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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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읽다가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쉽게 책을 놓지 못했던 이유는 책 내용 때문에도 있지만 작가의 노련한 캐릭터를 뽑아내는 솜씨에도 있다. 하지만 역시 이 책의 가장 섬뜩한 것은 아동 성폭력이 주된 사건 배경이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아동 성폭력에 대한 뉴스는 멈추지 않는 것 같다. 점점 더 많은 기사거리들이 나오고 요즘 같은 세상에 예쁜 딸을 키운 다는 것이 얼마나 험준하고 힘들까 걱정이 앞선다. 몇 년 전 [테이크]라는 영화를 보고 온 팀장님은 딸만 셋을 키우셨던 분이셨는데 그날 와이프와 함께 심야 영화를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고 한다. 이런 험악한 세상에 딸을 곱게 키워 내는 것이 아빠로, 그들을 지키는 가장으로 너무 무서워서 그날 밤 집에 들어가 아이들이 누워 있는 방을 들락거렸다는 얘기에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또한 유명한 누구누구의 어린 소녀들의 성범죄 얘기들이 있지 않나. 그런 얘기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돌고, 앞으로 그 어여쁘고 귀여운 아이들이 남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턱 막힌다. 공지영의 [도가니]를 통해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을 분노를 사게 했던 그 얘기 또한 얼마나 끔찍하고 가슴 아린 현실이란 말인가. 그런 일들을 죄의식 없이 행하는 그들의 뇌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 졌단 말인가. 화가 나고, 속상하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다룬 책은 쉽게 책장도 넘기지 못하고 다 읽고 나면 그날은 많이 울적하다. 분명 스피드하게 읽었고 재미난 표현도 참 많았지만 아동 성범죄를 지은 한명의 인간이 아니라 단체로 움직여 그것을 동영상으로 찍고 팔아 부를 축적한다는 무리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세상이 무서울 뿐이다.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들을 중간에 몇 권 못 읽었다가 여섯 번째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사악한 늑대]는 위에 언급한 끔찍한 아동 성범죄를 다룬 소설이다. 그녀의 스피드 한 진행이 마음에 들지만 역시, 너무 많은 인물들이 나오니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연결 고리를 엮어 나가서 인물들을 찾아내는 과정이 살짝 혼동이 오긴 하더라. 물론 작가가 인물 하나를 만들 때 그냥 만들어 내는 인물이 없겠지만 (사연 없는 묘지 없듯이) 조금만 줄여서 남겨진 인물들을 응집해 준다면 참 고맙겠다.

 

 

그동안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참 즐겁고 스릴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그녀가 잡은 무거운 소재와 주제 의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설을 통해 우리가 쉽게 잊힐 그런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줬으면 좋겠는데 배경이 그래서 그런지, 현실감이 살짝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문득 피아가 좋아했던 크리스토프의 이유들이 떠오른다. 함께 대화할 수도 있지만 함께 침묵할 수 있어 좋아했던 그와 잘 되길 바랐는데, 요것도 좀 아쉽고 피아의 아픈 과거와 로맨스가 다소 뜬금없이 찾아오는 것인가 했지만 역시 독자들에게 한 페이지 숨고르기를 하며 웃으며 읽을 타이밍이 있어 좋았다. 역시 작가가 고생한 만큼 작품이 나온다고 하면 다른 이전의 작품들에 대한 누가 될까. 피아가 경찰관이 되고자 했던 과거는 역시 이 책 내용을 위한 전조였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엠마가 두 번째 아이는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키워 내길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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