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웨잇...
제이슨 지음 / 새만화책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어쩌자고 이 책을 읽었을까.

읽고 나서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섯 컷 만화의 힘이란 대단하다.


노르웨이의 작가 제이슨의 여섯 컷 만화로 이뤄진 <헤이, 웨잇>은 표지 말고는 그 어떤 컬러도 요즘 만화책에서 많이 보이는 톤도 붙여있지 않는 아날로그식 만화다. 오로지 검은색과 흰 바탕의 여백으로 이미지들이 움직이고 살아난다. 아다치 마치루가 여백속에 보이는 잔잔한 의미를 전해 준다면 제이슨의 <헤이 웨잇>은 점프컷을 함께하는 여백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픔을 표현하기 위한 여섯컷의 암흑으로 표현 한다거나 긴 공백을 나타내기 위해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여섯컷을 보여주며 상황으로 모든것을 전달한다. 흘려서 휘리릭 읽는다면 절대 작가가 의미를 주기위핸 비워둔 그 한칸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제이슨이라는 작가는 의미 없이 보이는 여백의 한컷에도 모두 의미를 준  계산된 작가라고 봐야 하는것일까?


 

어린 시절 우리는 꿈을 간직하며 어른이 되길 기다린다. 물론 어떻게 어른이 되었는지 알 수도 없이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긴 하다. 그래도 분명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림을 그렸었고 장래희망을 썼었고 그렇게 공부도 했었지만 이십대가 지나고 삼십대가 되어도 아직 이게 내가 원했던 인생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어쨌든 내 인생은 기대와는 달랐어요. 내가 값을 치르는 건 당연하겠죠? 만약 내가 나쁜 사람이었다면...하지만 난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는데.” (p 61)


비욘과 욘은 단짝 친구다. 둘은 베트맨 클럽을 만들기로 했다. 클럽을 가입하기 위해서 테스트를 하기로 한다. 하던 도중 비욘은 나뭇가지가 부러져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혼자 남은 욘이 어른이 되고 죽은 비욘을 생각하고 그냥 그렇게 마흔이 되어 버린 자신이 발견하며 내 뱉은 이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 우리가 어떤 일을 당했을 때 꼭 이렇게 나를 위한 변명도 해야 하고 위로도 해야 하고 스스로를 안아줘야도 하구나 싶은 마음이었다.

 

만약 비욘이 아직 살아있었다면 욘은 그렇게 살고 있었을까? 역시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가는 인생이란 정답이 없고 어떤 정의도 내릴 수 없다. 가끔은 어떤 순간에 <잠깐만>이라고 욘처럼 외치고 싶지만 그것 또한 쉽게 멈춰지지 않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즐거웠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 실수 했던 순간들이 있겠지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돌이키고 싶은 마음으로 <잠깐만>이라고 외치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은 순간들을 태엽을 감은 시계를 풀어 버리고 싶을 때가 어디 인생에 한두 번일까. 악몽을 꾸듯 비욘이 잡고 흔들었던 나뭇가지를 떠올리는 욘처럼 누군가 잡고 흔들었던 그런 부러진 순간들이 있으니 더욱 간절한 외침이다. <헤이, 웨잇>


좋아하는 신일숙 만화가의 한 대사중에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라고 하지 않았나. 예측 할 수 없는 삶 속에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것 아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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