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 신현림 시인의 흔들리는 청춘들을 위한 힐링 응원 에세이
신현림 지음 / 예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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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쓴 일기를 아직 가지고 있다. 가끔 읽을 여유도 없지만 오래전 일기를 들춰보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들지 않는다. 이유는 오랜 일기를 읽고 나면 지금의 내 모습이 많이 우울하기 때문이다. 분명 일기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대단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쓴 부분을 너무 많이 읽어 봤기 때문이다. 어떤 나이가 되면 정말로 그런 직업을 하고 있을 것 같았던 유년시절의 일기는 더욱 서글픈 현실에 서글퍼지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일기라도 들춰보고 나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후끈 달아오르는 빈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가끔, 아주 가끔 보고 싶기도 하다.

 

 

<내 서른 살은 어디로 갔나>의 개정판인 <서른,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인 이 책이 오랜 나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나이에 관련된 책들이 참 많이 나온다. 마흔엔 어떤 삶을 살아라, 스무 살은 이것부터 해라, 특히 서른에 관련된 책이 참 많다. 그런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 그때만 고쳐지고 좀처럼 삶이 나아지지 않는 느낌이 참 많이 든다. 하지만 이런 나이 관련 에세이를 읽으면 저자도 나처럼 뭔가 부족한 인간이며 같은 위로를 해 줄 수 있는 경우들에 위안이 된다. 비록 지나버린 나의 스무 살이지만 그렇게 살지 못했어도 어쩔 수 없는 과거이니 안타까워하지 말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읽을 때 뿐이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내 나의 일기장이나 혹은 내 친구의 얘기를 다시 듣는 것같아 얇은 이 파란 표지의 책이 너무 즐거웠다.

 

 

신현림 시인을 알게 됐던 <세기말 블루스>라는 시집을 통해 그녀가 대학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알고 나서 나는 그녀의 지루한 그 시간이 안쓰럽다가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이런 시들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그녀처럼 문학이라는 공간에서 마음을 쉽게 놓이지 못하며 살았고 글을 쓰며 먹고 사는 일이 녹녹치 않은 일당직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더 고단한 삶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그런 그녀에게 닥쳐오는 나이마다의 고비, 즉 스무살 때는 이렇게, 서른에는 이런 삶이 나의 모토가 되어 행복한 자아를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수학공식처럼 정확한 정답을 만들어내지 못할 때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 당시 세상은 그토록 푸르고 아름다운데 나만 홀로 천천히 죽어가는 느낌이었다. 주체하기 힘든 인생을 어쩌지 못해 늘 불안했다. 서른 살이 오는 것이 무서웠다.” P26

 

 

 

생각해보니 나는 서른 살을 너무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시간을 보냈다. 스무 살 후반에 뭔가 이뤄져야 할 인생이 있어 보람찰 것 같지만 삼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가 시와 머리끄덩이 싸움을 했을 작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도 내가 원하는 글쓰기가 어느 목표 지점에 닿아 돈을 많이 벌고 명예도 가진 대단한 작가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지 못한 나의 서른이 그냥 시시했던 것 같다. 시시한 서른을 맞이하고 한참 지나 저자의 글을 보니 나는 나의 나이에 너무 감각 없는 삶이었다는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녀는 시를 쓰기위해 고민했고 고통스러웠다. 그것 때문에 수년 동안 불면증을 앓았고 그것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았었다. 그리고 원하는 시인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며 책을 읽고 자신을 다듬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적은 돈으로 행복해하며 추운 다락방 생활을 견뎌내었다. 그녀의 에세이를 읽지 않았어도 나는 그녀의 몇 편의 시를 통해 그녀가 지나온 질척한 땅의 습도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그녀의 부단한 노력의 일기장을 훔쳐보며 나는 나의 지난 스무 살을 반성했다. 아마도 누군들 이 책을 읽으면 말랑하기 만한 지난날이 우울할 수 있을 것이다. 단단하게 그 시절을 보냈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생각해 본들 다 부질없는 짓이다. 나는 지금의 나도 아주 나쁜 삶은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시절 노력하지 못한 시절을 자책하거나 후회하는 일로 지금의 현재의 시간을 쏟아버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녀처럼 나는 왜 그때 그토록 고민이 없었을까 생각해 봤지만 역시, 나의 그 시절 일기에도 그때만큼의 무게로 고민이 실려 있기는 했다. 단지 내가 그녀처럼 불면증에 걸릴 만큼 자신을 더 가혹하게 다그치지 않았다는 것이 후회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아무도 지금의 나를 탓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그 고민에 나의 고민을 더해 우리, 그 시절 참 삶에 애절했다고 느끼면 되는 것이다.

 

 

그녀의 첫 번째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가 처음에 성공을 했다면 그녀는 단단한 껍질을 하나 가지고 있었을까. 물론 그런 껍질 따위 필요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인생을 견뎌줄 성공을 원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녀가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이런 시련의 나이테를 하나 더 가졌기 때문이라고 나를 위해서 위로 삼고 싶다.

 

 

뭐든 순박하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설득당하다 좌절당하느니 저지르고 용서받는 게 낫다는 그녀의 사고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추운 다락방 시절을 견디며 살 수 있었고, 그녀가 시인이자 사진작가의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명은 그녀의 저지르는 성격이 부럽기만 하다. 가끔 정말 용감한 사람들에 대해 진정한 “용자”라고 하는데, 어쩌면 그녀가 시인에서 사진작가로 거듭나는 생활을 해 왔던 것, 그리고 그녀가 싱글맘으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그녀는 진정한 용자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것 또한 그녀가 많이 아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그녀라고 아픔이 많았으니 다음에 찾아오는 아픔이 아무것도 아닌 그런 사람일까.

 

 

“ 사람의 외로움은 사람만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리라. 외로움의 한계를 넘어야 영혼의 눈이 뜨이고, 더 큰 사랑을 만날 수 있으리라.” P 54

 

 

 

에스프레소 같은 외로움의 엑기스를 만나봐야 나를 놓아주거나 던져줄, 혹은 가혹한 서러움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그녀의 이 말에 나는 한참을 멈춰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그녀의 삶의 한 단면이 살짝 떠올랐다가 나의 오랜 고독을 함께 마주하며 앉은 느낌이다. 고독의 속살을 다 보고 다 알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쓸쓸해하고, 그리워하는 행위를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단계까지 오르려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더 보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였는지 그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에서는 웃음도 났다가 눈물이 맺혔다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녀의 마음을 읽는다. 그녀가 만든 질문들은 한번쯤 우리가 누군가에게 던졌던 질문들이고 들었던 대답들이다. 그때 그런 대답을 들었을 때 고작 그런 대답 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그때의 상황을 외로워했었지만 지금은 그 대답들이 적절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도 그런 경험을 했고, 나이가 그렇게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글쓰기는 정말 신나는 일이다. 폭우 끝에 떠오른 뽀송뽀송하고 보드라운 태양을 느끼는 일 같다. 모든 사건과 모든 감정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글쓰기. 내 자신의 존재감이 커지는 치유의 글쓰기.” P149

 

 

시가 그녀에게 없었다면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용기 있는 그녀이니, 분명 다른 모습으로 살았겠지만 나는 지금의 신현림을 더 좋아했을 것 같다. 그녀에게 글쓰기가 없었다면 그녀는 그녀가 아닐 것이다. 그만큼 글쓰기는 그녀와 닮아 있다. 그런 그녀에게 글쓰기처럼 나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서 뭔가 이렇게 즐겁게 맞이하며 해 온 일들이 뭐가 있을까 많이 고민을 하게 됐다. 분명 그녀처럼 나에게도 글쓰기가 참 즐거웠던 때가 있었는데 그것이 사라져버린 그 시절에 나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람이 변화하기 힘든 이유는 과거를 정리 못하고, 버리지 못하고, 애쓰지도 않으면서 매달리는 꿈들 때문이다.” P172

 

 

[섹스 앤더 시티]의 몇 시즌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캐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닻을 빨리 거둬야 한다고 얘기했었다. 그래야 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인생의 닻을 거두어 나아가야 한다는 말에 그동안 보았던 회들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레이션이었다. 과거를 버려야 하지만 저지른 실수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기도로 모든 실수와 잘못을 삭제버튼 누르면 안 되는 것이다. 어쩜 우리는 너무 많은 변명으로 과거를 대신하며 지금을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오랜 시절을 꿈을 얘기만 할 뿐 그것을 다시 한 번 도전하기위해 애써 본적이 없다. 물론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았던 적이 훨씬 많았었다. 내가 그토록 매달리고 있는 그 꿈이 나를 얼마큼 성장시키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스무 살의 불면증처럼 서른이 넘은 내가 고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보니 생각만큼 내가 원하는 꿈은 아주 큰 것은 아니었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에게로 다시 돌아가는 꿈을 꿔본다. 신현림이 자신이 지나온 서른 살을 다시 돌이켜 보며 쓴 이 책을 통해 나는 처음 초반에 그녀가 쓴 이십대의 글이 풋풋하지만 서른을 넘기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쓴 후반부의 글이 훨씬 좋다. 그녀가 꿈꿨던 자신의 그리운 시절로 돌아갔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나에게도 있었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성숙한 자아를 만날 수 있을까.

 

없더라도 나는 그때, 눈물을 흘리며 공모전에 떨어져 일기를 썼던 나를 만나고 싶다. 그때 못해줬던 얘기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외로운 시간을 견디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는 것을 지금은 살짝 알겠으니 그때 나에게로 돌아간다면 다독이며 위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흘러가니 지금도 마음의 우물에 너무 많은 물을 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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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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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읽다가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쉽게 책을 놓지 못했던 이유는 책 내용 때문에도 있지만 작가의 노련한 캐릭터를 뽑아내는 솜씨에도 있다. 하지만 역시 이 책의 가장 섬뜩한 것은 아동 성폭력이 주된 사건 배경이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아동 성폭력에 대한 뉴스는 멈추지 않는 것 같다. 점점 더 많은 기사거리들이 나오고 요즘 같은 세상에 예쁜 딸을 키운 다는 것이 얼마나 험준하고 힘들까 걱정이 앞선다. 몇 년 전 [테이크]라는 영화를 보고 온 팀장님은 딸만 셋을 키우셨던 분이셨는데 그날 와이프와 함께 심야 영화를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고 한다. 이런 험악한 세상에 딸을 곱게 키워 내는 것이 아빠로, 그들을 지키는 가장으로 너무 무서워서 그날 밤 집에 들어가 아이들이 누워 있는 방을 들락거렸다는 얘기에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또한 유명한 누구누구의 어린 소녀들의 성범죄 얘기들이 있지 않나. 그런 얘기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돌고, 앞으로 그 어여쁘고 귀여운 아이들이 남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턱 막힌다. 공지영의 [도가니]를 통해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을 분노를 사게 했던 그 얘기 또한 얼마나 끔찍하고 가슴 아린 현실이란 말인가. 그런 일들을 죄의식 없이 행하는 그들의 뇌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 졌단 말인가. 화가 나고, 속상하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다룬 책은 쉽게 책장도 넘기지 못하고 다 읽고 나면 그날은 많이 울적하다. 분명 스피드하게 읽었고 재미난 표현도 참 많았지만 아동 성범죄를 지은 한명의 인간이 아니라 단체로 움직여 그것을 동영상으로 찍고 팔아 부를 축적한다는 무리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세상이 무서울 뿐이다.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들을 중간에 몇 권 못 읽었다가 여섯 번째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사악한 늑대]는 위에 언급한 끔찍한 아동 성범죄를 다룬 소설이다. 그녀의 스피드 한 진행이 마음에 들지만 역시, 너무 많은 인물들이 나오니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연결 고리를 엮어 나가서 인물들을 찾아내는 과정이 살짝 혼동이 오긴 하더라. 물론 작가가 인물 하나를 만들 때 그냥 만들어 내는 인물이 없겠지만 (사연 없는 묘지 없듯이) 조금만 줄여서 남겨진 인물들을 응집해 준다면 참 고맙겠다.

 

 

그동안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참 즐겁고 스릴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그녀가 잡은 무거운 소재와 주제 의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설을 통해 우리가 쉽게 잊힐 그런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줬으면 좋겠는데 배경이 그래서 그런지, 현실감이 살짝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문득 피아가 좋아했던 크리스토프의 이유들이 떠오른다. 함께 대화할 수도 있지만 함께 침묵할 수 있어 좋아했던 그와 잘 되길 바랐는데, 요것도 좀 아쉽고 피아의 아픈 과거와 로맨스가 다소 뜬금없이 찾아오는 것인가 했지만 역시 독자들에게 한 페이지 숨고르기를 하며 웃으며 읽을 타이밍이 있어 좋았다. 역시 작가가 고생한 만큼 작품이 나온다고 하면 다른 이전의 작품들에 대한 누가 될까. 피아가 경찰관이 되고자 했던 과거는 역시 이 책 내용을 위한 전조였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엠마가 두 번째 아이는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키워 내길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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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 - 청춘의 오해와 착각을 깨는 질문과 답
윤성식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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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왜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린 시절 어린왕자를 몇 번씩 읽지 않았다면 아마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생각이 되지만 그것을 떠나 나이를 먹고 바쁜 시간을 쪼개 책을 꼼꼼하게 포스트잇까지 붙여가며 왜 읽고 있는 것일까.

 

 

책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겠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생각은 사실 사라지고 없다. 그저 사람과 섞여 사는 지금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둥글게 아주 조금 둥글게 살려고 책을 읽었던 경험이 훨씬 많다. 그래서 몇 년 전은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고 그것을 통해 나를 바꾸기 위해 애썼던 적도 있었지만 가지고 있는 성격이 많이 변하지 않으니 책을 통한 나 자신의 변화는 많이 없었다는 아주 솔직한 결론을 내 놓아야 할 것 같다.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는 이런 나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던 책이다. 그동안 어떤 지침을 내리면서 이렇게 하면 좋다. 성공하고 싶으면 혹은 너를 바꾸고 싶으면 이런 목록을 해나가야 한다고 나열한 문장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은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에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이 마치 꼭 서른을 맞이하는 20대 청춘을 위한 책 같지만 저자가 말하듯 꼭 그렇지만은 않다.

 

 

“3,40대는 중년과 청춘이 공존한다. 이미 상식적, 기계적 삶에 들어선 중년이 있는가 하면, 그런 삶 속에서도 마지막 일탈과 변화를 꿈꾸는 청춘도 있다.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3,40대 중년은 지나버린 청춘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 반면 아직 기회가 있다며 눈을 반짝이는 3,40대 청춘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젊음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 ” P91

 

 

 

책에도 이런 얘기들이 몇 번 등장하지만 늦었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 나이를 먹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지금 3,40대의 역할이 예전보다 훨씬 두드러지게 늘어났으며 그들의 변화가 더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아직 뭔가를 도전하기에 3,40대가 부담스러운 나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으니 이것 또한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 현실의 간극이 아직 와 닿지 않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얘기에 어느 정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청춘의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젊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는 내용에 나도 모르게 벅찬 눈물이 꽉차버렸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 인생이란 자기 몫의 삶에 오직 자기만의 행복, 가치, 의미를 그려내는 행위를 말한다고 한다면 그것을 영위하고 발전하기위해 시간을 투자하여 시행해야 할 것도 있고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저자의 말처럼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 놓아야한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중고등 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저 학교에서 말썽을 피우지 않고 공부하며 지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대학을 다니며 앞으로 사회에 나가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며 지낸 시간이 너무 짧아서 막상 사회에 나오니 내 인생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밑그림을 그리려고 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내가 원했던 직장을 통해 하고 싶은 일들을 좀 더 많이 하며 사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생각해보니 그것이 내가 원했던 인생의 마지막 그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내가 그려야 했던 밑그림은 아직 없었던 것이다. 책에서처럼 밑그림이 좀 더 세밀하고 완벽했다면 지금의 내가 달라져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난 버린 일이니 20대를 지나버린 지금 청춘의 끝자락을 붙들고만 싶다.

 

 

“ 무슨 일이든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오히려 스스로를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쉽게 지치게 만든다. 오로지 정상만을 바라보며 기쁜 숨을 내쉬면서 산에 오르는 것과 담담히 한발 한발 산에 오르는 것은 같지 않다. 묵묵히 산을 즐기며 쉬지 않고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해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P68

 

 

그동안 남들보다 훨씬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기장에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자는 글은 많이 써 놓은 것을 발견했었다. 블로그를 통해서도 지금보다 더 노력하지고 했지만 실상은 노력도 하지 않았고 실천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문장을 통해 내가 치열하게 살아가려고 했던 그 일들이 정말 그렇게 노력하고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일이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지는 않겠지만 내가 늘 고민했던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그것이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리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처음부터 그런 얘기를 했었다.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잘 그려진 밑그림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는가. 그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스펙만을 원하고 있지는 않던가. 그것이 진짜 원하는 것일까 내게 계속 의문점을 던진다.

이 책이 마음이 드는 부분은 이런 의문점을 아주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일화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인생을 원하는 것을 얻으며 마음 아프지 않고 즐겁게 살아갈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인 내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자기애를 강하게 키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자아가 너무 강해 결국 나만 생각하는 이지적인 사람을 만들고 주변 사람들과 간극을 만들어 결국 외로운 모습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시 이 책에서도 어떤 행동을 해서 자신을 바꿔보라는 지시 목록이 있다.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드는 몇 개를 만났다.

 

 

1. 미루지 않는 연습

2. 주기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기

3. 주변을 항상 깨끗하게 정리하기(책상, 방등)

4. 가끔 규칙을 깨기

5. 억제력 연습 (화를 내고 참는 것이 아니라 화를 아예 내지 않는 연습)

6. 거절하는 연습 (마음이 약해서 거절할 일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유용)

 

 

“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때 행복할 수 있다.”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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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할때의 6개월은 참 길것 같지만 어느덧 시작앞에 끝이라는 단어가 존재한것 같아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동안 읽고 싶은 책들이 눈 앞에 놓여 있을때는 참 즐거웠다가 이런 책이 선정될 줄이야라는 책을 만났을때는

다 읽고 나서 내게 다가와줘서 참 반가웠던 책도 있었다.

 

나는 늘 헤어지는 사람들에게

"인연이 닿으면 악착같이 만나자"는 말을 하며 헤어지곤 했다.

인연이 닿았던 나의 그 책들, 또 읽고 또 읽어 악착같이 나와 있어주길 바란다.

 

총 12권의 책중에 5권의 나만의 베스트를 뽑아 본다.

 

1.

 

 

 

 

 

 

 

 

 

 

 

 

 

여행을 좋아는 나에게는 이 책은 정말 즐거웠던 책이었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여행지를 따라가보는 것은 더욱 즐거웠다.

그들이 선택한 여행지중에 내가 갔다 온곳은 몇곳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나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여행지를 아직 가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나도 그들이 했던 그 곳을 따라가고 싶다.

 

2. 

 

 

 

 

 

 

 

 

 

 

 

 

소문을 많이 들었던 책이었다.

책속에 나와있는 작품 하나하나 소장하고 싶은 생각에 욕심이 났다.

그리고 작가가 그 작품을 통해 말하는 그 작은 얘기들에 귀 기울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만났던 가장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3. 

 

 

 

 

 

 

 

 

 

 

 

 

 

 

 

보통 나는 누군가 읽은 책 목록을 만들어 놓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저자의 소소한 책 선택과 소위 나 이런 책 읽었어 이런 잘난척이 없는 책이라서 좋았다. 정말로 내가 좀더 젊을때 만났다면 참 좋았을 책이다.

 

4.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책.

그의 여행이 너무 부러워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인가 블로그까지 들어가 봤던 책이었다.

사람이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이 어떤 것일까 많은 생각을 했던 책이라서 올해 계획중인 여행은 분명 저자처럼 감성 가득한 여행기를 써 보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5

 

 

 

 

 

 

 

 

 

 

 

 

 

 

 

 

 

 

이런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저씨가 있을까.

소설만 읽다가 에세이를 만났을때의 즐거움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의 에세이를 계속 읽고 싶은 이유는 그의 그 귀엽고 즐거운 시간을 계속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5권의 책중에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책은

 

 

 

 

 

 

 

 

 

 

 

 

요 책이었다.

 

생각만해도 흐믓한 웃음이 돋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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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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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쓸까?”가 아닐까. 소재의 고민과 당장 내일 쓸 어떤 내용이 없어 고민을 할 텐데 하루키 아저씨는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없다고 하신다. 이런 부러움이 가득한 그의 에세이를 어떻게 읽어 나갈까. 그리고 그의 이런 자랑이 부러워 잘 읽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과 함께 소재 고민 없이 [앙앙]에 에세이를 연재를 하신다는 그의 얘기가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무라카미 하루키 라디오의 세 번째 책이다. 그간 [앙을 통해 연제된 책들을 예쁘게 묶여 나온 책인데 죄송하게도 앞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책을 아직 읽지 못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는 제목도 요상하고 재미있지만 전작의 책들 또한 제목이 발랄하다. 이제 60대 중반을 달리고 계시는 아저씨라면 뭔가 무게 있고 의미가 훨씬 많은 그런 책 제목을 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는 단언하거나 예측 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의 글과 그를 사랑하는 것일까.

 

 

그가 20대의 여성들이 주된 독자로 되어 있는 [앙앙]을 통해 연재하고 있는 이 에세이는 여자를 좋아하는 그가 얼마나 즐겁게 글을 쓰고 있는지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읽혀지지만, 역시 그는 글을 쓰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또한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글을 쓰는 작가라는 한 사람의 모습을 가장 자세히 알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낯을 많이 가리는 그는 말이 별로 없는 편이며, 편집자와 함께 작업을 할때도 부산스럽고 번거롭지 않게 커피만 시키며 앞에 과일 파르페를 시켜 놓은 편집자는 혹시 이런 상황에 저런 메뉴를 시키면 안 되는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행을 자주 다니는 그가 짐을 꾸리는 노하우의 한 면에 작년에 갔다 왔던 장지 유럽 여행에 나도 실행했던 한 부분이 있어서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장기 여행이며 여름이기 때문에 옷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행 짐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 고민했었는데 그때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이 낡은 속옷과 양말을 가져가는 일이었다. 운동화로 신발을 정했기 때문에 양말은 필수였는데 그때 매일 신을 양말을 빠는 일도 힘들고, 그렇다고 그 양말을 10일 이상 가지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해지고 낡은 양말을 가지고가서 그날 신고 버리고 왔다. 물론 속옷 몇 벌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낡은 셔츠나 티셔츠는 가지고 가지 않았다. 예쁘게 입고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그 부분은 패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숙소에서 입을 옷을 그렇게 정해서 돌아오는 날은 버리고 왔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고 생각이 나는 것이다. 여행지를 돌아다닐 때마다 늘어나는 선물과 물건 때문에 캐리어는 터지기 일보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소한 부분을 실행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레코드는 사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부분은 스노우돔을 보면 눈이 반짝이며 무거운 스노우돔을 몇 개를 사서 깨질까봐 좌불안석하며 귀국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육식보다 채소를 훨씬 좋아하는 하루키라니, 그의 식성이 이상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상하게도 일본인들은 채소를 훨씬 많이 먹는다는 생각이 있고, 하루키 역시 감자조림이나 우엉조림에 훨씬 맛있는 밥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의 채식 습관이 그냥, 그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많은 나라에서 살아 본적이 있는 그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을지는 글을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가 유명 작가라는 것보다 나는 그의 여행 이력을 훨씬 부러워한다. 어디서든 자유롭게 머물고 싶은 곳에서 머물며 살아갔을 그 시간이 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살아온 여행 작가가 아닌 전업 작가이지만 여전히 그의 글 속에는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있다. 그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채소와 고양이 그리고 그가 여행을 가면 꼭 사가지고 오는 레코드, 그것을 통해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이 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간혹 타인의 일상이 궁금하다고 생각된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는 있다. 그리고 매번 글을 쓰느라 고뇌와 번뇌, 괴로움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들이 생각만큼 그런 시간보다 훨씬 유쾌하고 재미있는 일상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그 놀라움은 우리와 다른 어떤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상상했던 어린 시절의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고 할까.

 

 

책 끝머리마다 그의 짤막한 궁금증과 얘기는 얇은 책의 이야기를 더 즐겁게 만든다. 다음 소재에 맞는 얘기 진행을 보며 마지막에 어떤 엉뚱한 얘기를 물어 보실까 궁금해 페이지 뒷장을 먼저 읽을 때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일본 작가들중 손가락에 꼽히는 그의 소설에 취했었다면 이제 그의 에세이에 취할 차례인 것 같다. 그가 이렇게 말랑말랑한 아저씨라고 생각을 누가 했을까. 하지만 그의 글 속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여러 번 읽고 나니 역시, 세월을 지나온 사람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느껴진다.

 

 

“ 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잘 풀리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른 것을 ‘자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꽤 복잡하다.” P 63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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