 싶지만 그것 또한 쉽게 멈춰지지 않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즐거웠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 실수 했던 순간들이 있겠지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돌이키고 싶은 마음으로 <잠깐만>이라고 외치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은 순간들을 태엽을 감은 시계를 풀어 버리고 싶을 때가 어디 인생에 한두 번일까. 악몽을 꾸듯 비욘이 잡고 흔들었던 나뭇가지를 떠올리는 욘처럼 누군가 잡고 흔들었던 그런 부러진 순간들이 있으니 더욱 간절한 외침이다. <헤이, 웨잇>


좋아하는 신일숙 만화가의 한 대사중에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라고 하지 않았나. 예측 할 수 없는 삶 속에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것 아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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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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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산티아고로 향하는 하나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모두가 나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이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각자 다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무엇이 최선이고 무엇이 가장 진정하다고 누가 말할 것인가. (158P)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딱 10가지만 적어보라고 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산티아고를 걷는 일을 적을 것이다. 독실한 크리스찬도 순례자도 아닌 종교와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오로지 800Km에 달하는 길을 걷고 싶을 뿐이다.


아직 주변에 산티아고를 다녀 온 사람이 없지만 우연하게 여행기 책을 계속 읽게 되고 있는 즈음에 만나게 된 김남희씨의 여행기속에서 산티아고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좀더 마음에 와 닿았다.


작년에 제주도 올레 길을 처음 혼자 걸으면서 생각이 더 들었던 길은 산티아고였다. 아, 지금처럼 내가 산티아고를 걸을 수 있을까. 그 속에서 나는 뭘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처음 제주도 올레 길에 가기로 하고 짐을 꾸리고 도착해 혼자 게스트 하우스 침대에 누워 혼자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아 비행기만 있다면 다시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자도 산티아고로 가기위해 처음 알베르게에 갔을 때 느꼈던 그 순간의 후회가 너무도 절실하게 공감이 됐다. 나도 정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자고 일어나 아침 안개를 맞이하며 걸었던 한 코스의 시작과 끝을 하고나서 어제 집으로 가지 않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함께하면 더 즐겁지만 혼자가 주는 여운은 더 깊은 맛이 있다. 여럿이 함께 걸었던 길보다 혼자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타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여행 중에 만나는 이들과의 교류는 즐겁기는 하다. ‘베드 호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마틴을 만났던 일 (물론 나중에 좀 짜증이 났었지만 그래도 난 그를 이해하겠더라는..) , 처음에는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했던 영적인 여행을 꿈꾸는 애런 그리고 자신들을 수호천사라고 말하는 조와 조지. 마지막 눈물이 날만큼 나도 좋았던 마농과 다시 산티아고에서 만나 조우했던 모습의 순간. 사려 깊은 베아르를 혼자만 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베아르가 말했던 말처럼 산티아고로 향하는 카미노 (길을 뜻한다.)에서는 딱 세 개 밖에 걱정할 일이 없다. 어디까지 걷고 어디서 잠을 자고 뭘 먹을 것인가 하는 단순한 세 개 걱정이면 카미노에서의 걱정은 더 이상 없다. 이렇게 세상을 사는데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 까 싶을 만큼 그녀의 그 말에 웃음이 나던지.


여행을 준비하기위해 이 책을 읽는다면 많은 도움을 받기는 힘들 것 같다. 저자 김희경의 산티아고는 그녀의 여행기에 충실한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정리해 나가는 여행기다. 작가는 남동생을 잃고 그 공허한 마음에 여행을 결정하고 떠났고 그 남동생의 사진을 놓고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고 목 놓아 울며 길을 걸으며 동생의 이름을 부르는 부분에서 나도 한참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산티아고에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길 위에 놓여있고 모든 근심은 가벼운 웃음으로 깨어지고 국적을 뛰어넘는 교감과 소통이 있는 산티아고로 가기위해 걸어가는 것이지 않을까. 


낯선이의 친절로 하루하루를 이어갈 수 있는 카미노.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로 끝이 나는 카미노의 긴 여정에 언제쯤 기차에 올라 시작을 알릴 수 있을까. 떠 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벌써 가슴이 뛴다. 순례자를 알리는 조개껍질이 배낭에 달려 있는 것만 같다.


세라피 루트(Therapy Route)'라고 불리는 산티아고의 카미노.

한쪽 방향을 향해 800키로미터가량을 걸어가는, 안전하고 단순한 길.

길을 헤맬 걱정도, 내일은 어디에 갈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배낭을 메고 걸어갈 체력만 있으면 그저 화살표를 따라 쭉 걱기만 하면 되는 길.

모두들 끊임없이 흔들리면서 자기 길을 걷고 있다. (작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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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8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15-03-02 14:29   좋아요 0 | URL
산티아고에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구요.
저자의 동생 얘기에서는 정말 눈물이 ㅠㅠ 감동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