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한 도시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 가면 뭘할지 생각해보고 있다.


우선 떡볶이 먹기. 이건 정말 첫번째로 해야 할일.

두번째 집안 청소. 석달동안 먼지가 얼마나 쌓여 있을까.

세번째 이사 온후 정리 안한 책장 정리.

네번째. 옷장 정리

다섯번째 못본 무도 몰아보기. 알쓸신잡 몰아보기

여섯번째 그리운 지인들 만나서 독일 맥주 찬양기 쏟아내서 여행 뽐뿌하기.

일곱번째 독일 여행기 진짜 잘 써보기.

여덟 번째 춘천가서 독일 못온 후배 괴롭히기

아홉째 헬스클럽 가입하기. 진짜 이번엔 쫌 잘가보자.

열째. 영어 학원 등록하기. 나 이번 여행때 정말 서러웠음 .



그보다 우선 저 무거운 짐을 가지고 공항까지 잘 가보자.

세번 기차 환승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

그리고 다시는 남의집 살이하지말자
다른 나라 올꺼면 내가 끝까지 책임 질수 없으면 안 오는거다. 지인이 거기 사니까 어떻게 해주겠지. 이건 말도 안되는거다.
어제 후배가 그러더라. 다른 사람 어려운 일이 왜 내 어려운 일이냐고

그래. 기차 세번이나 환승해서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 나의 어려움이 나의 일이지 너의 일이겠냐. 널 믿고 아무런 준비 없이 온 내가 미친거지. 다 내 잘못이다.


부디 내일 공항만 비행기를 잘 탈수 있도록 내가 나 스스로 기도 할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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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차를 탔다.

물론 공항으로 가는 기차는 아직 타지 않았다.
공항 가는 기차를 타기까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독일행 기차는 바덴바덴이 끝이었다.

그리고 꼭 오리라 했던 스위스의 바젤과 취리히행 버스를 타고 들려 도시를 돌고 정말로 독일 3개월의 여행이 종료되었다.


이제 하루 남은 짐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면 나는 그리운 나의 집으로 간다.

내 부산 어묵이 가득 담긴 냉장고는 잘 있을까? 그리스에서 사와 풀러보지도 못한 올리브 절임들은 어찌 되었을지. 비가 많이 왔다는 나의 동네속 내 집은 빗물이 들이치진 않았을지.

봄이면 흐드러지게 벚꽃을 피운 나무들 사이 햇살은 잘 들고 있을지. 아파트 지하 문틈사이에 집을 마련하고 살고있는 노랑 고양이는 잘 있을지, 그리워 진다.

이제 집에 돌아 갈 시간이다.
이후 여행기는 서울가서 쓰는걸로.




23키로 트렁크.
12키로 배낭.
3키로 보조가방을 가지고
나는 총 3번의 환승을 하고 공항에 가야 한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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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8-2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와서의 여행기도 기대하겠습니다~
조심해서 오세요^^

오후즈음 2017-08-24 00:46   좋아요 0 | URL
넵 기차 연착만 안된다면 울지않으면서 갈수 있겠네요 ㅠㅠ
 

미치겠다. 잠시 방심하는틈에 기차 플랫폼이 바뀌었고
드디어 처음으로 기차를 놓쳤다


이후 이야기는 숙소로 가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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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8-13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ㅠ

오거서 2017-08-14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방인의 여행이 무척 고단한 이유!
 

혼자 여행이 3주가 되가니 외롭다기보단 허전했다. 드레스덴의 그 좋은 풍경을 두고 같이 호들갑을 떨며 얘기 할 사람이 없다니 울쩍했던 순간을 생각하니 좋은 곳으로 갈땐 누군가 함께 하고 싶었다.

후배는 이런 내가 외로움을 탄다고 하는데, 왜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것이 외로워서일까? 함께가 뭐 어떻다고.
호스텔에서 쭈구려 잠을 자다가 화딱지가 나기에 여행 카페에 동행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사실 발끈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난 한국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 어떤날은 음식을 주문하는 말도 안할때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

글을 올리자 두명에게 쪽지가 왔다. 역시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것이라 동행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것 같았다. 두 사람은 모두 프랑크푸르트에 있었다. 함께 오라고 카톡으로 다리도 나줬다. 두 사람에게 더 연락이 왔다. 두 사람은 저녁에 도착한다고 하여 함께 하지 못했다.

23살인 사관학교를 다니는 남학생과 런던에서 유학을 끝내고 마지막 여정을 즐기는 26세의 여대생.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나는 기차를 타고 하이델베르크 역에서 만났다.

비바람이 몹시도 부는 날. 우리는 동행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각각 호스텔에서 새우등을 하고 누워 있었을 것이다. 23살의 그는 어제 프랑크푸르트에서 도착한 새내기 여행자였고 그녀는 유독 독일에서 문제가 있어 고생한 사람이고, 난 독일 생활에 허전할때쯤 만나서 신나게 돌아 다녔다.

바람만 많이 불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많이 추웠다. 그간 내가 먹은 맥주들의 맛을 전파하기위해 레스토랑에 들어가 먹어보지 않은 술들을 시켜줬다.

아, 지금 생각해도 독일 맥주는 정말 맛있다.
셋이서 신나게 얘기하고 떠들다가 각자 떠나야할 시간이 됐다. 버스를 타고 떠난 그는 베를린으로, 그녀는 뮌헨으로 각각 다음날 행선지가 달랐다.

그와 그녀가 먼저 버스를 타고 하이델베르크 성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는 버스를 보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기차때문에 한동안 혼자 구시가지를 한참을 서성였다.

뒤를 돌면 비바람에 쓰러질것 같은 우산을 들고 서 있을것 같은 그녀와 그.
혼자 남아 그들을 떠올리니 울쩍했다. 그 몇시간이 그 며칠보다 즐거웠다. 그는 자기가 독일 도착한 순간 지금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비록 그는 독일온지 이틀차였지만 그가 해준 그 말에 기분이 좋았다. 그가 갈 다음 도시인 베를린의 핫한 클럽을 맛보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혼자 남겨진 나에게 카톡이 왔다. 늦게 온다는 다른 한분이 이제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고. 나는 이제 떠나는데 , 참 타이밍이 왜 이럴까? 딱 두시간전에만 왔었어도 좋았을텐데.

그래서 우리는 내가 삼일후 도착하는 뮌헨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나는 뮌헨의 첫날이지만 그는 독일을 떠나기 하루 전날이라고 했다. 그날 못 만난 인연을 이어보자고 했는데, 우리 만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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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8-11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올려주신 사진 속의 풍경도 참 좋고(비가 와서 더 좋은가봐요!) 올려주신 글도 좋으네요.
저도 짧게 혼자 하노이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혼자 돌아다니고 밥 먹는 건 좋았지만, 밤에 그 날의 여행에 대해 호들갑 떨 수 없다는 게 울적하더라고요. 저는 그 여행 후에 그 시간을 ‘밤의 외로움‘ 이라고 불렀어요. 그 밤에는 제가 외롭다고 느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면 또 제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제가 먹고 싶은 것을 먹어서 룰루랄라 행복한 기분이 되었지만, 저녁에는 후기를 나누고 싶어서 근질근질 했어요.

잘 다녀오세요. 재미있게 여행기 읽고 있어요.
:)

오후즈음 2017-08-12 05:49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네요. 밤의 외로움! 혼자 가고 싶은곳 가고 먹고 싶은것 먹고 쉬고 싶을땐 쉬는 내맘대로 여행이 가끔 이런 밤들을 만나면 참 쓸쓸하네요.

이제 열흘정도 남은 일정을 즐기다 가겠습니다.^^
 

삼주전 함부르크 민박에서 만난 이십대들의 유럽 여행을 보면서 그들의 수많은 경험치에 부러움이 일었다. 나도 저 나이에 이런 경험을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물론 지금의 내가 싫은건 또 아니다.

민박에서 만난 그녀들은 참 용감해 보였다. 무엇보다 밤 10시에 클럽에 나가 새벽 6시에 오는 그녀들의 무한한 체력에 기가 죽었을 때도 있었다. 대단한 딸내미들이라고 새벽에 떠날 준비를 하면서 한껏 끌어 안아주긴 했지만.

나는 민박도 많이 안해봤고 제주 올레를 할 때도 여러명 있는 도미토리에서도 자본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지금 유럽 한가운데 독일에서 6인용 여성전용 도미토리에 새우등을 하고 꼬부라져 있다.

유럽에서 도미토리는 처음이다. 그동안 나는 돈좀 버는 직장인이었으니 굳이 여러 사람과 섞여 있는 잠자리를 하지 않아도 됐다. 잠자는 것만큼 편안하게라고 생각했기에 오성급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것만 있어도 되는 싱글룸이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이 하필 성수기와 겹치다보니 숙박비가 너무 비쌌다. 어쩔수없이 고르다보니 이번엔 호스텔, 도미토리로 오게 됐다.

다시 중부로 떠난 도시는 거점 도시가 많은 스튜트가르트다. 은근 숙박이 비싼 이곳에 잡은 도미토리에 들어서자 오후 3신데도 누가 자고 있다. 사실 일찍 체크인 한게 나도 오늘 새벽에 떠나 총 5시간이나 걸어 잠시 잠을 자고 싶었는데 그녀가 너무 곤하게 자고 있는 것이다.

배낭을 내려 놓으니 그녀가 인상을 쓰며 눈을 떴다가 다시 잔다. 쫄았다. 조심스럽게 배낭을 내려 놓고 이것 저것 꺼내는데 너무 신경 쓰여서 돈과 핸드폰만 들고 로비로 나와 버렸다. 그러다 나도 숙박객인데 가서 자면 되지,라며 들어 갔는데 그녀가 또 깨서 왜자꾸 나다녀? 라는듯 쳐다본다.

씩 웃어 주고 내 침대에 꼬부라져 누워 잠을 청하는데 이번엔 그녀의 부스럭 소리에 잠이 안온다.

딱 세시간만에 그녀가 깨서 저녁 먹으러 간단다. 넌? 이라기에 난 잘꺼야 했더니 알았다며 나갔다. 혼자 있는 이 시간이 왜 이렇게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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