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일본 드라마 제목을 두고 친구와 얘기 한적이 있다. 제목이 SOS였는데 Strawberry On The Shortcake . 어떤 것을 먹을 때 아끼는 것을 먼저 먹을 것인, 아끼는 것은 나중에 먹을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었는데 나는 아끼는 것은 나중에 먹는 편이다. 맛이 없는 것은 먼저 먹고 맛있는 것은 나중에 음미하며 먹는 편이어서 그런지 인터넷에 연재되고 있는 소설을 먼저 만나보는 일을 즐기지 않는다.


공지영의 에세이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또한 한겨레에 들락거리며 기사를 읽을 때도 슬쩍 지나쳐 읽고 잘 읽지 않았다.

일부러 남겨 놓은 딸기케이크위에의 딸기를 마지막까지 잘 지키며 먹는 것처럼 이렇게 옹골지게 한권의 책으로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즐거운 나의 집>에서 나는 제제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위녕과 둥빈보다 제제에게 더 마음이 갔고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서 또한 제제의 에피소드에서 가장 즐겁고 흥미로웠다.


피자 조각 하나라도 더 먹기 위해 애쓰고 뭐든 형과 누나가 오기 전에 자신의 몫보다 훨씬더 많이 먹어버리는 막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왜 좋아한다는 말을 하라고 하니 제제의 답이 기막히다.


딸 : 사귀자고 해봐.

막내 : 그런데 내가 그런 말 했는데 걔가 난 다른 남자가 좋아, 그러면 어떡해?

딸: 그게 무슨 문제야? 네가 좋으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고 용기를 내야지.

막내 : (갑자기 생각에 잠기다가) 이제는 다른 반이라 잘 만날 수도 없고...(시무룩하게) 걔가 만일 나를 좋아한다면 목걸이를 받고 나서 내게 더 잘해주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만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한다면 그냥 그걸 인정해서 놔 두고 보내주는게 도리잖아.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제제가 너무 사랑스럽다. 한번은 큰 딸 위녕이 한번은 장남 둥빈이 또 한 번은 제제가 유명한 엄마 공지영을 속을 새까맣게 태워 놓아도 이렇게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글을 써 줄 수 있는 글감을 계속해서 준다면 우리는 둥빈과 위녕, 제제에게 더 엄마를 못살게 굴어 달라고 해야 하는것 아닐까?


작가 공지영은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작가지만 안티팬 또한 많은 작가로 알고 있다. 그런 그녀가 말하는 가슴에도 근육이 있어 탄력을 가지게 한다는 말처럼 인생의 아픔을 견디며 살면서 눈물도 흘리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어떤이가 말했다는 순교보다 더 위대한 일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한 말 한마디 하는 것은 고단한 삶에 필요하지만 정작 본인은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인색한 현실의 삶속에서 공지영의 친구들 같은 사람들이 내게도 필요할 때가 많다.

그녀의 얘기 속에 등장하는 오토바이를 타는 강원도의 힘을 자랑하는 지인도 너무 부럽고 그녀와 아픔을 나누었던 친구들도 그리고 그녀가 봉사가고 있는 교도소에서 그녀를 응원해주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부러울 뿐이다.


우리에게 사소한 너무나 사소해서 깃털 같은 얘기로 우리는 가슴 무겁게 담아서 느낄 수 있는 얘기들이 더 쏟아지길 바란다. 간혹 제제의 사랑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 사소한 얘기에 공감하고 감동받고 쓰린 하루를 위로 받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