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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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홀로 세상을 떠나면 그의 일이 시작된다 [죽은 자의 집 청소 _ 김완]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속 주인공 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아버지와 함께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며 남긴 유품을 정리한다. 주인공 그루는 죽은 자가 남긴 물건 중에서 의미 있는 물건을 골라 그들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리며 남은 유품을 전달해 주려는 노력을 한다. 어떤 이는 그 유품을 거부하지만 대부분은 떠난 이들의 마지막을 떠 올리며 오열한다. 거부되는 유품으로 모진 소리도 들어도 그루의 직업관은 늘 한결같다. 어떤 누군가의 죽음에 분명 애도 할 수 있는 사람을 꼭 찾아야 한다는 듯이. 그루에게는 그의 직업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영화 <스틸라이프>의 존 또한 그런 의미를 간직한 인물이다. 고독사로 죽은 이들에게 쓸쓸한 장례를 맞지 않도록 그의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고독사로 죽은 이들의 물건을 정리하며 삶의 발자취를 거슬러 단 한사람이라도 명복을 빌어줄 이들을 찾아낸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던 고독사한 이들의 마지막에 따뜻한 안녕을 말해줄 수 있는 이들을 찾아내며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을 들춰보기도 했다. 외롭게 떠날 수밖에 없는 고독사인들의 죽음에 애도 할 수 있는 이들을 찾아내는 존의 직업은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보여줬다.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쓴 저자의 직업은 특수 청소를 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야 비로소 자신의 일이 시작되는 슬픈 현실 속에 있다. 특수 청소를 하는 그는 죽은 자의 집뿐만이 아니라 호더스들의 집을 치우기도 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수천 개의 페트병에 소변을 싸며 살았던 이의 집을 청소를 하기도 한다.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은 그의 쓰레기들과 소변을 담은 페트병들을 치우며 저자는 어떤 마음을 세상 밖으로 버렸을까.




“그의 쓰레기를 대신해서 치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삶에 산적한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다. 내 부단한 하루하루의 인생은 결국 쓰레기를 치우기 위한 것인가? ” P65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집, 고독사로 한 달간 방치 된 집, 호더스들의 경악스러운 쓰레기 집들의 특수 청소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곳은 고양이들의 죽어 있는 집이었다. 그가 집으로 들어갔을 때 커다란 두 개의 철장이 보였고 그곳에는 털가죽만 남아 있는 고양이들이 쌓여있었다. 고양이 분양을 위해 케이지에 넣어 새끼를 키웠던 흔적이 남아 있는 철장, 고양이 교배를 업으로 하는 이의 집이었을 것이라고 짐작 할 수 있는 곳. 열 마리의 고양이의 사체와 털가죽이 철장에 있었다. 죽어서야 나올 수 있었던 열 마리의 고양이들의 사체. 철장에서 죽어가는 고양이를 보았을 그 집속의 인간은 대체 어떤 인간일까. 굶어 죽어 갔을 고양이들을 버리고 결국 타인에게 청소를 부탁하고 떠났을 그 사람의 일상은 대체 어떤 하루들일까.


 

“고양이 머리뼈를 하나씩 집어 올릴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몸에 들어와 겨우 죽지 않을 만큼만 심장을 꽉 움켜쥐는 것 같다. 그 음험한 손길을 예닐곱 번쯤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철망 케이지 두 개를 모두 비울 수 있었다. 죽은 고양이는 모두 열 마리. 갓 태어난 새끼 샴고양이는 내장이 모두 파 먹혀 복부가 사라져있었다” P81



 

죽은 자의 집 청소를 한다면 다들 고생스러움을 물어 보는 질문에 그는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저 누군가 대신해야 할 일들을 할 뿐이라고. 그러다 문득 집을 치우며 그가 살아 온 날들을 떠 올려보며 그의 삶이 이렇게 끝이 났다는 것을 떠 올리는 것 뿐. 누군가 떠난 자리를 정리하는 일,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흘리고 갔을 피의 흔적들도 깨끗이 지워야 하는 그의 일이 왜 특별하지 않다고 하는 것일까.

 



“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특별하다고 말하면 어떨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고귀하다고, 그리고 내가 하는 이 일도 너무도 소중한 직업이라고.”



누군가 죽어야 비로소 시작되는 일의 시작이 어쩌면 가장 슬픈 일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비극으로 시작되는 시작이 힘들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치워지는 그 과정이 그는 싫지 않다고 했다. 아니 그 과정에서 즐거움도 있다고 했다. 악취 나는 공간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집이 아닌 쓰레기 산 같은 방안에 아무것도 없이 치워져 텅 빈 집으로 만들면서 생기는 해방감, 그것으로 그는 그의 직업에서 매력을 느낀다.


 

마치 그의 이런 수고를 생각하고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자살을 한 어느 한 여자의 사연이 떠오른다. 모든 것이 정리된 그의 집 냉동고에 유일하게 있었던 쌍쌍바 하나. 누군가와 나눠 먹으려고 사 두었을 것일까. 서로 온기를 나누며 반으로 쪼갰을 그 쌍쌍바는 자신의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홀로 남았다. 그 쌍쌍바를 떠 올리며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삶이 정리 될 것인데, 나의 마지막은 어떻게 정리되고 치워질까.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늘 미니멀리즘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것이 벌써 네 번째 다짐이지만 언젠가는 지켜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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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9-12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읽었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이네요. 마킹 해두신 페이지들이 여기 올려주신 인용문 페이지인가봐요^^

막시무스 2021-09-12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잔혹한 현실에 직면하는 일이 연속되는 삶인데 작가가 묵묵한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저에게 감동을 줬던 좋은 기억 떠오르네요! 담담한 글의 전개가 무엇보다 좋았던것 같아요!ㅎ 즐건 휴일되시구요!

서니데이 2021-10-08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오후즈음 2021-10-08 20: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