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이 3주가 되가니 외롭다기보단 허전했다. 드레스덴의 그 좋은 풍경을 두고 같이 호들갑을 떨며 얘기 할 사람이 없다니 울쩍했던 순간을 생각하니 좋은 곳으로 갈땐 누군가 함께 하고 싶었다.

후배는 이런 내가 외로움을 탄다고 하는데, 왜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것이 외로워서일까? 함께가 뭐 어떻다고.
호스텔에서 쭈구려 잠을 자다가 화딱지가 나기에 여행 카페에 동행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사실 발끈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난 한국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 어떤날은 음식을 주문하는 말도 안할때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

글을 올리자 두명에게 쪽지가 왔다. 역시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것이라 동행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것 같았다. 두 사람은 모두 프랑크푸르트에 있었다. 함께 오라고 카톡으로 다리도 나줬다. 두 사람에게 더 연락이 왔다. 두 사람은 저녁에 도착한다고 하여 함께 하지 못했다.

23살인 사관학교를 다니는 남학생과 런던에서 유학을 끝내고 마지막 여정을 즐기는 26세의 여대생.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나는 기차를 타고 하이델베르크 역에서 만났다.

비바람이 몹시도 부는 날. 우리는 동행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각각 호스텔에서 새우등을 하고 누워 있었을 것이다. 23살의 그는 어제 프랑크푸르트에서 도착한 새내기 여행자였고 그녀는 유독 독일에서 문제가 있어 고생한 사람이고, 난 독일 생활에 허전할때쯤 만나서 신나게 돌아 다녔다.

바람만 많이 불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많이 추웠다. 그간 내가 먹은 맥주들의 맛을 전파하기위해 레스토랑에 들어가 먹어보지 않은 술들을 시켜줬다.

아, 지금 생각해도 독일 맥주는 정말 맛있다.
셋이서 신나게 얘기하고 떠들다가 각자 떠나야할 시간이 됐다. 버스를 타고 떠난 그는 베를린으로, 그녀는 뮌헨으로 각각 다음날 행선지가 달랐다.

그와 그녀가 먼저 버스를 타고 하이델베르크 성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는 버스를 보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기차때문에 한동안 혼자 구시가지를 한참을 서성였다.

뒤를 돌면 비바람에 쓰러질것 같은 우산을 들고 서 있을것 같은 그녀와 그.
혼자 남아 그들을 떠올리니 울쩍했다. 그 몇시간이 그 며칠보다 즐거웠다. 그는 자기가 독일 도착한 순간 지금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비록 그는 독일온지 이틀차였지만 그가 해준 그 말에 기분이 좋았다. 그가 갈 다음 도시인 베를린의 핫한 클럽을 맛보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혼자 남겨진 나에게 카톡이 왔다. 늦게 온다는 다른 한분이 이제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고. 나는 이제 떠나는데 , 참 타이밍이 왜 이럴까? 딱 두시간전에만 왔었어도 좋았을텐데.

그래서 우리는 내가 삼일후 도착하는 뮌헨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나는 뮌헨의 첫날이지만 그는 독일을 떠나기 하루 전날이라고 했다. 그날 못 만난 인연을 이어보자고 했는데, 우리 만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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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8-11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올려주신 사진 속의 풍경도 참 좋고(비가 와서 더 좋은가봐요!) 올려주신 글도 좋으네요.
저도 짧게 혼자 하노이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혼자 돌아다니고 밥 먹는 건 좋았지만, 밤에 그 날의 여행에 대해 호들갑 떨 수 없다는 게 울적하더라고요. 저는 그 여행 후에 그 시간을 ‘밤의 외로움‘ 이라고 불렀어요. 그 밤에는 제가 외롭다고 느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면 또 제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제가 먹고 싶은 것을 먹어서 룰루랄라 행복한 기분이 되었지만, 저녁에는 후기를 나누고 싶어서 근질근질 했어요.

잘 다녀오세요. 재미있게 여행기 읽고 있어요.
:)

오후즈음 2017-08-12 05:49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네요. 밤의 외로움! 혼자 가고 싶은곳 가고 먹고 싶은것 먹고 쉬고 싶을땐 쉬는 내맘대로 여행이 가끔 이런 밤들을 만나면 참 쓸쓸하네요.

이제 열흘정도 남은 일정을 즐기다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