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든 말든 - 나는 본질을 본다
소노 아야코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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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이 다 무던하게만 가지는 않잖아 <알아주든 말든 _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의 전작을 다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사람 참, 건조하네. 뭐 이렇게까지 냉소적일 필요가 있을까. 어떤 일은 냉소적이고 어떤 일은 또 열정적이고 또 어떤 것들은 시시하고 어떤 사람들은 싫거나 사랑스러울 때가 있는 희로애락이 분명한 나의 삶에 소노 아야코의 글들은 그랬다. 그녀는 참, 무심하게 사는 사람인가 봐. 어떻게 인생이 이렇게 무심하게만 흘러가겠어. 인생 달관한 사람이신가보네. 그렇게 생각하다가 그녀의 이력을 보니 50대에 중심성망막염이 심해져 거의 앞을 볼 수 없다가 성공이 희박하다는 수술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다시 얻고 나니 그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문제들이 시시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다. 뭐 그것이 아니더라도 삶의 어떤 괘도에 오르면 그런 느낌을 받는다고 하던데 아직 철없는 삶에 허덕이는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아주든 말든>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아마도 내가 그녀처럼 뭔가를 가슴 밖으로 밀어내고 나니 그녀의 말들에 고개가 끄덕여졌던 것일까. 대부분은 경험에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라서 상처를 받고 괴로움을 겪어봐야 그래, 그럴 수 있지. 알아주든 말든, 내 길을 가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관조적 결론을 싫어하면서도 받아들여지기도 하며 타산지석하자는 것이 때로는 너무도 힘든 결심이 되기도 한다. 뭐, 남이 알아주든 말든 나만의 삶의 본질을 결론 내며 요동치는 마음의 동요를 잠재워주는 내공을 쌓기란 분명 삶의 주는 시간이 꼭 필요한것 같다.


 

<알아주든 말든>에는 소노 이야코의 아주 짧은 그녀의 삶의 마침표가 찍혀져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인간의 내면의 세계, 그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괴로움도 아주 짧게 표현된 그녀식의 마침표가 허탈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잊고 있었던 나의 경험속 에피소드와 맞닿기도 한다.

관계, 사랑, 인간, 행불행, 삶, 운명, 자연의 신에 대한 본질을 그녀 나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서술한 내용에 나에게 가장 와 닿았던 부분들이다.


 

“ 당연한 인간관계란 없다.

 

이 세상엔 당연한 인간관계란 없다. 어떠한 관례도 일방적으로 잘라 내버릴 수 가 있다. 다시 말해서 누구나 기존 관계에서 간단히 떨려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약 좋은 처우를 받고 있다면, 어쩌다 예외적으로 내게 주어진 복이라 생각해야 한다.” P26



친했던 지인들과도 어느 날부터 소식이 뜸해지면서 연락이 닿지 않게 된 이들이 있다. 좋아 했던 이들과 소식이 소원해지면서 멀어진 친구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던 소녀 감성을 간직한 어린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들과 내가 서로 만나면서 연결 되었던 운명의 붉은 실의 끈이 딱 그 정도 만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쉽지만 그것을 나의 탓으로 돌리려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오랜 시간 나와 함께 붉은 실로 연결된 이들에게 감사하며 더욱 잘해줘야지 하다가도 그들과 또 운명의 끈이 끊어진다고 해도 그것에 너무 속상해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지금 닿고 있는 그들과 나의 만남의 끈이 아주 오랫동안 풀어도 끊이질 않기를 바라고 있다.


 

" 속내를 알기란 어렵다.

 

남이 자기를 올바르게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속내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익 때문이다. ” P29



" 언제 죽어도 미련이 없게끔


인생 최후의 순간에 필요한 것은 납득과 단념이라고 생각한다.

납득과 더불어 단념도 필요하다. 이것도 젊을 때부터 훈련해야 한다. 노력은 해보지만 포기해야함 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다리 말하면 인생은 사회가 어떤 형태가 되든, 원형 자체가 제대로 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희망은 실현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37


 

마지막 자연과 신에 대한 그녀의 본질적인 이야기는 쓸쓸하다. 지금 살아가는 날들이 대부분은 내가 앞으로 죽어갈 날들을 하나씩 세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인생이 너무 인색해질 것 같다. 이런 고통과 쓸쓸함에 대해 그녀는 대부분 신에게 기도를 한다. 그녀의 말 중에 자유라는 것은 진리 이외에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녀의 말들은 차갑게 들리다가도 때로는 잠깐 눈 감아 두었던 진실의 앞에 놓아둔 이야기라서 아프게도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계속 눈감고 있다면 상처받은 마음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알아주던 말든, 나의 마음 속 치유는 스스로 해 나가야 하는 것이 덜 상처 받는 날들에 대한 스스로의 치료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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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0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한 인간관계란 없다.‘ 이야기 좋은것 같아요. 예전에 가까웠디만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을 보면, 왜 그렇게 된걸까란 아쉬움이 들더라구요. 남아있는 사람들은 계속 이어지도록 노력 해야 겠습니다^^
 
말랑말랑한 힘 - 제3의 시 시인세계 시인선 12
함민복 지음 / 문학세계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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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을 가장 잘 알 수 있었던 글들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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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10-06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 시집 말랑말랑 넘 좋아요.^^
 
빠졌어, 너에게
와야마 야마 지음,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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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남자에게 빠질뻔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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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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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홀로 세상을 떠나면 그의 일이 시작된다 [죽은 자의 집 청소 _ 김완]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속 주인공 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아버지와 함께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며 남긴 유품을 정리한다. 주인공 그루는 죽은 자가 남긴 물건 중에서 의미 있는 물건을 골라 그들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리며 남은 유품을 전달해 주려는 노력을 한다. 어떤 이는 그 유품을 거부하지만 대부분은 떠난 이들의 마지막을 떠 올리며 오열한다. 거부되는 유품으로 모진 소리도 들어도 그루의 직업관은 늘 한결같다. 어떤 누군가의 죽음에 분명 애도 할 수 있는 사람을 꼭 찾아야 한다는 듯이. 그루에게는 그의 직업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영화 <스틸라이프>의 존 또한 그런 의미를 간직한 인물이다. 고독사로 죽은 이들에게 쓸쓸한 장례를 맞지 않도록 그의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고독사로 죽은 이들의 물건을 정리하며 삶의 발자취를 거슬러 단 한사람이라도 명복을 빌어줄 이들을 찾아낸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던 고독사한 이들의 마지막에 따뜻한 안녕을 말해줄 수 있는 이들을 찾아내며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을 들춰보기도 했다. 외롭게 떠날 수밖에 없는 고독사인들의 죽음에 애도 할 수 있는 이들을 찾아내는 존의 직업은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보여줬다.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쓴 저자의 직업은 특수 청소를 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야 비로소 자신의 일이 시작되는 슬픈 현실 속에 있다. 특수 청소를 하는 그는 죽은 자의 집뿐만이 아니라 호더스들의 집을 치우기도 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수천 개의 페트병에 소변을 싸며 살았던 이의 집을 청소를 하기도 한다.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은 그의 쓰레기들과 소변을 담은 페트병들을 치우며 저자는 어떤 마음을 세상 밖으로 버렸을까.




“그의 쓰레기를 대신해서 치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삶에 산적한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다. 내 부단한 하루하루의 인생은 결국 쓰레기를 치우기 위한 것인가? ” P65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집, 고독사로 한 달간 방치 된 집, 호더스들의 경악스러운 쓰레기 집들의 특수 청소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곳은 고양이들의 죽어 있는 집이었다. 그가 집으로 들어갔을 때 커다란 두 개의 철장이 보였고 그곳에는 털가죽만 남아 있는 고양이들이 쌓여있었다. 고양이 분양을 위해 케이지에 넣어 새끼를 키웠던 흔적이 남아 있는 철장, 고양이 교배를 업으로 하는 이의 집이었을 것이라고 짐작 할 수 있는 곳. 열 마리의 고양이의 사체와 털가죽이 철장에 있었다. 죽어서야 나올 수 있었던 열 마리의 고양이들의 사체. 철장에서 죽어가는 고양이를 보았을 그 집속의 인간은 대체 어떤 인간일까. 굶어 죽어 갔을 고양이들을 버리고 결국 타인에게 청소를 부탁하고 떠났을 그 사람의 일상은 대체 어떤 하루들일까.


 

“고양이 머리뼈를 하나씩 집어 올릴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몸에 들어와 겨우 죽지 않을 만큼만 심장을 꽉 움켜쥐는 것 같다. 그 음험한 손길을 예닐곱 번쯤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철망 케이지 두 개를 모두 비울 수 있었다. 죽은 고양이는 모두 열 마리. 갓 태어난 새끼 샴고양이는 내장이 모두 파 먹혀 복부가 사라져있었다” P81



 

죽은 자의 집 청소를 한다면 다들 고생스러움을 물어 보는 질문에 그는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저 누군가 대신해야 할 일들을 할 뿐이라고. 그러다 문득 집을 치우며 그가 살아 온 날들을 떠 올려보며 그의 삶이 이렇게 끝이 났다는 것을 떠 올리는 것 뿐. 누군가 떠난 자리를 정리하는 일,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흘리고 갔을 피의 흔적들도 깨끗이 지워야 하는 그의 일이 왜 특별하지 않다고 하는 것일까.

 



“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특별하다고 말하면 어떨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고귀하다고, 그리고 내가 하는 이 일도 너무도 소중한 직업이라고.”



누군가 죽어야 비로소 시작되는 일의 시작이 어쩌면 가장 슬픈 일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비극으로 시작되는 시작이 힘들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치워지는 그 과정이 그는 싫지 않다고 했다. 아니 그 과정에서 즐거움도 있다고 했다. 악취 나는 공간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집이 아닌 쓰레기 산 같은 방안에 아무것도 없이 치워져 텅 빈 집으로 만들면서 생기는 해방감, 그것으로 그는 그의 직업에서 매력을 느낀다.


 

마치 그의 이런 수고를 생각하고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자살을 한 어느 한 여자의 사연이 떠오른다. 모든 것이 정리된 그의 집 냉동고에 유일하게 있었던 쌍쌍바 하나. 누군가와 나눠 먹으려고 사 두었을 것일까. 서로 온기를 나누며 반으로 쪼갰을 그 쌍쌍바는 자신의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홀로 남았다. 그 쌍쌍바를 떠 올리며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삶이 정리 될 것인데, 나의 마지막은 어떻게 정리되고 치워질까.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늘 미니멀리즘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것이 벌써 네 번째 다짐이지만 언젠가는 지켜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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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9-12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읽었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이네요. 마킹 해두신 페이지들이 여기 올려주신 인용문 페이지인가봐요^^

막시무스 2021-09-12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잔혹한 현실에 직면하는 일이 연속되는 삶인데 작가가 묵묵한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저에게 감동을 줬던 좋은 기억 떠오르네요! 담담한 글의 전개가 무엇보다 좋았던것 같아요!ㅎ 즐건 휴일되시구요!

서니데이 2021-10-08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오후즈음 2021-10-08 20: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강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258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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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에서 밀려 오는 눈물 샘. 강이가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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